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백산
  • 조회 수 2959
  • 댓글 수 7
  • 추천 수 0
2009년 6월 22일 06시 24분 등록

내가,  전에 그랬었다.

1

 

그녀가 

내 삶의 밖으로 사라져 버린 날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

비켜갈 곳 없는 비난과 갈채 사이에서

 

나는

사랑할 줄 몰랐다.

 

비켜갈 곳 없는 외나무 다리 위에서 

 

나는

사랑할 줄 몰랐다.

 

비켜갈 곳 없는  없는 모랫벌 위에서

 

나는

사랑할 줄 몰랐다.

나는
그렇게 멍 하니 서 있었다.

 

나는
그저
두렵고,
물러설 곳도 없고

가리울 줄도 몰라서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

2

 
세월이 가고

갈증이 나는 밤,

다시 그녀가 돌아 올 수 없음을
알고 난 뒤에서야

 

내가 사랑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얼굴이었고

그녀의  몸매였으며

그녀의 따뜻한 젖가슴과

깊고 은밀한 몸짓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내가 사랑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의 탐욕과

나의 자존과

나의 야심을 채워주는

 


눈과 손과 몸에
닿는 그녀였었다.

 

나는, 

사랑한다고 말했었다.

 


3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말없이 웃었다.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냥,

깊은 눈으로 나를 오래 바라보며

문득 문득 바라보는 내가
그 눈 속에  살게 했었다.

 

그녀는

단지 내 얼굴에 손을 얹고

나의 가슴에 귀를 대고

내 곁에 달라 붙어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는 커녕 듣지도  못했다.

 

 

4

 

그녀가 떠나고 난 뒤에서야

나는 알았다.

그녀가 셀 수 없이 많이
사랑한다고 내게 말했다는 것을

 

내가 사랑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이어서

그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

나는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내가 전하고자 했던 것이

말이 아니었음에도

나  또한  그녀가 전해 준 것을

알지 못했다.

 

 

5

 

이제는

 

어떤 비난과 갈채 사이에서

비켜갈 곳 없는 외나무 다리 위에서도 

도망쳐 숨을 곳 없는 모랫벌 위에서

 

나는

두려워하지도, 물러서지도

가리지도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게
사랑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은 약속이 아니고
의무도 책임도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사랑은
그냥 마음속에 일어나는
그 무엇으로도 어쩔 수 없는 감정이다.


----------------------------------------------
오쇼의 자서전을 읽는 도중에 
갑자기 이 글을 ....  
 
써놓고 보니 후회같기도 하고
반성같기도 하고 ^^ 

아직 철이 덜 든 것 같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배우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다.


지난 날에는
내가 행하려고 했던 것은
나의 진실이 옳다고 증명하려 했던 것이었다.
 
어리석게도


진실은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과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을  혼동하다가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되었고... 


이젠, 
 누구든  편안한 가슴으로  꼭 끌어 안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아마, 
오쇼가 웃겠지...  

나도 웃어야지 
즐겁고 행복하니까 ... 

 

 

IP *.131.127.100

프로필 이미지
부지깽이
2009.06.22 14:52:38 *.160.33.149


백산아,  첫 책으로 시집을 내려느냐 ?  

 

프로필 이미지
백산
2009.06.22 17:29:14 *.94.31.27
스승님!

저는 죽어도 책을 쓸겁니다
아,,, 지금 생각났는데요...
책 사이에 한 두 편 쓰면 안될까요... .

제가 아는 시는 이런 것이 아니고...
있잖습니까..
폼나고 그럴듯하고... ㅎㅏ... 한.
$#^&**)(*^((

비몽 사몽중에 
오쇼와  뭐라고 중얼거리며 한바탕하고 있는데...
길은 내안에 있고...  먼저 털어내야 ...어찌고 저찌고...
이틀간... 계속 밤을, 재꼇더니 지금.... 조금 제정신이 아닙니다.
 
프로필 이미지
혁산
2009.06.23 00:19:25 *.126.231.194
형님의 시의 주제는 역시 경험이군요.
그래서 사실보다 진실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해 보입니다.
특히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면 세상이 달리 보이니
이것참 모르는게 약이겠죠?
프로필 이미지
2009.06.23 08:20:16 *.204.150.130
오빠의 시는 진정성이 물씬 베어 있어서 좋아.
오빠가 그러하듯이.
그래서 오빠의 말처럼 오빠가 말은 어눌하게 해도
우리 모두 공감하는 것 같아...

참. 이번 북리뷰는 절~~대 어눌하지 않았어! ^^
프로필 이미지
2009.06.23 14:51:12 *.118.47.142
백산 오라버니~

저도.. 언제나.. 늘.. 저를 조금 더 사랑하자~고 생각했었죠.
그것이 저를 지키는 힘이라고..

아무리 비몽사몽이라 하셔도..
어떤 형식으로 표현하신다 해도..
오라버니의 글에는.. 말씀에는.. 진실이.. 진정성이.. 느껴져여~~^^
프로필 이미지
안나푸르나 성은
2009.06.28 07:59:53 *.150.205.13
벌써 눈빛은 시에 가 있네요....
예전에도 마음을 전할 때는 긴 문장의 글보다는
짧지만 자유롭고 진정성이 베어있는 시를 써서 올리셨잖아요.
거기엔 평소의 길고 난해한 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오라버니가 전하려는 마음의 정수를 발견하곤 했어요.
읽는 사람도 쉽게 그 마음을 알지 않던가요?
오라버니는 단아하고 짧은 듯,,,
시 몇수 날리는 것이 어울려요...ㅋㅋ

시를 쓰고 싶어하는 그 마음을 보셨나요?
몸이 반응한 것은 벌써 오래전인듯....
프로필 이미지
백산
2009.06.28 13:33:43 *.131.127.100

성은,
나의 우상,,,  프로페셔날 성은,
7월이 가기전에 한 번 만나자... 꿈 두레 들..^^ 보고 싶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72 글을 쓴다는 것 [12] 혜향 2009.06.22 2834
1071 내 자신이 되기, 자유와 사랑 안에서… [6] 희산 장성우 2009.06.22 6663
» 내가 전에 그랬었다. [7] 백산 2009.06.22 2959
1069 칼럼 10 - 내게 닿아있는 역사 -6월 오프 [2] 범해 좌경숙 2009.06.22 2993
1068 [12] <오쇼 라즈니쉬>를 읽고 - [사부님께 드리는 하얀 편지] [10] 수희향 2009.06.22 2895
1067 훈련된 무의식 [6] 書元 이승호 2009.06.22 3470
1066 삶의 여행법 [5] 예원 2009.06.21 3049
1065 6월 오프라인 과제 [3] 김홍영 2009.06.18 2835
1064 비단길과 함께하는 나의 역사 [1] 혜향 2009.06.18 3721
1063 [6월 과제] 역사적 사건과 내 안의 형상화 [1] 숙인 2009.06.17 3414
1062 이상한 반 아이들 11 - 맨땅에 해딩하기 [5] 홍스 2009.06.17 3452
1061 [6월 오프수업 과제 - 마징가 제트 합체!] [10] 수희향 2009.06.17 3376
1060 나는 왜 소심에 대해 쓰려 하는가 [13] 양재우 2009.06.17 3101
1059 (42) 나의 아버지는 유쾌한 택시 운전사 [8] 지희 2009.06.17 3434
1058 6월오프수업 과제 - 내 삶을 밝혀 줄 역사적 사건들 [2] 정야 2009.06.16 2960
1057 역사속의 위대한 나를 꿈꾸며 - 오프라인 수업과제 [2] 혁산 2009.06.16 2930
1056 역사 속의 나와 미래 속의 나 [2] 백산 2009.06.16 3120
1055 6월 오프라인 수업 과제 [1] 書元 이승호 2009.06.15 2698
1054 6월 과제: 역사와 나 [2] 예원 2009.06.15 2796
1053 <17시간 30분 릴레이 수업- 우리들의 두 번째 이야기> [25] 수희향 2009.06.14 2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