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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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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6일 11시 52분 등록
나의 재능, 강점, 그리고 용기


재능

미술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학원에 다닌 걸 제외하면 저는 그림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미술 시간이 끝날 무렵, 언제나 선생님께서는 교실 뒤 벽에 걸릴 그림들을 뽑으셨는데 제 그림이 맨 처음으로 뽑혔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걸렸습니다. 복도에도 걸렸으며, 학교대표로 미술대회에 나가기도 했고, 제가 그려준 그림으로 여동생은 신문에 이름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림에 소질이 엿보입니다.” “특기를 신장시켜 주십시오.” “미술과 표현력 아주 우수합니다.”

학습평가 란에는 항상 이렇게 쓰여 있었고 직접적인 권유도 여러 번 받았지만 저는 마냥 그리는 것이 좋았을 뿐 어려서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부모님도 공부 이외의 다른 재능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으셨습니다. 만드는 것도 좋아했습니다. 제가 만든 것은 모양이 예뻤고,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부모님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니냐고 물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미술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미술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시험과목인 데생과 색채구성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데생은 형태를 보는 눈과 조형성에 눈을 뜨게 했고, 색채구성은 제게 생각지 못한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같은 재료 안에서도 색과 형태는 무한하게 조합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창출될 수 있는 양 역시 무한했습니다. 분명 저의 눈과 마음을 확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색깔을 배열하고 겹치는 색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고, 색깔이 가진 아름다움에 반했습니다. 물감과는 다른, 염료가 주는 색의 마술에 빠졌고, 지금도 저는 모든 색을 사랑합니다.


배우지 않았는데도 비교적 잘 하는 걸 보면, 두각을 보일 때도 있는 걸 보면, 그래도 지금까지 그 분야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미술에 대한 감각과 재능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이 아니라서 아이디어가 번뜩이고 넘치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번 발견한 아이디어를 잘 다듬고 완성도를 높여서 상품화하는 일에는 적합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고, 창의성에 늘 목말라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획일화된 제품의 한계를 지루해하고 답답해합니다.


배움

저는 배우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어릴 적에도 부모님에게 인형을 사달라, 옷을 사달라, 무엇을 사달라고 떼를 쓴 기억은 없지만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게 해달라며 부모님을 귀찮게 해드린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시절 우리 부모님 세대 대부분이 그러하듯 아버지께서는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여 자신의 길을 닦은, 그래서 자기 확신이 남다른 분이십니다. 당신이 걸어온 길, 당신이 아는 방법만으로 자식들을 키우다 보니 세대가 다른, 다른 환경에 있는 자식들에게 당신만의 방법을 강요할 수밖에 없었고, 당신이 보지 못한, 당신이 경험하지 못한 자식들의 재능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저는 어른이 되고서도 한참 후에야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와 비슷한 길을 가는 또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향하는 이들을 만나 거부할 수 없는 자극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배우고자하는 태도에서 용기를 되찾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었습니다. 저에게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모델을 세우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배워나갔습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그대로 좋아해 보기도 하고, 그들이 가는 곳에도 가보고, 그들이 배운 것을 찾아 배워보기도 했으며 그들이 읽는 책을 찾아 읽었습니다. 해보고 맞지 않는 것은, 맘에 와 닿지 않는 것은 과감히 버렸고, 저에게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것,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들의 경험을 받아들여 저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터득한 저만의 방법은 대학시절 몇몇 곳에서 반짝이는 듯 했으나 이내 사라져 버리고 그리 오래 유지되지는 못했습니다. 대학 때는 시야가 좁고 경험이 부족하여 방법이 서툴렀고, 방법을 찾아도 이를 적용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시간이 더디 걸리고 때를 맞추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을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직장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곳곳에서 배움의 흔적이 나타났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니 새로 배우는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은 물론, 배우는 과정 하나하나가 기쁨이었고 큰 만족이었습니다. 상사운도 좋아 제대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도 모르게 훈련이 되어서인지 낯설고 어려운 일이 주어져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처음에는 당황한 듯해도 이내 마음을 다스려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방법을 찾아 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었고, 이를 확인해 가는 과정을 통해 적어도 일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제대로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면 저는 흥분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작업을 시작하면서 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저는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맘껏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른이 되어 배우고 싶은 것들은 누군가에게 꼭 배우지 않아도 되는, 대부분이 독학을 해도 무방한 것들이었습니다.


걷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햇빛을 가려줄 모자와 쿠션이 좋은 운동화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고, 영화에 대해 배우고 싶으면 영화를 보면 되었고, 노래가 배우고 싶으면 CD를 들으면서 제 맘대로 따라 부르면 그만이었습니다.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그럴듯한 배움은 제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혼자의 노동과 소수의 노동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저는, 당장 필요하지는 않아도 늘 자료를 찾고 수집하며, 책에서 방법을 구하고, 책에서 마지막 답을 구했습니다. 책에서 구한 해답들은 마치 제 스스로 해낸 것 같은 착각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무지의 상태에서 알아가는 기쁨, 잘 몰랐던 미지의 분야를 만나는 기쁨, 미처 생각지 못한 의외의 곳에서 발견하는 기쁨, 이렇게 배우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제가 움직이고 있음을,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호기심이 강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 제가 관심을 두는 것, 제 마음이 향하는 것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대한 나의 발견・강점혁명>, 이 책에서 제시한 ‘자기 발견 프로그램’ 스트랭스파인더를  통해 발견한 저의 강점 테마는 최상주의자, 초점, 탐구심, 학습자, 질서였습니다. 저는 저의 재능 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배우고자하는 열정과 배움의 과정에서 탐구와 학습, 질서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든 결정하기 전에는 자료를 검토하고 정보와 충고를 받아들이면서 오래도록 심사숙고 하는 편이지만 한번 결정을 내리면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는 편입니다. 뒤돌아보지 않으며 중간에 의심이 생겨도 일단은 잘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는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에 대한 확신이 서면 제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남이 하는 얘기에, 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에서든, 사람에게서든, 그것이 지나쳐 기회인지도 모르고 놓쳐 버리는 경우도 있으며, 상처를 받고,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생각지도 못한 상처를 주기도 했을 것입니다. 주변머리 없는 자기 확신으로, 융통성 부족으로, 잘 들으라는 두개의 귀로 듣지 않는 우를 범할까 염려하며 살고 있기도 합니다.


용기

사람들은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해도 대부분 자신이 용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실패, 위험과 기회를 경험하기 전에는 정말 그런지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간 욕심이라 생각해 용기 내지 못했습니다. 아니 애써 누르려 했던 것이 더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변경연 식구가 되어 그동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사부님, 동기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제 안에 잠자고 있던 불이, 애써 잠재우려 했던 불씨가 조금씩 살아나는 것을 느낍니다. 예전엔 막연한 꿈이었거나, 희미하고 뿌연 안개 속 이미지로만 상상했던 그림들이 조금씩 선명해지면서 커다란 밑그림이 보이고, 이를 구체화하는 형상화 단계에 들어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용기는 말이 없고, 종종 아무도 모르게 찾아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용기 있는 행동을 하면서 자신조차 그것을 깨닫지 못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짓눌려 있던 제 용기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오려 하는 것 같습니다. 제 용기가 제 눈앞에 다시 보이기 시작합니다. 용기를 내면, 용기를 받아들이면, 언제든 다시 용기 있게 행동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더욱 용기낼 수 있는데...


때로 용기라는 것은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다른 입장을 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희생이 따르더라도 할 말을 하고, 해야 할 행동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 주변 사람은 안 그러더라도 자기가 한 맹세나 원칙대로 사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주변에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써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인생은 혼자 걸어가는 것, 나의 다리를 움직여 나의 길을 걸어가게 하는 건 나의 의지이고, 나의 길은 나 자신만이 만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그야말로 혼자 걷는, 힘들고 외로운 길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언제까지 용기 낼 수 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좌절에 대해 침착하게 살아가야겠다는 굳은 의지와 더불어, 위험과 실패가 닥친다 하더라도 이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순간, 예상치 못한 순간을 이겨내려면 반드시 용기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의 저자, 마르틴 그레이처럼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힘, 용기란 결국에는 전보다 더욱 강해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얼 이루고 싶은지 알고 있다면, 먼저 우선순위에 관한 기준이 분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할애하고, 좀더 중요한 일에 초점을 맞춰 집중해야겠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거절하면서 미안함을 느끼는 일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의 단점 때문에 좌절하기보다는 타고난 재능과 강점을 발전시키고 최대한 활용할 것입니다. 항상 제 마음이 전하는 소리,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최선의 길을 찾겠습니다. 믿을 만한 사람들의 유익한 충고를 언제나 환영할 것이며 소중히 잘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들의 진심에도 마음을 다해 귀 기울이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살아가는 내내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도 평생 배우며 살 것입니다. 배움은 제게 자신감과 방향성을 찾게 해주었습니다. 제 힘의 근원이자 발견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공부하고 노력하게 되고, 그래서 수집하고, 읽고, 보고, 질문하고, 만들고, 쓰면서 저의 지적 배고픔을 채워가다 보면 그 과정이 바로 저의 행복이라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저를 성장시켜갈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평생토록 배움을 사랑하는 애티튜드를 지니며 살겠습니다. 앞으로 더욱 용기 내며 살겠습니다. 저의 재능과 강점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제 안에 있는 가장 순도 높고 건강한 에너지를 찾아 저의 꿈을 이루는데 쏟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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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산
2009.07.06 12:05:40 *.17.70.3
혜향 홧팅^^!!!! Go~~Go~~Go~~ *^^* You have my resp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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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6 15:32:00 *.246.196.63
언니의 목소리가 잔잔히 들려오는 글이에요
순도 100% 혜향으로 거듭나서 그 아름다운 향기 세상에 고이고이 퍼트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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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7 02:18:43 *.233.20.240
캬아~ 정말 뉘집 따님이신지, 참으로 야무집니다~ ㅎㅎ
믿어. 믿는다고. 아니 믿음이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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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8 01:35:45 *.178.155.91
희산 언니~, 숙인 동상~, 수희향 언니~.
모두모두 땅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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