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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8일 15시 58분 등록
Koreanity 경영

Koreanity : 명분에 기반한 승부근성과 도전정신 _ 않되면 되게 하라!
Koreanity 경영 : ‘개인은 협력, 조직은 경쟁’ 할 수 있는 시스템

1. [Intro] 싸우지 않고 이기는 힘

“최고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기는 것”
손자병법의 처세관인 이것은 무한경쟁과 글로벌화 시대에 기업경영에도 꼭 들어맞는 전략이다. 김위찬 교수의 ‘블루오션 전략’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의 중요성은 현재를 사는 우리의 중요한 화두인 것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서는 ‘나만이 가진 것’ 중에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차별화를 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 성장운동으로 눈부신 발전을 해왔지만 언제부터인가 중국의 저가 추월과 미국과 일본의 경제력이라는 장애물에 걸려 정체되고 있다. 이를 AT커니는 중국측 '저가공세'와 일본측 '기술공세' 사이에 끼어 한국은 이러지 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넛크래킹(호두까는 기구)' 현상이라 명명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주변을 한번 돌아보고 그들이 어떠한 방법을 썼는지를 배워야 한다. 고임금 저효율 등 이른바 '영국병'으로 고생하던 영국은 90년대 중반부터 해리 포터로 대표되는 문화산업을 집중 육성함으로써 국민소득 3만달러에 육박했다.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뻔했던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마이크로 소프트 야후 시스코 이베이 등을 키워냄으로써 세계 IT시장 주도권을 쥐었다. 이탈리아는 사양산업으로 밀려난 섬유산업에 고급 디자인을 접목해 세계 최고 패션산업국가로 탈바꿈했다. 이들 국가들이 이렇게 성장한 것의 배경이 되는 근원은 무엇일까?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적인 국민성이 아니었을까?

2. [Koreanity] 명분에 기반한 승부근성과 도전정신

스위스의 철학자 힐티(Hilty)는 사명감을 자각하는 인생은 최고라고 강조하였다. 사명감이 있는 사람은 주관이 뚜렷하고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용감하다고 했다.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사명감’이라 할 수 있는 ‘명분’은 한국성의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외국인들의 시각으로 보아도, 스스로 돌아보아도 한국인들에게 ‘명분’은 ‘실리’보다 더 중시되어온 국민성 이었다. 명분이라고 하는 것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도덕적으로 지켜야 할 도리’이다. ‘실리’와 ‘경제’가 중시되던 성장기에는 ‘명분’이란 것은 하루빨리 청산해야할 구 시대적 잔재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우리의 ‘명분’이란 것이 집단의 이익과 연결될때마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였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새마을 운동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였던 것이다.

서양의 ‘명예’라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소속집단간의 표리가 일치하도록 집단을 우선시 하는 행동하는 것이라면, ‘대의’로 표시되는 한국인의 ‘명분’은 소속집단의 양상을 위해 집단을 먼저 발전 시키고 이후에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의 성장을 보면 ‘일본의 소니’를 이겨보겠다는 ‘명분’이 성장의 원동력 이었으며, ‘현대자동차는 우리의 힘으로 닦은 길에 우리의 차를 달리게 하여 그것을 북한으로 연결한다’는 민족적인 ‘명분’이 그러한 작용을 하였던 것이다.

한국인을 움직이는 것은 ‘실리’보다도 ‘명분’이라 할 수 있다. ‘명분’중에서도 그것이 집단의 이익을 대변할 때 가장 강력하다. 즉 ‘개인의 실리’보다 ‘집단의 실리’를 추구하는 ‘명분’이 생길 때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승부근성과 도전정신이 발휘되는 것이다.

한국인은 ‘일본’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조건 이기고 바야한다. 축구도 한일전은 등급에 상관없이 빅매치이다. 1970년대 ‘애국’이라는 명분하에 국내의 많은 과학자, 공학자들이 해외에서 기술을 배우고, 배끼고 훔쳐오기까지 하였다. ‘독종’으로 표현되던 한국인의 근성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일본인 가세히데아키(1989)는 한국인의 특성으로 지기를 싫어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본인은 졌다고 생각하면 깨끗이 ‘항복했다’라고 말하는데 한국인에게는 ‘항복했다’라는 말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항복했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인의 국민성과 가장 유사한 것은 ‘아일랜드’이다. 수험생 자녀 위해 어머니가 기도하는 강력한 교육열, 강대국 핍박 딛고 경제성장 이룬 것과 영국•일본에 안좋은 감정 가지는 것, 노래, 춤, 술 즐기는 성향을 통한 연예산업의 발전등이 그러하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민족적 순수함•애국심 높고, 수난의 역사와 한(恨)의 정서가 있으며 노인 공경하는 대가족 전통등은 우리와 꼭 닮아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명분’은 뛰어난 창조성과도 연결이 된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건국신화의 단군이래 ‘백성을 어엿비 녀겨’ 한글을 창제한 것과 세계 최초 금속활자와 철갑선등의 잠재력은 오늘날 배아세포 복제기술이나 정보통신, 한류열풍 등으로 그 잠재력이 증명되고 있다.

이제까지 한국의 성장전략은 ‘추격’으로 표현되는 우리보다 앞선 나라나 기업이 만들어 놓은 것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정확하게 모방하여 이기는가 하는 ‘승부근성’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부터는 ‘도전정신’을 통한 '창조'가 유일한 생존전략인 셈이다.
고급 골프채로 유명한 혼마는 원래 전통 일본도(日本刀)를 만들던 회사였다. 일본도란 것의 수요가 뻔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업종 전환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 때 생각한 것이 핵심기술이었다. 단조(鍛造)기술에 있어서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는데 그것을 활용하여 골프채를 만들게 되었고 그 결과 명품 골프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혼다는 원래 오토바이를 만들던 회사이다. 특히 소형엔진에서 강점을 가졌는데 이를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카메라를 만들던 캐논은 광학기술이란 핵심역량을 활용해 복사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반면 전문 면도기 회사인 질레트는 1970년대 일회용 면도기 시장에 뛰어 들었다가 뜨거운 맛을 보았다. 그들의 핵심역량인 면도기 제조기술과 혁신적인 디자인과는 별 상관없는 시장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잠시 반짝하는 기업은 많이 있다. 하지만 지속하기는 어렵다. 경쟁업체가 생기고 더 싼 가격으로 공격을 하기 때문이다. 지속성을 강화시켜 주는 화두가 바로 핵심역량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 남들이 도저히 쫓아올 수 없는 것이 핵심역량이다. 이를 찾고, 발전시키고 진화시켜야 한다.

"경쟁의 판도는 나무의 과실에 해당하는 최종 제품의 우열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와 같은 핵심역량에 따라 결정된다." 핵심역량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을 한 경영학자 게리 하멜의 주장이다. 그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지금까지의 경영이 "내가 뭘 하고 싶은가"에 의존했다면 앞으로의 경영은 "내가 뭘 잘할 수 있느냐"를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다. 남들이 한다고 이것 저것 다 하지 말고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우라는 말이다.

월마트의 핵심역량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강력한 물류 시스템이다. 그 덕분에 가장 싼 가격에 물건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아메리카 항공은 기내 서비스와 고객을 만족시키는 예약시스템이고, 싱가포르 항공은 고객 접점에서 일하는 일선 직원들의 고객 지향적 서비스이다.

핵심역량은 반드시 기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기반시설, 기술적 표준, 고객 데이터 등도 가능하다. 직원들이 실제 수행하고 있는 작업과정 같은 프로세스도 될 수 있다. 잘 갖추어진 부품업체가 될 수도 있고, 유통망이 될 수도 있다.

경영이란 것은 농사짓는 것과 같다.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내려고 하기 보다는 먼저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고 많은 가지를 뻗어야 한다. 남들이 할 수 없는 자신만의 핵심역량을 중심에 두고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 우리가 가진 핵심역량은 무엇인지,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인지, 또 다른 활용방안은 없는지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3. [Koreanity 경영] ‘개인은 협력, 조직은 경쟁’ 할 수 있는 시스템

한국의 기업들의 성공사례나 혁신 사례를 보면 ‘사교적 기업문화’라고 할만큼의 ‘대의’를 기반에 두고 승부근성과 도전정신을 배양하는 조직문화를 볼 수 있다. LG그룹의 ‘혁신학교’라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1991년 창원공장에서 시작된 ‘혁신학교’는 이름처럼 혁신에 관한 방법론이나 Skill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라, 임직원들의 정신교육을 담당한다. 생산라인 체험과 극기훈련 등을 통해 혁신하려고 하는 자세를 함양하는 것이 목적이다. 밤을 새서 악을 써대며 각종 구호를 외치는 것이다. 32km에 해당하는 산악훈련과 산행이 그 하이라이트이다. 혁신은 힘든 것이기 때문에 윗사람부터 솔선수범하여 교육을 이수한다. LG전자의 김쌍수 부회장은 ‘똑똑한 사람보다 우직한 사람이 회사에 더 필요하다’라는 인재관을 밝힌바 있는데, 일에 임하는 자세나 태도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다. LG전자는“5%는 불가능해도 30%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5% 성장을 목표로 삼으면 기존의 방식대로 움직이지만 30%를 목표로 삼으면 완전히 새로운 혁신을 모색하면서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는 논리다.

20여년의 짧은 기간에 고도성장의 상징으로 꼽히는 ‘신한은행’에는 ‘맹폐’라는 신입직원 연수 정신 훈련 프로그램이 있었다. 평소와 다른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이것은, 이 프로그램이 없어진 오늘날까지도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모든 신한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시범조의 역할이 끝나면 직원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악에 받친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자신 없는 사람 나가!" "안 돼!" "나가!" "안 돼!" "나가!" "안 나가!" "나가!" "못 나가!" 그것은 차라리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맹폐가 끝나면 연수생들은 후련한 해방감과 함께 혹독한 시련에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뿌듯함을 느꼈다. 그것은 약속이자 다짐이었고, 치열한 자기 확인의 과정이었다.

이처럼 문화를 기반으로 혁신을 추진하는 것은 서구와 동양사회의 인식론적 전통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현상을 인식할 때, 서구 사회는 알 수 있을 때까지 나누어 보는 이분법에 기초한 분석의 전통이 강한데 반해서, 우리는 현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이해하는 방법을 택해 왔다. 이러한 사회적인 특성이 경영혁신의 실행에 적용된 것이다.

현대건설이 1976년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항만공사를 성공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우리 나라 예산의 절반 정도인 9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한국의 현대조선소에서 모든 기자재를 제작해서 운반하는 방식으로 공기를 단축했다. 또 작년 수량 기준 세계 3위, 매출 기준 2위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데 일조했던 휴대폰 사업 역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사례이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불도저라는 별명을 지닌 정보통신총괄 이기태 사장과 조직원들의 밤샘 노력이 있었다. 지난 95년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휴대폰 15만대를 불질렀던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소니의 납품업체에 불과했던 삼성전자는 지난 해 순이익 1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10년 전 삼성전자를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소니는 ‘삼성을 배우자’며 삼성전자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고 있다.
6년 전 미국 방송의 토크쇼의 조롱거리였던 현대자동차는 올해 4월 미국 제이디파워사의 자동차 초기품질지수에서 2위를 차지하며 세계 유수의 자동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언론들은 ‘현대자동차의 행보가 자동차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LG전자는 세계 경제계의 떠오르는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 가장 현지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꼽히면서 일본제품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으며,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부도의 아픔을 겪었던 한라공조는 경영 기법을 인정받아 세계적 자동차 부품업체이자 모기업인 비스테온 사의 현지법인 8개를 위탁 경영하고 있다.

이러한 ‘대의’에 기반한 도전정신과 승부근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영모델로 ‘조직내 개인은 협동하고, 조직간에는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국인은 관계중심적이며 집단주의 적이다. 개인이 영웅화되는 ‘미국식’의 개인 성과관리등은 한국인의 정서에 불편함과 비효율을 가져온다. 더군다나 네트워크와 비공식조직의 협력이 중시되는 미래에는 이러한 관계중심의 한국성을 잘 살려줄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개인의 각자의 차별적 전문성으로 협력하되 조직은 서로 경쟁 할 수 있는 구조는 한국인의국민성에 적합하다. 삼성전자의 사업부 제도 및 PS(Profit Sharing)이 그러한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생명보험 업계에 불고 있는 영업지점장의 ‘소사장제’나 ‘분사’등은 전체 조직이 유지되고 조직내에서 집단간에 경쟁 할 수 있는 구조에 비해 한국인에게 적합하지 않다. 조직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은 ‘관계’에서 소외되는 것으로 한국인에게는 큰 스트레스이다.

사업부제는 분권관리의 대표적 조직형태로 최고 경영자 밑에 제품별, 지역별 또는 고객별로 부문화가 이루어지는 형태로 각 부문은 사업부로 불리며 직능별 조직과 같이 부문화가 되어 있다. 즉, 한 기업이 생산, 판매, 영업등의 직능별 부문이 제품이나 지역 또는 고객별로 부문화를 이뤄 각 부문별로, 생산, 판매, 영업등의 별도 부서를 운영하는 형태이다. 각 사업분야별로 의사결정권이 사업부장에게 위양되므로 통신 라인이 단축되어 환경변화에 능동적 대처가 가능하다. 최고경영자는 업무분담에 의한 업무 부담감을 덜어 전략적 의사결정 사안에 전념할 수 있다. 각 부문별 성과단위 측정이 가능해 종업원에게 동기부여(motivation)를 제공할 수 있다. 각 사업부별 공통비용을 줄이고 사업부간의 공통 고객을 배제 할 수 있다면 이는 한국성에 적합한 조직관리가 될 것이다.

이러한 사업부제가 한국식으로 적용이 되려면 동일 사업부내에 ‘매트릭스 조직’을 구성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매트릭스 조직은 전통적인 직능조직에 프로젝트 조직을 결합한 형태로 직능식의 전문화와 프로젝트의 탄력적이면서도 유능한 인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장점결합함으로 시너지효과를 추구하려는 의도에서 설계되었다. 즉, 종업원들이 수직적 계열로 형성된 원래 조직 구성원이면서 수평적 성격의 프로젝트 조직의 일원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구조이다. 이때 직능별, 프로젝트별 2인의 책임자를 두게 되어 명령, 보고 계통의 이원화로 2인 상사제(two boss system)이라고 한다.

매트릭스 조직의 성공사례라 할 수 있는 ABB (Asea Brown Boveri)의 조직구조 사례를 살펴보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ABB는 전기, 모터, 발전기, 자동설비와 같은 산업용 전기기계 분야 및 에너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의 세계적 선두주자로서 140여국에 거미줄처럼 설치된 자회사 1400 여개, 종업원수 21만명을 거느리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영국의’파이낸셜 타임즈’ 지로부터 1994년~1997년 4년 연속으로 ‘유럽 제일의 우량회사’로 인정된 ABB에는 독특하고 강력한 기업문화가 있다.

’글로발(Global)’과 ’로칼(Local)’의 합성어인 ’글로칼 기업’이며, ’Big으로 해서 Small’, ’중앙집권이면서 분권, 권한위양’식의 대기업의 안정성과 중소기업의 활력이라는 쌍방의 장점을 조직 그 자체에 시스템으로 적용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Customer Focus(Every looks matters)’이다. ABB에서는 고객에 초점을 맞추는 데에 불가결한 행동 기준으로서「Speed」를 선택하여 대기업에서 Speed를 실현하기 위해서 전체로는 대기업이어도 작은 조직으로 기능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대기업으로서의 규모의 경제 활용을 통한 비용우위와 주요고객인 각국 정부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거대한 기업인 동시에 작은 기업정책을 쓴 것이다.

"크면서 작은 조직, 글로벌화되어 있으면서 현지화된 조직, 중앙집권적이면서 분권화되어 있는 조직" 모순처럼 들리는 이 말은 ABB의 퍼시 바네빅 전회장의 경영철학이며 ‘모순’을 조화하고 인내해 낼 수 있는 힘이 강한 한국인에게 적합적 조직구조이다.

ABB는 세계 140여개국에 1천3백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직원수도 21만명에 달한다. 매출 3백억달러의 거대기업을 중소기업처럼 유연하고 신속한 조직으로 만든 마술사가 바로 바네빅 회장이다.

그가 근대적 조직 모델을 구축한 GM의 알프레드 슬론에 이어 현대적 조직구축의 대가로 평가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BB는 지난 87년 스웨덴 아세아(ASEA)그룹과 스위스 브라운보베리가 합병, 탄생했다. 당시 바네빅 회장은 아세아의 사장으로 이 결합을 주도했다. 합병후 ABB의 사장으로 취임한 바네빅 회장은 우선 사업규모를 급속도로 확장시켰다.

발전설비, 철도차량등 국가차원에서 대규모로 추진되는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중전기 업체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규모의 경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의 바탕에는 국가 단위의 프로젝트를 수주할때 자국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GE, 히타치등 경쟁사에 비해 시장개척에 소극적이고 영향력도 별로 없는 스위스나 스웨덴 정부로부터 별다른 지원을 기대할 수 없었던 ABB의 절박한 상황도 있었다.

"ABB의 역사는 곧 M&A의 역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감한 기업사냥이 이루어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88년에는 스웨덴의 환경관리업체와 덴마크의 철로정비업체, 89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송 배전사업등이 대표적인 M&A사례다.

90년부터는 동구와 아시아지역에서 잇달아 기업인수에 나섰다. 합작을 포함, 이지역에서 이뤄낸 M&A건수는 총 130여건. 덕분에 지난해 ABB는 총매출의 25%를 동구와 아시아지역 신흥 시장에서 올렸다. 이런 끊임없는 성장추구를 통해 바네빅 회장은 ABB를 세계 3대 중전기 업체로 키워냈다.

그러나 바네빅 회장의 경영전략은 덩치키우기에만 그친게 아니다. 거대해진 조직을 작은 조직처럼 유기적이며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가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 해법은 조직의 분할이었다.

바네빅 회장은 사업부문과 지역부문을 양대 축으로하는 매트릭스 조직을 바탕으로 전 조직을 5천여개의 "이익센터(profit center)"로 분할했다. 이 이익센터는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개개의 센터들이 독립회사처럼 기능하는 것이다. 이 센터는 평균 50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 덕분에 중소기업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의 조직 생존 조건으로 "스피드"를 가장 중요시 한 바네빅 회장은 작은조직을 더 빠르게 하기 위해 "T-50"운동을 도입했다. 전사적 업무 프로세스 시간 단축 운동이다. "납기 지연으로 인한 손실은 실패에 의한 손실보다 크다"는 지론은 그의 경영철학을 잘 말해준다. 클레임에 대한 대응이 타기업의 경우 한달이 걸리지만 ABB는 일주일이면 가능하다.

그는 다국적 기업에 걸맞게 이사회도 국제화시켰다. 96년 일본 후지 제록스의 고바야시회장,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방장관을 비롯, 네델란드, 아일랜드, 독일, 스웨덴, 스위스 출신들로 이사회를 구성한 것이다.

그러나 현지화에도 충실한 노력을 기울였다. 각 국의 독특한 문화와 관습을 중시, 현지 법인의 사장은 가급적 현지인이 맡도록 했다. 각 이익센터에 대한 대폭적인 권한 위임 또한 현지고객에 밀착된 경영을 가능하게 했다.

바네빅 회장은 비대해진 조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관료주의를 철저히 배격했다. 그는 ABB 합병당시 본사인원을 2천명에서 1백70명으로, 96년에는 또다시 70명으로 줄였다. 인수 합병한 기업에 대해서도 중간 관리층의 감축은 예외 없이 단행됐다. 미국 컨버스천 엔지니어링을 인수할때도 6백명의 본사 직원을 1백명으로 줄이는 작업이 먼저 진행했다.

ABB의 본사직원은 70명이다. 전세계 직원 21만명의 0.05%도 안되는 숫자다. 대개 10%내외의 본사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기업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비율이다.

이런관리가 가능한 것은 업무 권한이 대폭 하부 조직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바네빅 회장 자신은 신흥 시장에 대한 진출등 최대 현안에 대한 지휘만을 맡고 나머지 일상적인 경영활동은 임원진에게 일임했다. 또 해외의 모든 자회사 운영도 대부분 현지인 사장이 결정하고 본사는 대형 프로젝트의 추진과 자회사간 이견 조정만 수행한다.

각 이익센터는 독립채산제아래 영업 투자 활동은 물론 인력충원까지도 스스로 하고 자산관리, 대차대조표를 비롯한 재무제표를 독자적으로 작성한다. 이런 성공적인 분권화의 비결은 정보기술에 대한 바네빅 회장의 확고한 신념이었다.

그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네드워크 시스템을 구축했다. ABB 합병이후 양사의 시스템통합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개월. 예상기간 5년을 훨씬 앞당긴 것이었다. 바네빅 회장이 정보시스템에 연간 7억달러를 투자하고 5천명의 인원을 투입한 덕분이었다.

ABB는 전세계 5천여개의 이익센터의 상황을 리얼타임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통제 보고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일례로 ABB 전사회계 및 통신 시스템인 "ABACUS"는 각 이익센터의 연도별 계획 및 예산에 따른 월 분기별 진도 상황을 각 센터별, 사업영역별, 지역별로 분석하여 보여준다. 이렇게 철저한 통제및 모니터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부 조직에 대한 분권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2원 상사제’의 성공은 ‘지역관리자’와 ‘사업관리자’의 조화가 필수 이다. 이를 위해 ABB는 우선 지역관리자와 사업관리자에게 완전히 동일한 권한을 주되 분야를 나눴다. 지역 관리자는 지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과 판매에 주력하고 현지 고객과 밀착, 고객 니즈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역내 이익센터간 시너지 효과의 극대화도 담당한다. 사업관리자는 담당사업의 세계전략을 수립하고 전세계에 걸쳐 지역간 조정과 통합작업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들 관리자들의 주역할은 지시와 감독이 아니다. 해당 이익센터의 지원에 있다. 이익센터의 장은 대폭적으로 보장된 자율권을 바탕으로 이 두 관리자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두 차원간의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이 경우 해당 책임자 사업 지역 관리자 및 이익센터장들은 간단한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한다. 즉 고객, ABB그룹, 이익센터라는 우선순위에 따르는 것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이런 식으로 해결되며 끝내 해결되지 못하면 최고 이사회에 상정돼 최종 조정을 받게 된다.

이익센터는 평균 50명으로 이뤄지며 완전히 분권화된 독자적인 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자율권이 보장된 이익센터들의 집합체인 ABB는 21만명의 대기업이 아니라 본사의 전략에 따라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수없이 많은 중소기업집단에 가깝다.

글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와 세계화의 합성어)의 효과는 ABB 각 사업부문 별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핀란드 ABB모터스의 경우 생산과 조직운영은 현지 소조직이 맡고 판매와 수주는 ABB 전세계 1백여개국에 구축된 판매망을 통한다. 세계 각국의 연구개발정보나 정부발주 공사에 대한 정보도 본사의 정보망을 적극 활용하게 된다.

필리핀의 복합 싸이클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4개국 ABB회사들이 컨소시엄을 이뤘으며 영 프랑스 해협 해저고속철도 환기시스템 사업에는 관련 사업분야 30개국의 ABB회사들이 협력했다.

사업조직간의 협력 강화는 매트릭스 조직이 철저히 운영되면서 더욱 강화돼 최근에는 켑처팀이라는 정형화된 형태가 나타나게 됐다. 한 프로젝트를 수주할때 각 조직에서 최적의 자원을 추출, 한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일본 플랜트업체가 화력발전설비 프로젝트를 발주한 경우 일본법인의 발전사업부 매니저를 중심으로 발전플랜트 담당은 독일과 인도네시아, 재무담당은 스위스, 영업담당은 일본에서 최적의 맴버를 끌어모아 고객이 요구하는 사양에 맞추는 것이다.

이러한 켑처팀의 운영은 고객의 니즈를 경쟁력 있게 만족시킴으로써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켑처 시스템은 아 태 지역의 매출을 14%이상 증대시키는데 큰 몫을 차지했다.

ABB의 매트릭스 조직, 이익센터, 캡처팀의 성공은 조직의 존재목적과 역할을 조직원들에게 명확히 인식시킨데 있었다. 자체적인 활동에 따른 성과를 이익센터 종업원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상함으로써 모든 조직원들의 주인의식을 강화시킨 것 또한 주요 성공요인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도 각 조직단위 성과의 투명성을 가능하게 하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평가, 분석체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게 가능했다.

ABB의 글로벌 정보통합 네트워크는 전세계 모든 독립사업 단위의 성과를 신속하게(월별로 8일 이내),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해 보여준다. 각 이익 센터간의 성과가 공정하게 평가되기 때문에 내부거래는 철저히 시장가격으로 이뤄지며 비용전가나 손실의 공유가 이뤄질수 없다.

공정하게 평가받으며 자율권이 최대한 보장된 조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업무 성과를 이루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 행동해서 결과가 좋으면 최선, 행동이 잘못됐다고 해도 곧 수정할 수 있으면 차선,
늦어서 기회를 잃는 것이 최악이다.’는 ABB의 이러한 실천을 잘 보여주는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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