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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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이 얼마나 낭만적인 말인가! 대학교 시절 나는 교내 외국 유학생들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해주기 위해 ‘EQUAL’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 처음 시작은 단순했다. 간혹 수업을 오가며 마주치는 외국 유학생들 가운데 유독 이어폰을 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호기심도 있었다. 그 중에는 나와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항상 교실 맨 뒤편에서 자리 잡고 앉아, 수업이 끝나면 서둘러 교실을 떠나기 바빴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왜 머나먼 한국이라는 타지에 와서 혼자이고 싶어하는 걸까? 그런데 그들은 혼자 있고 싶어한다기 보다는 어떻게 어울리면 좋을지 몰라서 차라리 혼자이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길로 나는 작은 명함 하나를 만들었다.
“THE EQUAL, 우리는 당신의 평범한 한국생활을 돕습니다”
내가 만든 EQUAL이라는 동아리의 시작이었다. 직접 그린 삽화가 포함 된 A4 용지 한 장에 열 장 남짓 명함이 들어갔고, 학교 인쇄실에서 얼마 간의 돈을 더 주고 코팅을 했다. 내가 직접 만든 명함을 들고 나는 길을 나섰다. 교내에 지나다니는 외국인들을 만나면 모두 나눠줄 생각이었다. 내 눈에 외국 유학생들은 모두 외로워 보였고, 그들은 진정한 한국 생활을 하고 있지 못했다. 그들에게 한국 생활을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처음 내가 만난 사람이 바로 중국 유학생 ‘신롱(新龍)’이었다. 중국 서안 출신인 신롱을 처음 만난 나는 그에게 나는 말도 안 되는 약속을 했다.
“당신에게 진정한 한국 생활을 소개해주고 싶다. 우리 같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다 함께 놀아보자”
신롱은 나의 제안에 흥미로워 했다. 그 무렵 우연히 알게 된 학생이 하나 더 있었다. 법학과 학생 문영민이었다. 무료한 대학생활에 지쳐있던 그에게 나는 내가 만든 동아리를 소개했다. 별다른 것이 없었다. 외국 유학생들과 함께 모여 “그들에게 진정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이꼴(THE EQUAL)이 추구한 진정한 대학 생활이었다.
신롱과 문영민 그리고 나는 셋이서 새로운 동아리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다녔다. 전단지를 만들어서 교내 인쇄실에서 인쇄를 하고 학교 안에서 사람들에게 돌렸다. 한국어 수업이 정기적으로 있었던 어학당 건물에서 한국어 수업이 쉬는 시간이면 몰래 들어가 우리 동아리를 홍보하고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10분도 채 안되는 시간 안에 다시 빠져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났다. 매주 1회 참석하는 사람들이 적든 많든 일단 우리들은 모였다. 비 오는 날에는 모여서 파전을 구워 먹고, 설날 연휴 때는 모여서 제기를 차고 윷 놀이를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교내에 심어져 있는 소나무 끄트머리를 잘라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1년 동안 <THE EQUAL>이라는 동아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더러는 지금도 연락을 하고, 대부분은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 못한다. 2017년 11월 26일 오늘, 그 모임을 일년 동안 함께 같이 했던 평생의 친구 그러나 아직도 서로 편하게 말을 놓지 못하는 벗, 문영민을 만났다. 나도 변했고, 그 사람도 많이 변했다. 일요일 대낮부터 만난 우리 둘은 술잔을 기울이며 추억을 곱씹는다. 내 반려자가 될 사람은 이미 다 아는 낡아빠진 이야기. 하지만 내가 나의 황금빛 시절을 이야기 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천천히 되새김질 하는데 하루가 너무 짧다.
맥주 한 잔에 반주로 나온 멸치 한 소쿠리. 그 멸치 내장처럼 쓴 추억 이야기가 참 짭쪼롬하면서도 자꾸 땡기는 오늘. 내일 아침부터 출근을 서두르기에는 너무 아쉬운 오늘은 어쩔 수 없는 일요일이다. 그래도 맥주 한 잔과 멸치 대가리 몇 개가 위로가 되는 오늘 나는 친구를 마지 못해 택시에 태워 보내고 괜히 바닥에 척 하니 붙은 은행 나무 열매 몇 개를 걷어 차며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집으로 옮겼다. 그냥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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