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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28일 23시 57분 등록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후 몇 가지 달라진 회사 생활을 좀 그려보고자 합니다. 회사 생활의 기본은 회의, 보고 그리고 담당업무이다. 담당 업무는 다양한 부서와 역할에 따라 부과된 것이므로 담당자 입장에서는 매일 해야 되고 끝이 없는 일이라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업무는 자신이 어느 정도 시간이나 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고 완급조절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 누가 알겠는가? 내가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주는 결과가 얼마나 짧은 시간에 해놓고 놀았는지. 어쩌면 시간을 엄청 들여서 겨우 마감을 맞추었는지. 사실 담당자가 아니면 상사를 제외하고는 잘 모른다. 물론 상사도 대략 알고 있을 뿐이지만 눈치가 있고 같이 일해보면 얼마나 잘 숙련되어 있는지 알고 있다. 아무튼 담당업무는 본인의 영역이므로 일상이고 제어 가능하니 스트레스는 좀 덜 받는다. 그런데 회사 생활에서 유난히 회의와 보고는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문제점 많은 요소이다. 회의는 회의적이고 보고는 얼굴 보고 오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회의와 보고가 중요하지만 이제 한국의 기업들도 많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놀라운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회의와 보고에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대면을 최대한 줄이라는 부분에서 기존에 얼굴보고 일하던 사람들은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평소에도 많은 부분을 사내 메신저로 업무를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다른 부서 찾아가는 것도 부담되고 환영 받지도 못하기 때문에 메신저 사용은 점점 많아진다. 특히 기존에 10명 이상의 각 부서별 대표가 모여 각각의 입장을 토로하며 R&R (역할과 책임)과 업무 절차로 회의 시간의 절반을 날려 먹던 그런 회의가 어느 곳이던 늘 있다. 그런데 회의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나오면서부터 이런 회의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대표 너머에 있던 부서장들과 담당자들을 메신저에 모두 불러놓고 그냥 이야기 하면 되는 분위기가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여러 부서의 부서장 및 담당자들이 직접 메신저를 받고 협업해야 하기 때문에 부서간에 일을 미루기도 어려워졌고 부서별로 대표자로 회의에 참석하던 사람의 존재가 의미가 없어졌다. 또 하나의 직업이 없어졌다.

 

보고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같이 발생하였다. 우선 누구나 바라지만 보고는 최소화 하고 싶어한다. 어느 누가 상사나 그 윗 분들과 대면하면서 보고하길 좋아하겠다. 하물며 주간보고도 쓰기 싫어하는 것이 일반적인 직원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확실하게 없어진 것이 하나가 있다. 바로 해외 출장이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대부분의 매출과 신사업이 해외에서 발생하므로 해외 출장은 매우 중요하였다. 특히 B2B사업이므로 고객사의 Engineer 및 구매 부서 미팅 그리고 C level 미팅은 계약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이러한 글로벌 미팅을 통해 상호 이해와 신뢰 그리고 향후 수년간의 사업에 대한 리스크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든 출장이 중단되었다. 고객사와 화상회의를 자주 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일부 밤낮이 바뀌신 분들도 있지만 상호 이해가 있기 때문에 더 자주 화상회의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고객사 입장장에서 무조건 사업장으로 출장을 와서 기술 설명과 협력 논의를 요청하는 것이 기본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부분이다. 그런데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임원분들과 부서장들이 해외 출장을 안 가기 때문에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임원 회의가 많아 졌다는 것이고 회의 준비를 위한 보고 자료 준비의 폭증을 의미하며 보고 결과 action item의 대 폭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임원들도 바쁘다가 오랜만에 자리에서 공부하다 보니 모르던 것이 너무 많았던지 수많은 보고를 요청한다. 그러니 직원들은 더 바빠질 수 밖에 없었다.

 

어느덧 4개월 이상을 코로나 바이러스 환경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이제 메신저 회의도 해외 화상회의도 그리고 수 많은 보고도 익숙해져 간다. 그러나 업무 피로감이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마스크를 써야 하고 가끔 사라져서 안 보이던 상사들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 스트레스도 증가하고 이제 보고도 많이 받아서 공부가 된 것인지 보고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다만, 부서 회식도 사라졌고 가끔씩 만나 이런 저런 소리하면서 스트레스 풀던 저녁 번개도 사라졌다. 집과 회사만이 거의 전부인 삶이 되었다. 일부 회사에서는 재택 근무를 권장한다고 시스템을 만들어 거의 반 강제로 시키고 있던데 사실 담당자는 회사를 오고 싶다고 난리다. 집에서 집중도 안되고 안 하던 집안일도 해야 하고 학교 안가는 자녀들도 돌봐야 해서 삼중고를 호소한다고 한다. 다행이 나의 근무처에서는 재택 근무를 대비한 시스템 준비만 해놓았고 절대 재택근무는 안 시킨다. 임원들이 얼굴 보고 보고를 받기 좋아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 세상으로 바뀐다고 한다. 잘 살펴보면 주위에 혹은 나 스스로도 바뀐 세상에 적응해가는지도 모른다. 더운 날이지만 마스크를 쓰고 얼굴에 스팀을 팍팍 뿌리며 마사지를 하면서 말이다. 이것은 불편이지만 사실 얼굴 피부는 좋아졌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이 불편한 생활의 변화이지만 다시 살펴보고 이 안에서도 좋은 점을 찾아보면 또 나름 새로운 생활문화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귀한 목숨을 잃으신 많은 분들의 명복을 빌며 이 사태가 빨리 종식되길 바라고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많은 의료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생활 방역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 생각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현장의 의료진들의 찜통더위 속 방호복을 입고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조심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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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30 18:17:46 *.103.3.17

전 원래 지금 중국 출장 나가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 덕분(?)에 출퇴근하며 온라인으로 중국회사랑 일하고 있네요. 귀찮고, 현지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여기서 하려니 애로가 좀 많습니다만, 저같이 출장을 극도로 싫어하는 개발자에겐 좋네요 ㅎㅎ

이젠 마스크와 비대면이 상식이 되어가고 있는 세상인데, 코로나가 끝나고 정상으로 다시 되돌아갈때  그땐 어떤 기분이 들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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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3 06:33:17 *.215.153.2

코로나로 바뀐 우리네 직장생활에 대해 잘 정리를 해주셨네요. 저는 하는일이 지금은 재택근무를 해도 충분한데, 저희는 재택근무가 아직 활성화 안되어 있어서 하루 2시간 왕복 운전으로 다닙니다.  사회 많은 부분에서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많이 달라졌는데, 예전 코로나 처음 유행할 때 누군가 말했듯이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거라는 말이 점점 현실로 와 닿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길게는 몇달 정도 지나면 코로나 해결될 줄 알았는데,,이젠  내년 아니 어쩌면 감기나 독감처럼 우리 인류와 계속 함께 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이번 코로나가 박쥐와 천상갑(?)에 있던 바이러스가 합쳐진 형태로 진화되어서요. 의료진들 고생이 너무 길게 길어져서 걱정입니다. 국민들의 코로나시대 생활방식의 변화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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