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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22일 21시 41분 등록

노동과 경영 11회 - 노동시간의 리엔지니어링(1)

기술 낙관론자들은 과학과 기술이 적절히 사용되기만 하면 인간을 공식적인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정보 혁명의 주창자와 옹호자들이 이러한 견해를 가자 널리 수용하고 있다. 일본 컴퓨터 혁명의 선도자인 마수다는 미래의 컴퓨토피아에서는 사회의 핵심가치이자 목표인 물질적 축적을 자유 시간이 대체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말은 컴퓨터 혁명은 통제된 노동에서 벗어나 역사상 최초로 개인의 자유를 위한 사회의 근본적인 새로운 방향으로의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일본의 낙관론자들은 산업혁명이 물질적 생산을 증진시켰던 반면에 정보혁명은 인간의 미래를 자율적으로 사용할 자유인 자유시간을 증대시킨다고 주장한다. 물질적 가치로부터 ‘시간 가치’로의 전환은 인류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으로 본다. 인간의 생활에 있어서 시간 가치는 경제 행위의 기본 가치인 물질적 가치보다 더 고차원적이다. 물질적 가치가 생리적 물질적 욕구의 충족과 대응되는 반면에 시간 가치는 인간적 지적 욕구의 충족과 대응되기 때문이다.

경제사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제1, 2차 산업혁명의 경우 비록 노사간에 생산성과 노동 시간에 대한 오랜 기간의 투쟁은 있었지만 실업 대 레저라는 이슈는 레저의 증가라는 방향으로 해결되어 왔다. 19세기 산업혁명의 첫 단계에 있어서 대폭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주 80시간 노동이 60시간으로 단축되었다. 20세기에 있어서도 석유 및 전기 기술이 중기 기술을 대체하면서 급속한 생산성 증대가 있었고 노동 시간도 주 60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되었다. 현재 우리는 제3차 산업혁명의 분기점에 서 있다. 컴퓨터와 새로운 정보 및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로 인한 생산성 증대의 효과를 목격하고 있다. 새로운 생산 역량과 필요 노동을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노동 시간을 주 30시간 심지어 주 20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사상 생산성의 증가는 통상 노동 시간의 점진적인 단축을 가져 왔지만 컴퓨터 혁명 이후 지난 40년간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1948년 이래 미국의 생산성은 두 배나 증가했는데 노동시간은 그 당시보다 더 길어졌다.

생산성 혁명은 두 가지 방식으로 노동시간에 영향을 미쳐왔다. 노동 및 시간 절감 기술의 도입은 기업으로 하여금 대량 해고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그 결과 실업자들로 구성된 산업 예비군이 창출되었다. 이들은 자유로운 레저시간이 아닌 단지 놀고 있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해고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임금과 부가 급여의 하락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하도록 강요되었다. 또 하나는 많은 기업들이 단시간 노동의 대규모 노동력보다는 장시간 노동의 소규모 노동력을 선호하게 만들었다. 초과 근무에 대한 50%의 수당을 지급하더라도 소규모 노동력을 보유하는 것이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호주의 전 기술부 장관인 존스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모든 경제학자들이 동의하는 바와 같이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있어서 노동 시간의 급격한 단축이 극적인 생산성 향상에 부응하기 위해서 유익했다면, 왜 현재의 기술 및 텔레커뮤니케이션 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생산성 증가에 비례한 노동 시간의 단축은 전체 사회적인 관점에서 유익하지 않다는 말인가?’

오늘날 노동 운동 지도자들과 경제학자들 사이에 노동 시간 단축 요구가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개입할 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박약하다. 따라서 기술 대체에 대한 유일한 대안은 노동 시간 단축인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생산성 향상에 대한 지분 요구의 일환으로서 현재 노동 시간의 단축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1993년 독일의 폭스바겐은 31,000명을 해고하는 대신에 주 4일 근무를 채택할 의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치열한 국제적 경쟁과 생산성을 23%나 향상시킨 새로운 작업 기술 및 작업 방법의 결과로 유휴 노동력이 발생하였던 것이다. 반면 임금은 20% 삭감될 것이다. 대신 각종 보너스와 세금 절감등의 방법으로 어느 정도 임금 삭감 효과를 상쇄시킬 것으로 보여진다. 회사와 노동자 양측 모두 대량 해고에 대한 공정한 대안으로서 노동시간 단축을 선택한 것이다.

휴렛 패커드와 디지털 이퀴브먼트 같은 회사에서 실시한 노동 시간 단축 실험은 노동 시간단축에 대한 업계의 회의적인 시각을 불식하는 데 훌륭한 근거가 되고 있다. 휴렛 패커드의 그레노빌 공장은 주 4일 근무제를 체택했다. 회사는 매일 24시간 주 7일 가동된다. 250명의 노동자는 야간조는 주 26시간 50분, 오후조는 주 33시간 30분, 오전조는 주 34시간 40분을 근무한다. 주당 평균 6시간 정도 덜 일하고 예전과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 이 공장의 생산성은 3배나 증가했다. 이전에 주 5일 가동하던 것을 현재는 7일을 가동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민주노련의 간부인 푸니에는 ‘노동자들은 휴렛 패커드와 같은 실험에 만족하고 있다. 우리는 기계의 작동 시간을 단축시키지 않거나 오히려 더 연장시키는 노동 단축이 유럽에서 고용을 창출하는데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디지털 이퀴브먼트는 노동자들에게 주 4일 근무를 제안했다. 물론 7%의 임금 삭감이 조건이었다. 4,000여명의 종업원 중 13%가 넘는 530명이 이것을 수락했다. 만일 그렇지 않았더라면 회사는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90명을 해고시켰을 것이다. 종업원들의 결정이 90명의 해고를 방지한 것이다. 이 회사는 ‘많은 사람들이 적게 일하는 대신 적은 임금을 받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젊은 층들은 보다 많은 레저 시간을 갖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프랑스에서는 노동시간의 단축이 생산성 향상과 프랑스의 국가 경쟁력 강화를 가져올 것으로 믿고 있다. 노동 시간 단축이 피로를 감소시키고 효율성을 증진시킨다는 것은 이전부터 주장되어온 것이다. 계획의 주창자들은 유연한 노동시간이 자본과 장비의 최적 사용에 의한 생산성 향상을 가져 온다는 것을 강조한다. 주 4일제(주 33시간)는 5%의 임금삭감이 예상되지만 10%의 고용 증가와 생산성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최소한 200만 명의 과잉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노동 시간 단축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시키고 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장시간 노동이 노동 윤리였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에 큰 이슈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일본의 노동시간은 점차 단축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급격한 생산성 증가 및 경제 성장을 수반해 왔다. 적은 노동과 많은 레저가 기업 경쟁력과 이익을 저해시킨다는 통념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성이나 이윤의 감소 없이 노동 시간 단축을 실시한 여러 기업들의 사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영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찬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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