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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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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12일 11시 58분 등록
유한킴벌리 노사 경영모델 연구 1

유한킴벌리 경영진은 회사가 원하는 근로자상을 ‘지식노동자’라고 말한다. 이는 회사가 추구하는 인간 존중의 경영이념과 일맥상통한다. 직원들을 회사의 부속품이나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함께 나아가야 할 동반자로 인식하고, 직원들의 능력을 십분 활용해 회사 발전의 주체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4조 교대제와 평생교육 제도는 이런 경영 이념이 만들어낸 성과물이다.

80년대 초, 문국현 사장은 외국의 초일류 기업들의 경영방식을 보면서 초일류 기업이 되는 전략의 중심에는 ‘인적자본’의 육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에는 고정자산을 중시했다면 이제는 사람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고, 또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4조 교대제를 적극 도입하려는 것도 바로 인간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경영을 혁신하려는 것이었다.
“사람의 능력은 손, 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도, 그리고 가슴에도 있다는 것을 머릿속 깊이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경영 속에 녹여서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원의 능력을 100%, 200%까지 끌어내려면 머리와 뜨거운 가슴까지 활용해야 합니다.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지식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회사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우선 직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과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공부한 것을 적용해 볼 수 있도록 참여 경영의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 문국현 사장 -

유한킴벌리에서는 생산직 신입직원이 입사하면 관리 사무직 직원과 짝을 지워 후견인을 맺어 준다. 그리고 그 신입직원에게 불편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후견인은 같이 상담을 해 주거나 술잔을 기울이면서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받아 준다. 또 군포공장에는 사무직과 생산직의 마음을 허무는 방법 중 하나로 ‘마이머신 My Machine운동’이라는 것을 전개하고 있다. 오후 어느 날 사무직 근로자들은 머리에 부직포 모자를 쓰고, 손에는 락스와 천을 들 채 생산 현장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각자 맡은 기계들을 30분가량 청소한다. 일주일에 한 두 번, 30분 정도만 시간을 내면 되기 때문에 특별히 업무에 지장을 받는 것도 아니고, 서로 어울릴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기꺼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생산직 직원들과 사무직 직원들과 마음을 터놓고 친분을 맺고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공장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다른 부서에 생일파티가 있으면 가서 박수도 쳐주고, 음료수도 마시고, 술잔을 같이 기울이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직원들 사이의 이런 가족적인 분위기는 회사의 경영방침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다. 윤리경영, 인간 중심 경영을 내세운 유한킴벌리는 직원들에게 생산성 향상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공장의 제일 우선되는 원칙은 생산성이 아니라 모두가 한 가족이고 함께 자라는 공동체라는 의식이다. 이렇게 모든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와 함께 뛸 때 생산성은 자연히 뒤따라오게 된다는 것이 유한킴벌리의 믿음이다. 이러한 관계는 선순환 경영실적으로 나타나 직원을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대접했을 때 얼마나 높은 성과를 나타내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90년대 초반 1,638억의 매출이 2003년 7,010억으로, 순이익은 51억에서 844억으로 무려 17배 이상이나 증가한 수치다. 또한 대전, 군포, 김천의 세 공장 모두 킴벌리클라크 사가 127개국에서 운영중인 156개 공장들 가운데 생산성 1위를 달리고 있다. 품질의 결함률 역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다. 현재 유한킴벌리는 진출한 8개 사업 분야에서 모두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유한킴벌리는 가장 안전한 사업장으로도 유명하다. 2002년과 2003년의 재해도 직원이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3주간 입원한 것 등 경미한 사고외에는 안전사고가 없어 회사 전체적으로 안전사고율이 0.11이며 2004년에는 무재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쌓은 탁월한 경영성과 덕분에 튼튼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영성과에 대해 정규석 교수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유한킴벌리는 100을 투자해 매년 20 정도의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은행 금리와 비교하면 3배 이상의 이윤을 낸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굉장한 성과입니다. 그리고 전 품목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주목할 만한 점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시장 점유율이 1위가 되면 어느 정도에서 포화상태가 되는데, 유한킴벌리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아주 특이한 성과라고 볼 수 있죠.”
이렇게 탁월한 경영성과를 거둔 덕분에 유한킴벌리는 킴벌리클라크사의 동북아시아 본부(리딩컴퍼니)로 승격해 중국, 싱가포르, 대만, 필리핀, 홍콩 등지에 제품은 물론 인력과 경영서비스까지 수출하고 있다.

다시 정리해 보면, 4조 교대제를 실시하고 교육수당을 지급하는 등 유한킴벌리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나 높지만 이것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산력을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상승시켰다. 그리고 곧바로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이는 곧 사람에 대한 투자야말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근로자의 역량을 강화해 주는 요체라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이 지점에서 한국형 뉴 패러다임, 즉 노사 경영모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근거가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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