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박노진`
  • 조회 수 496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6년 7월 13일 12시 14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37) - 계획된 투자, 1년의 고통

식당비즈니스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자금 흐름이었다. 자가 건물이나 충분한 자기 자본으로 시작했으면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겠지만 임차를 하거나 또는 빛을 내서 하는 경우는 무엇보다 돈의 흐름을 맞추는 것이 당장 장사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 달을 30일로 나눠서 생각해 보면 약 이틀 장사해서 월세 내고, 닷새 장사는 직원들 월급주고, 또 열흘은 재료사고 나머지 사나흘정도 장사는 이러저러한 경비 내면 남는 이문이 열흘 장사라고 배웠다. 자기 자본으로 한다면 가능한 얘기였다. 문제는 얼만큼 남느냐가 아니라 돈의 왁구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더 힘들었다. 며칠만 더 있으면 돈을 맞출 수 있는데 그 며칠을 참지 못해서 이자를 연체시키거나 재료비를 외상으로 가져온다거나 종업원들 월급을 늦추는 상황이 발생한다. 월세라도 며칠 늦을라치면 독촉하는 건물주인의 잔소리가 더 짜증나는 법이다. 그 와중에 장사라도 제대로 안되면 스트레스는 왕짜증으로 변하고 만다.
계획이 부족한 탓이다. 돈이 부족할 수도 있다. 자금 흐름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이 세상사는 현실인데 남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공연히 종업원들에게 창피당하지 말고 사전에 준비해서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 보자. 장사만 하기에도 시간이 없는데 그놈의 돈 까지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면 어느 세월에 돈을 벌겠는가. 어떤 일이든 여유를 가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당장 늦은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1년 정도의 시간만 놓고 보더라도 이 방법이 훨씬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리하지 마라. 그리고 한 템포 늦춰서 바라보라. 마지막으로 1년 단위로 계획을 잡아라. 손님은 낚시를 하듯 아주 천천히 늦췄다 죄었다 해야 한다. 그물로 한꺼번에 다 잡아 버리면 고기는 씨가 말라버린다. 왕창 왔다가 다시 오지 않으면 그 집은 망하기 십상이다.

첫 째, 무리하지 마라. 초기 1년 동안은 절대로 무리하지 마라. 식당비즈니스를 처음 하는 경영자나 중도에 인수한 식당은 조급한 마음에 승부를 일찍 내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벌 때 왕창 벌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그런다고 돈이 쫓아오는 것은 아니다. 첫 해는 무조건 돈 번다고 마음먹어서는 무리하기 십상이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손해 보지 않고 손님들한테 좋은 이미지만 심어주는데 집중하라. 손해만 보지 않은 것만 해도 어딘가. 요즘 열 집 중 아홉 집이 문을 닫는 판국인데 현상유지만 해도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손님들이 그래도 먹을 만한 식당이네 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음식과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자. 홀과 주방의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식당경영자가 직접 뛰어 들어야 한다. 당연히 돈도 많이 투자할 필요가 없다. 인테리어나 광고, 선전 등에 돈을 바른다고 당장 손님이 줄을 서서 오는 것도 아니다. 특히 인테리어는 독특한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옆 가게가 더 잘해서 오픈하면 내가 한 것은 하루아침에 구식이 되고 만다. 잘 하면 좋지만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식당으로 찾아오는 생활정보지, 신문 전단지 등은 하는 만큼 돈만 버리는 짓이다. 그 돈 있으면 재료를 더 싱싱한 것을 사든지 통장에 모아 두어라. 천 만원, 이 천만원이 없어서 식당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백만원, 이백만원이 없어서 치사하게 남들에게 빌리러 가는 자신이 한심스러워 식당은 동력을 잃은 법이다.

둘째, 한 템포 늦춰서 바라보자. 시장을 개척하는 선구자는 장렬히 전사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토속음식점들이 최근 각광을 받는 이유 중에는 지난 수 십 년간 고생한 전국의 토속음식점들의 노력 때문이다. 식당경영도 마찬가지다. 규모를 키워서 시장을 아도치겠다고 별러 보지만 결국은 더 큰 놈이 나타난다.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지만 어느 틈엔가 더 삐가번쩍하는 건물이 들어 선다. 지금 아니면 늦을 것 같은 조급함에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서 시작했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아니, 손님들이 아무리 수준이 떨어져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해 주는 데도 왜 이래? 얼마나 더 해 주라고? 아무리 혼자 떠들어 봤자 고객은 대답이 없다. 내가 빠른 것일지도 모르고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전혀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 템포 늦춰서 시장을 바라보고, 고객을 바라보자. 무리하게 앞서 나가지 말자. 시장이 원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일에 전력을 투구하자. 절대 늦지 않다. 한 번의 후퇴가 전쟁의 패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손님이 많은 식당에서조차 이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그에 맞는 전략이 따로 있어야 한다. 지금 어려운 식당은 반드시 다음 사항을 체크해 보아야 한다. 우리 식당의 타켓이 정확한가? 목표 고객이 선호하는 메뉴와 서비스에 집중되고 있는가? 고객들의 반응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적어도 1년은 기다린다는 심정으로 식당을 운영해 보자. 1년, 금방 지나간다. 1년 동안 식당경영자가 뭘 해야 하는지 잘 정리해 보자.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라. 1년 동안 계획하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그리고 실천하라. 오늘 생각과 내일 생각이 다르다. 어제 아무리 많이 팔았더라도 오늘 손님이 적으면 기운이 빠지는 업이 식당이다. 바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여기 저기 나가야 할 돈 걱정에 괜히 우울해 진다. 이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식당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매출 장부를 만들자. 그에 맞춰 매입 장부도 기록하자. 홀 서비스 교육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보자. 주방에서 조리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주방장이랑 같이 적어보라. 주방장이 거부하면 맘을 단단히 먹고 새 사람을 들여라. 망하면 혼자 책임지지 다른 사람이 같이 나눠 갖지 않는다. 온전히 식당경영자 혼자만 짊어져야 할 책임인 것이다. 당신만의 기록을 정리해야 한다. 적어도 1년 정도 하면 다이어리 1권 정도는 될 것이다. 앞으로 발전할 식당의 소중한 거름이 된다. 식당경영자가 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 때마다 기록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는 아이디어마저도 떠오르지 않는다. 매일 조금씩 시간 날 때마다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자.

정리하면, 1년 동안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생각 없이 투자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투자할 곳에다 투자하면 된다는 말이다. 돈만 많이 투자하라는 것은 아니다. 지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당신의 몸과 마음을 투자하라는 뜻이다. 인테리어나 광고할 돈이 있으면 더 싱싱한 재료를 사거나 종업원들 급여를 더 줘라. 매일 만 원, 이만 원 함부로 쓰지 말고 월 말에 몇 백 만원 빌리러 여기 저기 돌아다니지 마라. 술 먹을 시간 아껴 식당에 시간을 투자해라. 맛이 어떻게 하면 더 맛있어 지는지, 손님과의 접점에서 어떤 교육이 더 효과가 있는지 연구하라. 그리고 기록하라. 조급하지 말고 적어도 지금부터 1년간은 시간과 몸과 마음 그리고 돈을 투자하겠다고 각오하라. 오로지 식당비즈니스에만 온전히 나의 전부를 투자해 보라. 집중하라. 개선해야 할 한 가지에 당신의 전부를 쏟아 부어라. 손님은 결코 그런 당신의 노력을 외면하지 않는다.

IP *.118.67.8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2 어제보다 나은 식당(38) - 식당비즈니스에 관한 꿈 1(꿈의 법칙) 박노진 2006.07.17 5150
» 어제보다 나은 식당(37) - 계획된 투자, 1년의 고통 박노진` 2006.07.13 4962
110 어제보다 나은 식당(36) - 행동은 말보다 크게 울린다 박노진 2006.07.12 4681
109 어제보다 나은 식당(35) - 당신만의 무엇, 그것을 찾아라 박노진 2006.07.12 4746
108 어제보다 나은 식당(34) - 종업원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어라.(1) 박노진 2006.07.12 4313
107 My First Book 내용 전개 ver 0.5 file [1] 정경빈 2006.07.07 5123
106 어제보다 나은 식당(33) - 홍보, 입소문이 최고야 박노진 2006.07.06 4730
105 어제보다 나은 식당(32) - 먼저 주어라, 그것도 왕창 퍼 주어라 박노진 2006.07.06 4888
104 어제보다 나은 식당(31) - 행복한 직원, 만족한 고객 박노진 2006.07.06 5005
103 어제보다 나은 식당(30) - 모든 것은 고객의 요구에서 시작된다. 박노진 2006.07.05 4397
102 어제보다 나은 식당(29) - 싼 맛에 교포 아줌마 쓴다고? [1] 박노진 2006.07.04 6008
101 어제보다 나은 식당(28) - 밥보다 술을 팔아야 남지 박노진 2006.07.04 5373
100 어제보다 나은 식당(27) - 단체손님을 받아야 돈이 되지 박노진 2006.07.04 5859
99 어제보다 나은 식당(26) - 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라고? 박노진 2006.06.30 10582
98 어제보다 나은 식당(25) - 나도 삼식이 같은 사장이 되고 싶어! 박노진 2006.06.30 6801
97 어제보다 나은 식당(24) - 식당은 주방장만 잘 뽑으면 끝이야 박노진 2006.06.28 6090
96 어제보다 나은 식당(23) - 식당은 아무나 할 수 있다? [2] 박노진 2006.06.28 4690
95 어제보다 나은 식당(22) - 이것이 경쟁력이다(인터뷰 분석) 2 박노진 2006.06.27 5002
94 어제보다 나은 식당(21) - 이것이 경쟁력이다(인터뷰 분석) 박노진 2006.06.26 5875
93 어제보다 나은 식당(20) - 이것이 경쟁력이다 박노진 2006.06.23 5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