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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30일 07시 25분 등록
[이 글은 11월 28일자부터 3회에 걸쳐 연재되는 조선일보 경제란에 실린 기사를 재편집하여 올린 내용이다.]

최강 노동자가 만든 토요타 1

일본 경제 부활의 주인공은 고이즈미 자민당이 아니라 토요타 자동차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GM을 제치고 70년만에 세계 자동차 왕좌를 갈아 치울 도요타의 비결은 최고 경영자의 작품이 아니라 바로 64,000여 보통 노동자들이다.

최근 철강회사 도쿄제철과 중장비회사 고마쓰가 십수년 만에 일본에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을 때, 일본 언론은 “장기불황을 탈출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반겼다. 하지만 두 회사의 투자 배경에는 도요타의 1조 4,000억엔대에 이르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자리잡고 있다.
도요타는 어떻게 이러한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을까? 한 해 1조엔이 넘는 순이익을 나눠먹지 않고 재투자로 연결시킨 노동조합의 양보와 결단으로 가능했다.

도요타 노조는 2002년 이후 4년 연속 기본급을 동결했다. 이것은 ‘임금요구’를 골간으로 하는 일본 봄투쟁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의 ‘생산성을 능가하는 임금 인상’ 체질에 종지부를 찍었다. 일본은 거품붕괴로 경제는 안좋은데도 노동계는 옛 춘투방식을 유지했었다. 리더 기업이 임금을 올리면 주변이 함께 올리는 방식이다. 도요타노조는 도요타가 ‘리더’로서 이런 구조를 차단하지 않으면 제조업 해외 유출, 공장 해외 이전이 계속되고 일본 경제가 더 나빨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한다.

1950년 도요타 노조는 2개월간의 대파업을 통해 전체직원 25%(1,500명) 해고라는 참담한 결과를 얻은 후 그때의 경험은 도요타 노사 양측의 귀중한 재산이 되었다. 그 후 도요타 노조는 파업대신 협력과 경쟁을 통한 노사상생의 길을 걸었다. 도요타 노조는 1946년 노동조합 결성후 1950년 인력 삭감방안에 맞서 2개월간 파업하였으며, 그 이후 지금까지 무파업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1958년 생산성 향상 운동을 전개하였으며, 1962년 ‘생산성 향상과 기업번영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한다’는 노사선언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1996년 ‘일본 전체를 생각하는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21세기를 향한 노사 결의를 발표하였고, 2002년 회사측과 ‘기본급 동결’을 합의하여 2005년 현재 4년째 기본급을 동결하고 있다

최강 노동자가 만든 토요타 2

도요타 모타마치 공장에 들어서면 벨소리가 쉴 새 없이 울린다. 벨이 울리면 노란 안전모를 쓴 팀 리더가 현장 근로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한 마디로 벨소리는 현장 근로자의 ‘불평’ 소리다. 부품이 맞지 않는다. 나사 조임쇄가 이상하다. 등의 사소한 일에서 큰일까지 현장 근로자는 문제를 발견하면 머리 위에 늘어진 하얀 색 줄을 당겨 벨을 울린다. 도요타에선 이 줄을 ‘히모(끈) 스위치’라고 부른다. 팀 리더는 현장의 불평내용이 자동차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라인 전체를 중지시킬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라인이 중단되는 시간이 하루 평균 15~30분 정도 된다. 이 흰색 끈의 의미는 개선이다. 가이젠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개선하려면 먼저 문제를 드러내야 한다. 어떤 작업이라도 반드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덤벼드는 것이 도요타 기능인들의 다른 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개선을 뜻하는 일본 발음 ‘가이젠(Kaizen)’은 1997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올랐다.

‘1m카트(cart)'라는 게 있다. 도요타의 작업장은 좁다. 외부인이 들어오면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데서 도요타의 근로자들은 카트에 각자 사용할 부품을 부품함에 담아 끌고 다니면서 작업한다. 부품함까지 거리는 1m정도. 도요타 6만 근로자가 하루 수백번씩 왕복하는 '1m’이다. 이 카트는 근로자가 않아서 작업할 수 있는 ‘라쿠라쿠 시트’와 함께 모토마치 공장의 최대 발명품이다. 마치 유한킴벌리의 비전센서처럼. 이런 개선은 한 해 54만건의 아이디어 제안에서 나온다. 이 아이디어의 99%가 현장에서 채택된다.

도요타엔 ‘5번의 왜?’라는 원칙이 있다. 문제가 생기면 ‘왜?’를 5번 생각해 보라는 의미이고 그러다 보면 해결책이 생긴다는 뜻이다. 신입사원때부터 이 교육을 받고, 3~4초에 한 번씩 울리는 벨소리에 팀 리더와 근로자는 5번씩 생각한다면 도요타는 육체노동이 아니라 생각을 하루종일 반복하는 공장이 아닐까.


도요타 방식을 채용하는 기업은 많지만 실천하는 곳은 드물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도요타내부에서는 가이젠이란 5~6년 사이에 생긴 것이 아니라 선배가 후배, 다시 후배로 물려준 전통이라는 개념이 강하다. 도요타 고급브랜드인 렉서스를 생산하는 일본 구슈공장과 캐나다 공장과의 생산성 차이는 3배나 난다. 적용하고 실천하는 차이다. 이를 제프리 라이커는 20세기 후반 ‘포드생산방식’을 대체한 ‘도요타생산방식’을 “생각하는 방식”이라고 불렀다.

최강노동자가 만든 도요타 3

GM 몰락의 원인이 욕심많은 노동조합과 막대한 인건비 탓이라면, 너미(NUMMI)도 막대한 누적적자로 쇠퇴의 길을 걸었어야 마땅하다. 40년 전 건설된 GM 공장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니 노동환경은 물론 하드웨어도 GM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너미는 거꾸로다. 한때 150억엔에 달했던 누적 적자를 상반기에 모두 털어냈다. 설립 20년 만에 흑자 회사로 전환한 것이다.

너미는 도요타와 GM이 50대 50으로 만든 자동차회사(캘리포니아주 소재)이다. 너미의 사례는 사우스웨스트 항공만큼이나 기업경영 사례의 고전이 되었다. 너미 창립 당시 도요타 경영진은 생산라인에 인사·노무 담당자들을 전면 배치해 종업원들의 불만·불평을 체크했다. 심지어 화장실 낙서까지 매일 기록했다. 이러한 현장주의는 도요타 대파업의 산물이다. ‘노사 분규’는 회사의 톱(경영진)이 현장을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반성에 따라 분규 봉합 직후 인사·노무 담당자들을 현장 라인에 배치한 이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정책이 되었다. 지금도 도요타는 사원들에게 2개월씩 생산·판매직 근무를 의무화하고 있다.

1987년 미국 캔터키주에 설립된 도요타 현지공장 TMMK. 이곳에는 ‘코디네이터’란 명칭의 일본인 직원이 상주한다. 가이젠, TPS로 상징되는 ‘도요타웨이(Toyota Way)를 현지 직원들에게 전수하는 ’전도사‘들이다. TMMK의 초대 사장인 조 후지오 현 부회장은 가이젠과 TPS의 창시자인 오노 다이이치 전 부사장의 수제자라고 불린다. 현 TMMK 조 콘비스 사장은 조 부회장의 수제자라고 한다. 수천명의 도요타맨이 20년 동안 ’가이젠 신앙‘을 세계 26개국에 퍼져있는 현지공장에서 전파한 결과, ’도요타 DNA'가 현지에서 이식되고 있는 듯 하다.

이 가이젠은 노동자의 지혜를 앞세운 가이젠이다. 일본 방식의 특수성에서 세계적 방식으로의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는 TPS 앞에 우리는 무엇을 따라 배워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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