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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27일 15시 24분 등록
삼세판, 삼고초려, 삼순이 까지
우리의 일상에는 3이라는 숫자가 늘 자리잡고 있다.
이 3이라는 숫자는 수리학상으로도 가장 으뜸이 되는 수이다. 도덕경에서 도(道)는 1을 낳고, 1은 2를 낳고, 2는 3을 낳고, 3은 만물을 낳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회남자(淮南子)에서도 역시 3에서 만물이 생(生)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3은 홀수이고 중간자이기 때문에 가장 으뜸이 됩니다. 오늘날 현대적인 시각으로 볼 때 1과 2가 대립되는 개념의 수라면, 3은 1과 2의 대립과 갈등을 무마시키는 상징적인 숫자가 됩니다.

3이라는 숫자는 그래서 고대로부터 숭상받아 왔습니다. 가장 안정된 숫자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사유와 의식을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숫자가 3입니다. 시간도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3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3이라는 숫자를 중요시여기고 숭배하는 문화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3이라는 숫자를 중요시 여기고있습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처럼 '4'자를 숭배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3'을 숭배합니다. 70년대 중반에 나온 기독교인이 쓴 논문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환인 환웅 환검 이러한 삼신개념이 기독교 3위일체의 영향을 받았고, 단군신화는 기독교의 영향아래 쓰여진 것이다'라는 이 논문의 내용을 기독교인들이 많이 인정하는 모양입니다. 단군신화에서 보이는 3의 원리와 기독교에서 보이는 3의 원리가 일치하는 면이 있습니다.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불 법 신 삼도가 있고 탑도 대부분 3층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렇듯 3이라는 숫자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숭배를 받아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곳은 바로 동북시베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샤머니즘 문화권입니다. 샤머니즘이란 말 자체가 만주어입니다. 엑스타시 현상 - 다른 말로 빙의현상(憑衣現像)이라고도 합니다 - 에 의한 종교현상을 통틀어 샤머니즘이라고 합니다. 협의의 뜻으로는 동북아시아 계통의 특이한 종교현상을 가리킵니다. 이 문화권에서 3을 특히 강하게 숭배하고 있습니다.

이제 '3'이 나타내는 민속상의 예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3자를 좋아하지요? 우리는 흔히 내기할 때 3자를 많이 씁니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삼세번'이란 말을 많이 들어 왔습니다. 이 시대까지 '3'자가 지니는 의미가 그대로 내려온 것입니다. 그리고 산을 숭배할 때에도 우리는 꼭 세 신을 숭배합니다.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것은 우리의 장송의례(葬送儀禮)와 산속의례(産俗儀禮)에서도 이 3의 원리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은 태어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죽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장송의례와 산속의례 두가지는 잘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떤 한 집안이 나름대로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의례를 가지고 있다면, 그 의례는 쉽게 변하지가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조금 변했죠. 그 곳은 기후 환경이 워낙 틀리니까요.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잘 변하지 않습니다.

이 장송의례와 산속의례는 '3'이라는 숫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애기를 낳으면 애기의 태를 삼일째 또는 삼일 이내에 처리해야 됩니다. 그 다음 금줄 있지요, 옛사람들도 금줄이 우리가 알고있는 것처럼 그렇게 합리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들은 달랐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금줄은 삼칠일동안 답니다. 여러분들, 뭐 생각나는 게 없습니까? 단군신화에 삼칠일이라는 말이 나오죠(食之忌三七日...). 그런 관련이 있습니다. 금줄은 왼쪽으로 꼽니다. 일상의 것이 아닌 신성한 것이기 때문에 평소와는 달리 왼쪽으로 꼬는 것입니다.

TV에서 보면 사람이 죽었을 때 저승사자가 옵니다. '전설의 고향'을 보면 저승사자가 오는데, 보면은 너무들 해요. 왜 그렇게 우리 민족문화를 모르는지 모르겠어요. 저승사자가 한명이 오는데, 그게 아니예요. 저승사자는 세명씩 옵니다. 상가집에 가 보시면 저승사자가 신는 짚신이 있습니다. 짚신을 세켤레씩 갖다 놓아요. 그리고 밥을 세그릇 가져다 놓습니다. 저승사자가 세명이 왔으니까요. 그런데 TV에서는 하나씩 놓습니다.

이 외에도 '3'과 관련된 것들이 여러가지 있지만 지루하니까 한가지만 더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서양에서는 아라비아 숫자로 '3'이라고 쓰지 않습니까? 이 숫자가 생산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터놓고 얘기한다면 sex를 상징하는 숫자라고 합니다. 고대인들에게 sex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생산과 직결되니까요. 봄에 씨뿌리기 전에 젊은 부부들이 들판에 나가서 sex를 합니다. 젊은 부부들이 가진 왕성한 생산력이 대지의 힘으로 전이(轉移)되어서 곡식을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합니다. 그런 풍습이 있었습니다. 신화에 sex가 커다란 주제로 되어있는 이유는 바로 생산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3'이라는 숫자의 형태 자체가 바로 인간이 가진 생식기를 상징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3'이라는 숫자는 우리 문화뿐만 아니라 불교나 기독교 또는 동북아시아 계통이라든가 다른 문화권에서도 숭배를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다른 문화집단이 가진 이 뜻들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민족에게 있어서 특히 단군신화에 있어서 이 '3'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바로 우리 민족이 지향하는 갈등과 투쟁을 넘어선 조화의 논리인 것입니다. 1과 2의 대립을 지양해서 3이라는 숫자가 이루어지는데, 그렇다고 해서 1과 2가 3으로 그냥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1과 2의 상호작용을 거치는 겁니다. 1이 가지는 기본적인 성격이 있을 것이고 2가 가지는 기본적인 성격도 있을 것이고, 여기서 어떤 관계가 맺어집니다. 이 맺어지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결론이 '3'입니다. 조화로움으로 나타나는데, 이 과정이 현실적 타협과는 다릅니다. '3'의 논리는 1과 2가 자기의 역할을 찾고 위치를 정립하면서 상호작용을 일으킬 때 나타나는 것입니다. 단군신화에서 '3'의 논리를 드러낸다고 해서 과정없는 결과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군신화에는 환인과 환웅으로 표상되는 밝신, 웅(熊:虎도 가능함)과 왕검으로 표상되는 감신, 즉 두개의 상반된 신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권으로는 태양을 숭배하고 천손강림신화를 가진 유목문화 집단이 주체가 되어서, 대지를 숭배하고 지모신 신앙을 가진 농경문화 집단과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갔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단군왕검은 단군과 왕검으로 나타나는 밝신과 감신이 결합하여 만든 '밝감'이라는 합성명사로서 합일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天과 地, 父와 母, 男과 女, 光明과 暗黑의 철저한 이원적 대립을 상징한 환웅과 웅녀의 양 존재가 결합한 결정체로서, 우주의 모든 2원대립을 해소함으로써 합일되는 '3의 논리'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3의 논리'는 단군신화가 표현하고자 한 본질적인 논리구조이고, 또한 우리 문화가 단군신화라는 형태를 통해서 보여주고 스스로를 지탱해 온 민족논리인 것입니다. 3의 논리는 갈등을 무화시키고 대립을 지향하며 합일을 추구하는 이론체계로서 변증법을 의미하지만, 역사발전에서 과정과 단계를 중시하고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며 갈등보다는 부분적 양보와 조화를 전제로 상호조화를 이루어가는 논리입니다. 단군신화 속에서는 복합적인 예비상황과 중간단계의 설정, 환웅과 곰 등의 질적 변신을 통해서 표현되고 있습니다. 단군신화를 구성하는 24개의 신화소(神話素)들은 이 논리를 표현하고 있으며, 이 3의 논리가 철저히 실현된 결정체가 바로 단군왕검의 탄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2원의 합일, 즉 3의 논리의 실현이 단군이라는 인간의 탄생과 건국자의 출현으로 나타나는 사실은 단군신화가 인간주의를 표방하고 있으며, 동시에 朝鮮이란 나라는 이를 실천하는 이상향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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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10.27 16:53:40 *.118.67.206
이런 심오한 뜻이 있었군요.
저는 그냥 3이란 숫자를 좋아한다고 느끼기만 했는데...
역시 샤머니즘의 한 부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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