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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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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0일 20시 21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8) - 대박식당 엿보기 1

며칠 전 서울에서 1기 연구원 번개가 도곡동 어디선가 있었다. 장소는 당연히 식당이었는데 그 이름을 잘 아는 곳이었다. 1기 연구원들 중 맛 집이 아니면 가지 않는 괘나 눈썰미 있는 친구가 고른 ‘강릉집’이란 식당이었다. 회무침 한 가지 메뉴만 하는 집인데 7시에 도착해 보니 이미 자리가 없을 정도가 아니라 꽉 찼다. 그래도 우리는 단골이라고 허세부리는 이 친구덕분에 구석진 곳에 예약이라도 해 논 덕분에 한 자리 얻어 앉을 수 있었다.

시장바닥도 이보다는 덜 시끄러울 듯하다.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지 않으면 앞자리에 앉은 사람의 얘기가 들리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손님들은 계속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약 30여개에 달하는 테이블이 완전히 찼는데도 대기 손님들은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부러움 반, 호기심 반 그리고 옛날 기억들이 뒤섞여 착착한 기분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강릉집은 천안을 본점으로 해서 전국적인 프랜차이즈를 이루어 낸 식당이다. 그러니까 필자가 한동안 잘 나갈(?) 시점에 강릉집은 운영하던 업장에서 10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조그마한 횟집이었다. 사람들도 많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도로변인데다 평수도 고작 30평 정도 될래나 그랬고 일하는 이도 음식을 만드는 할머니(이분이 이경자 강릉집의 오너다)와 홀을 보는 며느리(라고 보여졌다)가 간난 애기를 안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 때에는 여러 가지 메뉴를 다 팔았다. 회무침도 있었고 일반 회도 팔았고 술도 팔았다. 장사가 썩 잘 되지도 않았고 단지 담은 술병(조그마한 음료수 병 같아 보였음)만 한쪽 벽 가득 채워져 있을 뿐이었다. 그 당시 우리들은 전날 먹은 술을 해장하려고 미역국을 먹으로 가끔 들리곤 했었다. 이 미역국이 장난이 아니다. 생선을 우려낸 육수에다 미역국을 만들었는데 속풀이에는 딱이었다. 그리곤 기억에서 천천히 사라져갔다. 자주 가지 않았으므로.

그러기를 1년인가 2년인가 지나면서부터는 그 집에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저녁에는 보통 2회전이 기본이었다. 조금만 늦게 가도 40분 정도는 우습게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1년인가 후에는 옆 건물을 사서 옮겼다. 이름도 강릉집에서 ‘이경자 강릉집’으로 바뀌었다. 체인점도 모집하는 것 같았고,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강릉집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왜 이 집이 이렇게 잘되는 걸까? 사실 천안에도 잘 되는 식당이 몇 군데 있다. 그 중에서도 강릉집이 최고로 장사가 잘 된다. 하루 매상이 평균 800만원 정도 된다고 하니 대박도 이만 저만한 대박이 아니다.

서울 문화사에서 펴낸 ‘그들은 먹는 장사로 매일 500만원 번다’라는 책에서 나온 내용으로 먼저 간략하게 강릉집의 성공요인을 살펴보고 필자 나름대로 분석한 것을 덧붙여 보기로 하자.

첫째, 강릉집을 운영하는 어머니 이경자씨와 아들인 이종표씨의 막바지까지 몰리게 된 밑바닥현실이 더 이상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어머니 이경자씨가 식당에서 모은 돈을 사기당하고, 이종표씨 역시 퇴직금으로 받은 돈으로 열려고 했던 카센타가 사기계약을 당한데다 고객이 맡긴 외제차마저 도난당하는 바람에 카드깡, 사채까지 빌리는 상황으로 몰려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 버렸다. 더 이상 희망이란 없는 듯한 상황에서 모자가 뛰운 마지막 승부수가 식당이었던 셈이다. 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식당이었다는 점에서 두 모자는 여기에 목숨을 건 것이었다. 절박함, 이것이 성공의 첫 걸음인 셈이다.

둘째, 가장 잘할 수 있는 요리에 자신만의 비법을 접목한 점이다. 어머니 이경자씨는 강릉에서 횟집에 근무하여 회 요리가 가장 자신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다 천안에서는 흔히 접할 수 없는 회무침을 선택하였고, 회를 뜨고 남아있는 뼈를 일일이 다져 뼈양념장을 만들어 깻잎에 날치알과 함께 올려서 내놓았다. 지금은 천안 곳곳에서 평범하게 제공되는 메뉴지만 고급 일식집에서도 볼 수 없는 날치알과 뼈양념장을 곁들인 독특한 쌈은 순식간에 소문이 났고, 그 매력에 반한 손님들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오직 식당 외에는 할 것이 없었던 조건에도 이왕이면 내가 가장 잘하는 요리에 독특한 비법을 접목한 것이 성공의 또 다른 요인이 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아들 이종표씨의 까다로운 재료 선별과 코스요리화한 점이다. 식품회사 총무를 했던 이씨는 재료 하나하나에도 철저한 기준을 정해 납품받는다. 회무침에 사용되는 우럭만 해도 무게와 살의 양에 대한 철저한 기준을 세워 보통 까다롭지 않은데도 한 달이면 10톤에 가까운 우럭을 소비하는 큰 고객이기 때문에 강릉집이 원하는 생선을 대려고 보통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주문에서부터 조리와 서빙 그리고 식사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코스요리를 만들었다. 레스토랑처럼 우럭 미역국을 시작으로 회무침, 국수무침, 매운탕이 순서대로 서빙된다. 이렇게 다양한 메뉴가 선물세트처럼 하나로 묶인 셈이다. 업주 입장에서는 주문받을 때마다 메뉴가 달라지지 않으니 준비 시간을 단축하고 인건비와 재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강릉집의 하루 테이블 회전수가 최고로 높았을 때가 12회전 반이었다고 하니 효율적인 시스템의 효과를 단단히 본 셈이다.

이상이 책에 나온 강릉집의 대박 요인이다. 필자가 봐도 대단한 정도이고 충분히 그만한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이다. 몇 년을 옆에서 지켜본 것 중에서 첫 번째로 꼽고 싶은 점은 맛이고 그 시작은 미역국이다. 회무침을 내기 전에 입가심으로 낸 음식인데 이 맛에 많은 사람들이 소위 뿅 갔다. 시원하면서도 얼큰하고 또 먹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 미역국이야말로 대박 강릉집의 일등 공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천안에는 그런 미끼요리를 내세워 대박을 터트린 식당이 또 있으니 무조건 아니라고 할 것만도 아니다.

그 다음은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회무침이란 메뉴로 단순화하면서 코스요리화한 점이다. 한 마디로 맛있고 양 많고 싸다는 느낌을 준 것이 그대로 먹힌 것이다. 초기에는 4만원이면 4명이 충분히 먹고도 남을 정도로 많이 주었다. 회무침에 나오는 날치알과 뼈양념을 곁들인 깻잎쌈은 지금도 무한정 리필해 주지만 그때도 달라는 대로 다 주었다. 그리고 회무침을 다 먹고 나면 어머니 이경자씨가 메밀국수를 삶아서 큰 그릇에 담고 다니면서 테이블마다 직접 무쳐주었다. 술안주로도 좋고 배도 부르니 이를 싫어할 손님이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매운탕을 먹으니 맛과 양에 만족하고 거기다 가격까지 저렴해 외환위기 이후 어려워진 주머니 사정에 적절하게 타이밍을 맞춘 셈이 되었다. 가격대비 고객만족도가 가장 높은 집이 된것이다.

의도적이진 않겠지만 손님이 미어 터질 때도 식당 공간을 넓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잘 한 것도 아니다. 지금도 가끔씩 강릉집을 다녀온 사람들이 서비스가 그렇게 좋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손님들로 매일 가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미지 메이킹을 아주 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들 이종표 사장은 식품회사 총무를 하면서 그리고 식당에 전면적으로 매달리면서 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공부와 연구를 하였을 것이다. 손님이 밀려들 때까지는 맛과 양 그리고 가격으로 승부하면서 때를 기다리다 언론을 적절하게 직간접적으로 활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것이 조절하면서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온 과정이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한 마디로 운대와 경영방식이 최대치의 결합효과를 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나도 그런 상황이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말하겠지만 감히 말하건대 그렇게 할 수 없다. 하고 싶어도 어렵다. 노력 속에 찾아온 행운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을 어찌 운으로만 바라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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