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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5일 11시 04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1) - 식당 비즈니스의 목적

식당을 운영하는 경영자나 식당 종업원은 항상 손님으로 가득 찬 식당을 생각한다. 무엇을 팔던지간에 당장은 앉을 자리도 없이 바글바글한 식당의 홀을 그리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언제나 많은 손님으로 가득 찬 식당이야말로 식당을 하는 사람들의 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식당은 이상이다. 아니 있다 하더라도 평생 그럴 수 없다. 세상의 모든 장사가 그러하듯이 잘되는 때가 있으면 잘되지 않을 때도 있다. 하루 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룬 날이 있으면 또 하루는 파리 날리는 때도 있는 법이다. 장사란 그런 법이다.

찰스 레브슨이 레브론 화장품을 만들어 팔 때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우리 공장에서는 화장품을 만들고 있지만 상점에서는 꿈을 팔고 있다.”
당신이 식당의 경영자라면 이 말을 어떻게 변형해 볼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해 본 식당 경영자는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만들고 실천해 온 사람이 적을 뿐이다. 나는 이런 것으로 바꿔보았다.
“우리 주방에서는 음식을 만들고 있지만 홀에서는 먹는 즐거움을 팔고 있다.”
식당에 오는 손님들은 기본적으로 배가 고파서 온다. 그러나 한 끼 대충 끼니를 때우려고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드물다. 물론 배가 고프긴 하지만 이왕 먹는 한 끼를 같이 먹고 싶은 사람과 함께 잘 먹고 싶은 욕망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손님의 바램이다. 이 바램을 잘 충족시켜 주는 식당은 장사를 잘 하는 곳이고, 왜 손님이 오는지, 우리 업장을 찾는 손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곳은 그냥 그렇게 하다가 어느 날 간판 내리는 99%의 식당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기업의 목적은 사람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월드클래스를 향햐여 p78)

일반 고객들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할 경우에는 조금 비싸더라도 유명한 식당을 찾아간다. 그리고 가능하면 여러 사람들이 인정하는 곳이면 안심하고 간다. 이왕이면 지인이 추천하는 식당이라면 두 말 않고 자기의 소중한 사람을 데리고 간다. 왜 그럴까? 단 둘이서 혹은 그 그룹이 식사라는 체험적 환경 속에서 그가 원하는 무엇인가를 달성하기가 수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연인이면 프로포즈를, 사랑하는 부모님의 생신이면 키워주신 고마움의 보답을, 비즈니스가 목적이면 좀 더 좋은 비즈니스의 결과를 위하여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는 배가 부르면 조금은 느긋해지고 긍정적으로 되기 때문이다. 결국 식당을 찾는 고객들의 첫 번째 목적은 자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이런 경우 장소는 여러 곳이 될 수 있다. 골프장이나 술집이나 공연장이나 영화관 등 여러 장소가 떠오를 수 있다. 식당 역시 그들 중의 하나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이 식당을 찾을 경우 대부분 유명한 식당을 선택하는 이유 중 대부분은 신뢰성이다. 많이 알려진 식당이나 레스토랑을 찾는 이유는 그 식당이나 레스토랑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잘 못하는 식당이나 레스토랑을 갔을 때 혹시 음식이나 서비스가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해 애초 목적했던 바를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는 불안과 위험을 축소시키기 위해 많이 알려진 식당이나 레스토랑을 찾는 것이다.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고객들은 소중한 사람이나 중요한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맛있지만 들쑥날쑥하는 식당보다는 맛과 서비스가 일정한 곳을 선호하게 된다. 고객들은 예상치 못한 만족감도 기대하지만 기대한 만족도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식당 비즈니스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비즈니스는 고객을 창조하고 지키는 것이다. 번성하는 식당은 항상 손님들로 가득 차 있다. 그 식당만의 무엇이 그렇게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손님을 끌어 모으는 것. 바로 이것이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 번성하는 것, 고객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다. 손님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으면 손님은 찾아온다. 나비가 꿀을 찾아 오듯이 손님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기꺼이 돈을 내고 그것을 먹으러 온다. 고깃집이든, 한식집이든 손님이 원하는 것을 알고 해결해 주는 식당이 될 수 있으면 손님은 온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러한 것을 한마디로 고객을 돕는 경영(Customer-helping Business)이라 부른다. 돈을 버는 것이 우선인 음식점은 결코 손님을 우선하지 않는다. 이러한 식당은 얼마가지 못한다. 초기 몇 개월 반짝하다가 사라지는 수많은 식당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손님만 많이 와 바라. 내가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어 라고 하는 식당의 경영자들은 많이 봐 왔지만 손님이 만족할 때까지 언제까지나 연구하고 투자하고 맛과 서비스를 향상시키려고 노력하는 경영자는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성공하는 쪽은 언제나 후자였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의 추구가 아니다. 이윤은 경영의 결과이다. 식당이라고 틀린 거 하나도 없다. 식당의 목적은 우리 식당을 찾는 손님들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만이 번성하는 식당이 된다. 경기하는 도중에 선수들이 스코어에 신경 쓰다 보면 경기의 내용은 떨어지게 된다. 관중들은 그런 경기가 계속되면 다시 경기장을 찾지 않는다. 승패에 관계없이 게임 그 자체에 몰입하는 스포츠에 열광하는 관객들을 생각해 보라. 역사상 명승부 장면은 항상 이 속에서 나왔다.

식당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손님이 다시 올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하고 주변 환경을 청결히 하며, 언제나 맛있는 음식이 되도록 노력하는 식당이 되어야 하고 그것이 목적인 식당만이 손님이 항상 바글바글한 곳이 된다. 그렇지 않는 식당에게 이윤을 남겨주기 위해 그 집을 찾을 손님은 없는 법이다. 손님을 잃고 번성하는 식당은 없듯이 이윤을 먼저 밝히고 성공하는 식당 경영자는 없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식당 경영자는 손님보다 돈을 더 좋아한다. 나 역시도 돈이 좋다. 들어오는 손님보다 그들이 내게 될 밥값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머리를 흔든다. 저들이 있어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저들이야말로 나와 일하는 우리 식구들을 먹여 살려주는 신과 같은 분들이야. 저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일 우리 식구들은 길거리로 나앉을 수도 있어. 정신이 번쩍 든다. 진심으로 손님들을 고마워해야 한다. 그들이 아니면 지금 나는 할 일이 하나도 없다. 손님이 있기 때문에 오늘 내가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식당업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말이다.

손님에게 몰두하라. 우리 식당이 가진 입지, 메뉴, 홀 내부, 서비스 등을 잘 연구하여 우리 식당의 고객은 누구가 되어야 하는지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 식당을 찾아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경기의 목적은 좋은 경기 그 자체이듯이 식당 비즈니스의 목적은 오직 손님에게 몰두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손님을 돕는 식당. 이것이 식당 비즈니스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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