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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15일 12시 09분 등록



1. 편지로 마음을 나누다

18년 간의 유배 생활 동안 끊임없이 가족들에게 편지를 써 보냈던 다산 정약용 선생,
힘든 상황 속에서도 동생 테오와 영혼의 편지를 나누었던 빈센트 반 고흐,
결혼 6개월 만에 남편을 감옥에 보내고 13년 동안 편지로 그를 응원해온 한명숙 전 총리,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힘들고 긴 시간을 버티고, 성장할 수 있게 해준 것은 편지였다.
인상적이었던 이유?
나에게도 기억에 남는 서신 교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학가버린 엄마와 5년 동안 오고간 수많은 국제우편들.
얼마 전 엄마에게 내가 부친 편지를 모아놓은 것을 달라고 해서 내가 가지고 있다.
엄마가 보내온 편지를 소중하게 보관한 것은 물론이고.
견디기 힘들었던 그 시간에, 마음이 답답할 때면 써내려가 엄마에게 보냈던 그 편지들이
그 시간을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

최근에는,
소울 메이트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친구와의 이메일 교환이 그런 역할을 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미국유학, 그리고 기자라는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성취해낸 그 자리가 요구하는 힘든 생활을, 가치관의 혼돈을, 그 많은 젊음의 고민을
모두 터놓고 써내려가며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그녀와의 편지였다.
그녀의 박사학위 취득이 멀지 않아, 이 시간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기간 역시 내 인생의 중요한 의미였음에 틀림없다.

앞으로 나는,
어렵다면 편지부터 써 보겠다.
화나면 편지를 쓰겠다.
글로써 내 마음을 푸는 것만이
나를 온전히 치유할 수 있다고 굳게 믿어 보겠다.

 

 

 

2. 빈 무덤에서 새로 시작하기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시신은 아마포에 싸여 동굴에 안치되었다.
돌아가시고 사흘이 되던 날,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무덤에 찾아가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그녀는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하면서 울부짖었다.

거룩한 독서, 즉 렉시오 디비나에 관심이 많은 신부님의 지도 아래 신학교 성당에서 첫 관상기도를 했을 때,
바로 이 장면에서 나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되었다.
눈 앞에 생생하게 장면이 그려졌으며,
이후에도 사랑하는 이의 무덤이 없어져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는
안타깝고 절절한 꿈을 종종 꾸곤 했다.

나에게는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모든 지위의 박탈,
아니 극한에 내몰린 그 상황이 바로 이 빈 무덤이다.

태어나면서 유복했던 것은 행운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한순간 박탈당했을 때의 불행은 배가되었다.
나는 다시 출발선에 서기를 요청받았다.
네 인생, 제로 베이스에서, 네 힘으로 다시 일으켜 성취해 나가 보라는 그 요구.

‘이 자리에 집을 짓고 저희와 평생 함께 하자’던 베드로를 비롯한 수많은 제자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예수님을 증거하는 사람들로 탈바꿈한 것은
죽음으로 새 희망을 일구어낸 놀라운 힘이었다.

또 물리적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그 과정의 가르침.
내가 사랑했던 아빠, 그리고 예수님이 항상 나를 지켜보고 도와주시며
진리가 중요한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나마 알려준 그 가르침.

나는 늘 하나도 없이 새로 시작했을 때의 그 절박함을 기억하려 한다.
어떤 때는 그때도 이렇게 해냈는데 하며 자신감이 들기도,
그때로는 정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초조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출발선으로 다시 돌아가 시작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두둑한 배짱만은 가져가려 한다.




3.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에서 소명을 발견하다

버지니아 울프는
자전적 소설인 <자기만의 방>에서 밝혔듯
케임브릿지 대학 도서관에서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출입을 제지당한 뒤
잘 가꾸어진 아름다운 정원 잔디 밭에 앉아
‘셰익스피어에게 그의 재능을 능가하는 여동생이 있었다면?’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답은, 여자들에게 자기만의 방과 일정한 수입이 없으면 여성이 글을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비주류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뼈저리게 깨우친 그녀는,
이후 30년 간 오직 글로써 남성중심사회와 싸웠다.

글로만 이야기해왔지만,
그녀는 오늘날 페미니스트들이 제기하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안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는 주류에 속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방대한 서재를 통해 지식을 축적했고
오빠의 소개로 블룸즈버리 그룹에 들어가 당대 유력 지식인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에서만 만족했더라면?
오늘날 수많은 여성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자신의 비주류된 입장을 각성하고
고심에 고심을 통해 그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설득력있는 어조로 이를 풀어내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IP *.10.17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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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7 12:49:49 *.204.150.153
아인이에게.
지금쯤 호주에 도착했겠지? 거긴 넓은 땅이니까 가슴 트이는 느낌을 받고 오면 좋겠다.
내가 옛날에 그 곳에서 느꼈던 그런 거 말이야.

아인아. 이거 정야하고 혜향이한테는 비밀인데
나 서울 시시터즈 탈퇴하고 너랑 조용한 듀엣할깡? ㅋㅋ
갸들한테는 절대 비밀이당! 갸들이 알면 엄청 시끄럽게 난동 (?) 부릴지도 몰라. ㅋㅋㅋ

사부님도 말씀하셨지만, 우리... 쫌 닮았어. 그지...?
아인이가 서울가서 문자보내줘서 이 언니야 참 기뻤어.
답 보냈는데 받았지...?

호주 잘 다녀오고, 한국 오면 우리 함 만나자...
사랑한다, 아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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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야
2009.06.17 21:54:37 *.12.21.21
언니!! 뭐야..뭐야~~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서울시스터즈 탈퇴는 절대 안돼. 있을 수 없어...
한가지 제안한다면 아인이랑 조용한 듀엣도 성공적일듯 하니 양다리 허락할께.
이것도 불확! 혜향에게 물어 봐야는 거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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