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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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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0일 13시 01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18) - 미래의 라이벌 벤치마킹(4)

한정식을 프랜차이즈하는 작업은 무척 까다롭다. 일반적인 음식점처럼 단품메뉴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닌데다가 대중적이지 않다는 것도 한정식이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하지 못하게 하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조금 다른 면으로 준비를 해 보기로 하였다. 조금 더 쉽지 않을까? 내가 프랜차이즈를 한다면 이렇게 할 것이다.

가장 먼저 프랜차이즈 본사의 직영점이 잘 되어야 한다. 가맹점을 하려는 식당이나 창업을 준비 중인 식당의 경영자는 직영점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는가에 따라 판단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기가 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판단이 서면 가맹점 계약을 하려고 한다. 이때까지의 판단의 기준은 직영점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직영점이 잘 되어야 한다. 무조건 대박이 터지는 식당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적정한 매출과 수긍할 수 있는 이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맹점주들을 설득할 수 있다. 무조건 잘 된다라는 식이나 강요는 결국 가맹점들의 위기를 불러오게 되고 본사 역시 위험에 빠지게 된다. 직영점의 모델화를 기초로 가맹점들이 알차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본사는 물류를 기본으로 가지고 시작한다. 체인 가맹점들에게 식재재를 지속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이익을 발생시킨다. 가맹비, 보증금, 인테리어까지 하면서도 식자재 공급으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만들어 낸다. 혹시 이러한 것이 체인점들에게 무리한 요구는 아닐까 하는 것이 나의 의문점들이었다. 그리고 중앙물류공급시설을 유지함으로써 들어가게 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서 프랜차이즈 본사가 오히려 부도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물류공급을 하지 않고 프랜차이즈를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아주 쉽게 그리고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핵심 역량만 본사가 가지고 있으면 된다. 핵심 역량은 맛의 품질을 좌우할 수 있는 것과 시스템, 지속적인 가맹점 관리로 가맹점들이 잘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들이다.

식자재 물류를 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본사의 수익모델을 만들 것인지 찾아보자. 소스(양념류)를 공급하면 어떨까. 한정식 요리를 만드는 데에는 손이 많이 든다. 대부분의 요리가 일일이 주방에서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므로 먹는 사람이야 잘 먹겠지만 만드는 노력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각 요리마다 양념을 만들어 놓은 다음에 순전히 요리만 하게 하면 일이 많이 준다. 그리고 조리법대로 조리하면 맛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양념은 종류에 따라 며칠에서 보름정도의 유통기한을 가질 수 있으므로 매일 배송하거나 별도의 물류를 위한 시스템이나 사람이 없어도 된다. 그리고 지속적인 관리와 메뉴 리엔지니어링을 통한 영업의 활성화를 지원하고 로열티를 받으면 된다. 로열티가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으나 본사와 가맹점간의 지속적인 관계유지와 지원을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본다.

기존 장사를 하다가 어려워서 업종을 전환하려고 하는 경영자들이나 신규 창업을 하려는 경영자들 모두가 가맹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가맹점 입장에서 제일 부담이 되는 것이 인테리어비용이다. 평균 평당 20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를 받는데 어떤 프랜차이즈는 이 비용으로 돈을 번다고 할 정도이다. 당연히 인테리어가 프랜차이즈의 통일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장사 초기 이런 저런 비용에 돈이 너무 많이 지출되면 정작 본 게임에서는 힘을 쓸 수가 없게 된다. 장사가 안정기에 들어서려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은 고생을 해야 하는데 손익분기점을 넘기기에만도 이 정도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 기간동안 벌어서 보충하면 된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창업 자금의 최소 1/3이 여유자금으로 있어야만 버틸 수 있다. 폐업하는 식당의 반 이상이 버티질 못해서 포기하는 경우이다. 나머지 반은 어떻게 하다 보면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대충 간판만 걸어놓고 있다가 망하는 경우이다. 인테리어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그조차도 무리라고 판단되면 아예 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돈은 벌기는 어렵지만 쓰기는 너무나 쉽다.

연구개발을 게을리 해서도 안 된다. 대부분 가맹점들은 본사의 메뉴와 식재료 공급으로 편안하게 장사하려고 한다. 일견 그렇게 하려고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장사가 잘되고 안 되는 책임은 가맹점주 에게 있다. 본사는 지원만 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애초 가맹점을 모집하게 될 시점에 가맹점주의 사람 됨됨이를 잘 보고 선택하려고 할 것이다. 끝까지 갈 사람인지, 식당비즈니스와 잘 맞는 사람인지 또는 음식에 대한 연구나 개발을 같이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인지 먼저 보고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본사도 연구개발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가맹점들의 현장에 기초해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맹점들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경영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사무실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선된 메뉴와 조리방법, 서비스를 실험해보고 이것을 매뉴얼화 하는데 적극적으로 받아주는 가맹점만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업소만이 번성할 수 있다.

한정식의 특성상 점심 영업에 집중해야 한다. 마실의 경우 점심과 저녁장사의 매상이 4:6 정도이다. 가능한 한 5:5가 되면 그 식당은 성공할 수 있다. 구체적인 금액으로 표현하면 더 좋겠지만 가맹점마다 다르므로 적절하지 않다. 점심장사가 된다는 것은 주부고객들이 찾아온다는 말과 같다. 사무실 인접 식당은 직장인들이 대부분인 경우가 있지만 한정식의 특성상 점심을 무겁게 먹는 직장인은 드물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구매결정권은 여성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소문도 잘 난다. 이들은 몰려다니는 특성도 있다. 가는 식당만 간다. 대신 입맛이 까다롭다. 한번 아니라고 생각되면 두 번 다시 가지 않는다. 서비스도 많이 요구한다. 어떻게 보면 귀찮은 존재일수도 있지만 주부고객을 잡는 식당은 예외 없이 성공한다. 그런 식당은 저녁도 잘 된다. 사람은 모이는 곳에 모여드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가맹점이 이렇게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본사와 가맹점 모두 개업 초기에 여기에 목숨 걸고 집중해야 한다. 마케팅이나 홍보방법도 여기에 맞춰서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장사가 안정되는 시기를 6개월 정도 당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조그마한 업장이라 하더라도 직원을 소중히 하는 가맹점이 되게 만들고 싶다. 경영자가 결정은 하지만 돈은 종업원이 벌어다 준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카운터에서 일한다. 주방에 있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카운터에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돈을 관리하겠다는 생각이다. 나쁜 생각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돈은 다음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즐겁게 서빙을 하는지, 요리는 맛있게 하고 있는지, 직원들이 무엇을 먹고 싶은지, 휴무를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더 줄 것인지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직원들이 즐거우면 손님도 기분좋게 식사를 할 수 있다. 직원들이 인상 쓰고 요리하면 그 날 음식은 이상하게 맛이 없다. 식당도 조직이다. 두 명만 있어도 얼굴을 붉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

웰빙, 퓨전, 토속이 공존하는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 토속한정식을 기본으로 하되 요리들이 웰빙개념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먹기 좋은 떡이 맛도 있듯이 손님들의 눈 맛을 끌어야 한다. 건강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가족단위의 손님이 많아지고, 회식위주의 술손님들도 점차로 줄어들고 있다. 개인의 개성이 중요하게 인정되는 시대가 되었다.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 음식이 갈수록 외면당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요리방식이나 장류(된장, 간장, 청국장 등)를 활용한 음식들이 각광받기 마련이다. 식당내에 전통장을 판매하는 시설도 만들어야 한다. 실제 이런 재료들을 사용한다는 믿음도 줄 수 있고 실제 판매효과도 있다.

식당은 지역이라는 공간에 위치해 있다. 지역이라는 공간이라 함은 그 지역이나 지방을 의미한다. 식당도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한 구성원이라는 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함이다. 번만큼 사회에 되돌려 줄 수 있는 식당이 되어야 한다. 벌고 나서 기여하겠다는 말은 말과 행동이 다를 확률이 크다. 마실에서는 지금도 매월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기부하고 있다. 먼저 주어라. 그러면 몇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소리 소문 내지 않고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마케팅 방법이다. 꼭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조그마한 행동이 식당의 위치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 준다. 내가 버는 것과 남이 버는 것을 선악의 개념으로 나누어 보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사회적 역할에 충실한 기업으로서의 식당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과 지역이 인정하는 보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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