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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5일 10시 31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14) - 세 번째 고개

전편 글에서 당신에게 어제보다 나은 식당이 되기 위한 세 번째 고개를 찾아 보라고 하였다. 던진 하나의 힌트는 ‘재미’였다. 재미있게 살아라 뭐 이런 류의 말은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시덥잖은 말이나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지도 모르겠다. 대충 그런 말이다. 나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을 리 없다. 그래도 말속에 뼈가 있음을 조금은 이해해 주기 바란다. 내가 말하려고 하는 ‘재미’는 취미와는 조금 다른 훈련과 숙달에 익은 재미이기 때문이다.

“유일한 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숙달해야 한다. 손과 머리 사이에 자연스러운 교감과 조화가 이루어지면 익숙해진 것이다. 그러나 최고는 늘 기계적 익숙함에 다시 한 번 저항한다. 일단 숙달하면 일탈한다. ‘불온한 재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다른 방식을 찾아보고 새로운 방식을 다시 익힌다. 다시 배우는 불편과 새로 배우는 흥미를 반죽하면 일상은 다시 깨어나고, 일은 같은 일이지만 새로운 얼굴로 다가온다. 애인이 아내가 되고 아내가 다시 애인이 된다.”(나, 구본형의 변화이야기 281p)

취미가 일이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경우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취미이고 그 취미가 벌어먹고 사는 일로 되는 것이야말로 몸뚱아리를 팔아 그 대가로 한 끼 밥값을 버는 노동보다 백 번 나은 것이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취미를 일로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래서 취미와 일은 항상 분리되어 있고 주중을 뼈빠지게 일하고 주말은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죽으라고 한다. 주중에 취미를 일로 하는 사람들은 주말에는 쉰다. 말 그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죽치고 놀거나 쉰다. 여행도 간다. 취미가 일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것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다.

여기에 핵심이 있다. 취미가 일이 되려면 재미에 ‘숙달’이란 요소가 붙어야 한다. 취미는 내가 좋아하는 놀이이다. 여행이 그렇고, 바둑이 그렇고, 글쓰기도 그러하다. 요리를 만드는 것도 취미인 사람이 있다. 여러 사람을 불러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는 것이 취미인 사람도 있다. 이 취미를 일로 만드는 연결고리는 단순히 취미로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아는 사람들하고의 교류관계가 내가 모르는 ‘남들’이라고 하는 타자에게까지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남들’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취미로 하는 것들을 전달해 주는 과정은 그 ‘남들’이 나를 인정해 주어야만 가능해진다. ‘남들’이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데도 취미를 제공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소음이요 공해다. ‘남들’은 좀 덜떨어진 사람으로밖에 평가하지 않는다.

다시 정리해 보자. 나의 비즈니스를 사랑할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 어제보다 나은 식당이 되기 위한 첫 번째 고개라고 하였다. 식당비즈니스를 하면서 당신이 만족할 수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두 번째 고개는 당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으면 된다고 하였다. 식당비즈니스 중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예를 들면 시장보기, 요리하기, 서빙하기, 주차관리, 고객관리, 홍보나 마케팅 등등)에 하루를 보내라. 나머지 분야는 당신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직원을 구해 맡겨라. 세 번째가 재미를 찾는 것이다. 재미는 지속적인 숙달을 가능하게 해 준다. ‘남들’의 또 다른 표현인 ‘고객’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경영의 목표는 고객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당신의 식당비즈니스의 목적은 손님이 다시 올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하고 주변 환경을 청결히 하며, 언제나 맛있는 음식이 되도록 노력하는 식당이 되어야 하고 그래서 손님이 항상 바글바글한 곳이 되는 것 아닌가? 이것을 다른 말로 ‘손님을 돕는 식당’이라고 한다.

그래서 ‘재미’는 ‘숙달’을 받아들이게 되고 고객을 만들어 내는 전문적인 기술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방식을 찾아보고 새로운 방식을 다시 익히고, 다시 배우는 불편과 새로 배우는 흥미’를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취미가 일로 변화, 발전해 가는 경로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길목이다. 문제는 이 재미가 숙달이라는 과정을 거쳐 일이라는 것으로 발전해 가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말은 쉽지만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공하는 사람이나 기업이 드물다. 다시 또 다른 글을 인용해 보자.

“우리가 어디에 있던 오늘을 놓치면 현재는 없다. ‘오늘’은 무엇을 하기에 좋은 날이다. 오늘 새로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영원한 어제를 살았던 죄, 즉 인생을 탐험하지 않은 죄를 짓는 것이다. 세상을 하직하는 날 그 용기 없음과 게으름에 대하여 반드시 추궁 당할 것이다. 오늘이라는 현재를 잘 보내려면 시간을 꽉 잡고 장악해야한다. 새해가 되어 결심한 모든 것들이 조만간 뒤죽박죽이 되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오늘이라는 시간을 놓치기 때문이다. 자기 시간을 가지지 못하면 인생이라는 놀이터에서 놀 돈이 없어 기웃거리는 사람처럼 초라해 진다. 하루 속에 변화를 불러오는 최고의 원칙은 우선 하루에 8% 그러니까 2 시간 정도를 빼내서 나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2 시간 정도를 완전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해방의 시간으로 만들게 되면 하루는 전혀 다른 얼굴이 된다. 믿지 못하겠지만 정말 그렇다. 그 2시간은 하루라는 물 속에 떨어진 파란 잉크 한 방울 같은 것이다. 2 시간 정도의 자유를 ‘매일 같은 곳’에서 확보하라. 굳이 아침형 인간이 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익숙한 생활 리듬에 따라 취침 전 2 시간이어도 좋다. 어디든 가장 자연스럽고 몰입도가 높은 시간대 중에서 2 시간을 확보하라. 자유의 맛을 알게 되면 직장인도 하루 10% 정도까지는 자유의 시간을 늘여갈 수 있다. 그 정도 되면 대단히 훌륭한 자유인이다. 나는 누구에게나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것은 하루에 자유로운 2시간을 내게 투자한 덕이었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명심해야할 것은 이 종자돈인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체계적으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반드시 자유시간을 내 편으로 끌어 들여야한다.” (현대중공업 사보, 구본형님 칼럼중에서)

위 글의 요점은 한마디로 매일 2시간을 정해진 시간 그러니까 일정한 시간에 당신을 위하여 투자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취미가 숙달을 거쳐 일이 되는 방식이다. 당신이 식당비즈니스의 전문가가 되는 방법이다.
요리의 핵심은 조리방식이 주된 한국음식의 특징도 있긴 하지만 뭐라해도 소스에 달려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견해다. 매일 2시간 당신 식당의 핵심메뉴의 소스개발을 위해 투자해 볼 의향은 없는가? 오전이나 오후 영업시간 전에 소스를 만들어 보라. 처음에는 쑥스럽지만 며칠만 지나면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직원들이 같이 배우려 한다. 또는 사장이 변화를 원하는 느낌이면 더 앞서 변하려 한다. 사장의 말없는 실천이 변화를 주도하게 된다.
마라톤 출발지점에서 골인지점을 생각하면 그 먼 거리를 달려야 하는 생각에 금방 지칠 수 있다. 그러나 먼저 달리기 시작하면 몸이 먼저 잡생각을 하지 못하게 막아준다. 그저 지금은 달리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완주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다. 당신이 먼저 식당업무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잘할 수 있는 업무를 매일 조금씩 해 보라. 한꺼번에 많이 할 생각을 하지 마라. 금방 지친다. 마라톤처럼 조금씩 매일 할 각오를 가져라. 어느 틈엔지 아주 능숙한 전문가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매일 하라. 가능한 정해진 시간에 하라. 그리고 반드시 2시간은 투자하라. 어제보다 나은 식당이 되는 세 번째 고개도 아주 잘 넘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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