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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18일 08시 54분 등록

7월 오프수업 후기

 

7월 오프수업 과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을 골라 해석하는 것이었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이 딱 10년 전이었음에 새삼 놀랐다. 34세와 35세에 정점과 바닥을 연이어 경험했음도 새삼스러운 발견이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10년 후엔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 미래의 기억도 작성해봤는데 내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위한 씨앗이 현재에 이미 심어져 있음도 발견했다. 원하는 인생궤도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 않고, 그저 계속 물을 주고 건강한 햇살을 쬐어 10년 후에는 탐스러운 열매를 맺도록 노력하면 되겠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의섭씨의 버팀

이다지도 관계지향적인 사람이 있을까. 네트워크, 망이라는 표현은 의섭씨한테는 건조해서 어울리지 않는다. 情으로 끈끈하게 만들어진 점액질의 거미줄, 아니 그것도 먹이를 포획하기 위한 것이니 딱히 어울리는 비유는 아닌 것 같다. 누에고치에서 나오는 명주실이 좋겠다. 그 실을 천으로 짜서 조직의 멋진 옷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 자신 개인만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공동체, 조직의 큰 그림을 보는 사람, 그 그림을 향해 가족이건 회사건 지금의 변경연이건 관계의 실을 길고 튼튼하게 뽑아내고 엮어내려는 사람이다. 글보다는 발표가 더 심금을 울린다. 역시 진심이 담긴 까닭이다. 본인 스스로는 발동이 늦게 걸리는 타입이라 하였고, 오드리 선배는 꾸준히 밭을 가는 소와 같으며 회복탄력성이 좋은 거 같다고 평했다. 나는 그에게서 버팀이라는 키워드를 뽑아 나의 때려침저지름이라는 키워드 목록에 추가시켰다. 그와 함께 끝까지 완주하기로. 우리는 남매니까. 간만에 오라버니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알로하의 나비

안티구아라는 지명은 수정씨를 통해 내 평생 제일 많이 들은 거 같다. 무조건적인 찬양을 받을 수 있는, 그리하여 자존감과 자신감이 제고될 수 있는 인큐베이터로서의 공간이 기억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존재한다는 것에 시선이 갔다. 안티구아와 애벌레, 그리고 나비를 잘 연결시켜서 어떤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면 좋지 않을까. 수정씨는 타인의 시선성취욕이라는 키워드를 잘 살려서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멘토로서의 그림을 그리고 있던데 안티구아 애벌레라는 프로그램명 어떨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쓴다는 것은 주목 받고 싶다는 것이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그 결과 화려한 나비가 되어 무대에서 주목 받는 단계. 이후에는 후배 애벌레들을 무대에 세우는 선배 나비가 되는 것이 미래의 모습으로 잘 이어지고 그려진다(무대 이야기는 정욱씨가 했던가. 누가 한 코멘트인지는 모르겠다).

 

성한씨의 관찰안경

글을 너무 잘 썼다. 성한씨의 글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좋아지는 거 같더니 최근 얼마 전부터는 두드러지게 좋아졌다. 개인적으로는 관찰이 그 비결이라 생각된다. 그는 성대모사를 잘한다. 성대모사를 잘 하려면 포인트를 잡아내기 위해 상대방을 잘 관찰해야 하는 바, 이미 그렇게 관찰하는 습관이 몸에 배인 것이다. 그러한 관심과 관찰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려 글이라는 성대모사의 또 다른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이번 과제에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더 노골적으로 파헤쳐냈다. 그렇게 파헤쳐 타인에게 읽히게 할 정도가 되려면 이미 스스로의 내면은 더욱 깊이 탐사했을 것이다. 그의 개그코드와 관련된 재능이 개인적 불행이라는 계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웃음을 주게 될 것 같다. 그만의 관찰안경을 통해 쓰여진 책이 기대된다. 그가 얼른 책을 냈으면 해서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쓰신 글쓰기 책을 선물했다. 회피하지 말고 더욱 파고들라는 참치선배의 코멘트가 인상적이었다.

 

정학씨의 주홍글씨

억울하고 부당한 경험, 좌절의 경험을 외면하거나 잊지 않고 간직하는 끈질김. 하지만 그 억울함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거름이자 동력으로 쓰고 있는 것이 대단했다. 의섭씨는 멘탈이 강하다고 표현했다. 억울하게 새겨진 주홍글씨의 존재를 의식하되 위축되지 않고, 주홍글씨가 희미해지는 그 날을 위해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또는 칼을 가는 모습에 박수를!

 

웨버님의 강의

정욱씨의 코멘트에 따르면, 배움과 가르침이 반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도전과 성취욕구가 있는 타입이다. 개인적으로는 인정 받고 싶은 욕구, 영향력에의 욕구가 보인다. ‘강의하는 삶은 그 욕구에 잘 부합하는 것 같다. 강한 사람이다 아니다 등이 살짝 공방전처럼 있었다. 나는 다소 상처가 될 거 같은 또는 부정적일 거 같은 코멘트는 아예 삼가 하게 되는 것을 보니 보이는 것과 달리 마음이 여리다라고 생각하는 파에 속한다고 하겠다.

 

정욱씨의 윤다이어그램

이번 수업에서는 그의 발표보다 동기들에 대한 그의 코멘트가 더 인상 깊었다. 동기들의 글을 나름의 그림으로 요약표현 했는데 그 그림을 나는 윤다이어그램이라 지칭하기로 했다. 그의 동기들에 대한 코멘트는 분석의 내용도 놀라왔지만 그 관심과 정성에 더욱 놀랐다. 동기들의 글을 다 읽고 분석을 했고, 그 과정을 숙제처럼 힘들게 한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한 것이 낯빛에 드러났다. 차기 교육팀 인재라 하겠다. 또는 다른 코스에서라도 후배들에게 그 재능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발표에 대해 말하자면, 공부는 워낙 잘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전여행을 할 수 있는 배짱과 용기도 있음이 의외였다. 곱상한 선비스타일에 김병만 같은 야생감각까지 갖췄다니. 책상과 야전 모두에 강하다. 막내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 막내. 수정씨의 제보에 의하면, 술을 마시면 정욱씨 내면의 숨겨진 막내가 기어 나와 무릎 위에 앉는다는데 이 날의 뒷풀이에서는 그 막내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상씨의 칼 같은 눈

이 날의 압권은 전교 1, 다들 한번 해보셨지요?’

수정씨의 바이러스가 이렇게 무섭다.

둘 다 마라톤을 한다는 공통점도 있고 이 참에 남매로 묶어야겠다. 

나를 지켜보는 시선이 있으면 잘해낸다고 하는데 역시 수정씨의 타인의 시선성취욕과 비슷한 맥락인 거 같다. 다만 기상씨의 나를 지켜보는 시선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존재하는 것 같다. 스스로를 칼같이 쳐다보고 스스로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엄격하다. 어떤 시련과 어려움에도 독한 근성으로 극복하며 살아온 강한 정신력을 가졌다. 저 정도 정신력으로 본인의 건강을 언급했을 정도면 그저 그런 체력저하가 아니었을 거 같아 어디가 아픈지 물어봤다. ‘건강만큼은 지금까지의 경험처럼 정신력으로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몸의 체질마음의 기질을 잘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글로 그의 칼을 맞은 바 있는 나로서는 인간미 있는 그의 칼 맛을 안다. 당장은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것 같지만 시간이 주는 너그러움과 내재된 인간미가 어우러진 냉철함과 인간미 있는 칼춤을 본인 인생에게 선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덧붙여)

오프수업에 대해서는, 서운한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엄한 타이밍에 감정이 분출되었다. 이런 저런 상황 속에 성격 드러운 쌈닭처럼 몰린 것이 다소 억울하지만 이미지 세탁할 기회는 있을 것이고 세탁 안되면 까짓 거 뭐 어때, 선거 나갈 것도 아닌데! 하며 젖은 낙엽 정신을 장착하여 저자세로 가기로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이 과정에 들어온 이유, 책을 내겠다는 애초의 목표를 다시 한번 상기해서 과정을 좀 더 의미 있고 충실하게 참여해야겠단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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