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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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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4일 23시 24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12) - 그래도 할 수 밖에 없었던 식당비즈니스

2005년 초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실시하는 ‘내 꿈의 첫 페이지’라는 프로그램에 다녀 왔다. 정말 어떻게 변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던 차에 이 프로그램의 참여는 오랜 가뭄에 단비 같았다. 먼저 꿈이라는 것을 가지게 해 주었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현실성없는 것이 대부분인데다 낮에 꾸는 꿈이 아니어서 곧 사라지는 꿈들이다. 그렇지만 이 꿈은 절박함과 간절함이 현실에서 자신이 가장 원하는 꿈을 꾸게 해 주었다.

“변화는 이론과 기술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것은 일상과 현장에서의 실천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품삯으로서의 일을 거부하고, 자신의 꿈을 구현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보람과 의미로서의 일과 직업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실천적 노력으로서 ··· 실험과 모색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날마다 반복되는 습관적 맹목성을 공격하여, 꿈을 현실로 불러들여 나의 강점과 연결하여’ 나의 주변과 세상에 빛이 되고자 하는 자리입니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내 꿈의 첫 페이지 프로그램’ 안내 중에서)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마웠다. 매일, 조금씩, 정해진 시간에 꿈을 이루기 위한 실천이 뒤따랐다. 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으로도 활동하였다. 그렇게 1년을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작업(우리는 이것을 공부라고 부른다)을 하였다. 매일 읽고 쓰는 작업은 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즐거움과 놀이로 즐기게 만들었다. 그 시간동안 식당운영은 거의 손을 놓다시피 했다. 식당보다 이것이 더 재미있고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2005년 8월 만 3년 동안 운영하였던 고깃집을 그만두었다. 택지개발이라고 하는 아주 그럴듯한 핑계가 생겼고 더 이상 식당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 동안 편하게 쉬었다. 마냥 놀고 싶었고 책과 함께 살고 싶었다. 마라톤도 완주해 보았고 15년 만에 보름동안의 동남아 여행도 다녀 왔다. 관심있는 분야의 책도 많이 읽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자주 썼다. 글의 내용에 관계없이, 수준에도 아랑곳 않고 많이 썼다. 언젠가 졸필이 수작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그저 닥치는 대로 썼다. 그냥 썼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참 많이 글을 올렸던 것 같다. 아마 이 당시 쓴 분량만 거의 A4 크기로 500페이지도 더 될 것이다.

이 6개월 동안의 백수생활동안 어렴풋이나마 나의 재능과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의지와 10년 동안의 밥장사 경험, 구본형 선생님을 따라가고 싶은 미래는 천천히 나의 길을 그려주고 있었다. ‘외식업 분야에서의 구본형’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정녕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길인가 싶었다. 나는 이 길 말고도 가고 싶은 길이 있다. 현실이 그렇게 만들어 줄지 모르지만 이렇게 가는 길만이 나의 마지막 바램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게 다시 식당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에 시작하게 된 식당비즈니스는 ‘한정식’을 아이템으로 하는 조그만 곳이다. 위치도 시내권이지만 유동인구도 거의 없는 곳이다. 그렇지만 아주 독특한 목조건물인데다 내부 인테리어도 괜찮고 야외도 깔끔한 곳이다. 2002년 처음 오픈한 곳으로 한상차림 한정식을 주 아이템으로 하는 식당인데 여주인이 영국으로 자식들을 데리고 공부하러 가면서부터 점차 기울어져 가고 있던 자리였다. 초기 성업하던 때의 1/3 수준으로 떨어져 기존 운영하고 있던 사장조차 힘들어 했다. 막상 인수를 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못했다. 하루 100만원도 팔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어떤 날은 50만 밖에 팔지 못해 기가 차서 혼자 우두커니 밖에 앉아 있기도 했다.

마음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다시 시작한 식당비즈니스인데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약 한 달간의 기간 동안 메뉴 리엔지니어링을 시도하였다. 한정식을 한다면 꼭 하고 싶었던 퓨전한정식을 도입하였다. 가격은 기존 가격중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선정하였다. 그래봤자 중저가밖에 되지 않았다. 주타겟으로 잡은 주부고객들이 조금은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밀어붙였다. 종업원들도 예전 고깃집을 할 때 같이 일했던 직원들로 천천히 채워 나갔다. 기존 종업원들은 바뀐 시스템에 못견뎌했다. 편하게 사장 간섭없이 자기들끼리 일하던 때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해주질 못했다. 안한다면 몰라도 한다면 나의 방식을 따라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메뉴를 바꾸고 한 달 동안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어떤 손님은 예전의 음식이 훨씬 좋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오른 가격에 그냥 자리를 일어서는 손님도 있었다. 바뀐 시스템에 적응을 잘 못해 음식이 제대로 나오지 못해서 욕도 많이 먹었다. 단체가 오면 정신이 없어 서비스가 엉망이라는 말도 많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이 지났다.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눈에 뛰게 높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젠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도 되겠다 싶어서 개업식을 하게 되었다. 인수한지 두 달 만에 공식적인 개업식을 하게 된 것이다.

이번 식당 비즈니스는 단순히 먹고 살아야 하는 목적으로 식당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지난 1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외식프랜차이즈 사업을 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식당비즈니스가 아닌 꿈과 희망이 있는 식당을 해 보고 싶은 욕심에서 출발하였다. 조직 시스템도 그런 생각에서 지배인을 별도로 두었다. 한정식을 프랜차이즈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차분하게 준비해 보려고 한다.

이렇게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이유나 핑계를 대더라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상 실패나 실수는 용납될 수 없다. 몰랐다면 할 수 없지만 아는 것은 하지 않아 실수하는 우는 범할 수 없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식당, 누구에게나 친절하려고 노력하는 식당,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쏟을 수 있는 식당이 되어야 한다. 그들만이 우리를 살려줄 원천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제보다 나은 식당’

다시 시작하게 된 식당비즈니스의 좌우명이다. 잘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손님한테 실수를 하거나 결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손님이 너무 많아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가거나, 맛이 너무 짜거나 매울지도 모른다. 또 가격에 비해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매일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어제 그랬다면 오늘은 개선되어야 한다. 한 번의 실수에서 우리는 배우고 고칠 수 있어야 한다. 매일 조금씩 나아질 수 있는 식당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일이자 의무이다. 나와 종업원들 모두 즐거운 하루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어제보다 나은 식당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할 수 밖에 없었던 식당 비즈니스의 1차 목적이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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