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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9일 03시 58분 등록
한국성 경영의 일레 : 정신적 힘(가치)의 중시

-변화경영 연구원, 문 요한-



우리민족의 기원을 알려주는 단군신화를 보면 곰과 호랑이가 빛이 없는 동굴에서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으며 지극정성으로 사람이 되게 해달라는 치성을 드린다. 여담이지만 중간에 도망간 호랑이는 나중에 무엇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옛 이야기와 그림 속에 무수히 등장하다가 최근에는 축구 국가대표 마크에 자리 잡고 있다. 아무튼 곰은 인고의 시간을 거쳐 웅녀가 되어 환웅과 결혼하고 단군을 낳게 된다. 이렇듯 우리 민족은 그 기원부터 기도와 인내를 통한 영성(spirituality)의 확장을 통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였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는 ‘정신’이라는 말과 관련된 단어가 많다. 혼, 기(氣), 넋, 얼 등등. 기업체에서도 이와 관련된 용어들을 많이 사용한다. 사원들의 ‘기’를 살리자! 혼을 실은 경영 등등...

어디 그 뿐이랴. 종교의 각축장처럼 온갖 종류의 종교가 국내에 들어와 있고 새로운 종파가 탄생하기도 하며 수많은 토착 종교도 이 땅위에 태어나 그 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유의 선도를 잇는다고 각자 주장하는 ‘수련단체’들도 수없이 많으며 그 회원수만도 30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 흐름의 일부(예: 단월드)는 세계적 영역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기도 하다. 기독교도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만큼 교세를 확장한 나라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그 세를 빠르게 넓혀 왔다. 세계에 가장 많은 선교사를 파견한 나라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이 작은 땅덩어리에 이토록 많은 종교와 수련단체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놀랍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OECD국가 중에서 자살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사실도 묵과해서는 안 된다.)

외형적인 수치이지만 우리나라 스포츠는 왜 강할까? 물론 성적위주의 엘리트 체육의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강한 정신력’을 먼저 꼽고 싶다. 누가 저들을 경기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뛰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단지 스파르타식 훈련도 물질적 보상도 아닌 그 무엇이 있다고 본다. 개인의 영광뿐 아닌 가족, 동네, 가문, 지역, 나라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그들의 정신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도 그렇다. 기술적인 수준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못 미치겠지만 월드컵 6회 연속 본선진출의 바탕은 기술, 체력, 전술을 떠나 나는 정신력에 있다고 본다.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보노라면 정말 ‘죽을 각오’로 뛰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삭발 투혼은 기본이요, 머리가 깨져도 붕대를 칭칭 감고 뛰어 다닌다. 정말 ‘비장미’가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다.

‘브랜드와 창조적 지식’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이다. 사람이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일컫는 이 시대에 있어서 경영의 화두는 단연코 ‘사람’이다. 사람의 창의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의 정신’이 화두라고 할 수 있겠다. 20세기의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육체와 지식을 쏟아 부으라고 했다면 21세기의 기업은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정신과 영혼까지 내어놓으라고 할 것임에 틀림없다. 비극일지 희극일지 모르겠지만 기업은 어떻게 해서 노동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시킬지가 관건이 될 것이고 노동자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창의성을 최고의 상품가치로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합리적 경영을 강조해온 미국의 매킨지도 벌써 기업의 생산성과 이익이 구성원의 정신무장에 따라 얼마만큼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고 한다.

아무튼 지금 이 시대는 개인과 조직, 사회와 민족의 저력(잠재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기업과 국가의 가장 큰 경쟁력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정신적 힘’만을 강조한 즉, 의지만을 강조한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의 존귀함과 우수함을 믿는 철학적 토대위에 개인과 조직의 무의식적 잠재력을 발양시켜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사람중심의 경영’을 펼쳐야 할 것이다. 우선 몇 가지로 나누어서 국내기업의 경영에서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1) 경영이념
간략히 살펴보면 미국 기업의 경영이념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사회봉사’와 ‘인간존중’이다. 인간존중은 IBM이나 AT&T처럼 ‘각 개인은 각자가 중요하다.’는 식의 개인존중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과 집단과의 충만한 조화라는 개념은 별로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이념을 보면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볼 수 있다. 하나는 ‘최고’라는 표현이나 ‘(초)일류’라는 표현이 자주 들어간다. 둘째는 ‘인간존중, 인화’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이것이 제대로 구현되었느냐 아니었느냐는 논외로 치자.

2) 동기부여 방식
서양사회에서 개인의 행동은 반드시 개인적 이해관계에 의하여 유발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동기부여 방식은 근로자 개인의 만족에 초점을 둔다. 이는 철저한 성과측정 시스템의 구축과 성과에 따른 급여지급 방식으로 반영되어 왔다. 이에 비해 동양에서는 동기부여 방식은 신뢰성, 도덕적 의무, 정신적 가치와도 관련이 되어 있고 중요한 것은 일체감을 통한 ‘집단 동기부여’의 요소가 강하다는 것이다.

3) 혁신실행의 과정
서양의 기업은 리스트럭쳐링이나 다운사이징과 같은 환부를 수술적으로 제거하는 외과적 방식에 능통하다. 하지만 한국은 동양적 인식론과 연관지어 볼 수 있듯이 내부 프로세스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같은 내과적 방식의 혁신 작업을 많이 한다. 그리고 ERP나 6 Sigma와 같은 방법론을 도입할 때도 제도 자체보다 혁신에 임하는 자세를 더욱 중시한다.

4) 교육
직무와 관련된 교육도 있지만 정신교육을 담당하는 내용이 많다. 특히, ‘극기(克己)’와 관련된 교육이 많다. 불굴의 해병대 정신을 본받고자 하는 ‘해병대 교육’, ‘할 수 있다!’를 반복하며 숯불을 걷는 식의 극기 훈련 등이 자주 등장한다. 최근에는 명상이나 수련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기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템플 스테이나 영성훈련 프로그램에는 끊임없이 기업체의 참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몇 군데의 사례를 보자.

SK : 故 최 종현 전회장의 영향이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기수련’에 대한 관심이 높고 교육내용도 심기신(心氣身)수련 자체가 바탕이 되고 있으며 기업 내 심신수련원을 두고 있다. 아마 조만간 ‘기(氣)경영’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올지도 모르겠다.

LG전자 : ‘정신경영을 위한 토속기공’이라는 간부교육을 실시하는데 도인체조, 기공수련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삼성SDI : 금년 3월부터 본사 임직원이 대형화면을 보며 요가, 기체조를 매일 10분씩 시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내용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5) 목표설정
한국기업의 목표는 모두 ‘1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기업은 목표를 상향설정(stretch goal)하는데 한국기업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어쩌면 무대포에 가깝다는 느낌도 든다. 자원이나 능력 그리고 시장에 대한 객관적 판단에 기초한 목표라기보다 ‘하면 된다!’는 식의 정신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불도저 경영’이라고 밖에 할 수 없고 그 성과만큼이나 폐해가 있었다. 하지만 그 정신을 강조한 결과가 오늘날 경제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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