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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8일 21시 22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24) - 식당은 주방장만 잘 뽑으면 끝이야

일산에서 대박이 난 모 일식집 경영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일산 시내권에서 약간 떨어진 곳이었지만 지금도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예약이 물밀 듯 밀려오는 정말 대단한 일식집이다. 이 경영자는 오픈할 때 20여명의 주방장 후보를 면접했다고 하였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이를 구할 수 없어서 직접 서울에서 내노라 하는 일식 주방장을 찾아가 스카웃했다고 한다. 아마 꽤 비싼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식당은 대박을 터트렸다. 스카웃한 주방장이 정성을 다해 맛있는 회를 준비한 덕택이었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 그는 주방장 한 사람만 잘 고르면 된다고 하였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고깃집을 할 때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식당이긴 했지만 주방장을 잘 골라야 한다는 말은 들은지라 남보다 더 많은 급여를 약속하고 주방장을 채용했었다. 몇 달 지나고 어지간한 식당 속속들을 알고 나니 주방장의 잘잘못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하루는 말도 없이 결근을 했길래 알아보니 전 날 술을 먹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쉬었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한 달에 두 세 번은 발생하였다. 그래서 몇 마디 싫은 소리를 했더니 그 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았다. 기분 나쁘다는 것이다. 명색이 자기가 주방장인데 왜 믿지 못하느냐는 것이 주된 불만이었다. 자기가 알아서 다 하는데 사장은 손님한테나 신경을 쓰라는 투였다. 할 수 없이 내보내고 괜찮은 주방장을 소개받아 채용하였다. 그런데 이 친구는 한 술 더 떠는 것이 아닌가. 근무하는 조건에 자기 조수를 데리고 가야 하고, 별도로 방을 하나 구해 달라고 한다. 급한 마음에 조건을 들어 주었다. 출근한 첫 날 일이 터졌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필요 없으니 다 내보내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대단한 실력자인가 싶어 그렇게 했다. 그리고 저녁장사를 할 때가 되어서 주방으로 가보니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주방장을 찾으니 휴게실에서 술을 먹고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깨워서 따져 물었다. 저녁장사 어떻게 하려느냐고. 대답이 기가 찼다.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그 날 장사는 포기하고 해고해 버렸다. 그 후로 고깃집을 정리할 때까지 주방장을 고를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한 기억이 선하다.

오너가 주방을 책임지고 있지 않으면 주방장은 경영자만큼이나 중요한 위치와 역할을 한다. 맛이 있는 식당에서는 1시간이라도 기다리지만 서비스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맛이 없으면 찾아가지 않는다. 사람 없는 식당에는 선뜻 들어가지 않는다. 특히 낮선 곳이나 외지에서 식사를 할라치면 당연히 손님이 많이 있는 식당을 들어간다. 이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당을 가는 습성이다. 그래서 잘 되는 집은 잘되고, 안 되는 집은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의 기준은 맛에 있다. 아주 특별한 맛을 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맛을 낼 수 있는 식당을 찾아간다. 나물을 잘 무친다든지, 김치를 잘 담근다든지 또는 된장찌개가 맛이 있다든지 하는 등의 뭔가를 원하는 것이다.

이 뭔가를 책임지는 사람이 주방장이다. 사장이 주방을 책임지는 식당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대부분의 식당은 주방을 책임지는 직원을 별도로 둔다. 주방장, 주방 실장, 주방 부장 또는 찬모 등의 명칭으로 주방을 맡기는 체계를 둔다. 그리고 대부분의 식당 경영자들은 그것으로 맛에 관한 책임을 다했다고 여긴다. 손님이 맛이 없다고, 예전과 다르다고 불평을 하면 주방에 대고 책임을 떠넘긴다. 홀에서 서빙하는 종업원들 조차도 주방에 대해 이런 저란 잔소리를 한다. 주방은 내용도 모르고 덤터기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열심히 음식을 만들어 준 죄 밖에 없는데 책임은 혼자 다 진다. 그러기를 몇 번 하게 되면 주방 사람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같은 과정을 되풀이 한다.

주방과 경영자는 실과 바늘의 관계여야 한다. 주방과 경영자가 따로 놀게 되면 암코 없는 찐빵이요 타이어 없는 자동차와 같다. 주방을 책임지는 사람과 식당 경영자는 동전의 앞과 뒷면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식당이라는 수레가 잘 굴러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주방장을 잘 채용해야 한다. 술을 먹는지, 먹는다면 주량이 얼마나 되는가도 사전에 체크해야 할 사항이다. 요즘은 그런 경우가 많이 적어졌다고는 술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는 식당이 없지 않다. 또한 주방 종업원들을 잘 이끌 수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주방 인력이 한두 명일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서너 명만 되어도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편애하지 않고 내 식구처럼 잘 다독여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능력이 있는지 잘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요리의 기본기를 제대로 갖췄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전의 도제식 주방수업은 계량화조차 되지 않고 몇 바가지 하는 식으로 배웠던 것을 지금도 써먹는 주방장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적어도 요리의 기본을 이루는 양념(소스)에 관한 지식을 자기 식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이러한 몇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을 주방 책임자로 채용한다면 다행이다.

식당 경영자가 요리나 주방에 대해 잘 모르고 실력 있는 주방장을 채용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는 주치의처럼 우리 식당의 메인 메뉴에 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요리 선생을 알고 지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리학원의 강사일수도 있고, 타 식당의 주방장도 될 수 있다. 물론 약간의 수고비는 감수해야 한다. 형식은 요리고문이나 사외이사 등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필자는 한정식집을 할 때 한정식 메뉴를 정기적으로 교체하고 신 메뉴를 개발하면서 주방에 조리교육까지 해 주는 요리 선생을 계약직으로 둔 적이 있었다. 주방을 잘 모르는 나는 이렇게 함으로써 주방에 대한 통제력을 높일 수 있었고, 한정식의 다양한 트렌드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주방 인력을 채용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개해서 같이 일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을 구하기 힘들 때 같이 온다고 하면 싫은 경영자가 누가 있을까? 알아서 잘 판단해야 되겠지만 주의해야 한다. 같이 입사한 사람 중 한 사람이 좋지 않게 그만둘 경우 대부분 같이 그만두게 된다. 그만두는 이유는 없다. 그냥 저 사람이 그만두면 나도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특히 식당에 근무하는 종업원이 퇴사할 때는 자발적 혹은 좋게 그만두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있다. 가능하다면 주방 종업원들 한 명씩 면접을 보고 직접 채용하라. 그리고 주방장을 내세워 주방 관리를 하게 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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