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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7일 13시 09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4) - 식당의 자산은 맛과 서비스뿐이다

제조업은 공장이나 기계라도 있고, 소프트웨어 기업은 기술이라도 있다. 하지만 식당은 망하면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임대보증금이라도 있지 않냐고 하지만 망하는 식당은 대부분 임대료조차도 밀려서 나올 때는 빈털터리로 길거리에 내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업권도 시물권도 받지 못한다. 망한 식당에 누구가 웃돈을 얹어주고 들어가겠는가. 오히려 있는 기물마저 헐값이나 거저 가져가려고 눈에 심지를 켜는 것을 보면 비애감이 들 정도이다.

음식업에 뛰어 들었다면 무엇보다 맛과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는 정도가 아니라 목숨 걸고 달려들어야 한다. 1억 까먹기는 쉬워도 벌기는 어렵다. 돈을 빌리기는 쉬워도 갚기가 힘든 경우와 하나 다르지 않다. 식당 경영자는 자신이 하고 있는 식당의 분석을 철저히 해서 이 식당에 어울리는 음식이 무엇인지 결정한 다음에는 그 음식의 맛을 최고로 만드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치찌개 전문점이면 김치찌개의 맛을 잘내야 한다. 다른 반찬이나 음식에 기울이는 힘을 김치찌개 하나에 모아라. 그래서 김치찌개 하나만큼은 다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게 해야 한다. 삼겹살 집이면 삼겹살의 육질이 가장 좋은 고기를 골라야 한다. 어느 업종이든 그 음식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최고의 재료와 양념에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주방과 홀의 운영체계를 말한다. 한번 잡기가 힘들지 체계란 잡아놓으면 다음에는 어렵지 않다. 운영체계는 다른 말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것도 서비스의 한 과정이다. 식당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의 시작과 끝은 손님의 만족을 얻기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드는 행위도, 설거지를 하는 행위도, 손님 오기 전에 홀을 청소하는 것도 다 손님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 경영자의 얼굴을 세우기 위해서나 종업원들의 존재를 위해서 하는 것들이 아니라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 오로지 손님을 위해서 쓸고 닦고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홀과 주방의 모든 행위 즉 시스템은 서비스인 것이다.

4년 동안 하던 고깃집을 재개발로 인하여 접게 되었다. 얼마의 보상을 받았으나 6개월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단지 고깃집을 해 봤다는 경험만 있었을 뿐 다른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난감했던 것이다. 또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 식당을 다시 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도 있기 했지만 얼마 전 한정식 집을 오픈할 때 드는 막막함이란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면 덤벼들기나 하지 얄팍한 경험과 지식은 오히려 두려움만을 가져다 줄 뿐이었다. 그 때 느낀 것이 정리해 놓지 않은 경험과 지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이다. 일단 오픈하고 3개월 정도 예전의 경험과 운영지식을 하나하나 되집어 보면서 새로운 업장에 적용시켜 보면서 장단점에 대해서 정리하기로 하였다. 지금 이 글이 그런 작업의 하나로 시작된 것이다. 결국 식당업은 유형의 자산은 없는 셈이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맛을 내는 방법과 친절하게 고객을 모시는 서비스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것만이 유일한 식당의 자산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것이 유형의 자산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다. 지식이 자산이 되는 식당.

손님들은 우선 맛을 보고 찾아온다. 맛이 없으면 오지 않는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손님이 내는 음식 값에 대한 만족도가 얼마나 높으냐에 따라 다시 오는지가 결정된다는 말과 같다. 한마디로 가격대비 고객만족도가 얼마나 높으냐가 관건인 것이다. 이 만족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음식의 맛이다. 한 끼에 5,000짜리 된장찌개도 5만원이나 하는 스테이크보다도 더 맛있을 때가 있다. 누구와 식사를 하는 가에 따라 식당을 선택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격식을 따지기 이전에 어느 식당의 어떤 음식이 맛있는가가 우선 판단의 잣대가 되는 것이 일상적이다. 그래서 맛은 음식 고유의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맛이 있다는 말은 입에서 느끼는 맛뿐만 아니라 음식의 색, 향, 담음새 등이 종합한 입과 눈과 코가 같이 느끼는 풍미(風味)를 말하는 것이다. 음식점은 한 번만 맛있게 만들면 팔수가 없다. 수십명, 수백명이 오더라도 똑같은 맛을 내야 하므로 표준 조리법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수많은 실험 조리를 해서 주방의 누구나 알기 쉽게 조리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소스나 양념을 계량화해야 한다. 그래야 누가 조리를 하든지 일정한 맛이 날 수 있도록 해야 손님들이 그 식당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면 그 맛의 들쭉날쭉함만큼 줄어드는 법이다.

맛있는 음식은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는 것처럼 손님들이 먼저 아는 법이다. 한 명의 만족한 고객이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다시 방문할 확률이 84%이며 평균 세 명의 잠재적인 고객에게 추천한다. 반면 맛이 없거나 서비스가 불만인 고객이 다시 올 확률은 46%에 불과하며 이런 나쁜 경험을 평균 7명에게 퍼트린다고 한다. 맛에 대한 손님의 반응은 이렇게나 무섭다. 식재료나 소스 또는 양념의 선택에서부터 업주보다는 손님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만이 음식을 맛있게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양질의 재료, 정직한 마음, 정성을 다한 조리, 그리고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만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비결이다.

음식은 먹는 맛이 30%, 보는 맛이 70%란 말이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과 하나 틀리지 않다. 음식을 담는 모양새, 즉 예쁜 상차림 또는 데코레이션이라고 하는 음식 담음새는 깔끔한 느낌의 음식, 음식을 담는 그릇, 테이블세팅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음식은 자신의 색깔과 가능하면 같은 계열의 색상을 뛴 그릇에 담을 때 가장 맛있게 느껴진다고 한다. 커피는 갈색 찻잔에 담듯이 음식과 잘 어울리는 그릇과 테이블을 꾸미는 것도 맛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요소이다.

식당의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손님들에게 제공하는가이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서비스는 무형의 형태지만 유형의 자산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차별화된 서비스가 식당의 또 하나의 경쟁력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지만 얼만큼 손님에게 설득력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손님들은 음식과 서비스를 구별하지 않는다. 아무리 맛있어도 서비스가 시원찮다고 여기게 되면 손님의 만족도는 떨어지는 것이다.

손님이 인식하는 서비스는 서빙하는 직원들의 복장이 깨끗하고 단정할 때 좋은 느낌을 받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아파트의 분양 팜플릿이 매력적으로 잘 만들어 놓으면 분양업체를 더 신뢰하는 것이나 병원에서 최신 암진단기기를 쓰면서 진료를 하면 그 실력에 무관하게 안심을 한다. 이것처럼 식당의 종업원들의 외양이나 식당의 인테리어, 음식을 담는 그릇이나 테이블 등이 손님의 마음에 들면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이런 조건에서 먹는 음식은 더 맛이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서비스는 무형이 아니라 유형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며칠 전에 먹었던 음식이 기억에 오래동안 남아 있어서 다음에 다른 손님들을 모시고 찾아온 손님이 그때보다 맛이 덜하다고 불평하는 장면은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다. 맛도 약속인 것처럼 어제와 오늘의 손님을 맞이하는 서비스가 달라서는 약속된 서비스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주문을 하면 10분 이내에 음식이 나오는가? 음식을 다 먹고 나면 5분 이내에 후식이 제공되는가? 이런 것들이 서비스를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다. 손님이 음식을 추가로 주문하기 위해 종업원을 찾으려고 두리번 거리지 않고 바로 주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든가 음식의 메뉴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해 주는 것 등도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들이다.

또 하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서비스가 있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서비스인데 식당에서 손님에게 제공하는 개별적 배려와 관심이 그것이다. 예약을 할 때나 손님을 대동하고 왔을 때 그 손님만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정말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그 이상의 보답을 해준다. 단체 손님을 유치한다든지 소개를 해주는 등 몇 배 이상으로 자기를 알아준 친절한 서비스에 응답을 한다. 꼭 이런 대가를 바라서가 아니라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는 내용만큼이나 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외적 유형과 내면적인 정신과 태도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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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간디
2006.06.07 17:45:35 *.200.97.235
저는 식당을 경영해 보지는 못했지만 미국에서 웨이터를 하면서 식당경영에 대해 나름대로의 의견을 갖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맛은 식당의 기본이자 핵심이죠. 마치 항공사에서 안전이 기본이자 핵심인것과 마찬가지죠.
서비스는 그런 기본이고 핵심을 빛나게 할수도 가릴 수도 있죠. 사람은 감성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하므로 기분나쁜 서비스를 받게 되면 그 식당이 아무리 맛좋은 식당이더라도 안가게 되겠죠.

박노진 선생님의 글을 보면 생생한 식당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엿볼 수있고 그것이 무척이나 진솔해서 재미가 엄청납니다.

그런 것들을 책으로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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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6.06.09 08:20:53 *.118.67.80
좋은 지적입니다.
책으로 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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