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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 15시 49분 등록

콜라쥬090118.JPG


지난 주말, 1박 2일 모닝페이지 4기의 종료 파티가 있었습니다. 파티 프로그램 중에 콜라쥬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잡지에서 자신의 소망을 대변하는 이미지들을 오려 붙이는 작업입니다. 위 사진은 제가 만든 콜라쥬입니다. 저에게는 콜라쥬가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할 때마다 조금씩 다른 마음의 소원을 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잡지에서 어떤 이미지를 얻게 되느냐가  어느 정도 콜라쥬 작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콜라쥬를 해보세요. 아이들과 하면 더 신나고 즐겁습니다.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번 콜라쥬는 ‘페이퍼’라는 잡지 두 권만 참고로 해서 간단히 만들었습니다. 저는 원래 너무 복잡한 사람입니다. 늘 나를 다 설명하지 못해 미진해하거나, 좀 더 나를 설명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나를 알기에 이제는 의도적으로 단순함을 습관으로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러 잡지가 있었지만 일부러 그것들을 제한하고 두 권으로만 작업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심플한 콜라쥬를 보니 왠지 뿌듯합니다.

 

둥그런 것은 지구입니다. 원래 두 개의 지구가 있었고, 지구 위에 각각 남녀 한 사람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떨어진 두 사람이 외로와보였습니다. 저는 늘 소통을 중시하고 또 갈망해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을 지구 하나에 모았습니다. 그리고 서로 마주보게 하였습니다. 소통하지 못하고 외로운 개개인들을 상징하던 이 두 남녀는 그렇게 한 자리에 서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홀로 외롭게 떠있는 지구라는 행성에 어느 날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마주보고 소통을 시작하는 순간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외로운 존재가 아닙니다. 

 

지구 위에 붙인 노트북. 이것은 저의 일을 상징합니다. 저는 글을 쓰고 싶어 기존의 직업을 내려놓았습니다. 글은 언제나 제 옆에 있었습니다. 저는 쓰는 것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습니다. 이미 글쓰기는 저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읽히는 글’을 쓰는 직업적인 글쟁이가 되려고 합니다. 그래서 글쓰는 일은 앞으로 제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동차. 자동차는 저의 가장 중요한 이동수단입니다. 그러나 작년부터 저는 자동차를 조금씩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경기가 저의 그런 제한을 도와주었습니다. 저는 운동하러 동네 헬스클럽에 가면서도 차를 끌고 가던 사람이었습니다. 되도록이면 땅에 발을 내딛지 않으려고 애쓰던 사람이었습니다. 이제는 버스를 자주 타게 되었고, 버스 안에서의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려고 머리를 굴리는 재미도 되찾게 되었습니다.

 

운동화는 탈 것에 좀 덜 의지하고 앞으로 더 많이 걸으려는 저의 의지를 반영합니다. 저는 될 수 있는 대로 운동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려고 합니다. 일전에 정말 오랜만에 이대 앞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리니 엄청난 높이의 에스컬레이터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처음 이 에스컬레이터가 생긴 80년대 초에는 최대 높이를 자랑하는 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보기 위해 일부러 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려들기도 했습니다. 나는 아득하게 보이는 계단을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내 뒤를 따라오는 이가 없었습니다. 다 올라오고 나서 뻐근한 다리를 달래는 내 입가에 흐믓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운동화는 저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행동 한 스텝’을 의미합니다. 저는 지난 해에 제 삶의 중요한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마음으로만 다짐하던 비루한 습관을 내던지고 과감히 한 발자국을 내딛었습니다. 그리고 행동 한 스텝이 내 몸 안에 새기는 무언의 메시지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는 말보다 행동으로 더 많이 말하려고 합니다.

 

지구 옆의 매력있는 여자. 그 여자는 저입니다. 저는 평생을 젊어보인다는 말보다 매력적이라는 말을 들으며 살고 싶습니다. 40이 되고도 20대 때의 스피릿이 그대로 내 안에 있는 걸 보면 저는 60이 되어도, 80이 되어도 여전히 지금의 꿈틀대는 갈망과 삶의 소망들을 하나도 내려놓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제나 저를 대변하는 열정(passion)과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눈에서 늘 반짝이는 빛이 떠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늘 살아있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네 쌍의 발가락. 그것은 저의 네 아이들의 발가락입니다. 저는 발벗고 앉은 네 사람의 그림을 보자마자 주저없이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며 발가락만 오렸습니다. 왜 발가락만 오렸냐구요? 네, 발가락은 우리 신체 중에 가장 친밀함을 느끼게 해주는 부위라고 저는 믿습니다. 더구나 벗은 발가락은 서로 허물없이 친한 관계를 드러냅니다. 저는 두껍게 입는 것을 싫어합니다. 한 겨울에도 옷을 많이 껴입지 못합니다. 저의 남편과 결혼하게 된 것도 어쩌면 그런 제 습관 탓인지 모릅니다. 함께 술을 마시던 나는 그의 옷차림이 너무 답답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급기야 그의 코트를 벗게 했고, 타이를 벗게 하고, 두터운 카디건을 벗게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는 나의 의도를 오해했고, 그날 기어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결혼이라는 사단이 난 것입니다(ㅎㅎ). 어쨌든 네 쌍의 발은 화목하게 소통하며 이 지구를 밟고 다닐 우리 아이들의 발입니다. 나는 우리 아이들과 가장 친한 인생의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점 저의 소망에 더 가까와지는 것 같아 기쁩니다.

 

그리고 의자. 태양빛이 비추고, 러브 쿠션이 깔려있는 의자는 지친 내 육신을 포근히 감싸줄 것만 같습니다. 저에게는 휴식이 필요합니다. 쉴 틈이 없는 환경 속에 있기도 했지만, 일을 하고 있지 않는 시간은 모두 무익하다는 믿음이 저를 그 동안 늘 일에 쫓겨 살게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자투리 시간도 버리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러나 성과로 말한다면 제 인생은 그다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생각해보니 적절한 휴식이 가져다 주는 효율에 대해 저는 거의 무지한 수준이었습니다. 이제 몸의 징후들이 제 나이를 말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쉬지 않고는 더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서서히 느끼고 있습니다. 휴식과 일 사이의 균형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제는 자주 제 몸에게  안락한 휴식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오른쪽 위편의 사람들 얼굴을 잘 보세요, 맨 위의 얼굴들은 표정이 없거나 메말라 있습니다. 지치고 배신 당해 인생을 믿지 못하는 표정들입니다. 가운데 두 사람의 얼굴을 보세요. 그들은 애매한 중간 단계의 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전히 절망하거나 완전히 무관심한 표정이 아니라 ‘한 번 인생을 믿어볼까’ 하는 얼굴들입니다. 그러나 아직 의심이 다 걷힌 건 아닙니다. 그리고 아래 줄의 얼굴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인생을 즐기는 얼굴들입니다. 저는 저를 닮은 사람들에게 애정이 많습니다. 힘들게 살아왔지만 길가의 질경이처럼 자신을 한 번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 그래서 결국 삶의 의미를 찾아낸 사람들, 얼굴에 즐거운 웃음을 가득 담고 세상을 긍정하며 스스로 행복 바이러스가 된 사람들... 저는 맨 위의 사람들을 맨 아래 단계의 사람들로 끌어올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내 스스로가 샘플이 되려고 합니다. 모닝페이지와 모닝페이저들은 그런 나의 바램을 이루어가는 통로이자 동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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