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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19일 20시 51분 등록

노동과 경영 연재 5회 - 자동화에 대한 미국노동운동의 대응과 결과

미국에서는 이미 1960년대에 노동절약기술의 결정판인 자동화에 대한 경제적 성장의 장밋빛 결과보다는 전체 사회 특히 흑인사회에 대한 '경제와 고용’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이 논란은 주로 흑인사회의 실업증가에 의해 불붙으면서 대두되었다. 논쟁의 주장을 들여다 보면, 자동화 혁명에 대해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측의 주장은 ‘자동화에 의해 경제계로부터 쫓겨난 여러 집단들이 타격을 많이 받았다. 문제는 조만간 경제계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의 자리를 잃게 할 보다 생산적인 직무를 새로운 컴퓨터혁명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 다른 쪽의 주장은 기업에서 기술 대체는 경제적 진보의 일반적인 결과이며 이는 결국 건강한 경제에 의해 흡수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결국 이 논란은 수년간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존슨 대통령 시절 창설된 ‘자동화·기술·경제적 진보에 관한 위원회’의 결론은 당시 경기의 호전과 베트남전 등으로 인한 실업의 하락으로 ‘기술대체가 경제적 진보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된 필연적이고 일시적인 상태’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항목은 이후 노동운동과 기업 경영자와의 대립과 논쟁에서 경영자측이 압도할 수 있는 한 계기를 만들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 또한 노동운동계는 이 논쟁에서 패함으로써 1930년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아주 중요한 결정에서의 실패 이후 지금까지 노동운동의 질적인 전환을 가져오지 못하게 되었다.

기술적인 실업에 대한 문제에 적절하게 대답하지 못한 것은 부분적으로 노동조합의 실수 때문이다. 수많은 미국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노동운동은 자동화의 이슈에 관해 반복적으로 이야기했지만 결국 노동운동의 지지자들에게 해를 입힌 채 사용자측과 운명을 같이 하고 말았다. 87년 대투쟁 이전의 한국의 노동운동의 역사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어용노조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체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던 자본가들과 하등 다를바 없었던 70,80년대 노동운동의 리더들 역시 극소수를 제외하면 개인의 영달을 위해 조직과 대다수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고 가진 자들의 논리와 반공 이데올르기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었다.

새로운 노동절약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노동자를 줄어들게 만드는 현상과 이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노조들은 단체교섭 과정의 이면에서는 보다 타협적으로 변했다. 역사가인 노블은 ‘생산의 힘’에서 대부분의 노조들은 자동화를 둘러싸고 있는 논쟁에서 경영층에 굴복하였다고 하였다. 이들은 현대판 기계 파괴와 진보에 대한 장애물로 낙인찍히는 것을 두려워하여 소극적이 되었다. 수많은 노동조합들은 새로운 노동절약기술들을 공개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노동운동계는 2차대전 이후 최대의 힘인 투쟁력(원동력)을 잃기 시작하였다. 이미 힘의 우위를 놓쳐버린 노조는 구석에 몰리게 되자 단체 교섭에서의 요구 사항을 생산과 작업과정의 통제에 관한 문제에서 직무 재교육에 대한 요청으로 전환하는 등 신속하게 뒤로 물러났다. 미국 노동총연맹 산업별 노조회의(AFL-CIO)는 1955년 ‘자동화’라는 제목의 팜플릿에서 다음과 같은 전략을 발표하였다.

“자동화된 기계와 전자 컴퓨터의 도입으로 인해 일시 해고와 함께 요구되는 기능 수준의 향상을 초래할 것 같다. ··· 부분적으로 기업과 노조 사이의 공동 협의에 의해서, 그리고 높은 고용의 시대에 자동화의 도입을 예정하고 있고 마찰을 인정하며 노동력의 규모를 감축하고 종업원들을 재교육할 시간을 허락한다는 관리자들의 계획에 의해서 노동 대체에 대한 전망은 완화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노동자들의 요구들을 적극적으로 용인하려 하였다. 재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비용이 자동화기술 도입에 대해 노동자와 길고 오래 끄는 싸움을 하는 것보다 부담이 훨씬 적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1960년에서 67년 사이의 단체 교섭이 12%에서 40% 이상까지 증가하였고, 노동계는 자동화화에 의해 대체된 노동자들에게 재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계획된 ‘인력개발 훈련법’의 통과를 노동자가 적극 지지하도록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재교육이라는 단감에 빠져 기술에 대한 통제 문제를 포기한 노동운동계는 그들의 효과적인 교섭력의 많은 부분을 상실하게 된다. 통제의 문제들이 강력한 우선순위로 남아 있었다면, 노동운동계는 자동화에 의해 야기된 생산성 증대에 노동자 참가를 보장하였을 경영층과의 단체교섭을 성공적으로 협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짧아진 근무시간과 임금의 인상은 생산성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측은 나이든 노동자들에게 직무안정을 제공하고 현존하는 노동력의 감축을 중지하며 재교육의 기회를 자동화 기기를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제한한다는 협정에 만족하여 항복하였다. 자동화가 비숙련 노동력의 숫자를 줄인다는 노동조합의 생각은 옳았지만 반면 고도의 숙련을 요하는 많은 일자리가 새로운 기술에 의해 어떻게 창출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였음이 틀림없다. 결국 그들은 ‘가능한 어디에나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노동비용을 줄이고 생산에 대한 통제를 줄이며 이윤 폭을 향상’시키려는 경영층의 단순한 결정인 자동화혁명의 핵심동력과 맞붙어 싸우는데 실패하였다.

몇몇 노동자들은 재교육을 받고 더욱 더 고도의 숙련을 요하는 일을 찾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대체된 노동자가 있었고 매우 적은 새로운 고도 기술의 직무가 생겨났을 따름이었다. 그 결과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을 잃기 시작하였다. 결국 자동화는 노조의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무기인 파업을 무너뜨렸다. 새로운 기술로 인하여 경영자들은 파업 동안 소수의 노동자와 함께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으므로 사실상 단체교섭 테이블에서 중대한 양보를 얻어내는 노동조합의 능력이 손상되었다.

결국 경제 전반을 휩쓴 ‘기술력’은 매우 강력한 적으로 판명되었다. 해외 경쟁에서의 큰 손실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혁신의 계속적인 물결에 의해 노조원 수가 줄어들어 미국의 블루칼라 노동조합은 마침내 역사적 후퇴를 시작했고 지금은 미국 경제생활에서 한때 그들의 뛰어난 역할을 허무하게나마 상기하는 정도로 남아 있다. 단지 과거 25년 동안 전통적인 제조업에서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쓰디 쓴 경험이, 수백만의 추가적인 노동자들이 대량의 기술대체에 의해 하는 일이 없어져 가고 있는 미래에 대한 예언자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오늘날 과학기술에 대한 싸움이 행해지는 분야는 전 미국경제와 선세계 시장의 상당 부분을 포괄할 만큼 급격하게 넓어졌다. 1세기 전에 주로 제조업을 다루었고 가난한 흑인과 육체노동자에게 영향을 준 기술적 실업에 관한 쟁점들은 지금은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사실상 모든 집단과 계층의 노동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정보와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조직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과 마케팅 구조를 창출하는 경영기법들이 급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21세기 수많은 노동자들의 역할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던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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