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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3일 08시 30분 등록
#9. 영랑을 만나다.



아침입니다. 비가 그치고, 밤새 몰아치던 바람이 잠시 멎었습니다. 밤과 낮의 바람이 바뀌는 바로 그 순간, 영랑호는 제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밤새 비를 뿌렸던 하늘은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맑게 개인 환한 표정과 흐리고 심통 난 듯 찌푸린 표정. 가끔 헤, 하고 배시시 웃기도 하고, 수많은 색깔을 품은 구름들 사이로 말간 얼굴을 쏙, 내밀기도 합니다.

길 옆엔 포근하게 봄 꽃들이 피어있고, 버드나무들은 싱싱한 초록빛 가지들을 호수 쪽으로 한껏 내뻗어 봅니다. 그렇게 평화로운 풍경에 가끔 오리가 꽥, 꿱, 꿱 거리며 요란한 선을 휙, 긋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잔잔한 호수는 그런 봄날 아침의 풍경들을 아무 말 없이, 맑고 담담하게 담아냅니다. 그렇게 떼쓰고 어리광 부리고, 어르고 달래는 동안 문득, 하늘과 호수 사이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이 곳과 저 곳 사이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여기가 바로 신라시대 화랑인 영랑(永郞)이 맑고 잔잔한 호수에 취해, 웅장한 설악의 울산바위와 호수가에 웅크리고 앉은 범바위가 물 속에 잠겨 있는 풍경에 취해, 무술대회에 나가는 것도 잊고 한참을 머물렀다는 영랑호입니다.



미래라는 주제에 대해 읽고, 생각하면서 많은 것을 보아야 하지만, 또 그만큼 잊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변화무쌍한 변화의 흐름을 읽기 위해선 자신 주변의 풍경들을 편견 없이 읽을 수 있는 투명한 눈과, 모든 것이 마치 처음인 듯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맑은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온 몸의 세포를 열어젖히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영랑호의 봄날을 즐겨봅니다. 하늘과 호수 사이, 그곳에 미래가 있고, 과거가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그렇게 서로 다른 것이 아닌, 한데 어울려 이처럼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바람이 불면, 곱고 잔잔한 수면에 물결이 일어, 이곳도 다시 일상의 풍경을 돌아가겠죠. 그러나 바람과 바람 사이에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듯, 일상과 일상 사이에 자신을 내려 놓는 고요한 마음이 필요함을 영랑은 몸소 보여 주었습니다. 순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가는 데까지 가거라 /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김규동님의 유명한 시구가 떠오릅니다. 이제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볼 것입니다. 역사 속의 빛나는 장면들을 찾아 볼 겁니다. 그 장면들은 지금은 켜켜이 쌓인 먼지에 뒤덮여있지만, 한때는 오늘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순간들이었습니다.

이제 그 멋진 풍광들을 되살려 보려 합니다. '현재와 과거와의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의 의미를 찾아보려 합니다. 역사 속의 맥박과 떨림을 느껴보고, 다시 일으켜 세워 보려 합니다. 지나간 것들이 바로 현재임을 마음으로 헤아려 보려 합니다.

돌아오는 길. 호숫가에서 한 아주머니가 쑥을 캐고 있습니다.
‘향긋한 쑥 국이 참 맛있겠네요.’
IP *.60.2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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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2007.05.03 06:58:11 *.60.237.51
4월, 속초를 다녀왔습니다. 그 때 만난 영랑의 풍경을 5월의 주제와 연결지어 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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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2007.05.03 08:18:11 *.99.241.60
제가 영랑호를 본것이 두번인데,

한번은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시원함을 선사해주는 청량한 호수였고,
한번은 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황량한 모습이였습니다.
사진을 보니 봄에도 한번 가보고 싶군요

호수는 많은 사색에 잠기게 하더군요.
살아온 날도 살아갈 날도
차분하게 다가오는 마음에
술한잔 하는 마음도 새롭구요..

살인적인 일정이지만
변경연 퓨전여행팀을 하나 만들어서
도보여행과 기차여행등이 복합되고
과제물도 같이 토의하면서 해보고
자연의 호연지기를 기를수 있는 여행팀.
그런 여행팀을 하나 만들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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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2007.05.03 10:15:27 *.237.208.19
오늘 날씨랑 조화로운 사진인데..

도윤. 오늘.. 빡쎈 감사일정이 있어.
그 고민을 뒤로하고 도윤을 따라 영랑에 함께 다녀가니
나에게 자그마한 빈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틈새로 다시 돌아가 나를 바라보야지..

좋은 하루~~^^


오늘하루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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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2007.05.03 10:23:04 *.249.167.156
어제 밤에 사장님 모친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때문에 저도 한 3~4일 정신 없을 듯 하여, 칼럼의 내용과는 다르게^^ 조금 급한 마음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소라 누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영훈 형님, 취지는 좋은데, 역시 너무 빡셀 듯 합니다! 공식적인 여행팀은 내년에 발족하고, 올해는 번개 여행으로 해결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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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5.03 11:59:43 *.75.15.205
벌써? 하고 화들짝 놀란다. 나는 아직 책도 못폈는데 하면서...
도윤이 우리 3기에게 나레이터가 된 느낌이다. ~다. ~다. ~습니다. 가 어찌나 꽉 박혔던지...

어려울 때 돕는 사람이 진국되는 거 알지?
내 부모님 상치를 때 처럼 다 하시게. 말이 필요 없는 공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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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신
2007.05.03 13:08:59 *.27.82.224
오늘같은 날.. 영랑호에 가면 사진과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요???
사진을 보며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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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2007.05.04 08:43:45 *.249.167.156
오늘도 날이 흐리네요^^ 장례식장은 이것 저것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장소인 것 같습니다. 아마 '죽음'이라는 것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곳이라 그렇겠죠..

선이 누나~ 나레이터는 저랑 안어울려요! 게다가 감기 때문에 계속 킁킁거려서.. ~다. 킁킁. ~습니다. 흠, 킁킁.. 역시 안될것 같은데^^

효신님, 저는 소중한 고정 독자 한 분을 가진 기분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글을 쓰는 것이 대화같기도 하고, 편지글 같기도 하고, 또 함부로 쓰면 안되는 소중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 마음을 담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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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용
2007.05.04 09:54:45 *.99.120.184
시전님의 감성이 흠뻑 묻어있는 글이네요.

영랑호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금방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훌륭한 가이드도 대동하고 말입니다.
사진도 잘 찍고 역사도 잘 알고 감성도 뛰어난 가이드입니다.
다음에 여행할때 또 부탁할려고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영랑호를 가이드해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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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2007.05.07 15:20:05 *.48.42.253
도윤님 만나고 온 담날, 콧물이 이상하게 줄줄..왜 그랬을까..에취!

영랑호의 정경이 세잔느의 풍경화 한 장면같아요. 잘 쉬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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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
2007.05.08 10:01:55 *.249.167.156
저는 금요일날 이후, 이야기하느라 잠시 한눈팔다 깨뜨린 와인잔이 계속 마음에 걸리네요. 큼지막한 예쁜 잔이었데.. 다음에 혹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예쁜 잔 대신, 승완이 형 닮은 잔이 끼어들 걸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네요..^^ 사부님, 죄송합니다!

p.s. 승완이형도 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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