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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1일 22시 11분 등록
우연일까? 운명일까?


우리는 가끔 뜻하지 않은 일에 '어떻게 이런 일이'라면 놀라움을 표할 때가 있다. 더 나아가 운명적인 만남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근에 나에게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운 일을 만났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두 가지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의미 있는 해이다. 하나는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주저해오다 힘들게 합격한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3기 연구원을 하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공부를 하다 시스템관리의 핵심도 역시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에 지원을 하였다. 다른 하나는 천주교 교리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마음공부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공부가 최근에 한 곳에서 만났다. 연구원 6월 과제는 인물에 대한 공부로 이번 주는 정약용 선생이다. 정약용 선생은 서학에 관심이 많았던 실학자로 한 때는 '안드레아'라는 세례명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이 '안드레아'라는 세례명은 우연찮게 내가 7월에 받게 될 세례명이다. 사전에 세례명에 대한 이런 내용도 전혀 모르고 생일과 비슷한 날의 성인으로 정한 것이다. 또한 현재 살고 있는 양평은 '양근성지'라는 천주교 성지로 유명하다. 이 곳은 정약용의 둘째 형인 정약종 선생이 천주교 박해를 피해 고향인 마재(지금의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를 떠나 양근성지로 이주하여 천주교를 선교하기 시작한 곳이다. 이런 점들이 나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우연일까? 운명일까? 너무 확대 해석하는지는 모르지만 이 만남은 내가 연구원을 선택하였기에 가능했고 천주교를 알고 싶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과학적으로 보면 이런 일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우연한 일인데 단지 나에게 일어난 것뿐이다. 다만 그 우연에 개인적으로 의미를 부여하여 운명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움이 많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 놀랍게 다가오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 속에 담긴 의도하지 않았던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연관성 때문에 그 사건의 배후에 깊은 뜻이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만든다. 사람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동물인 모양이다. 그것이 곧 운명이자 인생이 아닌가 한다.

철학자 요한 고트프리트 폰 헤르더는 '인류를 지배하는 독재자는 둘인데 그 중 하나는 우연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이다'라고 했다. 이 말처럼 인생은 긴 시간동안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우연 속에서 의미를 찾고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연과 시간으로 만들어진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는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이러한 우연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고 그 우연에 의해 운명은 결정되어 버린다는 결정론적인 생각을 갖는 경향이 강하다.

인생은 수많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우연을 만들어 내는 주체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우연을 만들기 위한 주체적인 노력을 자주 하느냐에 따라 그 많은 우연 속에서 인연이 되고 운명이 되는 사건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우리가 어떻게 지금의 우리가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가? 우연한 만남으로 이야기하면 수 억 명의 사람들 중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우연찮게 만나 자식을 낳아 그 중에 우리가 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우연 속에 자기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인연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인연은 수많은 우연을 만들어 내는 수많은 시도 속에 있고 그 시도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점이다. 시도는 그 누구나 할 수 있는데 다행히 실패는 없다. 우리 모두 행운을 가져다줄 인연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하자. 실험에는 실패란 없다. 다만 실패를 통한 진보만 있을 뿐이다. 이제 나도 새로운 실험을 하러 가야겠다. 어떤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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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6.22 05:31:12 *.70.72.121
우연도 양면성이 있고 그것을 분별할 충분한 혜안을 필요로 하겠죠.

염색을 하러 미장원엘 갔는데 우연히 변.경.연 이야기를 하다가 마담 언니가 기독교인인 관계로 사람과 하나님이란 2분법적 사고로 강요를 하더군요. 사기를 잘 치는 사람은 구분하기 어렵다면서 그래서 하나님외 더군다나 사람을 믿는 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모든 인간은 믿을 것이 못된다고 강력히 설교하더라고요. 나는 가까운 하느님이 좋다고 언급하자 오로지 예수님 한 분에게만 의지해야 한다고 성경을 줄줄이 꽤더군요. 하나님은 신이 아니라 살아계신 인간이 되신 분이라고 하며... 나는 세상에 가장 강한 독재자는 그들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나님과 한 몸이 된 복수인들... 개신교가 새로운 독재자로 군림하는 것은 아닐까요? 구교는 원칙은 하느님이라 하지만 하느님= 하나님을 부인 하지는 않지요. 개신교는 극명하게 분리하지요. 예수님의 부활부터를 주장하니까. 언제나 이 부분에선 이중적 시선이 불가능하지요. 단지 믿는자 안 믿는자일 뿐, 니편 아니면 내편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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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한정화
2007.06.22 07:16:24 *.72.153.12
우연과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는 말에 순간 '오호~'했습니다.
신은 '우연'이란 이름으로 인간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다는 말을 보았었는데, 정확한 구절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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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
2007.06.22 09:37:45 *.120.114.192
써니님/ 우연에는 인연도 있고 악연도 있겠죠. 그것을 분별할 혜안이 있다면 다산선생도 그 질긴 악연도 피할 수 있었을까요?

교정님/ 우연 속에는 신이 준 선물이 있는데 그 선물은 꾸준히 찾는자에게만 발견되는 거겠죠. 마치 소풍가서 보물찾기 게임처럼 말입니다. 정말 신나게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만 인생도 보물찾기 게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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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6.22 09:48:56 *.75.15.205
메일이 왔네요. 공격인가?
난 천주교 불교 개신교 등의 어울림을 사모하는 사람입니다. 어느 편에서는 영원한 이방인인 채로... 두 눈을 지닌 아름다움(개나발?)을 누리고 싶어요.

동양철학을 이해하며 서양철학과 함께 걷고 싶어요. 종교가 이 사이트처럼 열어갈 수 있기를 바래요. 무수한 담론을 품는... 당신들께서 천국에서 행복할 때에 나는 지옥불에서 헤매이더라도 이 맘을 숨기지 않을래요.

나는 늘 변.경.연에서 그 통합(통섭은 뭐더라?)을 느껴왔어요. 나는 그래서 이곳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연구원에 지원한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해요. 나는 내 몸을 천 갈레 만 갈레로 찢을 수는 없었거든요. 제법 고민이 되었더랬지요. 지금은 내게 다가오는 그 어떤 우연도 두려워하기보다 제대로 알고 싶어져요. 특히 6월에는 이렇게 쓰게 되었네요. 이런 우연이...

아직 책을 100 페이지밖에는 못 읽었네요.
정양수님의 표현처럼 "자기 깜냥 껏" 받아들이는 거겠죠.
이 과정을 통해 깜냥의 넓이와 깊이를 조금씩 채워가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하죠. 신이 이 세상을 창조하였으나 신조차 풀어내지 못한 비밀을 인간이 찾아내는, 시어머니가 가르쳐주지 않은 장 맛을 그의 담금질을 통해 비로서 며느리가 파헤쳐버리는, 그분의 말씀처럼 스승을 능가하는 우리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래요. 그때에 그분이 어떤 표정인지 보고 느끼고 알고 싶어요. 내 오감으로 분명히... (그리고 예측컨데 부지깽이님의 변.경.연 일상들이 승산이 있더라고요. - 그 귀찮은 일을 왜 벌렸는지 늘 궁굼했거든요.)우연과 운명이 함께 한 것 아닐까요. 그 우연과 운명에 깜냥의 그가 있었다는 것, 그 희얀함이 난 즐거워요. 당신들과 내가 우연과 운명을 거듭해서 만난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우연의 필연성/운명 을 만들기/확인차 위해 모임을 해체하지 않는 것 아닌가요?)

그 확인이 있은 연후에 내가 증거할 수 있는 삶을 누군가에게 전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나 걸리려나요? 당치않은 욕심 너무 많아 즉시 처형당할까요?

나는 지난 연구원 시험치르면서 2기연구원 수료 때에 그리고 김미영님 책 출간 때에 보았다고 생각하는데... 한 번 더 확실하게 느꼈지요. 예수는 탁월한 경영자였다. 나는 변.경.연에서 확인 했다. (스승의 날을 빗겨간 날에 / 6월 18일/ 김미영출간 기념을 통해)

그날 부지깽이님께서 "우리 내년에 또 하자" 두 번, 세 번 반복해 말씀하셨걸랑요. 미영의 30페이지 분량 책을 우리 모두 기뻐했지요. 승완이 살아돌아온 이순신의 통곡을 보여줬고...
부지깽이님은 늦도록 함께 하셨지요. 마실의 주인 아주머니 얼굴 얼마나 상기되었더랬다고요. 기꺼이 오래 진행되는 우리들의 의식을 즐거워하는 것 똑똑히 보았어요. 그분의 바같 양반 모습도 그러했지요. 다소 의무적이었던 사람을 굳이 찾는다면 카운터의 딸인가 아르바이트생인가 그러했어요. 그날 장소 대여만으로 그분들이 그렇게 뿌듯해 하는데, 내 새끼가 책을 내면 어떠하겠어요. 자꾸 눈을 감으며 음미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우리들의 노래보다 증거로 남는 그의 서재에 꽂히는 한 권의 책, 그림움/신화가 아닐까요? 부지깽이질해서 만들어 낸...

이제 나로인해 그분의 모습을 보는 것이 소원이에요.

다산 선생이라면 그랬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책을 남겼겠죠. 당신께서 그 시대 그 역사와 자기 깜냥 것 담은 이 문선(다산문선 독서 중)을 후대들은 그에 맞게 모색하며 풀어가라고... 그것이 우연과 운명이 함께 가는 것 아닐까요? 왜 우리가 이 책을 읽고 있는 걸까요?

우리는 정말 운명 속에 갇히는 걸까요?

어느 날엔가 유시화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서 말 했듯이,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신이 있고, 우리 모두에게는 창조주가 자기도 모르게 만들어낸 비밀의 문/우연/의 우리 각자가 존재 하는 것은 아닐까요? 더구나 따로 또 같이 하는 우리가 있다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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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6.23 01:17:34 *.48.34.49
재미있게 잘 읽었네요.
점점 글이 수려해지는 느낌.
정말 제대로 하시고 계시는구나 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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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2007.06.23 10:51:45 *.140.145.63
형님.. 글쓰기 모임은 언제 있어요? 보고자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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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
2007.06.23 22:09:51 *.211.61.252
써니님/ 좋은 인연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겠죠. 화이팅!

향인님/ 정말 그런가요? 아직도 저는 잘 모르겠는데. 칭찬은 여해도 춤추게 한다. 덩실~ 덩실~

기찬님/ 글쓰기 모임 메일로 공지했는데. 확인요망. 저도 보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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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7.06.24 03:14:09 *.232.147.203
형, 글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

흥미로운것은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움이 많은 경우'가 매우 자주 있다는 것이죠. 전 그게 하느님의 메세지라고 생각해요. 마치 이순신의 아들 면이 죽기 전과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2~3일 전에 꿈을 꾼 것처럼 말이에요.
형 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단지 우리가 메세지를 해석하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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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
2007.06.25 09:29:51 *.99.120.184
잘 읽어주어 고맙다.
그래, 너의 말처럼 메시지를 해석하는 방법을 안다면 더욱 좋겠는데. 그래서 다산선생도 주역에 매달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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