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박노진
  • 조회 수 484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6년 6월 8일 20시 50분 등록

어제보다 나은 식당(7) - 돈은 종업원이 벌어다 주지 사장이 버는 것은 아니다

종업원들하고 하루 종일 일을 하다 보면 그들과 함께 웃고 우는 일이 자주 있다. 바쁘면 바빠서 웃고 손님이 없으면 미안해서 웃고 월급날이 되면 한 달 고생했다고 웃고 회식 때면 다음에는 더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서 술잔을 같이 든다. 가족들끼리 하는 식당이 아니면 한두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의 종업원을 두고 일하게 된다.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것이 식당이다.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사람과의 관계가 밑바탕에 있지 않고는 종업원 관리는 어려운 법이다.

많은 이들이 종업원들과의 관계를 불가원 불가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믿지도 말고 너무 멀리 하지도 하지 마라는 의미이리라. 일면 맞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곰곰이 되새겨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물찬을 주더라도 하기에 따라 두 접시가 세 접시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세 접시가 나와야 할 것이 두 접시가 될 때도 있다. 물론 아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종업원의 마음 씀씀이에 따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고깃집을 할 당시 양념갈비가 갑자기 많이 팔려서 저녁 예약분 밖에 남지 않은 적이 있었다. 속성으로 양념을 해도 저녁에나 팔 수 있을 정도여서 마음을 졸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녁이 되기 전에 열 명의 손님이 몰려와서 양념갈비를 주문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문이 들어가자 말자 주방장은 저녁 예약분 밖에 없으니 팔 수 없다고 하였다. 서빙하는 종업원도 손님에게 양념갈비가 없다고 말하니 손님은 기분이 나빠져서 그냥 돌아가 버렸다. 카운터에 있다가 무슨 일인가 싶어 확인했더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그 때 주방장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열명의 손님이면 적어도 매상이 30만원어치는 먹을 것이다. 자신의 한마디에 30만원이라는 거금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주방장은 태연하게 그런 것은 나몰라라 하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니 머리가 돌아버리는 것 같았다. 아무리 고기가 떨어졌어도 그 정도 대응은 해주어야 하는 것인데, 뛰어 따라가 생고기를 그 가격에 드리겠다고 했으나 손님들은 그냥 가 버렸다.

한정식집을 할 때였다. 단체 손님이 20여명이 왔는데 기본 메뉴와 술을 주문한 적이 있었다. 사실 한정식은 그 자체로 안주를 할 수 있는 요리가 몇 있기 때문에 별도로 술안주를 시키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한 종업원이 다시 들어가더니 술안주 주문을 다시 받아 나오는 것이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 종업원이 하는 말이 기본 메뉴에다 술을 먹으면 자꾸 추가 주문만 들어오고 술안주는 시키지 않기 때문에 그런 손님들은 우리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정중하게 술안주를 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주문을 받아온 것이었단다. 비록 금액차이는 10여 만원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종업원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웠다. 그냥 주문만 받아도 될 일을 굳이 다시 주문을 추가로 받아내는 것은 내일처럼 마음먹지 않고서는 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이처럼 종업원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식당이 잘되고 못되고를 결정한다. 아니라고? 과연 그럴까?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식당 경영자는 자신의 식당이 흥하든가 망하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단골손님을 많이 확보하여 성공하던지 어영부영하다 야금야금 가진 것 다 까먹고 망하던지 두 가지 길 밖에는 식당을 하는 한 선택해야 한다. 아니 선택하지 않더라도 자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일도, 고객이 감동하는 서비스도 결국 사람인 종업원이 하는 것이다. 그 대가로 식당은 돈을 버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어 종업원들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식당을 번성하게 만들어서 돈을 버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경영학적 용어로 ‘사람을 통한 경쟁력 향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애초부터 식당업에 적합한 뛰어난 종업원을 채용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그런 경우는 무척 드물다. 평범한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교육하고, 훈련시켜 경쟁력 있는 인재로 만들어 내야 한다. 종업원 각자가 자신의 행동이나 서비스 하나 하나가 곧 업소의 이미지이며 상품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각인해야 한다.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경영자가 아니라 고객을 직접 대하는 종업원들이다. 그들은 식당의 눈과 귀 역할을 수행하며 ‘요리라는 상품을 가지고 고객을 즐겁게 해야 할 임무를 뛴’(이대봉의 경영전략 166p) 손님과의 접점에 있는 또 다른 식당의 경영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교육과 훈련은 실무적인 내용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꼭 그런 형식과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 경험을 통해서 배웠다. 가장 중요한 점은 종업원들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돈으로도 살수 없는 것이 마음이다. 마음이 통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 이들이 식당에 만족하게 되면 직장생활의 의미와 목적 그리고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경영자가 제일 먼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것은 식당을 살맛나는 직장으로 만드는 일이다. 종업원들이 재미있어야 일하는 것도 즐겁고 식당이 웃음이 있어야 손님들도 덩달아 음식이 맛있어 보인다. 그래서 내부직원만족이 곧 고객만족경영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고깃집을 할 시절 매 주 한 번씩 직원들이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 먹거나 해서 먹었다. 대게가 먹고 싶으면 영덕에 주문해서 먹었고, 짬뽕이 먹고 싶으면 재료비 아끼지 않고 맛있게 해 먹었다. 영양이 부실하다고 하면 영양탕을 해서 먹이기도 하였고, 추어탕이 먹고 싶다면 국산 미꾸리를 직접 사가지고 온 적도 있었다. 그러니 매 주 돌아오는 그 날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그런 날은 직원들 스스로 집에서 맛난 반찬을 가져와 같이 먹기도 하였다. 영원한 경쟁관계인 주방과 홀의 직원들도 이런 일들을 계기로 많이 친해졌으며 그만 둔 다음에도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는 사이로까지 발전했으며 몇 달 후 새로운 식당을 오픈할 때 이 사람들은 다니던 식당을 그만두고 다시 찾아 주었다.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그 때 그렇게 지냈던 것이 너무 그리웠다는 것이다. 이런 조그만 성의에 감동하는 것이 바로 식당의 직원들이다. 그들의 마음을 얻는 일은 멀리 있거나 돈을 많이 주는 것에 있지 않다. 그들의 마음 하나 하나를 생각하고 살펴주는 것에 있는 것이다.

먼저, 식당일에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우는 상보다 웃는 상이 이왕이면 다홍치마다. 그리고 성격이 무뚝뚝한 사람보다 밝고 상냥한 사람이 낫다. 가능하면 이런 직원을 뽑는 것이 나중에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보다 백배 힘이 덜 든다.

둘째, 아침에 출근하는 것이 즐겁게 만들어 주어라. 이왕 일하러 나오는 거 재미있게 하루를 시작하고 힘들어도 고생이 고생만으로 끝나지 않게 해 주는 것이 좋다. 바깥에 나갈 일이 있으면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이나 겨울에는 붕어빵이라도 사가지고 들어가 보라. 김장철이면 하루 날 잡아서 직원들 김장을 같이 해 나눠가져가게 해 보자. 과일 한 박스를 사서 집에 갈 때 나눠 주어라. 점심을 매일 먹는 것으로 하지 말고 먹고 싶은 것을 적게 해서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그것을 먹게 해 주자. 가끔씩 같이 차도 마시며 집안 일, 식당 일을 상의해 보자. 내 고민도 말하고 직원의 고민에도 귀 기울여 주자. 생일에는 조그만 케익이라도 사서 같이 축하해 주자. 내 식구가 아닌가. 가족처럼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셋째, 칭찬을 잘 하자. 잔소리나 꾸지람보다는 칭찬이나 격려가 생산성이 훨씬 높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기관에서 발표된 바 있다. 잘하는 종업원에게는 칭찬을 해 주지만, 못하는 종업원에게 구박만 한다면 결과는 더 나빠질 뿐이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열심히 일한 것에 칭찬해 주어라. 칭찬은 바보라도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그렇다고 마음에 없는 칭찬만 늘어놓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칭찬은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게 만들고 경영자와 종업원간의 거리를 더 줄이게 해준다. 거리가 주는 만큼 마음은 가까워 지는 법이다.


IP *.118.67.8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52 노동과 경영 12회 - 노동시간의 리엔지니어링(2) 박노진 2006.02.22 5079
5151 노동과 경영 13회 - 한국형 생산방식, 그 가능성을 찾아서(1) 박노진 2006.02.24 6111
5150 노동과 경영 14회 - 한국형 생산방식, 그 가능성을 찾아서(2) 박노진 2006.02.24 5219
5149 노동과 경영 15회 - 한국적 생산방식, 그 가능성을 찾아서(3) 박노진 2006.02.25 6241
5148 노동과 경영 16회 - 제조업의 진정한 혁명, 포드생산 시스템 박노진 2006.02.25 8219
5147 노동과 경영 17회 - 도요타 생산 시스템 박노진 2006.02.27 11557
5146 노동과 경영 18회 - 말콤 볼드리지 국가품질상과 식스 시그마 [1] 박노진 2006.02.27 8604
5145 노동과 경영 19회 - 한국적 생산방식, 그 가능성을 찾아서(4) : SLIM system 박노진 2006.03.04 7460
5144 노동과 경영 20회 - 한국형 생산방식의 가능성(5) 박노진 2006.03.16 4909
5143 연구원 과제 <My First Book> file 정경빈 2006.05.17 5364
5142 내가 쓰고 싶은 첫 번째 책 조윤택 2006.05.23 6019
5141 -->[re]내가 쓰고 싶은 첫 번째 책 file 강미영 2006.05.24 5859
5140 발표자료 file 박소정 2006.05.26 5321
5139 식당 비즈니스의 목적 박노진 2006.06.05 5333
5138 소스는 직접 개발하고 만들어야 한다 박노진 2006.06.05 4883
5137 세금관리, 모르면 그만큼 손해 본다 박노진 2006.06.06 6763
5136 식당의 자산은 맛과 서비스뿐이다 [2] 박노진 2006.06.07 5063
5135 어제보다 나은 식당(5) - 고객의 불평과 불만 박노진 2006.06.08 5248
5134 어제보다 나은 식당(6) - 음식의 트렌드, 퓨전과 웰빙 박노진 2006.06.08 7175
» 어제보다 나은 식당(7) - 돈은 종업원이 벌어다 주지 사장이 버는 것은 아니다 박노진 2006.06.08 4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