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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28일 12시 12분 등록
직장의 미래 모습

‘당신 직업이 무엇이지요?’하고 물으면 1950년대나 60년대 미국에서는 ‘GE에 다닙니다.’ 또는 ‘시티은행에 다닙니다.’ 라고 대답했다. 회사이름이 직업이 되었던 시기였다. 독일, 영국, 프랑스, 우리나라도 별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금속기술자입니다.’ 라던가 ‘웹디자이너예요.’라고 자신의 직무를 밝힌다. 그리고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 예전엔 고용기관인 회사이름이 직업으로 불리던 시대였다면 지금은 전문지식 분야인 ‘직무’가 직업으로 불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그 주요인은 근로자들의 형태가 육체노동 중심의 근로형태에서 지식근로 중심의 근로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육체근로자의 경우 고용기관인 회사에 목을 매어 그 회사에서 평생을 보내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반면, 지식근로자의 경우에는 평생직장이 붕괴됨에 따라 회사에 목을 매기보다는 자신의 고용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전문지식에 의존한다.

앞으로 미래의 직장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1. 창조성이 중시되는 직장

레스터 서로우는 창조성을 가진 사람으로 호기심을 느끼고, 탐구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이용하여 ‘뭔가 다른 것’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나누고 있다.
이러한 조건들을 보면 영재와 같이 특별한 재능이나 능력을 갖추지 않아도 창조성은 가능할 것 같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 행동, 또는 습관을 바꾸어간다면 창조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암기력보다는 컴퓨터 등에 저장된 정보를 꺼내 쓰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로 ‘탐색능력’이 중시된다는 말이다.

미래사회는 우리가 노력한 방식 또는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지금까지 중시되어 왔던 근면성이나 모범적 문제해결 능력보다는 새로운 것을 탐색하려는 탐색능력과 뭔가 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하려는 창조성, 새로운 사업기회 포착을 위한 잠재력을 가진 인재들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래의 사회에서 필요하리라고 생각되는 인재상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천재급 인재, 분야별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핵심인재, 남다른 경력과 관점으로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끼 있는 인재를 내세우는 것은 이 때문이다.

2. 구조조정이 일상인 직장

직장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앞으로 직장에서 얼마나 더 근무할 수 있는가, 또는 해고문제가 어떻게 다뤄질 것인가에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감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직장인들의 고용보장에 관해 희망적인 내용보다 직장인들의 지위가 지속적으로 약해지는 다소 절망적인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계발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찰스 핸디가 [코끼리와 벼룩]에서 직장인의 구조조정에 관한 내용을 언급한 게 있어 잠시 소개해 보자. 향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 것이며, 그러한 인력으로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전제조건이 필요한가를 말하고 있어 시사점이 많다.

첫째, 기업들은 향후 5년 안에 지금 소유하고 있는 인력들을 반 정도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1년에 10% 정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당장은 명예퇴직, 아웃소싱과 분사의 형태로 진행되겠지만 그런 다음 5년 후에도 또 인력을 반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인력 구조조정의 스피드가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직장인들의 고용안정이 시간이 갈수록 위협받는 강도가 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남은 사람들은 지금의 두 배 정도 열심히 일해야 하고, 그렇게 열심히 일한 직장인에게 주는 보상수준도 두 배 정도가 되어야 한다.

셋째, 이상의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기업이라면 가치는 세 배를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으로 절감된 핵심자원들이 두 배 생산성을 높이고, 두 배 더 보수를 받으면서 성과나 이익은 세 배가 된다. 이렇게 될 경우 기업 사이에서도 돈을 잘 버는 부자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로 양분되는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나타난다.

3. 직장의 사무실 모습

미래의 직장은 골프장의 클럽하우스처럼 된다고 본다. 골프는 회원 1명이 비회원 2~3명을 초청해서 라운딩을 즐긴다. 여기서 회원은 현재 기업의 정규직원을 의미하고, 비회원은 기업 외부의 전문가를 총칭하는 외부자원을 말한다. 결국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사무실이 된다는 소리이다. 비정규직은 단순반복적인 업무가 아닌 전문적인 지식을 겸비한 일종의 프리랜서를 의미하며, 사무실도 고정적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회의기간 또는 워크숍기단 동안만 공개 배정되고 사용 후에는 다음 사용자에게 인계되는 시스템이 된다.

자신의 집무실이라고 할 수 있는 개입별 공간이 없어지며, 개인 사물을 회사에 갖다 놓는다든지 하는 소유의 개념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리고 고객과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사무실을 이용하지만 사전준비와 활동보고 등은 재택근무가 주를 이룬다. 회사 직원들이 고객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대학교수가 학생을 접촉하는 방식과 비슷하여 정규직원의 소수 정예화가 자연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사무실은 몇 명의 외부 전문가를 한 명의 정규직원이 수행하고 회사는 전문가를 아우르는 ‘지식허브’역할을 하게 된다.

4. 핵분열을 일으키는 직장

2020년에는 현재와 같은 기업이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피터 드러커는 ‘현재와 같은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지금의 거대기업들은 수십 명의 CEO가 병존하는 연합체(confederation)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와 같은 거대기업들이 작은 단위로 쪼개진다는 것과 작은 단위에 수십 명의 CEO가 필요 하다는 사실이다.

먼저, 이러한 예상은 ‘분사와 아웃소싱’의 확대로 받아들여진다.
분사란 기존 회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할하거나 신규사업 부문을 독립시켜 분권경영을 추구하는 것이고, 아웃소싱은 기업이 수행하는 다양한 활동 중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하거나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나 핵심역량에 모든 자원을 집중시키고 나머지 업무들은 기획에서부터 운영까지의 일체를 해당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뛰어난 업체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그 다음, 작은 단위조직에 무수히 많은 CEO들이 필요할 경우 CEO 공급부족 사태가 우려되고 이들 CEO 양성을 위한 차세대 리더의 양성이 시급한 과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의 임원이나 경영층을 모두 활용한다 해도 쪼개진 미래기업의 CEO를 충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5. 구조조정과 인센티브의 양날을 가진 직장

미래의 기업들이 직면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일까? 많은 미래예측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것이 ‘인재’문제이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미래의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핵심인재들을 어떻게 하면 조직에 붙들어둘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이다.

그러자면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10~20%의 핵심인재들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하위 10~20%의 성과부진인력들은 지속적으로 구조조정 해야만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 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회사 중심적 고용정책에서 개인 중심적 고용정책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소수의 핵심인력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나 지식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해 회사를 상대로 기존의 임금과는 다른 형태의 고용계약을 맺음으로써 파워의 이동을 시도한다는 의미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하위 10~20%만 구조조정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80%의 중간인력에게도 영향이 미친다는데 있다. 결국 나머지 80~90%의 인력들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걱정해야 한다.

6. 프리에이전트에 의존하는 직장

부즈앨런&해밀턴에서 일하고 있는 데이비드 뉴커크는 앞으로 기업들의 CEO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중세의 귀족’과 같은 방식을 취하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많은 보수를 지급하면서 충성심이 강한 소규모의 ‘상설친위대’ 즉, 소수의 핵심인재인 정규직으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추가적인 군대가 필요할 때는 ‘용병’ 즉, 임시직 또는 기업 외부의 전문가집단 등과 같은 프리에이전트들로 보충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용병은 단순반복적인 일을 수행하는 기업내부의 임시직만이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컨설팅회사도 넓은 의미의 용병으로 봐야 한다. 기업에 대한 충성심은 그리 필요치 않지만 이들은 누구든지 돈을 주는 쪽에 충성심을 보이기도 하므로 높은 보수가 관건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개인용병은 구본형님이나 공병호님 같은 경우이고, 집단용병 또는 프리에이전트로서는 맥킨지나 액센추어와 같은 컨설팅회사가 일종의 용병군대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기업인수시 전산시스템을 통합하려고 사무실에서 시간을 축내는 몇십명의 인력을 따로 둘 수는 없는 경우처럼 대기업들의 변동적인 업무특성, 지금까지와는 달리 기능이 효율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므로 자기 회사에만 적용되는 인재를 배출할 필요가 적어지는 기능의 이동성, 프리에이전트 활동에 편안함을 느끼는 관리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 등으로 용병이 늘어나고 있다고 ‘60 Trends 60 Chance'에서 샘힐은 말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처한 상황에서 본다면 기업의 정규직으로 남아 있기 위해서는 소위 핵심인재 군에 들어야 하는 혹독한 경쟁을 거쳐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용병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7. ‘7 to 7’ 근무하는 직장

‘월스트리트 저널’에 보도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근무시간 외에 일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늘어나 전체 근로자 6명 중 한 명꼴이라고 한다. 이는 경찰, 간호, 경비원 등의 긴급서비스인력의 비중이 커지는 경향과 소매점의 근무시간 확대경향, 그리고 야간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신기술(폐쇄회로TV, 원격조정, 컴퓨터시스템 등)의 보급 때문이다.

근무시간대 밖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자연히 사무직 근로자들의 표준 근무시간대는 ‘9 to 5’가 아닌 ‘7 to 7’로 표준화되고 이 시간대 속에서 근무시간이 탄력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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