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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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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일 12시 45분 등록

뉴질랜드의 푸카키라는 호수 앞에 섰다. 반지의 제왕을 촬영한 장소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호수 앞에 서고 보니 반지의 제왕의 영상이 기억나질 않는다. 그 영화 어딘가에 저렇게 아름다운 호수의 장면이 있었던가?!
에메랄드빛이란 표현으로도 불가능하고, 적당한 묘사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들은 저 빛깔을 밀키블루라 부르는듯 했다. 옥빛이 청아하게 파란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을 때 그 아름다움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는 처음이다. 무엇을 품고 있길래 저토록 아름다운 빛깔을 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 호수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져있다. 푸른하늘, 흰 구름, 호수가의 나무, 하물며 내 얼굴까지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고스란히 투영시켜 낸다.
저 호수가 내달릴 수 있는 초원이라면 그 위를 마음껏 뛰어도 숨이 차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맘껏 뛰다보면 저 호수가 나를 와락 안아줄것만 같다.

세상이 아직까지 이토록 아름답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사실은 이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는 내가 좀 더 아름답게 살고 싶게 만든다. 아름다운 세상에 걸맞게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픈 열망을 갖게 한다.

호수위에 바람이 인다. 호수를 훑고 지나가는 바람속에서 풍금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이 풍금소리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들은 가장 아름다운 소리.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 앞에서면 바둥거리며, 욕심부리며, 집착하며 사는 삶이 참으로 어리석게 느껴진다.
소유할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무엇을 가지고 떠날 수 있겠는가?
바둥거리는 만큼 쪼그라드는 심장은 결국 거죽이 되어 사라지고 말텐데..살면서 점점 내가 소유할 수 있는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유일한 소유의 시간임을 깨닫게 된다.

최근의 나는 아주 좋은 편이다.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조용한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참 아픈 기억이 있었다. 숨쉬는 일조차 버겁게 느껴졌었던 적이 있었다.
창을 닫아걸고 밖을 나서지 않은적이 있었다. 꽁꽁 닫아 걸어둔채 나가지도 않았고, 누군가 슬며시 빗장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았었다.
작은 일에도 금방 죽어라 웃고, 슬픈 일에 죽을듯이 아파하는 나는 세상의 공기를 호흡하는 것조차 싫을때가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른다. 그저 그랬다.

그러던 내가 기쁨이 많아졌다. 웃음이 많아졌다. 많이 행복해졌다.
요란하지 않게, 떠들썩하지 않게, 조용히 내 삶이 변하기 시작했다.
잔잔한 호수의 수면처럼, 호수위로 고요히 흐르는 달빛처럼, 호수가를 훑고 지나가는 달콤한 바람처럼 내면이 고요해짐을 느낀다.

얼마전까지도 마음이 깨진 항아리 같은 적이 있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깨진 독처럼 텅 비어버린 결핍은 나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젠 내 마음은 ‘샘’이 되어가고 있는듯하다.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고 자꾸만 자꾸만 샘솟는 샘, 이 충만함은 어디에서부터 기인한 것인지 궁금하던 차에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을 읽다가 한가지의 이유를 발견했다.

자크 아탈리는 ‘인간적인 길’은 ‘주도적으로 성취해가는 삶’을 향유하는 것이라고 정의 한다.
저마다 삶의 잠재성을 부단히 극대화 할 수 있는 삶, 자신의 이상을 선택하고 스스로 알지 못하는 재능을 포함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가능성을 보유하는 삶’을 사는 것이 ‘인간적인 길’이라고 해석한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부문에서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과거에 비해 여러 부문에서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듯하다.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 동안 온전히 내게 집중하고, 나의 잠재성을 극대화하고 나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게 하는데 사용한다.
그러므로 나는 조금 더 내삶의 주인으로 살게 되었고 그것은 나날이 나를 기쁘게 하고 행복으로 이끈다.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게 되므로 내 인생에 ‘그림자’이었던 것들이 빛나는 생명이 됨을 알게 된다.
있는듯 없는듯 확연히 드러나지 않지만 나를 잠식해 버리던 그림자.
내 안에 어둡게 드리워졌던 그림자가 조용히 하나의 배경으로 물러나는 숭고한 찰라를 만나게 된다.
마치 저 아름답게 빛나는 호수처럼 조용히 그러나 살아있는 생명의 열정을 담은, 빛나는 내가 될 수 을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내 안에 아름다운 것들을 품을 때 그 아름다움을 투영시켜 낼 수 있음을 안다.
저 빛나는 호수 처럼 내 안에 것들이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으로 성숙해지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내 삶에 조금더 주도적인 삶을 살 것이다. 그러므로 마침내 내안의 잠재된 재능을 마음껏 꽃 피워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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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9.01 14:53:28 *.97.37.242
아! 사진 정말 예쁘다. 우리가 정말 거기에 갔었던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8박 9일을 꿈 속에서 비몽사몽 보냈더니,
뉴질랜드가 꿈속 같고, 꿈 속의 그림이 뉴질랜드 같고...

사진도 예쁘지만 은미 글도 더 예뻐졌네. 뉴질랜드 갔다 오더니...
축하해요. 예쁜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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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9.01 19:47:14 *.152.235.217
이 언니는 푸카키 호수에서 도를 닦았나?
주말엔 어디갔다 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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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3 00:30:36 *.160.33.149
 
가만 있어봐 . 은미 글 문장 구도가 시적 배치를 가지고 있잖아.
그건 마음의 구조가 그렇게 된 것일꺼야.
여행기가  사진과 함께 산문시로 가면 좋겠네.   그거 연습해봐.  
불필요한 단어를 제거하고, 텅 빈 공간을 만들고, 명상과 단상으로 건너 뛰어 봐. 
잘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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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08.09.03 12:17:53 *.161.251.172
사부님
시는, 제게 '꿈'같은것입니다.
책을 보지 않을때도 항상 시집은 가까이 두었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얼마전 서점에 갔다가 '한국의 글쟁이들'의 저자가
"키는 크지만 다리가 짧다. 기자지만 글은 못쓴다.
짧은 다리는 어쩔 수 없지만 글은 노력하면 잘쓸수 있을거라 믿는다"라는 자신의 소개글이
저를 쿡~~하고 무찔러 들어와 집어들고 돌아왔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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