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수희향
  • 조회 수 4058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09년 6월 25일 12시 45분 등록

내가 부모님께서 내 삶을 대신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것이 아마 대학교를 떨어졌을 때였던 것 같다. 그 때까지는 그저 부모님께서 그리고 선생님들께서 일러주시고 인도해 주시는데로만 살면 되는 줄 알았다. 세상은 그냥 그렇게 사는 건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대학 입시에서 떨어지자 갑자기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막막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어라? 이건 뭐지? 그 분들이 해줄 수 없는 게 있네. 뭐야. 그럼 난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 때 난 처음으로 부모님께 어차피 내 힘으로 살아야 할 거면 내 뜻대로 하게 내버려두지 왜 그랬냐고 물었고, 어안이 벙벙했던 부모님은 왜 네 힘만으로만 살아야 하느냐고 내 말이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지금 생각하면 피식~하고 웃음이 흘러나올 정도로 오래 전의 이야기이지만, 아마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나만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요즘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식들의 인생에 엄청난 책임이 있는 것처럼 행동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너무도 강한 책임 의식에, 자식들 인생에 마치 어떤 권리가 있는 것처럼, 그들의 삶을 인도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어떤 관점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무슨 대학을 나오고 어떤 과목이 전공인지가 중요할 수 있다. 많은 구성원들이 이룩한 사회적 관습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돈이란 것이 너무 없어도 결국 돈의 위력 앞에 노예가 될 수 밖에 없고, 돈을 너무 쫓아도 그 권력 앞에 무릎 꿇을 수 밖에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아이들 각자가 타고 태어난 고유의 재능은 어떨까? 어쩌면 나의 두터운 사회적 관습의 벽이 우리 아이들의 찬란한 재능을 행여나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아이들의 뛰는 가슴은 또 어떨까? 내 아이가 가슴 뛰는 열정으로 살아가고픈 열정의 길을 내가 단 몇 푼의 돈으로 측정한 엉뚱한 길로 그 아이를 인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 아이는 자신의 길에서 행복과 성공 모두를 거머쥘 수도 있을 터인데 말이다.

 

나는 진정 행복 측정기같은 것이 있다면, 이 땅 위에 사는 소위 부모님들이 그리도 바랬던 직업군을 가진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측정해보고 싶다. 부모님들이 자신들의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순히 육체적으로 안락한 삶이 아닌 저 밑바닥에서부터 느껴지는 생명력 넘치는 삶. 거기에서부터 오는 가슴 충만한 행복감이 아닐까…? 사실 누구보다 자식들의 행복을 가장 바라는 분들이 그분들일 텐데 말이다.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음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당신들 또한 애타게 열망한 적이 분명 있을 터인데 말이다.

 

내 삶의 지도는 내가 그리고 싶다.

 

부모님들, 선생님들 그리고 사회는 내게 동서남북이 어딘지를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정글에서 맹수들을 만나면 어떻게 대치하면 되는지를 일러주시면 감사하다. 하지만 당신들이 나를 위해 길을 닦고 산을 오르는 지름길로 인도하려 애쓰지는 않으셔도 된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나는 사랑하는 동료들과 여행을 떠나게 된다. 길동무들과 함께 하는 여행 말이다. 가슴 설레게 여행을 기다리는 건, 아마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곳들이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일 게다. 그리고 낯선 이들과 뒤죽박죽 뒤엉킨 관광이 아닌 사랑하는 일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 기다려지는 건, 그 시간들을 통해 우리는 더 많이 나누고, 더 깊이 다가설 것임을 떠나기 전부터 감지하고 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만의 체험과 느낌 그리고 생각을 담아 돌아올 것이다. 함께하여 든든하고 행복하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지도를 만드는 일. 그것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의 참다운 기쁨이고, 삶의 기쁨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을까…?

 

인도의 명상가 오쇼 라즈니쉬는 살아 생전 그가 행한 기이한 행적 때문에 섹스 그루혹은 롤스로이스 그루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 스스로도 말했듯이 진리에 이르는 방편은 112가지도 넘고 많은 현자들이 계속해서 더 많은 요법들을 시대에 맞춰 세상에 내놓고 있다. 중요한 건, 달이지 그가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다. 만약 그가 걸어간 길이 내게 적합하지 않다면 내게 맞는 길을 찾으면 될 것이다. 그의 행적 중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그가 가리킨 달마저 외면할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난 나만의 지도를 그려나갈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내가 배웠던 것들을 나의 지난 날들을 버리지도 않을 것이다. 부모님께서 내 안에 심어주신 생각들, 사회가 내게 요구했던 사항들 그리고 최근에 읽은 오쇼 라즈니쉬의 책까지. 이 모든 것들을 끌어안고 거기서부터 나만의 지도를 그려내고 싶다.

 

그 지도는 분명 나의 지도이지만 결코 혼자만의 지도는 아닐 것이다. 간절함으로 맞닿은 소중한 인연들이 함께 하는 지도일 게다. 우린 끊임없이 서로의 지도를 살펴봐주며 서로가 길을 잃지 않도록 손을 잡아줄 게다. 가끔은 서로의 지도에 휴식처도 그려 넣어주면서 말이다.

 

이번 여행처럼 <따로또같이> 그런 나만의 지도를 그리고 싶다. 이것이야말로 이 땅 위의 수 많은 딸들이 당신들의 존재조차 희미하도록 자식들만을 위해 살아오신 수 많은 어머니들의 삶까지 끌어안는 우리들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내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을 크로아티아 여행. 그 시간들을 가만히 불러본다

IP *.204.150.185

프로필 이미지
차칸양
2009.06.25 17:59:57 *.122.143.214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크시군요.
하지만 그 기대.....


지금보다 더 많이 하셔도 좋습니다... ^^;
평생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될 겁니다.
제가 보증합니다.
아니면 소은(단경)님한테 환불해달라고 하세요. ㅋㅋ

'따로또같이' 참 좋은 말이죠?
이번 여행이 그럴겁니다.
혼자 만의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있을 것이고,
같이 즐겁다 못해 목청이 터져라 웃을 수 있는 시간도 있을 겁니다.
자신을 다시한번 돌아 보시고, 동료들을 새로운 마음으로 안아 보세요.

이번 여행으로 평생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게 될 겁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니 더욱 더 기대되시죠? ^^;

참고로, 저는 못가서 가슴이 아픕니다.... 흑....
프로필 이미지
2009.06.26 00:10:46 *.233.20.223
두번째 줄에서 숨 들이셨슴다! ㅋㅋㅋ

네. 그전엔 몰랐는데 "따로또같이"란 말이 요즘은 제게 깊숙히 박힌 말들 중에 하나가 되었어요.
역시 사람은 무엇이듯 자신이 체험하고 공감할 때, 그 때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넹~~ 제가 선배님들 말쌈을 전적으로 믿기에 더 기대되는돼요~ ㅎㅎ

그러게요!! 선배니이임~~~ 지금이라도 일정 조절하시어서 항께 가요!!!
저도 동료들뿐만 아니라 좀 더 많은 선배님들께서 함께 하셔서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고 엄청 바랬었거든요~~~

선배마마. 통촉해주시옵소서~~~~ ^^**
프로필 이미지
정야
2009.06.26 06:39:12 *.12.21.21
그래. 언니. 엄청 즐거운 여행이 될것 같애. 이런 기회는 두번 주어지지 않을 듯. ^^
프로필 이미지
2009.06.26 10:20:10 *.233.20.180
엉, 춘희야. 엄청 즐겁고도 엄청 뜻깊은, 머 정말 잊지 못할 시간 아닐까 싶어.
재우 선배 말처럼 평생 함께 갈 동료들과의 유대가 더욱 깊어진다니, 그게 젤 가슴 벅찬 것 같기도 하고.
무튼 좋아~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