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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6일 12시 45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15) - 미래의 라이벌을 벤치마킹하다(1)

외식전문월간지를 발행하는 ‘월간 식당’에서 마련한 ‘맛기행’을 따라간 적이 있었다. 소위 대박이 난 식당들을 위주로 견학을 다니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은 보통 2박 3일로 진행되었으며 3일 동안 약 18끼니를 먹는다. 아침 먹고 오전10시, 점심, 오후4시경, 저녁, 그리고 마지막 밤에까지 먹고 나면 배가 너무 불러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래도 저녁에는 술자리가 벌어지고 식당운영에 관한 토론이 벌어졌던 기억이 난다. 짧은 연수기간에 많은 식당들을 둘러보고 맛들을 보려면 하루 3끼 먹어가지고는 다 돌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참가자들의 뱃속을 무리하게 만들면서까지 대박식당을 보고 배우려는 열정으로 다녔던 우리들은 속으로 ‘와! 이렇게 많은 식당들이 하나같이 돈을 잘 벌고 있다니.’ 하고 놀랐다. 다녔던 식당들이 한결같이 잘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달리 기억이 남는 식당이 몇 군데 있었다. 그 후 개별적으로 인상깊었던 식당을 다시 찾아가 보곤 했다. 웬지 가보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식당들 중 한 곳을 집중적으로 벤치마킹하면서 지금의 식당을 오픈하게 되었다. 마침 이 식당도 벤치마킹한 식당의 오너가 간접적인 창업지원을 했던 과거가 있었던지라 리매뉴얼링 역시 많이 어렵지는 않았다.

한상차람 한정식을 아이템으로 시작한 ‘좋구먼’이라는 상호를 가지고 10년전에 오픈한 이 식당은 이제는 7개의 직영점과 4개의 가맹점 그리고 또 다른 제2브랜드를 론칭할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행복한 상상이라는 법인으로 탈바꿈하였고, ‘좋구먼’이라는 한정식 프랜차이즈 사업과 ‘찌개愛 감동’을 브랜드로 하는 찌개요리 전문점을 론칭하였다. 가히 한국을 대표할만한 음식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만하다.

좋구먼이 자리잡을 수 있었던 환경에는 고객의 트렌드에 대한 변화와 그것을 상품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한정식 또는 한식업계의 트렌드 역시 그에 맞게 변화해 나갔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변화를 잘 읽고 적절하게 대응했던 업소들은 최소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먼저, 무엇보다 변화의 선두에는 개인과 가족의 건강을 소중히 여기는 흐름이다. 몇 년전부터 조금씩 확산되던 웰빙개념이 어느틈엔지 전사회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문화산업전반을 강타하였다. 외식업 역시 이런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는 살아날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음식들이 건강식으로 재편되고 있다. 심지어 고기요리에조차도 건강에 유익한 기능을 첨가한 웰빙형 요리들이 속속 개발되는 것이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 흐름은 고객들 개개인의 개성이 뚜렷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직장에서도 단체모임은 의례껏 회식문화가 주였으나 지금은 영화를 본다거나 운동을 하는 등 소속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외식업에서도 이들 젊은 고객들의 소비심리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따라가는 형태가 아니라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이나 가고 싶은 곳을 선호하는 흐름이 날로 많아진다. 셀러드바를 간다던가, 스파게티 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을 골라가던지 하는 식으로 예전의 고깃집 일변도에서 탈피해서 개인별 취향에 맞는 외식선호현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흐름은 전통지향적 또는 우리음식을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패스트푸드음식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몸에 맞는 전통음식이나 우리식의 음식에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드라마 ‘대장금’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웰빙흐름과 함께 건강에 좋은 한국 전통음식의 현대화 시도가 다채로워진 것도 이런 흐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하였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전통장류 특히 청국장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상품의 개발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네 번째 흐름은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것이다. 새로운 체험이나 색다른 경험을 겪어보고 싶어 하는 심리가 외식산업에서도 요구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마도 퓨전요리가 아닐까 싶다. 청담동을 중심으로 한동안 유행이 되던 퓨전음식이 지금은 전국적으로 국적을 불문하고 음식의 대세가 되고 있는 듯하다. 전통음식을 현대화한 것에서부터 고기요리, 생선요리는 말할 것도 없고 중식, 일식, 태국, 이태리, 인도음식에 이르기까지 실로 복잡하게 서로 섞여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내는 자생적인 발전단계로까지 옮겨간 느낌이다. 이런 현상은 유독 한국에서 대단히 적극적이다. 쉽게 달아오르는 민족성과 한번 불붙기 시작하면 엄청나게 타오르는 화끈한 성격도 이런 현상을 만드는데 일조하였으리라.

마지막 다섯 번째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흐름이다. 단지 가격만 실용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위생, 서비스 등에까지 신세대다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외식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고객들은 ‘고품질 저가격’을 원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이렇게 한 몇 몇 음식점들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도 하였다. 고객들은 이제 이것은 기본이라고 말한다. 주방을 통유리로 만들어 고객들에게 얼마나 청결하고 위생적으로 음식을 조리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달랑 식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식사 후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정원형 음식점이 늘고 있는 것 역시 서빙만이 서비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고객은 영리해지고 있다.

이러한 고객들의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 외식업계의 변화에 대한 대응의 정도는 어떠할까?

먼저, 전문적인 음식점들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이것 저것 다 잘한다고 메뉴에 써놓은 식당들보다 한 가지만이라도 이것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단품메뉴 전문음식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고객들의 요구가 뒤죽박죽 섞임식당에서는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라면도 전문점이 추세일 정도이다. 그리고 젊은 요리사가 증가하고 있다. 많이 파는 것이 목적인 다다익선의 장사가 아니라 내가 자신 있는 음식을 적정한 정도만 팔아도 만족하는 전문음식점들이 많아지는 흐름이다. 취업이 어려워서 식당을 창업하는 경우도 많지만 개성이 강조되고 하고 싶은 일을 잘하려고 하는 신세대 젊은이들의 창업열전이 더 많은 경우를 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 개성 있는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건물을 지을 대 애초부터 식당을 염두에 두고 차별화된 건축을 시도하는 곳도 있고, 실내 인테리어를 특정분위기에 맞춰서 설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메뉴와 서비스 역시 차별화하기에 안감힘을 쏟는다. 오리요리 전문점 이목원 같은 경우는 손님들에게 큰 절을 하는 서비스로 유명하다. 또 다른 식당은 어린이 복장으로 고객을 맞는다. 이제 일반적으로 어른들 메뉴와 어린이 메뉴가 따라와 있다. 프런치 메뉴가 평일에까지 침투해 왔다. 개성을 중요시하는 고객들의 흐름에 식당들도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자기변화를 꾀하고 있다.

역시 세 번째 변화는 퓨전요리의 증가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웰빙과 퓨전이 만나 전통음식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빔밥이 그렇고, 일식과 중식 그리고 한식이 서로 섞여지는 것도 있다. 누룽지백숙이나 생선백숙, 돼지고기 요리를 일본식 소스로 한국적인 음식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한식에는 전통장을 소스로 이용하여 만드는 음식도 많이 나온다. 삼겹살에 한방약재를 입힌 한지를 둘러 구워먹는 깜겹살이란 메뉴도 나왔다. 된장박이 삼겹살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샐러드 드레싱에 된장이나 청국장을 갈아서 사용하는 식당도 많이 있다. 김치를 이용한 요리는 이제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밖에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요리는 너무나 많다. 문제는 이런 요리를 나만의 전문음식으로 차별화, 특성화하여 고객들을 좁혀 영업을 해야 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마지막은, 갈수록 대형화와 전문화, 체계화와 브랜드화가 최근 창업하는 식당의 흐름이다. 대형화는 프랜차이즈가 다수다. 고깃집, 패스트푸드점, 횟집 등 규모의 경제를 지향할 수밖에 없는 업종들은 그렇지 못한 음식점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태리나 인도요리 같은 전문점들이나 규모를 키울 수 없는 음식점들은 한 가지 메뉴로 승부를 거는 전문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요리학교나 호텔조리학과를 나온 젊은 인재들이 창업을 하면서 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경우는 효율성을 앞세운 체계적인 시스템을 중시하고 있다. 이름있는 식당은 예외없이 브랜드를 홍보하거나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행하면서 브랜드화 하고 있다. 브랜드는 모르는 음식점에 가는 것보다 불안감을 덜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러한 고객의 소비트렌드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외식업계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편승한 ‘좋구먼’ 브랜드를 벤치마킹해 보도록 하자.
IP *.118.6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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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
2006.06.18 11:40:18 *.199.135.104
어제 어머니 모시고 유황오리 집에 갔는데, 한 발만 늦었으면 자리가 없어 되돌아나올 뻔 했지요. 이 경우는 단일 메뉴의 고급화로 볼 수 있겠네요. 제가 만일 -문화가 있는 밥집-을 하게 된다면 저는 한 두 품목의 퓨전화에 마음이 쏠리네요.

금싸라기같은 경험, 잘 읽어보고 있습니다. 저의 어제보다 나은 오늘에 보탬이 될 것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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