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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3일 05시 23분 등록


Q&A

 

자신의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내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흔들림없이 강건하게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우연에 기대어, 그때 그때 직관으로 선택하며 여기까지 왔다.

 

봄바람을 설립하기 전에 하던 일에 대해 설명해달라.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색과 디자인에 예민했다. 대학다닐 때는 에밀레(보컬) 동아리에서 노래하며 공연 홍보물을 기획하고 만들고 인쇄하는 일을 도맡아했다. 심지어는 무대 디자인까지 했다. 대학 4학년 때는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임마꿀라다 수녀님이 만드는 영상 선교 다큐멘터리물들의 시나리오를 썼다. 일을 제법 잘 했는지 졸업해도 센터에 남아 일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92년 봄 졸업하자마자 막 창간하는 교수신문에 취직했다. 그 동안 해온 일들이 신문 만드는 일에 모두 유용하게 쓰였다. 초창기라서 A에서 Z까지 모든 걸 주인의식을 가지고 해야 했다. 그래서 많은 걸 배웠다. 4년을 일하고 나니 변화가 필요했다. 그때 마침 제일기획 PR 출판팀 경력사원 모집에 선배가 추천을 해 입사하게 되었다. IMF 전이어서 아이디어를 마음껏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클라이언트들이 많았다. 2000년 막 바람이 불기 시작한 인터넷 붐을 타고 사내에 인터넷본부가 생겼다. 출판팀에서는 이제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 즈음이어서 팀장님께 인터넷 본부에서 일하고 싶다는 진언을 했고, 운좋게도 받아들여졌다. 회사의 대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인터넷 CF라는 새 장르를 개척하고 붐을 일으켰다. 열정을 불태우며 이번에도 새롭게 시작하는 미지의 영역, 선배도 롤 모델도 없는 일들을 열심히 했다. 밤샘 작업을 하면서도 예측은 할 수 없지만 흥분과 기대를 주는 일,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일이 얼마나 좋던지…. 그러나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하루 아침에 방대하던 팀이 대폭 축소되었다. 한 달 미국 연수를 계기로 8년 일해온 제일기획을 별 고민없이 떠났다. 자유롭고 행복했다. 미국에 있는 동안 스트레스 살이 빠지고 예뻐졌다. 스스로 더 생생해져서 돌아왔고, 다시 일이 하고 싶어질 무렵 막 시작하는 비욘드 마케팅 그룹에 합류했다.  

 

봄바람은 어떤 회사인가?

어떤 일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컨셉을 어떻게 잡느냐하는 것이다. 컨셉이 잡히면 그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를 정할 수 있다. 그러니까 봄바람은 어떤 방향(컨셉)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콘텐츠), 고객과 어떻게(미디어) 만날 것인가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컨셉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롤이고, 컨셉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절한 이야기(콘텐트)를 구성하고, 각각의 경우에 따라 최적의 미디어(오프라인 책이든, 온라인 사이트이든, 광고든, 전시든 미디어는 다양하게 분화될 수 있다)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봄바람은 사람을 소중히 하는 회사다. 밖으로는 견고한 파트너십과, 안으로는 가족같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차별적인 내외 인력관리의 노하우나 원칙이 있다면

 함께 일하는 사람을 도구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같은 꿈을 꾸며 성장하는

파트너이자 동반자로 생각한다. 그래서 직장 내에서는 직원이든 파트너든 위계적인

직함보다는 각자의 개성을 잘 표현해주는 닉네임으로 부른다. 매년 상하반기마다 각자 개인적인 목표와 꿈을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개인의 꿈과 회사의 꿈이 시너지를 내며 성취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가령 어린이 그림책이나 동화에 관심이 많은 직원의 경우, 회사에서 진행하는 어린이 전시회를 담당하게 하여 그가 어린이 콘텐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회사 역시 정말 하고 싶은 사람이 일을 진행하면 일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 그 밖에도 직원들 모두 각자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전문 콘텐츠 하나씩은 갖도록 지원한다. 봄바람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회사다. 각자 원하는 분야의 콘텐츠 전문가로도 인정받기를 바란다. 동시에 회사에서 다양한 영역을 다룰 수 있도록 책임을 부여하려 한다. 회사와 직원의 꿈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이 발전하면 한쪽도 발전할 수 있는 공존의 관계이다.   

 

봄바람 만의 특별한 문화가 있다면

대부분의 직장은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아웃풋만을 요구한다. 특히 기획을 하는 경우에는 아웃풋만 쥐어짜면, 어느 선에 가서는 지쳐 떨어지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인풋이 그만큼 중요하다. 우리 같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감성이 매우 중요하다. 긍정적인 에너지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문화적인 경험을 많이 하면 그만큼 신선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기분전환과 휴식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즐겁게 일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홀수달에는 컬처데이를 통해 그 시점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문화행사를 찾아 함께 경험하고 멋진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서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기분을 전환한다. 짝수달에는 각자 관심분야에 대해 공부한 것이나 여행의 단상들을 공유하고평소 만나고 싶었던 외부전문가들을 초청해서 특강을 한다. 프리젠테이션을 할 기회가 거의 없는 막내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프리젠테이션 연습도 되니까 일석이조다.

 

회사의 자체 브랜드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봄바람 구성원들의 열망과 꿈이 회사의 브랜드가 된다고 생각한다. 구성원 각자의 꿈을 확인하고,  씨앗을 바탕으로 어떻게 공통의 꿈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그러기 위해서 격의 없이 자주 대화를 나눈다. 면담을 할 때는 회사 회의실보다는 홍대 주변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차를 한 잔 나누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하는 걸 좋아한다. 현재 구체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위해 노력하는 일은2007년 금호미술관에서 진행했던 i-design(어린이 감정디자인전) 두 번째 전시를 준비하고 있고, 봄바람 출판 브랜드인 <도서출판 이야기나무>의 단행본 출간을 위한 기획작업을 하고 있다. 홍대앞 디자인 전문 갤러리인 <더 갤러리>와 함께 흥미로운 디자인 전시 작업도 연간 기획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아직 비밀이지만, 봄바람의 문화를 보다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는 <봄바람 살롱>같은 공간을 마련하는 꿈도 꾸고 있다.  

 

그 동안 가장 보람있는 성과라면

(창업 후 가장 감동적인 장면과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가장 힘들었던 때는 창업하고 회사가 막 자리를 잡아가는 중요한 시기에 동업자인 봄님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쓰러져 함께 일하지 못하던  때였다. 거의 1년을 혼자서 꾸려 나가느라 많이 외롭고 힘들었었다. 지금은 옛날 얘기이자 추억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몸이 힘든 것보다 서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못해 답답했었던 것 같다. 서로 잘 견디어 오늘에 이른 것이 무엇보다 감사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힘든 시간이 오히려 서로의 관계가 잘 뿌리내리도록 도와준 것 같다. 봄님과 나는 온(바람)오프(봄)라인을 아우르는 이상적인 파트너다. 그와 나는 같은 꿈을 꾸고 실현해나가는 동전 양면 같은 동료다.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지금이다. 우리가  꿈꾸었던 일들이 신기할 정도로 하나하나 현실이 되고 있다. 직원들과는 좋은 것 뿐 아니라 어려움도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도 꿈을 공유하며 마음을 열고 다가가니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귀하다.  봄바람 식구들과 함께 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창업 당시, 회사의 차별성을 어디에 두었나

즐겁게 놀면서 돈도 벌자는 생각을 했다. 일을 놀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자기 일에 대해 헛된 야망이 아니라 참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으니 신기하게도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단순히 돈벌이를 위한 직장, 직원을 도구로 생각하는 직장이 아니라, 같은 꿈을 꾸고 즐겁게 일하며 성과를 공유하는 회사, 회사가 발전할수록 직원과 외부 파트너들이 더불어 성장하는 회사, 그런 회사를 만드는 게 언제나 나의 소망이다. 그래서 매출이나 수익도 직원들과 투명하게 공유하고, 함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성심으로 노력한다. 전에 오노요코의 책을 본 적이 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에 그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었다. 참 좋았다. 나에게 직원들은 함께 꿈을 꾸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든든한 동지들이다.

 

앞으로 회사의 방향은

회사 수익 때문에 아무 일이나 닥치는대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잘 할 수 있고, 회사의 방향성에 맞는 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세팅하고, 아무리 수익이 많이 나는 일이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과 맞으면 절제할 것이다. 컨셉을 설정하고 그것을 어떤 콘텐트(이야기)와 어떤 미디어로 실행할 것인가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은 정말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것이지만, 인류와 사회에 해악을 주는 클라이언트와의 일은 결단코 할 수 없다.

 

회사 창업으로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본인이 보는 '전환'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전환의 정신이라고 생각하는가.  

전환이란, 물리적인 변화보다는 "아하~!"하는 깨달음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은결혼, 이직, 출산창업과 같은 물리적인 변화보다는 내 생각만 바꾸면 이 세상은 지금 이 순간 그대로 참 완벽하고 충만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나의 친구이자 스승이자 또 다른 나인 꿈벗들을 만나고, 내 마음의 스승을 만나고, 그 스승이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느끼려 노력한다. 이 아름다운 우주에서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아가는 나 자신과 모든 존재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소중하다.

아직은 아이처럼 더듬더듬 뭔가 삶의 진리를 알아가는 단계이지만, 앞으로 이러한 깨달음을 더욱 생생하게 체험하고 싶고, 힘든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고 싶은 좌우명은

그 동안 인생은 ''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던 것 같다. 끊임없이 자아에 집착하고 과거에 대한 기억과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힘들어하느라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을 좀더 느낄 수 있다면 이 지구상에 나에게 주어진 역할대로 아주 자연스럽고 완벽하게,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지난해 안식월 기간 동안 참여했던 동사섭 수련에서 용타스님이 주신 두 가지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하나는 일종의 기도문인데, '유정무정 유형무형 세상만물의 맑은 기운과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이다. 또 하나는, 용타스님이 당신의 저서에 서명해주신 말씀인데, 너무 좋아서 늘 마음에 담고 있다. '그냥 있으니돈망(頓忘)천국이요, 한 생각 일으키니 지족(知足)천국이요, 일터로 나아가니 신나는 구현(具現)천국이로다'. 어쩌다 백팔배를 하게 되면, 이 말을 계속 되뇌이게 된다.

 

인생의 전환을 시도하는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은

바이런 케이티의 <네 가지 질문>이라는 책이다. 꼼꼼하게 두 번 이상 읽어보고, 자기 상황에 맞춰 뒤바꾸기 연습을 해보면 언젠가 '아하!'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읽은 이들에게 거침없는 사랑과

평화를 선물해줄 거라고 믿는다.

  

동사섭 수련에서 얻은 것은

'내 인생 복습만으로 충분하고, 행복해지는 게 이렇게 쉽다니 기쁘고 신난다'.

동사섭 일반과정 첫 날에 쓴 소감문이다. 연대에서 열린 ‘영성과 코칭’ 심포지엄에서 용타스님의 강의를 듣고 무엇인가에 이끌려 저절로 참여하게 된 동사섭  5 6일 수련은 나의 ‘안식월’ 끄트머리에 만난 큰 행운이었다. 그 동안 미친 사람처럼 일했고, 칭찬과 인정을 많이 받았다. 내 꿈대로 운영할 내 회사도 얻었다. 봄님과 단 둘이 손바닥만한 사무실에서 시작했던 회사는 어느새 직원도 13명으로 늘었고 그 업계에서 명성도 얻었다. 사무실도 넓어졌고 사업도 안정되었다. 5주년 기념 전시회도 열었고 많은 사람들의 축하도 받았다. 그러나 웬일인지 충분히 기쁘지 않았다. 이 모든 게 '한 입거리 행복'밖에 안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내 존재를 떨리게 할 또 다른 차원의 행복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쩐지 일도 시들시들 재미가 없어졌다. 그런 시점에 용타스님의 한 말씀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행복의 주체는 ‘우리’다. 우리라는 개념은 심지어 무한 우주에 있는 유형, 무형, 유정, 무정의 모든 존재들을 포괄한다니 뭔가 가슴 속의 돌덩어리가 쑤욱 빠지는 느낌이었다.

 

2008년 새해 아침 블로그에 '올해는 마음을 나눌 좋은 친구 10명과 인생의 스승을 만나는 게 꿈이다'라고 썼었는데 돌아보니 그 꿈을 이루었다. 지난 한 해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한 해였다.

올 한 해도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를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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