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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8일 20시 48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6) - 음식의 트렌드, 퓨전과 웰빙

몇 년 전부터 퓨전음식이 엄청난 바람을 타고 외식업 전체를 리드하더니 어느 틈엔가 웰빙이라는 개념이 외식업을 강타하고 있다. 어떤 음식이던지 현재 이 두 가지 트렌드를 무시하고는 제대로 자리 잡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외식업계의 퓨전화는 ‘세계화로 가는 최근의 글로벌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일 뿐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특색 있는 식자재가 수출입되고 이에 따라 과거에는 볼 수도, 맛볼 수도 없었던 식자재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된 환경이 다이나믹한 한국인들의 정서와 맞물려 다양하고도 다채로운 요리의 믹스화, 즉 국제화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퓨전(fusion)의 어원은 용해, 제휴, 연합 등을 말하는 것으로 여러 가지 식재료를 섞어 사용한다든가 여러 나라의 다양한 소스를 혼합하거나 새로 개발해 사용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퓨전음식의 시초는 98년 1월 프렌치 아시안 레스토랑을 컨셉으로 청담동에 처음 선을 보인 ‘시안’을 원조로 볼 수 있다. 그 후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퓨전레스토랑을 중심으로 한 퓨전음식은 한 때 외식업계를 대표하는 느낌을 가질 정도로 고속성장을 해 왔다. 아마 특별함을 추구하고 자기들만의 세계를 원하는 젊은 세대들의 의식으로 퓨전을 매개로 한 음식과 식당들은 인기가 높았던 점도 있다.

웰빙(well-being)이란 사전적 의미로 보면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위안을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을 말한다. 최근 사회 전체적으로 웰빙은 거의 모든 것에 접목되어 웰빙화되지 않은 상품이 없을 정도이다. 외식업에도 이러한 내용이 주도적 흐름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바야흐로 퓨전과 웰빙이 음식업의 주류로 자리잡은 것이다.

웰빙 음식은 먼저 건강을 생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둘째는 자연친화적인 것이다. 마지막은 삶의 질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중요 테마로 하고 있다. 건강을 생각한다는 의미는 무엇보다 화학조미료나 합성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무 농약 또는 유기농이나 자연친화적인 재료의 사용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이다. 이는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육체적으로 건강한 문화를 먹거리에까지 접목시켜서 삶의 질을 높이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웰빙 트렌드의 특징 중 하나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이라면 구매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 있는 상품은 무리를 해서라도 사야만 만족하는 것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 식당을 하는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이 대목을 눈 여겨 봐야 한다. 무조건 싸게 파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저렴한(싸다는 이미가 아님) 가격에 많이 줄 수 있다면 그 식당은 번성할 것이다. 웰빙의 특징은 바로 품질에 자신이 있으면 가격은 적정한 선까지는 인정해 준다는 의미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퓨전-웰빙 바람은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일본의 선술집에는 한국식 불고기는 물론 돌솥비빔밥을 제공하는가 하면 중국요리에 사용하는 청경채에 칠리소스를 곁들인 새우요리가 나오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쌀을 이용한 밥요리가 다양하게 제공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의 고추장이 핫소스로 대용되기도 하며, 요리경연대회인 프랑크프르트 푸드쇼나 싱가폴 국제요리대회에서도 퓨전요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손님의 트렌드 역시 급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음식점을 유지할 수 있다.

퓨전과 웰빙의 개념을 우리 식당에서는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

퓨전과 웰빙의 결합, 음식에서 보면 이보다 더 이론적으로 아름다운 조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될 정도다. 나는 지금 운영하고 있는 한정식의 미래를 여기에 접목해 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된장, 청국장, 고추장, 조선간장 등 전통 장류를 활용한 현대적인 소스로 만들어 한식요리에 접목하는 것을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다. 전통 장류는 그 자체의 우수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모양이나 담음새(이를 디자인으로 표현해도 무방하겠다)의 한계로 인하여 자꾸 외면당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적이 많았다. 서양식 소스만이 전부가 아니라 동양적인, 수천년동안 내려온 우리 민족의 전통음식으로 만든 현대식 퓨전소스와 요리로 개발해 내는 일은 우리의 음식이 세계화하는 데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여기에다 건강을 생각하게 되는 요리로 발전하게 되는 데 이것이 바로 웰빙이 아니고 무엇이랴. 요번에 개발한 야채샐러드 소스는 된장을 가지고 만든 것인데 손님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소스의 색깔만 보아서는 된장의 그것과 비슷해 보이는데 먹어보면 된장 맛 이라는 느낌이 많이 사라진다. 먹는 이들도 된장을 넣어서 일반적으로 샐러드 소스가 주는 느끼한 맛이 없어지고 깔끔한 맛이 많이 나서 좋다고 한다. 그리고 생청국 알쌈이란 음식도 있다. 생청국장을 김치와 버무려 먹을 수 있게 한 요리인데 손님들이 신기해 하기도 하고 건강에 좋은 것이라며 잘 먹는다. 이런 것처럼 우리의 전통 음식재료를 가지고 만드는 건강요리는 맛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끔 맞추고, 담음새만 잘 연구하면 아주 멋진 웰빙퓨전요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런 식당은 아주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퓨전과 웰빙에 걸맞는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곤 한다. 외국의 경우 600여년의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오스트리아 인스브르크의 황금독수리(Goldener Alder) 식당이 있고 4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하이델베르그의 기사의 집(Zum Rtter)이 있으며 일본만 해도 2대, 3대를 이어가는 식당이 즐비하다. 이런 식당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인 것이다. 단순히 역사가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속에 문화가 살아 숨쉬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식당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 그 식당만이 가지고 있는 자긍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들도 외지에서 찾아왔을 때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는 멋있는 식당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단순히 배만 채우고 떠나는 곳이 아닌 그 지방의 숨결, 그 땅의 역사가 배여 있는 그런 명소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필자는 한정식집을 내면서 들어가는 입구에다 구한말 역사의 장면들을 찍은 흑백사진을 걸어 놓았다. 대한제국의 왕조들, 의병들, 농촌의 모습, 군인들의 모습 등 보는 사람 누구나 한번쯤은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는 사진을 걸어 놓았다. 퓨전과 웰빙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나 식당의 문화는 음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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