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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27일 19시 57분 등록

노동과 경영 17회 - my way, 도요타 생산 시스템

포드 시스템이 현재 자본주의의 새 지평을 열었다면 도요타 생산 시스템은 거기에 날개를 단 느낌이다. 다음 칼럼에서 이야기할 식스시그마나 말콤 볼드리지 역시 도요타의 혁신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일본의 경영 문화에 익숙해 있는 삼성은 물론이고 LG, 포스코 등의 대기업은 간부 및 임원들을 직접 도요타 생산공장에 파견하여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훈련을 받게 하는 등 도요타 혁신시스템을 배우는 데 여념이 없다. 이러한 열풍은 출판계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이미 30년 전에 소개되었는데도 여전히 이를 배워서 적용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현재도 도요타 생산 시스템이 진화, 발전하고 있고, 또한 현장에 적용하기에 가장 적절한 생산 패러다임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도요타 생산 시스템은 일본이 미국의 생산체계를 분석하여 이를 이길 수 있도록 정형화한 시스템이다. 미국은 도요타 생산 시스템을 분석하고 파헤치면서, 이 시스템을 군살이 붙지 않은 최적의 생산 시스템이라는 의미로 ‘린 생산방식’이라고 이름 붙였다. 도요타 생산 시스템의 핵심은 적시생산(JIT : Just In Time)이다. 이는 1950년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의 오노 다이치가 미국의 슈퍼마켓 판매관리 시스템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 적용한 시스템이다. 적시 생산의 뿌리는 일본의 특수한 환경에 연유한다. 공간과 자원이 부족하므로 낭비와 비능률을 철저히 배격하면서 이를 생산성 향상과 품질개선으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이념이자 철학인 것이다. 도요타 생산 시스템에서는 3불(不)이라 하여 불필요, 불합리, 불균일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으며 적은 기계설비, 적은 인원, 작은 면적, 적은 불량, 짧은 리드 타임의 생산 활동을 철저히 추구하여 원가 절감, 다품종 소량생산을 이루고 있다.

풀(pull)방식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간반 시스템은 적시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서 최종 조립으로부터 최종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 구성품 및 중간 조립품을 생산하는 선행 작업장에 차례로 생산해야 할 양을 요구하게 된다. 모든 작업자와 납품업자는 후공정으로부터 간반을 이용하여 주문을 받는다. 이와 같이 생산 또는 공급에 대한 요구가 후공정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간반 시스템을 풀(pull)방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작업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기 쉽도록 공장 면적을 좁게 만들었다. 재고공간이 필요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시간 생산량 정도의 재고만 준비되어 있다. 작업 중 결함이 있는 부품이 발견되면 꼬리표를 붙여 품질관리 부문으로 보내고, 작업에 문제가 생기면 생산라인을 중단시키기 위하여 바로 위에 있는 줄을 당기게 되어있다. 문제를 사전에 해결하여 동일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이러한 생산방식은 자본과 노동을 동시에 줄이고 비용을 감소시키며 생산에 소요되는 리드타임을 줄여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도요타 생산 시스템이 적용되는 데에는 관련업체 및 부품조달업체에 대한 재편성도 이루어졌다. 생산과정에서만 적용된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가격 결정과정에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되었다. 우선 자동차의 목표 판매가격을 설정한 후 부품업체와 공동으로 거꾸로 이 판매가격에 맞추려면 부품업체와 자동차 조립업체의 적정이윤을 보장하는 자동차를 어떻게 만들지를 궁리한다. 생산단계별 원가를 분석하고 부품의 원가 절감방안과 품질 향상방안을 공동으로 찾아야 한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와 부품업체들은 대량생산의 경우보다 원가 절감효과를 볼 수 있었고 상호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이윤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방법은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세계적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1990년대 크라이슬러자동차는 신제품의 개발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부품 메이커들을 참여시키기 시작하였다. 50% 정도의 아웃소싱 비율은 70%까지 높아졌다. 이와 같이 외부 부품업체의 활용도가 높아지도록 하기 위해 모듈 생산방식을 확대했다.
유통 부문에서는 도요타 생산 시스템의 장점만을 취하고 이를 적용한 델컴퓨터가 린 유통방식을 창출하였다. 소비자로부터 주문을 받고 3, 4일 만에 배송하는 직송시스템에 의해 유통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저가의 컴퓨터를 내놓고 경쟁이 치열한 컴퓨터 시장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일본 니혼전기주식회사(NEC)는 경영 부진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생산혁신운동을 전개하였고 이 운동의 일환으로 초린 생산방식을 도입하였다. 초린 생산방식이란 적당한 가격으로 고객이 원하는 때에 구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고객 지향, 종업원이 일하는 즐거움을 실현할 수 있는 종업원지향, 생산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설비투자의 합리성을 추구하도록 기계와 사람의 적절한 조화 등의 개념을 생산방식에 실현하는 방식이다. 생산성은 30% 이상 향상되었으며 생산라인의 길이도 6분의 1로 축소하고 재고 감소와 상품 개발기간 단축이라는 효과를 거두었다.
또 다른 형태의 프로세스 변화는 미국의 GE와 앨런 브리들리(AB)사에서 도입되었다. GE에서는 벤치마킹의 현장적용과정에서 전통적인 회계시스템이 적시생산의 효과들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자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성과 측정지표를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발견된 여러 문제들을 제거하고 제품 조립공정을 재조직하여 구성하고 성과 측정지표에 의한 평가를 계속했다. 이러한 개선의 결과는 생산 리드타임의 60% 감축, 불량률, 재고 및 활용 면적 50% 감소와 단위당 노무비도 총 21% 이상이나 감소되었다.

도요타 생산 시스템은 포드 생산 시스템처럼 생산 현장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지는 못했지만 변화하는 기업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적응하는 능력과 방식을 가르쳐주었다. 이 때문에 도요타 생산 시스템은 생산 패러다임이라기보다는 경영혁신의 패러다임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도요타 생산 시스템이 조명을 받기 시작한 1980년대보다 지금 더욱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것이 단순한 하나의 원리나 방식이라기보다 혁신의 철학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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