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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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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4일 00시 00분 등록
코리아니티 경영모델 연구 1 - 평생학습

1. 평생학습과 한국성

지식은 기업의 본질적인 기치이며 경쟁력의 핵심이다. 지식을 강조하고 창출하고 활용하는 기업은 승리할 것이다. 따라서 조직은 늘 새로운 아이디어에 접근하고 항상 배우는 학습조직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식사회로의 이행방식(전달통로)은 문명이 발달하여 두뇌에 지식을 자동으로 이전해 주는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학습밖에는 없다. 개인이 스스로 공부하던 조직이 집단으로 학습하던 배움의 방식 외에는 지식을 나의 것, 우리 회사의 경쟁력, 우리 사회의 자산으로 만들 방법이 없다.

다행스럽게 우리 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은 나라이며, 부모들은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가장 강력한 스폰스 역할을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고등교육의 지식전달 방식과 내용을 혁명적으로 바꾸고, 대학을 들어가면 함께 소멸되는 배움을 평생의 배움으로 전환시켜 갈 수 있다면 한국은 수많은 세계적 인재들을 양산할 수 있는 새로운 메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낯선 일이 아니다. 선비는 평생 학인學人이었다. 전문인 역시 평생을 배우는 사람이다. 평생학습과 호학好學은 한국인의 오래된 전통과 사회적 자부심이었다.

2. 근거 - 선비정신

조선의 선비정신은 한국인의 가슴에 아름다운 상징으로 각인되어 있다. 청빈과 기개, 호학의 정신은 임진란때의 의병항쟁이나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시해되었을 때 일어난 의병활동 등으로 투철한 시대적 사명의식을 나타냈었다.
그러나 평화의 시대에는 평소에 6예르 익혀 심신을 수련했다. 글을 읽고 시부를 짓는 것 말고도 말타고 활 쏘는 정도의 무예는 익혀두는 것이 선비들이었다. 지금의 왜소한 소시민 지식인과는 달리 조선의 선비들은 꿋꿋한 지조와 기개를 가지고 있었으며, 늘 깨어 수련하고 배우며 청빈과 검약을 생활화한 사람들이다.

선비의 생활 철학은 ‘지행합일知行合一’ 또는 ‘학행일치學行一致’의 방향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배움과 행동이 일치하는 일관성을 행동의 원칙으로 삼는다. 자신과 남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할 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자신에게 박하고 타인에게 후하게 대하는 ‘박기후인薄己厚人’의 생활태도가 권장되었다. 이 일관성은 세력에 따라 표변하는 기회주의를 용납하지 않아 지조와 절개는 선비의 상징이 되었다. 그들은 겉으로 부드럽고 안으로 한없이 단단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외유내강의 인간성을 지향했다. 조선 선비에게 호화와 사치는 금기였고, 그런 사람들은 사회의 공적公敵으로 치부될 정도였다. 청빈과 검약을 통해 스스로 겸손한 생활을 영위했다.

선비들에게 세상을 살며 가장 어려운 최종 지향점은 중용의 정신이었다.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고 지나치지도 않은 균형과 조화야말로 선비들이 도달하고 싶은 중용의 상태였다. 그들은 마치 저울의 눈이 균형점을 이루기 위해 떨리듯이 그 조화의 중용점을 찾기 위해 늘 자신들의 판단의식을 다듬질 하여 깨어있는 것을 수신의 정수로 삼았다.

선비정신은 옳고 그름을 선택의 기준으로 하되 인정을 잃지 않고, 명분을 앞세우되 실리 또한 잃지 않는 절묘한 지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유연한 융통성과 열린 마음이 없다면 선비정신은 꽉 막힌 폐쇄적 엄격함으로만 작동했을 것이고 조선의 선비는 꽁생원에 머물고 말았을 것이다. 선비의 멋은 호연지기로 불리는 이 정신적 여유와 풍류에 있다. 이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면 청빈을 즐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선비들은 책을 읽고,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고, 붓글씨를 쓰고, 문집을 내며 자연을 좆아 생활의 멋을 즐겼다. 이것이 일상의 생활이었으니 가난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고, 명분을 잃지 않고 자긍심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쉽게 사람을 버리는 기업은 또한 쉽게 인재들에 의해 버림을 받을 것이다. 좋은 사람 없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번영하지 못할 것이다. 인재는 오랫동안 공들여 키워지는 것이다. 좋은 선비는 여러 뛰어난 선생과 멘토들이 도와 오랜 시간에 걸쳐 정성스럽게 만들어 배출되는 동량들이다.
또한 지금 가장 훌륭한 직업인의 조건 중 하나는 평생을 학습할 수 있는 자세와 열정이다. 어제의 지식으로 오늘을 살 수 없을 만큼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졌기 때문에 학습 없는 인재는 없다. 선비정신은 곧 평생학습의 정신이다. 선비는 학인學人이다. 그것도 평생 배우는 사람이다. 평생 배우는 자세를 가지지 않고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지금처럼 호학好學의 기풍이 필요하다.

윤리원칙이 지켜진 경영,
지구가 견딜 수 있는 절제된 자원의 배분,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는 인간경영철학,
공동체와 함께 상생하는 개인,
학교를 졸업하고도 현장에서 계속되는 평생학습,
기회주의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묵묵함,
사회에 책임을 지는 기업시민정신,
세계와 자연에 마음을 여는 열린 자세,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식은
건강한 기업의 경영에 도움이 될까?
절대적이다. 바로 이것이 경영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현대의 선비정신인 것이다.

3. 평생학습체제와 기업경영의 관계
-- 뉴 패러다임 센터 신봉호 소장(서울 시립대 교수)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임

예비 학습조 편성으로 근로자가 배울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이러한 뉴 패러다임은 경영자의 사고의 틀만 바꾸면 업종 불문하고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모델이라고 신봉호 소장은 말한다.

뉴 패러다임(새 경영방식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함)은 올드 패러다임에 대비해 설명하면 올드 패러다임은 ‘과로 체제’로 설명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렇다. 근로자, 최고경영자, 관료, 기자, 프로듀서 할 것 없이 모두 힘들게 살고 있다. 건강이 망가져 40대 조기 퇴직, 각종 산업재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저임금 성장모델에서 온 것이다. 월급이 적으니 초과수당을 위해 특근을 해야 하고, 몸이 망가진다. 이런 과로 체제에선 미래가 없다. 혁신을 위해선 공부를 해야 하는데, 과로한 상태에선 다람쥐 쳇바퀴 돌듯 겨우 먹고사는 체제에 머문다. 중국의 부상을 감안하면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진다. 그래서 살기 위해선 과로 체제를 학습 체제로 바꾸는 것이 뉴 패러다임이다. 직장을 ‘일하는 곳, 돈버는 곳’에서 ‘공부하는 캠퍼스’로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생학습 체제로 바꿔야 한다. 뉴 패러다임의 뿌리인 유한킴벌리 모델에 대한 오해가 있다. 4조 2교대 또는 3교대로 24시간 연속 근무하는 직장에서만 가능한 모델이란 게 그것인데, 우리나라에 4조 3교대 근무 사업장이 삼성전자, 한국타이어 등 265곳이나 된다. 이러한 근무체계는 뉴 패러다임을 위한 필요조건 즉, 활주로일뿐 그 자체가 생산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학습이다. 직원들의 현장 학습, 교육이 핵심이다. 유한킴벌리의 학습은 교육 콘텐츠(내용)보다 직원들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데 뜻이 있다. 1천여 직원의 반 이상이 강사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종의 ‘지식 교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강사료는 여행 티켓 같은 걸로 지급한다. 90년대 초 대전공장부터 시작해 3년 뒤부터 서서히 성과가 높아졌다. 지금은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는 사업장 혁신 제안이 1인당 연간 10건으로 도요타 자동차 수준이다.

예비조를 편성해 교육시간을 확보해야 가능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을 늘여야 하면 경영자들이 부담을 느낄 것 같은 질문에서는 신소장은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주차장 없는 건물은 불편할 뿐 아니라 생산성이 떨어진다. 글로벌 시대에 이노베이션 사이클이 짧아 학습은 필수적이다. 즉, ‘학습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 임대료를 포기하고 어떻게 주차장을 지을 수 있냐고 주장하는 것처럼 당장 먹고살 돈도 없는데 애들 교육은 어떻게 시키느냐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당신은 당신 자식교육을 지금 돈이 없다고 시키지 않는가? 물론 모두에게 강요할 수 없고 당장 어려운 업체는 채택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패러다임을 바꾸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많다고 한다.

정말 모든 기업들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모델인가 하는 점에서는 ‘모든 이들에게 강요할 모델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보편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업종 불문하고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는 보편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많이 이들이 제조업, 그것도 거대 장치산업에 덧붙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같은 뛰어난 최고경영자가 결합해야 성공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한다고 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강남의 UIC시카고치과병원, 평택의 굿모닝병원 등이 시범사업에 착수했다면서 이러한 교육사업이 뉴 패러다임 센터의 컨설팅을 받기로 결정한 자체가 이미 70% 이상 진행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4. 사례 - 유한킴벌리, 뉴 패러다임 센터 국내기업 직장내 평생학습 사례발표

4-1) 유한킴벌리 평생학습 시스템

‘저는 인간존중 경영은 바로 [사람을 통한 기업경쟁력의 제고]를 실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직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가 근본적으로 사람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은 조직의 유지 및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문국현 사장의 말중에서

문국현 사장은 결국 조직에서 인간존중의 경영을 구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가 상호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유한킴벌리는 일찍부터 인재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유한킴벌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 있는 인재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펼쳐왔다.
유한킴벌리는 기본적으로 외부에서 인재를 스카우트하지 않고 신입사원을 채용해서 갖가지 업무경력을 쌓게 한 후 등용시키는 방침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 내 인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개인의 무궁한 성장가능성을 믿는 이러한 풍토로 인해 유한킴벌리의 이직율은 거의 0%대를 기록하고 있다.

바로 교육이 유한킴벌리의 성장과 생산성 향상의 가장 핵심적인 요인중의 하나인 것이다. 물론 4조 교대제를 통한 자기계발과 평생직장의 보장도 있지만.
4조 교대조의 예비조는 단순히 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예비조를 ‘평생학습조’라고 부른다.
‘공부를 안 하는 사회에서는 학연이나 혈연, 지연이 중요해지고, 그 안에서는 상하관계가 주를 이루게 됩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수출과 교류를 통해 경쟁하는 사회에서 한정된 공간 내에서의 상하관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누가 더 최신 정보와 지식, 그리고 경험을 갖고 있으며, 누가 가장 앞선 설계와 공정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할 뿐입니다.’
문국현 사장은 평생교육을 통해 모든 근로자들이 단순한 육체노동자가 아닌 지식노동자로 만드는 일이다. 4조 교대제 도입을 통해 평생학습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직원들이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학습함으로써 단순한 육체노동자에서 지식노동자로 탈바꿈하게 만들고, 이 지식노동자들에 의해 회사와 나라가 발전하는 것이 바로 문국현 사장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기업과 근로자상이다.

유한킴벌리 직원들은 한 달에 4일 동안 교육을 받는다. 이 중 하루는 근무일에, 나머지 3일은 휴일에 실시된다. 근무일에 이루어지는 교육은 필수지만 휴일에 이루어지는 교육은 선택이다. 자율적인 교육 참여율이 7,80%에 달한다.
이처럼 높은 이유는 첫째, 교육일에 주어지는 교육수당이다.
휴일에 나와서 교육을 받는 직원들에게는 150%의 특근 수당이 지급된다.
둘째, 생산성 향상이다.
회사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지만 이는 교육에 대한 지출을 낭비가 아닌 투자라고 보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현장에서의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의 교육은 크게 직무교육과 교양교육으로 나뉜다. 직원들이 생산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지식 등에 대한 수업 위주로 진행되는 직무교육이 전체 교육 중 60%를 차지한다. 나머지 40%는 영어회화, 컴퓨터 교육, 전시회 관람, 봉사활동 등의 교양교육으로 이루어진다.

교육훈련 담당자들은 해당 주제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었으며, 교육훈련은 직무수행과의 통합력이 높은 워크숍과 같은 교육형태를 활용했다. 교육훈련 내용의 결정은 현장감독자와 긴밀한 협력 아래 이루어졌고, 현장 작업자의 판단 아래 교육훈련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판단되면 인력개발부 교육훈련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작업자를 교육훈련에 보낼 것인가 또는 작업을 시킬 것인가는 현장감독자 및 그 부서의 업무 평가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일종의 투자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와 동일한 논리 구조를 갖는 일이었다. 그러나 현장 감독자들은 대부분 부하 직원의 교육훈련에 적극적인 성향을 보였고, 더욱이 어떤 특정 개인에 대한 교육훈련 요청을 받은 교육훈련 담당부서는 해당 개인만이 아니라 작업 조 전체를 교육훈련에 소집함으로써 해당 근로자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했다.

이러한 교육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직원 교육이 회사의 성장에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교육시간도 점차 늘어났다. 군포공장의 경우, 1인당 교육시간은 1998년의 연간 54시간에서 2002년 300시간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4년 만에 늘어난 교육시간은 무려 246시간에 달했다. 대전 공장의 경우에는 초기부터 역 280~300시간 이상의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의 성과로 육체노동자에서 지식노동자로 탈바꿈하는 여러 가지 증거중에서 ‘비전센서’, ‘로션 핸들링 시스템’을 사례로 보자.
여성용품 생산라인에 설치된 비전센서는 생산되고 있는 제품에 조그마한 이물질이라도 발견되면 그것을 감지해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비전센서는 초당 7개의 제품을 검사해 내고 있다. 비전 센서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은 사무실의 프로세스 엔지니어들이었지만, 그 아이디어를 현장에 접목시켜 현장에 걸맞는 작품으로 완성시킨 것은 현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이었다.
또 하나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작품으로 로션 핸들링 시스템이 있다. 2002년 여름에 개발된 이 시스템은 제품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크리넥스 원단을 코팅할 때, 온도가 낮으면 정전기가 일어나 이물질이 제품에 많이 달라붙게 되고 이로 인해 제품의 품질이 저하되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계 주위에 칸막이를 만든 것이 로션 핸들링 시스템이었다. 칸막이가 기계 주위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원단이 빠르게 돌아가도 정전기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원리로 이 시스템을 고안한 고재섭씨는 이것 역시 직원들의 사소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유한킴벌리의 기술 개발은 연구실이나 사무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직 근로자도 기계의 공정과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제안에 참가하면서, 직접 기계를 업그레이드하는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제품에 대한 개선 제안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자는 제안도 많아 직원들의 업무제안 개선 건수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늘어났다. 2002년 군포공장 334명의 직원들이 제안건수가 무려 2,690건으로 98년에 비해 무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렇게 유한킴벌리 직원들은 기업 개선의 주체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는 평생학습의 결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말 그대로 교육은 지출이 아니라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가 된 셈이다. 또한 이 투자를 통해 직원들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21세기형 지식노동자로 거듭난 것이다

4-2) 뉴 패러다임 센터 국내기업 직장내 평생학습 사례발표
-- 일·삶 조화추구 인간형 교육 정착 단계

기업 내 뉴패러다임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함께 기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의 직장 내 평생학습체계 사례들을 발표하고 정보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노동연구원 부설 뉴패러다임센터 주관, 사람입국신경쟁력특별위원회 후원으로 지난달 24일 명지재단 빌딩 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사례발표회에서, 국내 기업 관계자들은 기업 내 평생학습 교육에 있어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청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성과 체계성, 역량을 담보한 교육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몇몇 기업들은 벌써 그러한 토대 마련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국내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현재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기업 내 학습시스템과 평생교육 문화를 엿본다.

- SK 아카데미 탁현필 부장
"직원 교육비용 중 대부분이 연수원비로 지출된다. 하지만 설문조사해보면 작년에 무슨 교육을 받았는지 기억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고, 연수원의 인재육성교육을 잘 쉬었다왔다고 인식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제 교육을 보는 축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기업 교육체계는 입사교육, 관리직, 간부, 임원 교육 등 계층별 피라미드 구조거나 영업사원교육, 노무담당자 교육, 재무담당자 교육 등 업무 기능별 교육 구조로, 대부분 이 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SK 아카데미 탁현필 부장은 현 한국 기업들이 '인력자원교육'에 있어서도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내 인력개발&교육도 전문화와 체계화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획득해야할 때라는 주장이다.
탁 부장은 "많은 연구조사결과가 말해주듯이 실제 능력개발은 자신이 맡은 업무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며 "결국 일을 통한 육성을 실시하는데 있어서 이를 시스템으로 어떻게 연결시키고, 일과 교육훈련, 자기계발이 균형을 이루도록 도와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결국 현장 작업장이 교육장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탁 부장은 "이제 기업 내 교육부서의 임무는 단위 부서 내에서 자기계발이 일어나는 시스템과 조건을 만들어주고 이를 코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SK는 교육 과정 시작 전에 참가자 필터링을 하고 프리테스트를 거친다.시행 프로그램의 30% 정도는 신청자 내부에 레벨테스트를 실시하기도 한다. 레벨에 따른 교육 효율성 등을 시험하기 위함이다. 과정 종료 후 참가자 설문은 필수. 여기에 더해 3개월 후 본인, 상사 등을 직접 만나 인터뷰 등 면담조사로 사후 평가에 철저를 기한다. 탁 부장은 "리액션 데스트, 데이터베이스화, 피드백 등의 과정을 통해 데이터 소스 도출, 분석 등을 진행해 나가면서 결과적으로 교육을 현업에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부딪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나오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도 과거 방식의 날림이나 대충대충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시간, 비용, 노력을 충분히 들여서 팩트에 바탕한 조사, 파일럿, 정밀한 시스템 등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에 대한 사후평가로 정밀한 평가기준들을 잡아 평가프로그램 툴을 만들고 이 결과를 충분히 활용해 다음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민은행 이성엽 과장
지난 7월 1일 국민은행은 평생학습기업 선언식을 가졌다. 기업을 평생학습과 재충전의 장으로 전환함으로써 전 직원의 역량을 개발해 동북아 금융중심의 경쟁력을 꾀하겠다는 목표다. 국민은행 이성엽 과장은 "이를 계기로 지금껏 진행되어오던 사내 인재육성 프로그램이나, 경쟁력&생산성 향상 프로그램 등을 평생학습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를 제도화시키는 일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밝혔다. 최근 천안 등 지역에 있던 연수원 인력 중 일부를 서울 여의도 본점에 새로 꾸리고, 평생학습 체계를 위한 팀장급 티에프팀이 구성된 것도 이에 대한 사전작업의 하나다.
특히 금융업계는 주5일 근무제 조기시행으로 평생학습지원제도를 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평가다. 국민은행도 매주 토요일마다 경영스킬 과정 등 현장중심의 교육서비스를 통해 임직원의 영업력 강화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최근 몇 년간 합병&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조직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팀 빌딩 등 팀별 교육&워크숍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성엽 과장은 "기존 연수원 사업본부의 인간자원개발 사업이 단순 '트레이닝'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 직원들을 전략적 파트너로 삼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컨설팅 센터'로서 기능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6월 '역량중심학습가이드(CLG)'라는, 역량개발에필요한 다양한 학습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현재 자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중이다. 이는 공통역량, 리더십역량, 직무역량 등의 모델링을 기초로 직원 개개인에게 교육훈련으로 개발이 필요한 지식, 스킬, 태도가 무엇인지 자동 도출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나온 결론을 바탕으로 학습정보-연수과정 정보, 도서정보, 자격증 정보 등-를 알려준다.
이성엽 과장은 "이러한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경력개발제도(CDP) 정착지원을 위한 학습지원 체계 구축의 의미도 있다"며 "직원 스스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자기주도적인 학습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평생학습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역량중심학습가이드에 학습가이드 정보를 꾸준히 보강하고 개인별 학습관리 시스템도 개발 운영해,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자기계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 삼성 SDS 윤경희 박사
내년이면 20주년을 맞는 삼성 SDS는 지난 2002년 신조직문화를 선포했다. '마이프로웨이(My Proway)'라는 이름의 이 조직문화 운동은 삼성의 경영철학인 가치경영을 바탕으로 사원들의 개인적 비전과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치경영에 기초한 프로페셔널리즘'을 표방하고 있다.
삼성SDS의 이러한 조직문화 변화의 배경에는 IMF전후로 인터넷&IT 붐이 일면서 평생직장개념이 사라지고 고급인력의 대거 유출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업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윤경희 박사는 "이제 직원과 SDS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이 프로웨이도 사내교육과 일이 분리되지 않고 이것이 개인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게 하자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변화는 이전까지 사내에서도 직원 '육성'이라는 말로 대표됐던 교육영역이 '내가 어떻게 나갈 것인가', '우리회사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하는 화두와 함께 '성장'개념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마이프로웨이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삼성SDS는 개인별 맞춤형 성장체계, 직군별 전문가 유형제시, 직군/성장 단계별 필수과정 운영, 시스템을 통한 성장경로 설계 및 실적관리, SDS 공인전문가 제도 실시, 인적자원 재고관리 등 종합계획을 마련했다. 이 중 임직원들이 실질적으로 교육&연구&업무 활동 등에 있어서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문가 제도나 사내 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SDS 공인전문가' 인증제 마련 등은 마이프로웨이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눈에 띈다.
올해부터 삼성SDS는 '마이프로웨이'의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프로웨이 115' 운동을 새롭게 선포했다. 115란 한 사람이 한 가지 이상의 즐거움을 갖고 다섯 가지의 특화된 부문에서 진정한 전문가가 되자는 운동을 뜻한다. 그 다섯 가지는 연구회 가입, 주특기 활동, 외국어 학습, 자격보유, 1인 전문가 되기 등이다. 윤경희 박사는 "115에는 학습조직 및 연구 실천, 개인 역량 강화를 통한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기에는 일과 삶의 균형있는 조화 추구가 더해졌다"고 전한다.

- KT 한상길 부장
KT의 평생교육활동 중에는 우선 '자기개발공시제'라는 지원제도가 눈에 띈다. 자기개발공시제는 직원들이 상사와 협의해 어학이나 직무관련 이수, 자기분야 직무와 관련된 국제공인이나 민간자격 취득 등 자기개발 과제들을 공시하도록 하고 회사는 그 자격을 취득할 때가지 응시료 전액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한상길 부장은 "자기개발 이행공시율을 최소 15%로 두어 임원진들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소속 직원들도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자기개발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KT는 이러한 제도를 통해 임직원 자기개발 지원제도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직원들의 역량진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직원 평생교육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들을 취하고 있다.
최근 KT는 직원들의 역량진단 강화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전력을 쏟았다.직무에 필요한 요구역량을 추출하고개인보유역량을 진단해, 진단결과로 자기개발 가이드와 이에 상응하는 커리큘럼과 교육체계를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역량진단 강화시스템과 맥을 같이해 올해 준비중인 사업으로 역량등급인증제가 있다. 이는 직급별로 달성해야할 등급을 5단계로 나눠 근무경력, 교육 등과 함께 이 역량등급 향상률이 임원진들의 경영계약 지표가 되는 일종의 사내 인증제이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그렇지만 KT는 직원의 이동배치, 주요보직 임명, 승진 및 고과 등이 교육훈련과 연계되어 있고 특히 장기교육과 경영리더 교육을 이수한 직원은 선별-배치까지 총괄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개발&교육 차원의 자료정보 구축이 인사 배치&선별 차원에서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 한 부장은 "회사 내의 건전한 경쟁 문화의 기반과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 한국전력공사(KEPCO) 안중은 과장
"공기업으로서의 현실적 한계, 대규모 구조조정 속에서 부족 인력으로 인해 자발적 교육참석의 제한 등 어려움도 있지만, 글로벌한 환경에 대응하기 새로운 한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새로운 인재양성 교육시스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공기업 고객만족도에서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부패방지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선 최하위를 달리기도 했다. 안중은 과장은 "그 만큼 내부적으로도 개혁의 필요성이나 인적자원 양성과 교육정원 확보 등 사내 교육학습체계에도 새로운 제도 도입과 전환이 요구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전의 평생교육 체계의 경우 직급별 교육이 주가 되고 있다. 교육원을 중심으로 신입사원 과정 교육부터 상위직급으로 올라가면서 관리자 과정,리더십 개발과정, 신임 지점장 과정 등이 체계화되어 있다. 여기에 위탁교육으로 대학 부설 경영자 과정이나 혹은 국내외 경영관리자 연구과정 등 국내외 전문기관 직무 위탁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업무의 특성상 사내외 통신교육 등 현장교육 비중이 높다. 덕분에 해외연수 교육이나 외부위탁교육 등은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교육과정이 늘었고, 참가자 수도 그만큼 늘어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전은 전문분야 해외교육, 해외단기연수 등 해외교육의 지속적 확대시행, 어학능력 개발 활성화. 윤리교육의 필수화, 간부의 경영능력배양을 위한 경영자과정 등 확대실시 등 지식개발 교육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안 과장은 "올해 새로 도입한 '인재양성 프로젝트'도 글로벌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한전의 새로운 교육시스템 도입 필요성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 교보생명 강용근 과장
교보생명은 CEO의 상속세 납부 등으로 투명경영, 윤리경영 등의 이슈에서 단연 부각되고 있는 기업이다. 강용근 과장은 "윤리경영을 주요 전략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는 교보생명은 인재개발이나 교육도 CEO 직속으로 전략적 의사결정 구조 가운데 두고 있다"고 밝혔다.
임원이 되기 전 6개월 가량의 임원보 기간에 사내 MBA 교육을 받는데, 이때 회장이 직접 장으로 참여해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과제 관련 본부실장 등의 지원, 외부 대학교수 초빙 등을 통해 형식적 교육과정이 아닌 전략적 집중력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교보생명의 교육제도는 평생직업시대에 대비한 라이프러닝(LifeLearning) 지원으로 이는 입사 전 인턴사원 제도부터 퇴사 후 아웃플레이스먼트를 통한 재취업 및 창업 지원까지 이어지는 '전문직업인'을 목표로 두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멘토링제도나 퇴사 후 재취업 지원 등 입사 전후 단계이다. 일반 신입사원은 입사 후 1년 간 의무적으로 멘토링 활동을 한다. 경력사원 중 멘토를 선발하고, 이들이 신입사원과 멘토-멘티의 관계를 맺으며 업무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사내 문화를 좀더 친근한 구조 속에 익히게 된다. 또한 조기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재취업이나 창업을 연계할 수 있는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평생직장은 아니더라도 평생직업인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강 과장은 "교보생명은 개개 임직원이 중심이 되어 사내의 온오프라인 연수원 지원을 비롯, 멘토링/코칭, 사내외 전문대학과정, 전문자격지원제도, 학습동아리, 경영자료실, 위성방송 등을 활용해 이를 지식경영으로 연결시키는 평생학습 체계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이 바로 학습형 지식경영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보생명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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