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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9일 22시 17분 등록
우리가 하는 경제활동이란 대체적으로 타인으로부터 그 대가를 받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약속된 보수를 얻기 위해 상사도 부하도 한 울타리에 모여 그것의 목적에 맞추어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 곳에 발을 들여 놓은 이상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나의 이상에 맞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 막말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처럼 회사가 추구하는 것이 그대 스스로를 슬프게 한다면, 자신이 이상으로 삼을만한 또 다른 조직을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조직이란 곳이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별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기본적으로 업무에만 충실하면 될 것 같지만 일이란 사람이 하는 것이라 인간관계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일 자체에서 재미를 잃게 되고 그러면 위의 속담처럼 회사를 떠나고 싶은 마음에 잘 하던 일조차 실수를 남발하곤 한다.

어떨 때 회사를 그만두고 싶냐고 직장인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반 이상의 대답이 “상사와의 갈등”이었다. 가끔 위와 같은 이들에게서 고민 상담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나의 대답은 매우 무책임하지만 “떠나라!”이다.

힘을 가진 이의 교활함은 당하는 자에게는 지옥이다.
그러나 무조건 떠나라가 아니라 석 달만 참아보라고 이야기한다.
그 말 뒤에는 그것이 즉흥적이었는지 아닌지를 가려보려는 질문자와 대답하는 이의 우려가 섞여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상사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자.

상사가 별나라에서 어느 날 홀로 떨어지지 않았다면 그도 역시 나와 같은 조직의 고용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나보다 훨씬 일에 대해 숙지를 하고 있어 일 처리가 빠르며 회사에 기여도가 높다. 그도 나처럼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으며 살림밖에 모르는 아내가 있다. 게다가 나는 그저 어렵기만 한 윗 분들을 상대로 일의 진척상황을 대변하기도 하고 외부의 손님들에게 내 대신 머리를 조아리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라면 훌륭한 상사이다.
가끔 기합을 세게 잡을지는 몰라도 떠나지 않고 버틸 일이다.

또 회사에서는 유능한 것처럼 바쁘게 움직이지만 내용을 보면 불필요한 일로 동분서주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건드리지도 못하는 상사이다. 또 위로부터 지적을 당하면 죽은 듯이 납작하게 엎드리며 태도를 바꾸는데 그 모습이 가히 천부적인 배우소질이 있거나, 큰 소리는 치는데 능력은 없고 자신의 능력을 부풀려 과대 평가하며 과시하려는 상사도 있다. 이런 이도 떠나지 말아야 한다. 자신만 잘하면 곧 그대가 그 자리로 이동하게 된다.
사람들의 눈은 정확한 법이다.

그러나 상사가 월등하게 나보다 실력이 있으면서 대인관계도 원만하고 성격도 좋은 데 유난이 나와만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면, 그래서 매번 모욕감을 느껴야 한다면 그곳은 꼭 떠나야 한다. 그 곳이 당신을 비굴하거나 처절하게 만드는 곳이라면 하루빨리 박차고 나올 일이다. 나의 삶을 그렇게 죽어가게 만들어선 안 된다. 자신을 죽이는 것은 서른까지이다. 그 후로도 계속해서 스스로를 죽이는 것을 허락한다면 인생이 가여워지게 되는 것이다.

“왜 나에게만?” 이란 의문은 요행을 바라거나, 지나치게 보호를 받고 자란 이의 절규일 가능성이 크다.
“왜? 나라고….” 하는 긍정에서 모호한 삶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당했을 때 불안에 떨거나 두려워하지 말자. 두드리면 열린다는 말은 진리이다.

이제사 드는 생각인데 우리의 인생에서 열정만으로는 삶이 만족스럽기 힘들다. 열정을 좀 더 오래 가져가기 위해서는 오기가 필요하다. 오기는 끈기라는 말과 가깝다. 나에게 오기는 있는가?
자신과의 투쟁에서 이긴 사람은 대체적으로 오기가 있다. 오기는 끈기의 형제들로 더 값지다. 단순히 끈기만 가지면 미련곰탱이란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오기를 가지고 끈기 있게 자신을 개척하는 사람들은 갈채를 받는다. 무대 위에서 벌이는 아름다운 하모니나, 멋진 쇼들은 그 뒤에 피나는 연습과정을 동반하고 있다.
세상에는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없는 법이다.

사람들은 많은 꿈을 꾸기도 하고 때론 그런 상상에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그러나 꿈을 꾸는 자들은 꿈 속에서만 행복할 뿐이다.
마치 그것은 겨울 성이 더 탄탄해 보이고 거대해 보이기도 하지만 봄 아지랑이에 얼음이 풀려 구멍 난 성벽의 실체를 알려오면 보잘것없이 버려진 성에 불과할 뿐 그 위엄은 온데간데 없는 것처럼…,
우리는 그래서 성을 바라볼 때는 저녁 나절의 황혼에도 보아야 하고 한 여름 땡볕에서도 보고 안개 낀 새벽에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진정 꿈을 현실로 만들려는 자는 그 성으로 들어가 보아야 한다.

역사에서 보자면 리더들의 특성은 머물지 않는 데 있다. 그들은 그 자리에 있기보다는 더 나은 대안을 생각하며 전진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나아가고 또 나아간 이는 제국을 일구었고 그 자리에 머무른 이는 멸망하여 사라져 버렸다.

삶이 그대를 열망하게 하는가?
오늘이 그대를 슬프게 하는가?
기억하자,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음을…
IP *.48.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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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6.29 07:03:44 *.70.72.121
카리스마가 아니라고? 가리지마... 역시, 카리스마. 왜? "써니야, 니들 과제는 다 하고 노니?" 가 바로 카리스마야. 구리므로 구리스마라도 키워야 할텐데... 아니지. 카리스마처럼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엄지. 카리스마다운 멋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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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
2007.06.29 08:33:19 *.211.61.229
항상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사시는 향인님의 향기가 물씬 풍기네요. 외유내강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나 할까.
제가 부러워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는 가장 먼저 나아가시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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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2007.06.29 09:27:17 *.249.167.156
글에서 칼과 칼이 맞부딪히는 듯, 쩌렁쩌렁 금속성의 울림이 느껴집니다. 자신의 길을 걸어봤던 리더만이 쓸 수 있는 강철 같은 글. 그 단호한 호령 속에 글과 삶이 하나가 되어 우뚝 서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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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7.06.29 10:09:22 *.231.50.64
나에게 은남언니 이야기는 늘 딴나라 이야기.
아직까지 그런삶에대한 갈망이나 욕구가 없어서 그런가
늘 신기하게 다가오기만 해.
내가 변경에서 아직도 어색한 정서, 적응하기 힘든 정서 이기도 한거같애. 근데, 언니의 언어로 들으니 좀더 친근감이 생긴다아.
멋쟁이 언니야. 이젠 왠만하니 갖고싶은건 다 가졌다고 했었지?
앞으로 언니에게 찾아올 또다른 한계는 무엇일까?
궁금하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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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
2007.06.29 15:27:51 *.47.222.18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음은 삶 자체를 전부 컨트롤 할 수 없는 미약한 인간이기때문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로 쓰신 것은 아니겠지만요
꼭 그래야만 할까요???????

가끔 저는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꼭 누구보다 특이한 인생을 살거나 ,특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뛰어난 리더쉽이 있거나 등등등 이런 모든것들은 그러지 못한 일반 사람들의 기반이 없으면 그리 특별나지도 않고 빛도 나지 않을 거라고...

우리가 어울려 사는 이 사회에서 배움도 짧고, 그저 평범하고, 세상에 치이며 아파하고,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고, 삶에 찌들고, 자식들을 걱정하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자기보다 못한 이들을 생각하며 어떤 특별함이 없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아주 작은 성인들의 모습과 제가 항상 찾고자 하는 모습을 엿보곤 합니다. 시간이 해결해 주나.....

특별함없이 평범히 순응하며 사는 삶에도 모든 진리가 았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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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6.29 22:30:17 *.48.41.28
방랑자님. 처음 뵙겠습니다.
그렇지요? 영웅의 인생을 거론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아는 평범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의 고민을 들으며 그에게 주고 싶었던 말이었지요. 아마 요즘 읽는 책이 징기스칸이다보니 비범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배울 점을 찾고자 하여 그렇게 예를 들었답니다. 위축돼있는 그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는데 어쩌면 그를 더 힘들게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이쁜 소라. 다행이구나, 그렇게 느껴줘서 고맙다.
순수 도윤. 누나가 좀 잔소리 한 것 같기도..ㅎㅎ
일등 여해. 너무 과찬. 이번에 내가 일등 가로챘네. 좋은 걸..
푸근 써니. 귀여운 여인이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는 이미지로 바꿔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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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
2007.06.30 16:44:30 *.102.144.31
흠.
언니 글이 나를 긴장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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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6.30 17:44:07 *.48.41.28
스스로 움직이는 자만이 바람의 세기를 뺨으로 느낄 수 있다. 한 낮의 태양 아래 서있어 본 자만이 햇살의 뜨거움을 알 수 있다. 비 속을 걸어가 본 이들만이 물 방울이 몸에 와 부딪는 느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방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젊음은 그래서 현학적으로 치우치기 쉽다.

대학을 졸업하면 밥벌이를 해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에게 당당해진다.
젊음이란 절망이다. 끝없는 절망만이 작은 결실 앞에서도 웃을 수 있는 성숙한 어른으로 만들어주지. 물 좋고 정자 좋은 직장이란 없다. 지나치게 고를 것도 아니다. 보수만큼의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절망과 분노, 긴장은 젊음의 친구들이다. 지금은 미소 짓고 있는 어른들의 젊음 또한 다 그런 터널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앞으로는 전혀 다른 세계가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크게 심호흡하고 걸어가 보렴.
너도 몰랐던 너를 그 곳에서 다시 발견하는 기쁨도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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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7.02 11:12:23 *.99.241.60
오랜만에 나와 같은 ENTP기질을 볼수 있네요.
감추어 놓았다가 지금에서야 내놓은 것 같구..
아님 그냥 항상 그러니까 그렇게 안보일 수도 있는 것 같구..

지난번 꿈 프로그램때 저와 같이 지칠줄 모르는 성과지향적인
태도가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할수도 있다는 상담을 듣고
바꾸어 보았는데
결과적으로 제 방법이 서툴렀나,
하는 일도 흐지부지 되더군요. 대략난감...ㅠ.ㅠ

성과지향적인 것과 인간적인 면이 조화가 되는 방법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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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7.02 15:59:11 *.48.41.28
어려운 미션을 하나 던지시는 군요.

일이란 사람이 하는 것이라 참 그래요.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거지요.
저 사람과 일하면 재미있구나,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깐깐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진하네.., 정말 실력은 있구나, 배울 점이 많겠다, 속은 깊은 사람이구나…격상되고 싶은 사람의 심리는 그럴 듯 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그 무리에 머물고 싶어하지요. 좋은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게 사람입니다. 상대의 마음을 얻게 되면 그 다음엔 이쪽에서 가끔 성질을 부려도 곡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원칙적이고 도덕적인 모습을 일관하는 겁니다.
위기상황이나 공사구별이 애매한 상황에선 기본 원칙에 준수해 공평한 처리를 하는 거지요. 누구나 납득하는 원칙은 원한을 남기지 않으며 자신에게 오는 기회를 기대하게 됩니다.

상사의 어려운 점은 인내에 있지요.
어리버리를 자잘하게 가르쳐 주는가, 아니면 기다려 주는가..
응용력이 풍부한 사람들에게는 범위를 크게 주고,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는 꼼꼼하게 지시하고… 수동적인 사람에게 갑작스럽게 능동적인 행위를 요구하면 능력여하를 불문하고 시작도 하기 전에 위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대로 달릴 때 까지 봐 주어야 하니 그게 어렵지요.
부하의 입장에서는 나의 잠재력을 발휘시켜 주고 가끔 엉덩이를 차주는 상사가 최곱니다.

나름대로 성의껏 답하다 보니 저의 상사는 복창 터졌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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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수
2007.07.06 10:17:54 *.77.121.49
행진 향인!
머물지 않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 보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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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7.07 04:52:15 *.48.41.28
하하.. 행진 양수!
인상좋았던 얼굴이 생각납니다. 다시 뵈면 할 말이 많을 것 같습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가치있는 주말이 되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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