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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8일 18시 53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16) - 미래의 라이벌 벤치마킹(2)

외식업계에서 지난 10년 동안 한정식분야에서 대박을 터트리며 관련종사자들의 관심을 끌어온 식당이 ‘좋구먼’이다. 오원자 대표는 92년부터 6년동안 갈비집을 운영하다가 97년 12월 경기도 광주에서 토속 한정식을 오픈하게 된다. 우리 장류를 직접 만들어 온 오대표의 손맛과 개발된 메뉴는 외환위기상황에서도 연일 손님이 매진되는 대박행진을 하게 되었다. 30여가지에 이르는 한상차림 한정식을 10,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아이템을 시내권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은 것이 고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깔끔하고 정갈한 상차림은 주부고객들의 입맛과 눈길을 끌었고, 시내 외곽에 위치한 불리할 것 같았던 위치마케팅은 ‘가격대비 고객만족도’라는 개념으로 극복해 냈다.

광주점을 오픈한 이후 6년 동안 오포점, 율동점, 판교점, 능원점, 율동별관, 정자점을 오픈하여 7개 직영점을 운영하게 된다. 오픈하는 점포마다 만원사례의 신화를 만들어 내면서 드디어 프랜차이즈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되었다. 2003년 11월 ‘좋구먼 식품관’을 개설하면서 본격적으로 직영점 및 가맹점 관리를 위한 중앙공급시설을 준비한 다음,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위하여 (주)맛있는 상상이라는 법인을 설립하였다. 2005년 7월 덕성여대점이 가맹1호점으로 탄생하게 되었고 그후 삼성점, 안양점, 수원 광교점 등이 차례대로 가맹점이 되었다. 그리고 별도로 한식에 부차적이었던 찌개를 특화시켜 ‘찌개愛 감동’이라는 제2브랜드를 런칭하여 압구정점, 역삼점, 무교동점을 성황리에 오픈하게 된다.

필자 역시 한정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는 외식경영자로서 좋구먼을 벤치마킹하려는 뜻은 시장경제의 필연적 과정이자 경쟁을 통한 외식산업의 발전에도 일조하려는 생각도 없지 않다. 차분히 좋구먼을 분석해 보기로 하자.

좋구먼의 이미지는 냄새없는 청국장이 맛있는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막상 상차림을 받아보면 1인분에 10,000원이라는 가격에 어울리지 않는 30여 가지의 음식이 차려지는데 입이 딱 벌어진다. 물론 지금은 물가인상 등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외환위기 당시 가격대비 만족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리고 식당 곳곳에 메주를 만들어 걸어 놓기도 하고 청국장이 주는 토속적인 이미지도 만드는 등 모든 아이템의 중심에 청국장이 있었다. 또한 오원자 대표의 전통장을 만드는 솜씨역시 일가견이 있어 청국장을 사가지고 가는 고객들도 적지 않았다. 좋구먼의 1등공신은 청국장이다. 청국장을 잘 만드는 식당이나 명인들도 많지만, 좋구먼은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였다. 청국장의 냄새를 없애 주부고객들이나 신세대 고객들의 거부감을 없애고 매니아가 되게끔 만들었다. 직접 만드는 국산청국장의 이미지를 잘 활용하였다. 청국장이 갖는 토속적인 이미지에 맞게끔 식당의 하드웨어나 메뉴개발에도 통일성을 갖추었다. 장기적인 전망속에서 이런 계획들을 일률적으로 조직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청국장을 중심으로 한 일관성과 통일성은 식당의 활성화와 다점포사업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토속음식점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집스럽게 유지함으로써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다시 되살아나는 과정에 웰빙 트렌드와 절묘하게 결합하게 된 점이 지속적인 대박의 한 요인이 되었다. 초기 좋구먼의 메뉴는 철저하게 우리 음식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지금의 퓨전화된 고급 한정식이 아니라 전통장을 중심메뉴로 한 우리 재료로 만든 메뉴가 중심이 되었다. 재료비 비율을 높이지 않는 한 값비싼 재료로 음식을 만들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오대표는 값싼 재료로 비싸 보이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실력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장류와 나물류 그리고 해산물 등을 이용한 재료로 만든 메뉴는 건강이 가장 큰 사회문화적 흐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전통 우리음식’이라는 아이템으로 적응해 가면서 웰빙음식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좋구먼이 사업 초기에 일찍 자리를 잡게 된 데는 무엇보다 ‘가격대비 고객만족도’를 극대화한 것을 들 수 있다. 전라남도 강진에 가면 설성식당이라고 있다. 조그만 지방도회지인 강진에서 식당을 하는 설성식당은 한 상에 20,000원을 받는다. 두 명이 오던 네 명이 오던 상차림으로 얼마 하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25가지 내외의 밥과 반찬들이 한 상 가득 차려나오면 손님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과연 이렇게 해서 남는가? 하는 의문마저 들 정도로 한상 그득하다. 전통한정식의 대명사인 전주한정식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좋구먼은 이러한 분위기를 수도권에서 재현해 냈다. 입맛 까다로운 강남, 광주, 분당 지역 주부고객들의 눈높이를 아예 소비자들보다 한 단계 위에서 맞춰버린 것이다. 낮 고객들이 붐비게 되면서 저녁에도 웨이팅이 걸릴 정도로 입소문을 탄 것이다. 토속음식, 저렴한 가격, 뛰어난 손맛, 나름대로 괜찮은 서비스, 외곽의 전통분위기 등이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 요인들이다.

입소문이 좋구먼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소문은 소문을 타고 번져 나갔다. 업소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업소를 알려내는 적극적 마케팅을 하는 곳도 있는가 하면 손님들이 알아서 소문을 내주는 것으로 장사가 잘 되는 수동적 마케팅 방식도 있다. 좋구먼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입소문 마케팅을 활용하였고 언론을 상대로 한 홍보 마케팅을 적극 사용하였다. 주부들 사이에서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TV나 신문, 잡지사에서 제 발로 찾아와 기사를 실어줘서 홍보를 한 셈이 되었다. 토속한정식, 냄새 안 나는 청국장, 웨이팅을 기다릴 정도의 바글바글한 식당, 적당한 맛이 입소문을 낫게 만들었고 이 입소문은 언론매체에 저절로 올라올 정도로 선순환 마케팅의 리사이클을 만들게 된 것이다. 입소문의 기본은 맛이다. 외식업의 기본이 맛이란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렇지만 어떤 음식에는 어떤 맛이 들어가야 대박식당이 된다는 것을 아는 외식경영자는 별로 없다. 좋구먼은 바로 이 맛을 찾아냈고 외환위기 이후 소비자들의 변화되는 흐름에 아주 적절하게 편승한 것이 입소문 대박을 터트리게 된 요인이다.

무엇보다 오원자 대표의 장인정신이 지금의 좋구먼을 만들었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한정식집도 2002년 오픈한 곳으로 그 당시 천안에서는 좋구먼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대박식당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너의 관심 부족이 결국 식당의 이미지를 깍아 먹으면서 필자에게까지 인수제안이 오게 되었다. 메뉴의 변화가 없었고 음식질이 떨어지고,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많은 말에도 불구하고 오너의 관심과 열정만한 요인은 없는 것이다. 한 쪽은 대박식당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한 반면, 다른 한 쪽은 대박식당에서 쪽박식당으로 초라하게 변해 현상유지조차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적으로 식당경영자의 책임이 가장 크다. 매일 손님들의 평가를 듣고 조금 더 좋은 음식을 만들려고 하는 마음과 오직 음식만으로 승부를 하겠다는 장인정신만이 식당을 성공시킬 수 있다. 그리고 배워야 한다. 스스로 음식을 만든다는 것에서 탈피해 전국의 맛 집을 다녀보면서 잘 되는 식당의 요인을 벤치마킹하고 우리 식당에 어떻게 적용시키는 가를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오원자 대표는 어떤 외식경영자보다 적극적이었다. 맛을 통한 승부욕, 다른 식당을 벤치마킹하는 적극적 의욕, 배우고 공부하는 마음이 지금의 좋구먼을 만들어 낸 것이다. 매일 조금씩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식당경영자보다 무서운 사람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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