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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7일 21시 55분 등록
작년 가을 나는 변화경영연구소에서 진행하는 2박 3일 동안의 꿈 찾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곳에서 프로그램 진행 중에 우연히 초아서대원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다. 이유인 즉은 개인의 기질과 재능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특별한 브랜드를 창조해 차별화 하여 나갈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의 한 예로 변.경.연 소장님께서는 부산의 초아라고 하는 분은 사람을 보면 바로「號」를 하나 적어 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역을 읽고 계셨는데, 내가 ‘주역은 어렵다’고 하자 소장님께서는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하시면서 이 분의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런 이유로 해서 정확히 두어 달 후, 나는 직접 초아선생을 방문하게 되었다.

선생은 오륙도 섬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부산의 태종대 근처의 아파트에 살고 계셨다.
나는 왜「號」를 적어주는 것인지 궁금했고, 그 이유는 무엇이며, 그러면 무엇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었다. 초아선생께서는 이 책을 읽으면 알게 된다고 하시며 주역 책을 주셨지만 나는 아직 그 책을 읽지는 못하였다. 그 책을 읽는다고 하여, 내 호 밑에 써 주신 그 뜻이 무슨 뜻이며, 호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號」를 사용하는 것을 미룰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다가 그「號」의 뜻과 나와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인지를 미처 알기도 전에 다른 이에게 그만 호를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현재 상관없음 ^^ )

그래서 나는 나의 이름 선이가 써니로 발음되는 이 이름을 계속해서 필명으로 가지고 가게 되었다. 나는 나를 좋아하지만 완전하게 그렇지는 않다. 나는 내가 싫을 때도 있으며 어느 면은 진짜로 정말 싫다. 그것은 게으름이고 나태함이며 무기력 같은 것이다. 머리야 타고 나야한다고 하더라도 생활습관에서 오는 나라는 사람의 무능은 보아 넘기기가 싫은 것이다.
이것은 이름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일지 모르지만, 좋은 이름을 갖게 됨으로 해서 나 자신을 지혜롭게 변혁시키고 싶은 욕구로서의 의미는 충분하리라 여겨진다.

언젠가는 나의 이름 가운데 어느 글자가 덜 조화로워서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애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머니께서는 이름을 바꿔 오시고, 밥숟가락에 새겨 주시기도 하셨지만, 아무도 내 이름을 바꿔온 이름으로 불러 주는 이는 없었다. 친구들도 그렇게 불러 주지 않아 나는 그저 새로운 이름을 쓰지 못하고 예전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말았다. 그래서 호에 대하여 사실은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었음이 분명하였지만, 그러나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이름을 갖는 것도 남의 옷을 입은 사람처럼 편하지는 않을 성싶어 주저하였다.

해서 나는 나의 이름 써니를 그냥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변.경.연 홈페이지에 몇 편의 글을 올리면서 문제가 되는 일이 있곤 했는데, 간혹 비유적으로 내 이름을 인용구에 사용하거나, 글에 내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러 생겨나기도 하면서, 요즘에는<써>자만 봐도<써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변.경.연 홈페이지를 읽다가도<써>만 보이면 이거 또 무슨 이야기인가 하고 긴장하고 보게 된다. <써>자는 또 왜 그리 많은지... 본의 아닌 노이로제 증상 비스므리한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책을 읽다보면 책 속에서도<써>자가 부지기수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이<써>자에 대한 진짜 좋은 이유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E. H. Carr는 역사란 씀으로서 구체화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게 된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나는 순간, 이거다! 하는 생각에 기뻤다. 써니란 써야 하는 사람 혹은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포착해 내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내 필명을 재해석하여 근사하게 가질 수 있게 됨은 물론, 이 필명을 가지고 보다 나다운 글을 쓰게 되리라 생각해 본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의 부단한 작용이며, 현재와 과거와의 사이의 끝없는 대화라고 Carr는 말한다. 나의 필명 또한 나라는 사람의 의식 속에서 나의 사고와 지평을 넓혀가며 끝없이 방향을 모색하고 흐름을 적어갈 것이다.

한글 선이를 연음 서니로 풀어쓰니 약해 보여서 써니로 강세를 주어 된발음화 했고, 그러면 영어의 sunny가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써니는 쓰니 혹은 썼니로 확대 해석할 수 있음이 흥미롭다. 써니가 곧 글 쓰는 사람이라 주장하면 약간의 억측이 서린 양 아직은 덜 어울리는 듯도 하나, “역사를 쓰는 것만이 역사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는 위대한 역사가 E. H Carr의 주장을 믿고, 나의 개인사와 시대의 한사람으로서의 사명에 동참하며, 변.경.연 우리들의 새로 쓰는 역사를 창조해 나가고자 쓰는 써니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순전히 한글 우리말 이면서 꿈과 사랑을 담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내가 만든 필명이 좋다. 나의 역사도 글쓰기와 함께 내 의식 속에 체화되어 확장되리라. 우연한 필명의 발명과 또 다른 해석과 더불어.

언젠가 2기 연구원 도명수선생은 덧글에서 “써니가 글을 쓰니 글이 쓰디쓰다.”라며 필자에 앞서 우리말을 애호하는 한 사람답게 선견하여 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렇다면 써니는 쓴 소리를 써야할까? 그녀가 쓰는 글속에서 그녀만의 개인사를 엿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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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방금 생각나는 호 書伊는 어떨까? 누구한테 여쭤본다. 사부님~ 초아선생님~ 어떠셔요? 말 그대로 글쓰는 사람이다. 하면 書善 하면 착한 글쓰기가 될까.

써니에게 이쁜 호 지어주실 분들 대 환영합니다! (에그, 욕심은 많아서리... )

IP *.70.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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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5.10 05:01:50 *.145.81.5
"성명과 호"
우리는 이름이 많은 민족이다. 부모가 처음 지어주는 것이 성명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아끼기 위해 부모가 지어주는 닉네임이 자다. 그러면서 성년이 되면 그의 스승, 친구, 그를 존경하는 문하생이 맘을 담아 이름을 지어 드리는 것이 호다. 때로는 자신이 자신의 호를 짓기도 한다.

난 이런 문화가 없어지는 것을 않타가워서 호를 지어 주는 짓을 간혹 하였다. 호를 짓는 풍경이 없어진 것은 한자공주의 상실과 서예라는 두가지가 역활을 했으리라 본다.

호는 자신이 자신에게 지어서 불러도 무방하다. 서이(書伊) 정선이. ㅅ이 중복됨이 아름답지 못하다.

써니가 사회로 나가기전에 호를 지어 줄터이니 너무 졸으지 마라. 잘지려니 어렵다. 생각하고 있다.

* 여태까지 호타령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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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5.10 12:31:32 *.75.15.205
선생님 제가 가운데 머리카락 더 빠지게 해드리나요? ㅋㅋ
큰일 났다. 만날 사고만 치니...
심려치 마셔요. 그래도 약속은 지켜주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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