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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5일 21시 27분 등록

흔히 오해하고 있는 개념 중에 대표적인 것이 ‘다이어트’이다. 언제부터인가 다이어트는 체중감량과 동일한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조금 더 엄밀히 말하면 건강을 증진시키려는 목적으로 몸 속에 필요 없는 것은 버리고 꼭 필요한 것으로 채워 넣는 작업이 다이어트이다. 결국 ‘군더더기 없는 몸의 상태’가 다이어트의 목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구촌의 지리적 경계가 무너지고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인류는 대부분의 경우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먹을 거리가 풍부해졌다. 하지만 많은 먹을 거리가 인류를 반드시 건강하게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영양분 흡수는 마치 강가에 너무나 많은 영양분이 강물을 썩히듯 몸을 해롭게 한다. 즉 ‘몸의 적조현상’이 초래되는 것이다.

축적된 지방과 적은 근육량, 울퉁불퉁한 셀룰라이트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경종이다. 몸은 이렇게 쉬이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메시지를 보내 내 몸을 되돌아보게 만드는데, 우리의 삶의 경우는 어떠한가? 혹시 내 삶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삶의 부영영화’, ‘삶의 적조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매끈한 바디라인을 위한 다이어트는 그 방법도 다양하고 전문가도 많건만, 정작 내 삶을 매끈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줄 ‘삶의 다이어트’는 그다지 많이 소개된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순간 되돌아보니 삶이 군더더기로 얼룩덜룩 하다면 어떻게 다이어트를 하면 될까?

수 없는 다이어트 성공사례와 그 방법이 다양하다고 해도 다이어트의 오래된 원칙은 두 가지이다.
첫째. 식단조절하기 둘째. 운동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첫번째로 식단조절하기는 ‘내게 필요한 것은 섭취하고, 불필요한 것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라는 단순한 법칙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렇다면 내 몸의 ‘불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지나친 당류, 동물성 지방 등 직접적으로 몸에 해로움을 끼치는 것이며 둘째는 좋은 영양분이라도 지나치게 흡수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필요한 이상 영양분을 섭취하는가?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식탐’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눈 앞의 좋은 음식을 버리기 아까워 일단 먹고 보는 습관 역시 크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먹을 거리가 귀하던 시기에는 눈 앞에 있는 음식이 있으면 일단 뱃 속으로 모두 직행했다. 당시에 냉장고가 있었는가? 적절한 저장기법이 있었는가? 지금 먹지 않으면 음식은 썩어 먹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르며 언제 또 먹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다.

그런데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영양분이라는 것은 내 몸이 필요한 만큼 들어왔을 때 피가 되고 살이 되지, 그 이상 들어오면 지방으로 축적되어 몸을 무겁게 하고 건강을 해칠 뿐이다. 오늘 내가 필요한 만큼만 먹는 것이 오히려 나를 위해서나 환경을 위해서나 이롭다.

이를 삶에 대입시켜보자. 삶의 식이요법에서도 가장 선행해야 할 것이 ‘무엇이 내 삶에 필요하고, 무엇이 내 삶에 불필요한지’ 그 구분을 짓는 것이다. 내 삶에 불필요한 활동은 무엇일까? 습관적으로 행하는 시간소모적인 활동들이 그 첫 번째이고, 굳이 내 삶에 끌어들일 필요가 없는데 남을 의식해 채워 넣는 활동들이 두 번째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얼마나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지식과 기술, 경험이 즐비한가’라며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다고 하지만 정말로 그것이 내 삶에 필요한 활동인지는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답게 살고, 내가 중요시 하는 활동들로 채워놓은 삶’이 식이요법이 잘 된 삶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그러한 삶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의 전문가’로 나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지식이 귀하고 기술이 독점되던 시절, 백과사전식 지식을 소유한 사람이 인정을 받았다. 사람들은 다양한 지식으로 중무장하기 위해 이것도 배우고 저것도 배우고 학습한 것이 많아 이 모두를 소화하기가 벅찼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대에는 그런 종류의 지식인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이라는 커뮤니케이션 통로의 발달은 지식의 공유, 기술의 개방을 가져와 단순한 지식들은 몇 번의 클릭으로 단번에 알아낼 수 있는 세상이다. 굳이 단편적인 지식을 내 머리 속에 억지로 들이밀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대신 스스로의 분야가 있어 그 분야에서 만큼은 전문가 못지 않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오히려 새로운 지식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과 경험으로 하루하루의 삶을 채워 넣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운동이다.
운동은 몸 속의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만드는 활동으로 몸의 신진대사율을 좋게 해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많이 알려진 사실처럼 지방은 근육에 비해 부피가 커서, 같은 무게라고 하더라도 몸에 있는 지방의 비율(체지방율)이 높을수록 몸매가 흐트러져 있기 십상이다. 몸에 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릴수록 단단하고 맵시있는 몸매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활동을 통해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면 몸 속으로 들어온 영양분이 쉽게 에너지로 바뀌어 같은 양을 먹어도 쉽게 살이 찌지 않는다. 한마디로 건강한 체질로 바뀌는 것이다.

운동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매일매일 꾸준히 하는 데에 있다. 독한 마음을 먹고 하루에 몰아서 운동을 한 후 스스로 만족하며 며칠 푹 쉰다면 근육이 생기기는커녕 몸에 탈이 날 수도 있다. 하루에 20~30분 이라도 운동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 꾸준히 움직여줘야 근육이 붙어야 할 곳에 근육이 붙고 지방이 타야 할 곳에 지방이 탄다.

삶의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 역시 마찬가지이다. 생각의 근육을 만들고 불필요한 생각의 찌꺼기들을 태워버려 나만의 건강한 삶의 패턴을 만들기 위해서는 짧게라도 매일 매일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의 재능과 강점을 더욱 개발해 근육을 붙여주면 삶의 기초대사량이 증가해 그 누구보다 자신이 가진 강점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의 운동으로 ‘강점근력 키우기’가 삶의 다이어트의 두 번째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먹는 것’, ‘사는 것’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않아야 할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살지 말아야 할지 알아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몸의 다이어트, 삶의 다이어트의 단순한 진리는 여기에 있으니 말이다.

또한 불필요하다는 것은 꼭 ‘몸에 해로운 것’을 의미하는 것 만이 아니라 ‘내게 적합하지 않은 좋은 것’ 역시 의미한다는 것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 것이 아닌 것으로 삶이 채워져 있으면 정작 내 것에 쏟아 부어야 할 시간과 노력이 허비되기 때문이다.

꼭 복잡한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꼭 많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이 두 가지는 몸의 다이어트에도 삶의 다이어트에도 방해가 된다.

‘군더더기 없는 몸의 상태’ 만큼 중요한 것이 ‘군더더기 없는 삶의 상태’ 이다.
‘몸의 비만’ 만큼 좋지 않은 것이 ‘삶의 비만’이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채울 게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버릴 게 없는 상태이다” 라는 어느 기업광고의 카피는 몸과 삶의 다이어트를 원하는 이들이 잊지 말아야 할 메시지일 것이다.


[못다한 이야기 하나]

몇 개월 전 회사에서 복숭아 꽃을 따는 봉사활동을 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했던 일은 가지에 십여 개씩 핀 꽃을 서너 개만 남기고 모두 떼어버리는 작업이었는데요
꽃을 하나씩 뗄 때마다 복숭아를 하나씩 버리는 것 같아 아쉬워 농장주인에게 꽃을 이렇게 따는 것이 아깝다고 하니 이런 말을 합니다

“그렇게 꽃을 따지 않으면 자잘한 복숭아들이 복숭아 나무를 가득 채우게 되요. 그런 놈들은 상품으로서 값이 나가지가 않아요. 몇 개 이더라도 실한 녀석들이 상품으로서 인정을 받게 되지요. 중요한 것은 복숭아의 양이 아니라 복숭아의 질입니다.”

수십억 개의 시냅스가 끊어지는 뇌의 진화과정을 보며 그때의 경험이 생각이 났습니다. 뇌에 관한 한 “작을수록 더 좋다” 는 존 브루어의 말처럼 복숭아 꽃에 관한 한 “적을수록 더 좋다”라는 농장주인의 의미가 통하는 것일까요? 시냅스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똑똑해진다는 주장이 그릇된 것처럼 복숭아꽃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게 아니라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적지만 실한 녀석’이겠지요.

[못다한 이야기 둘]

다이어트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최근 디지털 기기의 변화에 대해서도 모티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때 컨버전스라고 해서 한 기기 안에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기기들이 많은 이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높은 인기를 끌었죠. 이것이 mp3인지, 디지털카메라인지, 핸드폰인지, 전자사전인지, PMP인지 어느 순간부터 구분 짓기가 애매모호해질 정도로 말이죠.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기계는 점점 똑똑해지고 다양한 기능을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어떻게 하면 더욱 진화한 만능 맥가이버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한편에서는 역발상으로 오히려 한 기능에 집중한 기기들이 인기를 끌었죠.

‘가장 핸드폰 기능에 충실한 핸드폰’, ‘가장 mp3기능에 충실한 mp3’ 이런 식으로 말이죠. 아무리 핸드폰에 디카 기능이 있고 mp3기능이 있어도 실제 디카나 mp3플레이어의 기능에는 못 쫓아오거든요. 괜히 가격을 높여 고객에게 부담만 주고요. 사실 저두 별루 그런 기능을 안 쓴답니다.

최근에 이런 전략을 써서 성공한 케이스가 어른들을 위한 ‘와인폰’과 십대를 겨냥한 ‘롤리팝’이 아닐까 해요. 와인폰은 어른들이 보기 편하고 누르기 쉽게 키패드를 크게 하고 전화 기능 외의 부가기능은 싹 제외한 채 시장에 나왔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와인폰2, 와인폰3 까지 시리즈를 만들었죠. 또한 롤리팝 역시 젊은 층을 공략했음에도 불구하고 요새 유행인 터치폰 방식이 아닌 10대들이 문자 보내기가 편한 키패드 방식을 채택하고 몇몇 부가서비스에 집중했죠.

디지털 기기 시장에서도 꼭 신기술이 정답은 아니고, 꼭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이 정답이 아닌가 봅니다. 가장 핸드폰 기능에 충실하고, 가장 타겟 고객군의 니즈를 잘 반영한 녀석이 일등이 되니 말입니다. 이것 역시 디지털 기기의 다이어트라고 해야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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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7.05 22:15:25 *.12.130.94
우와~ 좋다! 최근에 올린 칼럼들 중에서 쵝오!!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개성이 통통 튀는데~
쎄이의 반짝임이 느껴지는 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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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6 14:58:04 *.246.196.63
아직도 제게 글쓰기는 너무 어려운 일인걸요~
왜 더 쉽게 글이 안나갈까?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되는걸까?
늘상 제 머릿속에 웽웽하믄서 지나다니는 생각들인걸요^^
그래서 언니 응원이 더 고맙고 감사하고 땡큐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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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7 23:22:39 *.178.155.91
숙인~, 아니 쎄이~쎄이~ ^^
이번에는 쎄이라고 부르는 거이가 더 맞는 거 같으다.
왜냐구? 그거이는 말이지..
음..흠.. 쎄이의 재기발랄함이 느껴지는 글이니까~, 딩동댕 댕~댕~댕~^^

다이어트라.. 이거이는.. 아무래도.. 쎄이가 칼파 언니야?를 마음에 두고 쓴 글인거이 같다.ㅋㅋㅋ
쎄이야~, 나 도망간다. ===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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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0 09:15:51 *.246.196.63
칼파 언니 잘 피해다니셔야 될듯 한데 ~~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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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9.07.09 08:52:32 *.251.224.83
수희향님 말처럼,
글이 매끄럽게 잘 읽히면서 고개가 저절로 끄덕거려지네요.
세희씨 이미지하고도 잘 어울려요.
발전시키면 책 한 권의 주제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요.
계속 후벼 파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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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0 09:14:24 *.246.196.63
격려 감사합니다 ^^
후비적~ 후비적~ 열씨미 후벼 파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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