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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21일 22시 39분 등록

노동과 경영 연재 10회 - 린 생산방식에 대한 상반된 평가

지난 50년 동안 수집된 많은 통계 자료는 전세계의 공장과 사무실에 도입되고 있는 많은 <신> 경영 기법의 장점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미국보다 연간 200~500 시간을 더 일하는 일본 공장에서는 어셈블리 라인에서의 생활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으로 대부분의 노동자가 대단한 피로를 느낀다고 한다. 도요타 노동조합에 의한 1986년의 조사에 의하면 회사의 20만 명의 노동자 중 12만 4,000명 이상이 만성적인 피로로 고통 받고 있다고 한다.

작업이 어떻게 실시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노동자의 발언권이 없었던 미국의 전통적인 과학적 관리법과는 달리, 일본의 경영자들은 동기 부여 기법과 구식의 강압 방법을 결합하여 정신적, 육체적인 노력을 보다 완전히 착취할 목적으로 노동자의 참여를 일치감치 결정하였다. 한편, 노동자들은 회사를 자신의 가정이나 안식처로 생각하고 회사와 일체감을 갖도록 하였다. 일터를 떠나서도 QC 활동과 명절 때의 귀향과 여행을 포함한 그들 생활의 많은 부분은 회사 관련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 회사는 ‘종합적인 제도’가 되어 ‘사회 생활의 많은 측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일본 기업들은 종교 집단 또는 군대와 같은 또 다른 형태의 종합적인 제도와 흡사하다. 한편 노동자들은 충성에 대한 보상으로 평생 고용을 보장받았다. 일본의 노동자들은 종종 평생 동안 같은 회사에 다닌다. 경영자들은 때론 노동자들을 규율하기 위해 작업팀을 이용한다. 상호 협력의 탈을 쓴 상호 감시제 같은 것이다. 일을 못하거나 능률이 떨어지면 다른 노동자가 도와 주거나 능률이 떨어지지 못하도록 독려한다. 그렇지 못하면 스스로 탈락하도록 노동자가 먼저 압력을 가하게 된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하여 도요타 코롤라와 시보레 노바를 생산하기 위해 도요타와 GM의 합작 사업을 연구했던 파커는 일본의 린 생산방식을 ‘스트레스에 의한 관리’로 특징지었다. 도요다와 GM의 공장은 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성공하여 노바의 조립 시간을 22시간에서 14시간으로 단축하였다. 작업장의 시스템에 압박을 가하는 방식의 라인스톱줄(이상이 생기면 줄을 당기고 그런 상태가 1분이상 지연되면 라인이 멈춰지게 한 제도) 같은 일은 라인의 속도를 빨리하고 인력이나 기계의 수를 줄이거나 노동자에게 더 많은 과업을 부여함으로써 이룩될 수 있다. 아울러 공정의 균형은 항상 잘 돌아가는 위치에 자원을 줄이거나 작업 부하량을 늘임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일단 문제가 해결되면, 시스템은 더욱 더 압박을 받고 또다시 균형 상태를 이룬다. ··· 이상적인 시스템은 라인스톱줄의 불이 켜졌다 꺼졌다 반복하면서 모든 작업을 운영하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는 린 생산 방식은 노동자들이 제한적이나마 계획 및 문제 해결에 참여한다는 것을 인정받았으나 그러한 참여가 자신들의 착취에 대한 자발적인 공범으로 만드는 착취의 새롭고 더욱 정교한 방법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동양적 관점에서는 노동의 새로운 미래로 보는 이 방식을 말이다.

리엔지니어링과 새로운 정보 기술로 모든 회사들은 경영 계층을 단축하고 생산 현장의 작업팀에게 더욱 더 많은 통제력을 부여했다. 그러나 그 의도는 생산에 대한 경영자의 궁극적인 통제력을 증대시티는 것에 있다. 심지어 어떻게 성과를 개선할 것인가에 관한 노동자들의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 역시 공장 또는 사무실의 속도와 생산성을 높여 좀더 완벽하게 노동자의 잠재력을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독일의 도제같은 비평가들은 ‘일본의 린 생산은 경영자의 특권이 무한에 가까운 포드주의 조직 원칙의 실천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스트레스에 의한 관리하에서 작업자가 라인의 약점을 확인할 수 있어 제안이나 교정 조치를 취하면 경영자는 단순히 생산의 속도를 빨리하고 더욱 더 시스템에 스트레스를 가한다. 핵심은 결코 끝이란 없는 연속적인 개선 과정 속에서 약점을 계속하여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압박식 관리 방법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가히 파괴적이다. 라인이 빨리 돌아가고 전체 시스템이 압박을 받을 때 따라가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과업들이 아주 정성을 들여 만들어지고 다시 정교화되어 또 다시 만들어졌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어떠한 돌연한 고장도 작업자의 책임으로 돌린다. 라인스톱줄의 차임벨 소리와 불빛은 공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을 즉각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일본식 관리의 공장에서 생산 속도는 때로 안전 사고의 증가를 유발한다. 마츠다의 100명당 재해율은 비교가 가능한 GM, 포드, 크라이슬러 자동차보다도 3배나 된다. 일본에서 린 생산 관행하의 작업자 스트레스는 거의 병적인 수준에 도달하였다. 문제가 너무 심각하여 일본 정부는 과로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새로운 생산 관련 질병에 대한 병리를 설명하고 있다.
(일본 전국 공공 보건 연구소는 과로사를 심리적으로 불건전한 작업 관행이 계속되어 노동자의 정상적인 작업 및 생체 리듬을 깨트려 신체내의 피로가 누적되고 만성적인 과중한 작업 조건으로 인해 기존의 고혈압이 악화되고 급기야는 치명적인 쇠약을 수반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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