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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3일 10시 20분 등록

같은 세상 다른 현실을 살아가는 이유


젊은이를 타락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보다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가르치는 것이다이

-니체

 

 

같은 점수라고 해도 아이들이 모두 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부하는 것도 재능에 속합니다. 혹자는 누구나 하면 되는 게 공부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달리기를 쉽게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렵게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나무나 풍경 사물을 그리는 일이 행복합니다.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그림 그릴때마다 지루하고 재미없습니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악보만 봐도 무슨 의미인지 압니다. 악보를 콩나물이라며 외계어 같은 소리로 듣는 학생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악보를 보고 음을 해독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너머에 있는 의미와 상징을 풀어내고 상상하는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수학 기호로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수학에 재능이 있지만 수학 기호만 봐도 하품부터 하는 아이는 다릅니다. 요리, 만들기, 글쓰기, 성악, 조각, 2018년 동계올림픽 한국이 은메달을 땄던 컬링 스포츠, 봅슬레이. 스켈레톤 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릅니다. 그렇듯이 아이들이 가진 재능도 다릅니다. 이런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재미있는 우화가 있습니다.

 

토끼와 오리 그리고 다람쥐가 나란히 동물학교에 입학했다. 토끼는 달리기를 잘했고 오리는 수영을 잘했으며 다람쥐는 나무를 잘 탔다. 그런데 자기 영역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 그들이지만 다른 종목에서는 성적이 형편없었다. 상담하는 선생님이 그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자기 분야의 연습 시간을 줄이고 부족한 종목에 시간을 좀 더 투자하는 것이 낫겠어"

토끼는 달리기 연습시간을 줄이고 수영과 나무타기를 열심히 연습했다. 얼마가 지나자 토끼는 수영과 나무타기 실력은 조금 나아졌지만, 달리기 실력은 보통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오리도 수영 연습을 그만두고 온종일 달리기와 나무타기만 연습했다. 오리 역시 달리기와 나무타기 실력은 조금은 나아졌지만, 결국에는 돌투성이 길을 달리고 거친 나무 등걸을 기어오르느라 물갈퀴가 다 찢어져 수영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다람쥐도 마찬가지였다. 나무타기 연습 대신 수영이며 달리기 연습을 하느라 발톱이 다 닳아버려서 나중에는 더 이상 나무 등걸을 움켜잡을 수도 없을 지경이 되었고, 결국 나무타기를 그만두어야만 했다.

 

가진 재능이 모두 다릅니다. 모든 아이들이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고 공무원 되고 대기업에 들어가라고 강요하는 부모님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잘 보십시오. 부모의 욕망이 아니라 아이가 무엇을 할 때 즐거워하고 기쁘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지 관찰하는 게 부모의 관심이 아닐까요.

자녀는 못다 이룬 부모의 욕망을 충족해주고 실현해주는 대체물이나 아바타가 아닙니다. 자녀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해야 합니다. 그 길을 갈지 다른 길을 찾아서 갈지는 전적으로 자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일을 가르쳐주는 일입니다.

재능을 어떻게 발견해야 하느냐고요. 미디어아라크네를 쓴 정여울은 재능발견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고민 중 하나가 '과연 나에게 재능이 있을까'라는 의혹이다. 우리의 예술 교육은 군계일학의 천재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알록달록한 재능을 가진 수많은 아이들의 기를 죽여 온 것은 아닐까. 나 또한 예술은 '아주 특별한 사람들'의 배타적 영역이라는 선입견에서 오랫동안 벗어나기 어려웠다. 문학을 사랑했지만 '감히' 작가의 꿈을 꿔보지 못한 이유도 '내게는 재능이 없다'는 절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 수업을 함께하는 학생들에게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능은 광에서 곶감 꺼내 먹듯 정해진 분량을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고.

재능은 뜻밖의 타인과의 부딪힘을 통해, 알 수 없는 세계와의 충돌을 통해,

감당할 수 없는 사건과의 조우를 통해

매일매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제련되고 폭발하고 잉태되는 것이라고.

재능은 꿈을 포기하지 않는 무구한 집중에서,

낯설고 어이없는 타인을 만나 그를 미치게 사랑하는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나 아닌 나'를 향해 질주하는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라고.

그러므로 우리의 문제는 재능을 발견하지 않으려는 아집과 태만에 있는 것이지

재능의 유무 자체가 아니라고 누구도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발견하는 재능을 가질 순 없는 것이 아닐까.

 

재능이란 하고 싶은 간절함으로 목표점을 향해 매일 끈기있게 해 내는 힘이다.

 

 

 

 

 

IP *.7.5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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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3 17:51:51 *.120.24.231

간절함으로 매일 끈기있게 하는 것이 재능이군요. 생각해보게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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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0 20:54:51 *.158.120.236

저는 콩두님을 보면서 존경심이 저절로 나와요. 

간절함으로 매일 300배를 같은 시각에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인간승리라는 것을요.

콩두님처럼 매일 같은 시각에 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못하는 저를 보면서 자주 화이팅해요. 

콩두님의 재능. 저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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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5 15:34:46 *.103.3.17

저역시 '과연 나에게 재능이 있을까'라는 질문 대신 '과연 내가 좋아하는 일인가'라는 질문을 이제서야 하기 시작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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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0 20:56:20 *.158.120.236

지금이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요. 

저도 "왜 이제서야" 라는 질문을 하지만. 

바꿔 말하면 "지금이라도 이것을 알게 되어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되어서"라고

자신에게 격려합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을 되새기면서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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