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경영 16회 - 제조업의 진정한 혁명, 포드생산 시스템

제조의 과정을 주문에 의한 조달개념에서 대량생산의 개념으로 바꾸어 놓은 대표적인 생산체계는 포드 생산 시스템이다. 이는 소품종 대량생산의 전형으로, 이미 구세대 생산방식으로 간주되고 있으나 실상 오늘날 모든 생산 시스템의 가장 밑바탕에 자리 잡은 개념이기도 하다. 도요타 생산시스템도, 또한 이보다 더 효율적인 첨단 생산방식도 그 바탕은 포드 생산 시스템의 과학성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대부분 그 틀 안에서 단점을 보완하고 개량한 방식이다. 현대의 물질적 풍요는 포드 생산 시스템의 산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포드 생산 시스템이 가져다준 획기적 생산성 변화, 예를 들면 생산 시간의 80~90% 이상 감축, 생산량의 5~10배 이상의 증대, 생산원가를 종전의 20% 수준 이하로 낮출 수 있었던 혁신은 그 이후 유사한 사례가 없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미국의 산업화 과정에서의 관리는 대부분 인습적이고 구시대적인 방법으로 유지되어 산업현장에서는 언제나 임금과 생산성 문제로 인한 노사 간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나타난 대표적인 이론이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이다. 테일러는 노동자의 일일 적당 작업량을 과학적으로 결정하기 위하여 모든 작업에 표준시간을 결정하는 시간 연구와 동작 연구를 통해 과학적 관리법의 체계를 만들었다. 이를 기초로 하여 노동의 능률을 좌우하는 작업량, 작업속도, 작업동작, 작업방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임금의 결정을 합리화하고 생산의 계획적 관리를 실천하며 공장에서빈번하게 발생하던 노종자의 조직적 태업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이 때 제시된 표준시간의 개념은 지금 대부분의 제조 현장에서 관리하고 있는 제조 표준시간의 형태로 사용되고 있으며 생산성을 관리, 평가하는 기초 데이터가 되었다.

테일러 시스템의 원리와 사고는 그 후 많은 후계자들에 의해 계승되었으나 포드에 의해 포드 생산 시스템으로 발전하면서 체계화된다. 테일러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여 개발된 포드 생산 시스템은 능률 향상을 시간 연구나 성과급제와 같은 인위적인 방식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적인 기계의 움직임을 연구함으로써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한 대량생산방식을 통한 능률 향상과 직결시킨 것이 특징이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이 개별 작업의 능률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작업자 개개인의 과업관리를 시도한 데 반하여, 포드 생산 시스템은 기계화된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해 전체 작업조직을 합리화하여 대량생산을 가능케 한 획기적 방법이었다. 이는 작업장 전체가 동시에 작업을 시작하고 관리되며 동시에 정지하는 동시관리의 시작이었다.

포드의 남달랐던 점은 당시 새로운 탈것이었던 자동차를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이번 동남아 여행에서 처음 봤던 모댈 T를 대량생산 방식을 적용하여 1908년 생산하였는데 당시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2,000달러 정도였는데 비해 모델 T는 825달러에 판매되었다. 그 후 가격은 더욱 떨어져 300달러 미만까지 떨어졌다.

포드 생산 시스템이 이를 실현시키는 과정에는 수많은 부가작업이 수반되었다. 컨베이어 벨트 등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가 동반되었고 이동식 조립공정이 아니라 고정된 작업위치에서 부품을 장착하도록 하기 위해 호환성과 부품조립의 용이성 및 표준화 과정이 정비되었다. 작업의 극단적인 세분화와 분업화로 작업자는 오직 한 가지 작업만을 수행하면 되었기에 고질공의 교육도 간단했다. 그러나 작업장 전체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기능이 별도로 필요해졌으며 이는 간접 자원 부문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 모든 과정은 생산성의 급격한 증대로 연결되고 재고 삭감 효과와 더불어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대규모 공장 단지와 전용 기계 등을 이용한 대량생산시스템은 이후 점차 미국의 사회구조까지 바꾼다. 현재 전 세계를 주름잡는 미국의 대기업들과 수많은 체인 사업들의 밑바탕에는, 비록 형태가 많이 달라지고 변형되었지만 포드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는 원가 절감의 기획을 원료부터 판매까지 장악하기에 이른다.

포드의 공장에서 시작된 대량생산의 방식은 거대한 규모의 사업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는 경영능력과 방식에 대한 연결 프로세스의 변화를 요구하게 된다. 이를 해결한 사람은 포드의 경쟁자였던 GM의 슬론이었다. 그는 포드의 대량생산방식을 도입한 후, 발생하는 경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부제라는 경영체제를 구축하였는데 이는 대량생산방식에 필요한 많은 수의 사업체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GM은 단일 제품 생산에 만족하지 않고 모든 고객의 재정과 목적에 맞는 다양한 자동차를 개발하는 자동차 공장으로 발전한다. 슬론의 경영전략은 재무 관리자나 마케팅 관리자 등의 전문가를 탄생시켰고 전문적 업무의 분업체계로까지 확대되었다. 이롸 같은 슬론의 혁신은 자동차 산업의 판매와 관리에 있어서 혁명과도 같았다. 포드가 처음 만든 대량생산방식을 GM의 슬론이 발전시켜 오늘날 우리가 대량생산방식이라고 부르는 진정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인간을 하나의 생산단위로 취급하는 사고방식은 이후 소품종 대량생산의 한계에 부딪혀, 적시생산을 축으로 한 린 생산방식에 자리를 내주지만 아직도 공장 생산 시스템의 대부분은 대량생산방식이며 적어도 개선된 생산방식도 포드의 체계위에 더해지고 있다. 이러한 생산 시스템은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파급되었으며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는 공작 기계 등과 같은 다양한 산업을 탄생시켰다. 또한 대량 생산을 통한 생산 및 자본비용의 절감 등으로 제품을 보편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공장에서 시작한 생산방식에 경영기법이 더해지면서 포드 생산 시스템은 반세기 이상 생산 시스템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고 나아가서는 미국의 사회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생산 패러다임이 되었다. 당시 신대륙의 약소국이었던 미국은 포드의 생산방식에 의해 시장경제를 활성화시켰고 이를 통해 20세기에 이르러 최강국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드 생산 시스템의 탄생과 발전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우선 오랜 기간의 준비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기법 이론과 이에 대한 논쟁, 시행착오 등을 거쳤으며,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고 성숙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이론들이 적절하게 적용된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생산체계는 어느 한 순간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포드의 경쟁자 슬론에 의해서 완성되었던 것과 같이 시간적으로 또한 공간적ㅇ로 확대되어 가는 과정에서 더욱 세련되고 견고해졌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의 다양한 시장 필요에 의해 새로운 생산방식이 탄생하고 특히 도요타 생산 시스템에 의해 도전받고 있으나 아직도 미국은 생산의 효율성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비록 포드 생산 시스템이 구세대의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 낸 최고의 생산방식으로 단련된 그들은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여 심을 터전을 갖추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새롭게 개발되는 방식을 포드의 생산방식 속에 이식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포드 방식이 갖고 있는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방식의 핵심만을 취하는 최고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탄생되어 그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전, 정착되었다는 것은 그들의 생각과 사회관념, 생활방식과 적절하게 조화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포드 생산 시스템은 그래서 더욱 강력한 생산 패러다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테일러의 이론이 포드의 생산으로, 또한 슬론의 경영기법으로 확대 발전한 것과 같이 내·외부로부터의 필요와 실험에 의해 그들은 앞으로도 그들만이 구사할 수 있는 최고의 생산방식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미 그들은 수많은 종류와 방식과 기법, 그리고 패러다임을 양산해내고 있다.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수많은 종류의 새로운 개혁 역시 대부분 미국산이다.

(출처 : 한국적 생산방식, 그 가능성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