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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16일 11시 52분 등록

노동과 경영 20회 - 한국형 생산방식의 가능성(5)

한국형 생산방식의 가능성

기업에서 하는 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새로운 방법론은 만들어 상사에게 보고하면 일본이나 한국 사람이 똑 같은 질문을 받는다. “이러한 방식이 다른 선진기업에도 있는가?” 그러나 그에 따르는 답변은 정반대다. 일본에서는 다른 선진기업에서 이미 시행된 것이라면 버리라는 것이고 한국에서는 다른 선진기업에서 해본 것이 아니라면 버리라는 것이다.
경영학과나 산업공학과 교수들은 기업에서 세미나 개최에 대한 요청을 종종 받는다. 세미나 주제는 대체적으로 “뭐 새로운 것이 없느냐?”는 것이다. 현재 기업에서 하고 있는 방식으로는 생산성이 더 나아지지 않고, 작업자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동기를 주기 어려우니 아직 소개가 안 된 새로운 방식이나 기존의 방식에서 발전된 방식 같은 것이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것이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방식을 기업에 적용할 방법을 찾고 이를 주도할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고 추진하는 전형적인 수순을 밟는다. 이러한 형태의 개선이나 혁신은 과거 수십 년간 답습해온 방식이지만 아직도 진정한 혁신과정을 수행하지는 못하고 있다.

또 새로운 방식이 소개되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다 비슷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름과 약간의 내용만 바뀌었지 기본적인 구조는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에도 일리는 있다. 수많은 방법론이 국내에 소개되었고 각 방법론마다 국내에 소개한 사람을 중심으로 전문가 그룹이 탄생하고 이를 컨설팅의 주요 내용으로 판매하는 기업도 많이 만들어져 영업을 하고 언론에서도 대단한 시대흐름이라도 되는 양 소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나가는 폭풍같이 잠잠해지는 경우가 많았고 기업도 여러 차례 이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론도 나름대로 기여는 하고 있지만 처음 소개할 당시의 약속과 같이 대단한 성과를 보장하지 않음을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외부에서 소개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기업이 가지고 있는 내부적인 방법론과 적절하게 융합되지 못하기 때문에 일과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형 생산방식이라는 것은 과연 존재하는가? 세계적인 국내 기업의 성공을 살펴보면 분명 그 안에는 우리가 만들어내고 우리가 정립한 방식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만 명이 일하는 기업에서 일관되게 우수한 품질의 제품이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겠는가? “한국형 생산방식이 있다면 모를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도 처음에는 자신들의 독특한 시스템을 깨닫지 못했다. 자신들의 특성과 환경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방식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특별한 형태가 되어 있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기업의 생산성은 한국형 생산방식이 따로 있어서가 아니라 외국의 선진 방식을 수입하여 잘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셀(cell)방식, 도요타 방식, 식스시그마 방식 등 국내 기업이 차용하고 있는 외국산 생산방식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중 많은 방식이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적용되어 상당 부분 효과를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느 방식도 동일한 모습으로 기업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외국으로부터 어떤 방식이나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러한 방식이 기업에 적용되어 그들만의 모습으로 체화되지 않으면 그들은 또다시 새로운 방식을 필요로 하게 되고 이 방식은 또한 외국 어디에선가 제안되어 검증을 거친 후 수입되어야 한다.

생산라인에서 하나의 생산방식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그 일을 담당하는 수많은 사람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이는 누적되면서 진화, 발전해야 한다. 다른 기업에서 성공한 방식은 생성, 발전과정에서 그들의 풍토와 정서와 융합되는 과정을 겪었다. 하지만 제품들이 모두 동일한 기업문화와 작업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과정에 대한 서구식 패턴은 정보 시스템 안에 규격화된 업무 프로세스에 따라야만 만족하는 규칙 준수형 문화를 기반으로 형성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생산방식에 대한 문제는 대부분 과정의 문제이자 프로세스의 문제이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단기적 성공을 바라면서 새로운 방식을 찾아 표류하기보다는 현재 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효율적인 방식을 분석하고 외부의 지식 중 선별하여 기업 내부의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생산방식의 정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기업은 자원을 투입하여 일정한 과정을 거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부분의 관심은 결과물에 있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예상 문제를 잘 선정하여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인 공부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번의 좋은 결과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 전체를 프로세스(process)라고 정의한다. 좋은 프로세스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프로세스 자체에 지식이 쌓여 발전한다. 누적된 지식의 프로세스는 그 과정을 담당하는 모든 사람에게 저절로 쉽게 전달된다.
프로세스라는 단어는 기업에서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외래어이다. 공정 또는 업무순서와 같이 한국어로 바꿔 부르기도 하지만 느낌도 다르며 적절한 표현도 아닌 것 같다.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의 절차와 효율성을 통틀어 의미하기도 한다.

포드 생산시스템과 도요타 생산시스템이 훌륭한 것은 기업내 제조과정에서 중요한 프로세스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으로서 지속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도요타는 매년 어떤 제품, 어떤 모델로 수익을 냈는지를 자랑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업의 메인 프로세스를 자랑했다. 프로세스가 강하기 때문에 도요타는 오래전부터 수익을 냈고 현재의 수익에 대한 정당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2004년 사상 최초로 100억 달러의 순이익을 창출한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핸드폰 등 어떤 제품으로 수익을 창출하였는지 설명하고 있다. 기업은 꾸준히 어떤 제품으로 시장의 필요를 채울지 연구하고 선정되는 제품의 종류는 계속해서 바뀐다. 제품의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주력제품으로 선정되는 과정도 과학적인 분석과 투자결정으로 기업의 성장을 좌우한다.
그러나 ‘어떠한 제품이 선정되었는가’ 보다도 ‘어떻게 선정되었는가’ 가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다음 선정과정은 동일한 프로세스를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제품의 선정뿐 아니라 제품의 생산과정은 더욱 중요하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이러한 프로세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핵심 프로세스가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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