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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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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2일 11시 49분 등록

 

인간의 모든 불행은 방안에 가만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시작된다”-파스칼

오쇼도 지적하듯이 어떤 수행자는 자신이 말할 때도 이유 없이 잔디를 뜯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 이유 없이 무의식적으로 내 손은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냥 끄적거리는 것이 왠지 뭔가를 한다는 착각을 주기도 하고 긴장을 풀어주기도 한다.

새로운 고객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도 내 손은 가만히 있지를 못하다. 커피잔을 이리 들었다 저리 들었다, 어색한지 턱을 바치다가 팔짱을 끼는 자세에 이르러서 상대방의 얘기에 집중할 수 있다. 뭔가 내 손은 분주해야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다 집에 들어와 소파에 누을 때면 긴장은 조금 풀어지고 손도 내 배위에서 숨을 쉰다.

소파는 도심에서 삶의 긴장을 이완시켜주는 1평의 공간이다.

소파에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며 누워있는 것! 그것은 낙원이다.

모든 신장의 기능들은 멈춘 듯 고요하고 그럴 때면 미뤄두었던 내 생각들이 떠오른다.

지금 사는 삶은 재미있나? 가족들과 어디로 놀러 갈까? 미국에 간 후배는 공부 잘 하고 있나? 환율문제로 고생할텐데..라는 생각에 까지 미치면 맥주 한잔이 간절하게 생각난다.

신나게 외쳐본다. “여부 맥주한잔에 오징어 오케이?” 그러면 소파는 이제 대화의 공간이 된다. 사소하지만 얘기 하기 어려웠던 때로는 미안한 감정들을 이 1평도 안되는 소파라는 공간에서 풀곤 한다. 서로 긴장을 풀어서인지 대화가 잘 된다. 잘 되는 이유는 아마도 이완되었기 때문에 맘속 깊은 곳에서 긍정적인 마음이 솟아 올랐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긴장을 푼 채 귀찮은 벌레나 따가운 식물도 없는 초원에 두팔을 배고 누워 몽롱한 눈길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것 이것이 낙원의 느낌이다.

 

우리는 여가활동을 하면서 긴장을 풀어보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선 그 여가 마져도 긴장의 연속이기도 하다.

마치 내 손이 뭔가를 찾아 계속 헤매어 다니듯, 편안한 여유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가까운 호수공원에 갈라치면 그래도 사람들을 의식해서 예쁜 츄리닝에 꼭 운동화를 착용해서 분위기를 맞춰야 하고, 내 아내도 남들이 볼까 제 자식 옷을 고르는데 정신이 없다.

야 아직도 못 골랐어? “

몰라! 옷이 너무 없어! “

그냥 대충 입혀~!”

대충 입힐 것도 없다니까! 우리 우진이 옷 좀 사야겠다! “

아이 정말! 그냥 대충 하면 안돼~! “

옷이나 사주고 얘기해~! “

이제 약이 오른 나는 공원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에 싸여 한참을 망설이기도 한다.

뭔가 공원에 가면 뛰어야 할 것 같고, 김밥같이 먹거리를 싸들고 가야 할 것 같고, 돗자리 펼 때가 없으면 짜증이 나기도 하는 것에 익숙하다.

특히 스포츠는 달콤한 휴식을 정당하게 해주는 피곤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한다는 단 하나의 목적에 기여할 뿐이다. 달콤한 휴식의 가장 완성된 형태는 소파에 있다.

게으름을 피우고 빈둥거리고 싶은 인간의 욕구는 너무도 자연스러운데, 이를 설명하고 정당화해야 한다는 건 이 시대의 위대한 미스터리이다. 따스함, 부드러움, 편안함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본능 아닌가.

오쇼는 롤스로이스 속에 앉아 있을 때 충분히 명상적이라고 하는데 소달구지에 앉아 있을 때는 명상적이 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한다. 오쇼의 말처럼 부유해야 명상을 잘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이런 뜻 아닐까!

 

난 쇼파에 누워 잊을 때 내 자신을 찾는다.

물론 와이프의 따가운 게으름에 대한 눈총을 피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내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곤 한다.

남을 의식하지 않아서 좋고, 우선 내 몸이 편해져서 좋고, 가까운데 먹거리가 있어서 안심이고, 집착도 아쉬움도 없는 상태 그것이 쇼파의 공간에서 이뤄진다.

 

꽉 막힌 도로를 저주하며 달리다가 답답한 마음에 음악을 틀기도 하고, 휘트니스 클럽에서 이를 악물도 달리고 또 쇼핑을 한답시고 쇼핑센터를 휘젓고 다니다가 지친 내 몸은 할일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채 지쳐가기도 한다.

우리가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느낄 때 소파는 이렇게 말한다.

이봐 친구! 긴장은 몸이 먼저 편안해야 풀리는 거야~ 이리 와 누워서 나랑 노가리나 까자구!”

 

이렇게 내 명상은 시작된다.

정말로 명상적인 사람은 장난스럽게. 그에게 있어 삶은 재미이다. 그에게 삶은 하나의 놀이이다. 그는 삶을 엄청나게 즐긴다. 그는 심각하지 않다. 그는 이완되어 있다.” 오쇼 라즈니쉬

그리고 그런 본능을 충족시키는 데 소파만큼 편안한 공간이 내 주위에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IP *.216.130.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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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2 14:17:42 *.12.130.72
아... 그렇구나. 쇼파는 그런 의미였구나...
쇼파에 '이완의 철학'을 이미 담아두었구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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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3 17:44:15 *.12.130.120
어! 그거 디기 조타!!
"난 누군가에게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소파가 되본 적이 있는가!"

우와...
음... 글고보니까 난 늘 누군가가 나의 소파가 되어주길 바랬던 것 같아.
내가 누군가의 소파가 될 생각은...글쎄... 별로 격에 없네.... ^^:::
음... 아주 좋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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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6.23 16:34:40 *.216.130.188
그거 아세요~
난 누군가에게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소파가 되본적이 있는가!
내 편한것만 생각하는 나는 이기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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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9.06.23 06:56:02 *.160.33.149

소파같은 글이구나. 

"가까운 호수공원에 갈라치면 그래도 사람들을 의식해서 예쁜 츄리닝에
 꼭 운동화를 착용해서 분위기를 맞춰야 하고,"   ---->  철아, 면접 복장이 생각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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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6.26 10:10:52 *.126.231.194
전 자유를 찾아 왔다가
자유에도 절차와 방법이 있다는 것을 늦게 깨달았죠^^
적어도 츄리닝은 아니었던 거죠^^ 거기에 화려한 퓨마 운동화까지~
ㅎㅎㅎ 여하튼 선배님도 잘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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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갔던 선배
2009.06.26 02:04:50 *.71.76.251
철이를 처음 보고중국집 철가방 면접 가려다 잘 못 온  줄 알았다.
썬배가 말해줬지. 연미복에 보타이가 연구원 기본차림이라고.
잘하고 있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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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6.23 16:36:04 *.216.130.188
ㅎㅎㅎㅎ
면접때 그 츄리닝 이젠 쑥스러워서 못 입어요.
생각해보니 왜 그때 그 츄리닝을 입고 갔는지 그 신발에
얼굴 화끈거립니다.
난 참 엉뚱해~ 철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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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야
2009.06.23 09:47:15 *.12.21.21
재밌다. 한참 웃었다. 소파위에서 뒹구는 네 모습이 훤해서... 패션감각 뛰어난 두 사람의 일상이 보여서. ㅋㅋ 당연 따라오는건 아내의 따가운 시선과 잔소리지. 아내의 그 마음 십분 이해간다. ㅋ

나중에 네가 소파 디자이너가 되어 소파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 할때 이 이야기를 하렴.
그 어떤 있어보이는 말보다 깊이 와 닿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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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6.23 16:38:15 *.216.130.188
언젠가는 내가 디자인한 소파를
누나가 즐겨 애용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내고 말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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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3 15:32:44 *.118.47.142
철아~
소파에서.. 배 튕기며.. 수다떨며.. 나뒹구는 너의 모습이.. 선~하다.ㅋㅋ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철이의 미래의 꿈인.. 훌륭한 소파 디자이너..아티스트가 되려면..
소파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야 겠지..

음..흠.. 이것말고.. 소파에서..뭔가 더? 있을거이 같은데?
지난번 태국 출신 디자이너 누구라고 했지? ㅋㅋ
뭐라구?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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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산
2009.06.23 16:29:11 *.216.130.188
스테파노 조입니다.
그런데 태국출신 디자이너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한국인 조용득사장입니다.
한국에서 디자인을 배우고 태국에서 단돈 8만원으로 시작해서
전세계 55개국에 최고급의 소파를 공급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죠.
그런데 소파의 질은 가죽과 내구성 강한 나무가 중요한데
조용득 사장 회사의 경쟁력은 이 부분에서 뛰어나죠.
지리적 여건으로 태국은 최적이라고 할 수 있구요.
올 겨울쯤에 만나뵙고 다음편으로 소개해 볼까 합니다^^
아마 사업얘기를 하고 올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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