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20년 7월 5일 17시 48분 등록

같은 점수 다른 차이 - 발목 잡힌 영어 날개 달다

 

이는 상대성이란 틀에 끼워 맞춰진다.

이 점에서 아이는 어른과 다르지 않다.

누구나 절대적인 진리를 모른 채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가 잘못을 저지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잘못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아들러, 삶의 과학-

 

 

희만은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다. 1학년 2학기 자유학기제 실시로 학교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2학년 들어서 치른 영어점수는 25. 이 점수를 보면서 희만에게 물었다.

 

Oh: 영어가 어려웠겠네?

희만: 저도 제가 이 점수 맞을 줄 몰랐어요. 영어가 제 발목을 잡네요.

 

희만은 영어를 제외한 다른 과목은 70~80점대이다. 그러니 희만의 말대로 영어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희만은 성실한 학생이다. 영어과제는 꼭 하기로 희만은 나와 약속했다. 희만은 계속 반복하고 오답노트를 정성껏 했다. 과제 검사할 때 과제하다가 모르는 부분은 꼭 한가지씩은 질문했다.

 

저는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시험 잘 볼려고 하지 마세요. 자신이 공부한 만큼만 보세요.

 

1학기 기말고사 치르기 전 희만은 말했다. 영어 50점을 넘을 수 있겠다고. 그러나 결과는 여전히 25. 역시나 이번에도 영어가 희만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고 방학 때도 꾸준히 영어 본문을 암기하고 서답형 연습으로 반복을 거듭했다. 2학기 학교 중간고사 2주전에 해넘이 진단평가를 치렀다. 희만의 자신감이 올랐다. 이번에 60점만 넘자고, 그때 갑자기 우연이가 손을 들면서 질문했다.

 

우연: 제가 영어 70점 맞으면 어떻게 되나요?

 

이때 희만이 흥분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연을 쏘아보듯 매의 눈을 하고 외쳤다.

희만: 네가 영어 70점 맞는 거랑, 내가 70점 맞는 거는 차원이 달라 쨔샤!

 

순간, 교실 안은 바깥 운동장에서 들리는 체육선생님의 목소리와 호루라기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릴 만큼 정적이 감돌았다. 우와~ 희만이 그런 말을 하다니. 아이들은 스폰지다.

 

학생들: 우연~~ 또 영어 선생님께 개긴다. ㅋㅋㅋ

Oh: 우연야~ 네가 공부한 거와 희만이가 공부한 거는 약간 다른 것 같아. 너는 할 수 있 는데 대충 시험 봐서 70점 나오는 거고. 희만은 눈에 불을 켜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서 공부하잖아. 이번에 뭔가를 해보겠다고 하는데. 희만이 70점 맞는 것 은 기적 같은 노력의 결실이고, 우연이 70점 맞는 것은 그냥 평상시대로 공부해서 시 험친 거고.

우연: 결과는 같은데 희만과 저를 왜 다르게 평가하세요?

Oh: 희만의 지난 번 영어점수가 25점이고 너는 70점이었잖아. 너는 기본 실력이 있고 희만은 영어를 보면 무슨 소리인지를 잘 모르고 그냥 봤던 거야. 그런 희만이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해서 70점을 맞으면 성취감을 갖는거지. 희만은 과거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거고, 너는 기본실력으로 공부해서 보는 거고.

 

희만이 이번에는 영어를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영어직독직해 과제를 하면서 모르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고 반복했다.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소리 내서 영어를 외우기도 했다. 그런 희만이 공부 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는지 중간고사 지필평가 70점을 맞았다. 처음 있는 일이란다. 1때 자신의 영어점수는 25점이라고 하면서 다른 과목은 모두 높은 점수였으나 유독 영어에서만큼은 힘들어 한 희만이였다. 이런 희만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저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친구와 비교하지도 경쟁하지도 마세요. 친구와 비교하면 자신이 조금 나으면 우월감이 생기고, 자신이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열등감이 생깁니다. 여러분이 경쟁해야 할 대상은 옆의 친구가 아니라 어제의 자신입니다. 오늘 한발 자국만 걸어가는 겁니다. 어제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고 아름다워지려는 자신이 되어보세요.

 

희만의 말처럼 우연이 70점 맞는 것과 자신이 70점 맞는 것은 다르겠지요. 희만의 노력이 바탕이 되어 다른 분야에서도 노력하고 땀을 흘리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으니까요.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한다면 자신의 점수는 얼마든지 올릴 수 있지요. 여러분에게 성적을 올리는 방법은 많습니다. 우선 너무 높은 목표보다는 실행 가능한 목표를 세웁니다.

예를 들어, 25점을 맞은 희만이 50점을 넘기는 게 목표라고 해봐요. 사람마다 특성과 기질이 다르니까, 자신이 자꾸 틀리는 문제를 반복해서 풀고 연습하는 거지요. 그게 바로 오답노트입니다.

희만이 지금까지 영어숙제 안 해온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임계점이 다다라야 합니다. 물이 끓어오르려면 100가 넘어야 합니다. 99.9여도 물이 끓지 않습니다. 0.1가 부족한 상태에서 그만두면 당연히 물은 끓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임계점이 도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렇듯이 희만은 1학기 중간고사 이후로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희만은 임계점을 50점으로 목표했으며, 그 지점을 향해 자신의 온 힘을 다했습니다. 희만의 노트를 보면 매일 영어공부한 것이 기록되어 있더군요. 과제로 내준 직독직해연습하기, 틀린 문제 분석해서 자기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이 보였습니다.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른 후, 희만의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드디어 25점에서 71점을 맞았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성취감을 얻은 희만은 얼굴이 늘 싱글벙글입니다. 아이들이 희만에게 딴지를 걸어도 ~~그래, 그럴 수 있지하면서 너그러워졌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그들에게 71점을 맞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영어25점 때문에 발목을 잡힌 희만은 드디어 날개를 다는 법을 알았으니까요.

작은 성취를 자주 여러 번 경험하다 보면 그것이 모여 큰 성취가 됩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번함이라 했습니다. 인생에서 한 번에 큰 것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to부정사를 배웠어요. 어제는 몰랐던 것을 오늘 배운 것을 이야기하고 말을 만들어보는 거지요. 이런 작은 성취를 하루에도 여러 개 만들다 보면 내일이 있습니다. 오늘 작은 성취없이는 내일은 없습니다. 걱정을 하는 이유는 오늘을 살지 않고 미래만 보기 때문이지요.

 

희만과 우연의 점수가 같아도 각자에게는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니 남과 비교하는데 에너지를 쏟기 보다는 자신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해봐야 어디에서 자꾸 걸려 넘어지는지를 알 수 있지요. 실패가 아니라 경험입니다. 자신을 재료로 여러 가지 그릇을 빚어봐야 무슨 그릇이 자신에게 어울리고 맞는지를 알 수 있겠지요.

IP *.223.17.51

프로필 이미지
2020.07.05 17:50:50 *.223.17.51

지난 2주간 글을 못올렸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글을 올리지 못한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꾸준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20.07.07 18:53:11 *.247.149.239

걱정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배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정말 많은 경우 해당되는 것 같아요. 또 이렇게 아이들과의 이야기에서 배울 점을 찾았네요 ^^ 다음 이야기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프로필 이미지
2020.07.08 07:17:25 *.70.220.99

우리가 커서도 남들과의 비교에 의해 행복을 판단하는 것은 어쩌면 어려서부터 학교..그리고 가정에서까지 평가받고 저울질당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52 출간기획안_임산부를 위한 인문학 [2] 콩두 2020.07.13 1024
5151 2019 출간 프로젝트에서 나에게 주신 조언 콩두 2020.07.13 935
5150 공부에 대하여_독서시 [2] 어니언 2020.07.12 990
5149 별을 보는 방법 [1] 불씨 2020.07.12 950
5148 그리스로마 신화의 황금사과는? file [2] 정승훈 2020.07.11 2742
5147 1주1글챌린지_아이와함께하는삶_07 [2] 굿민 2020.07.08 930
5146 첫 글 [2] 콩두 2020.07.06 1010
5145 그리스인조르바_지배받지 않는 자유, 온전히 누릴 자유 [2] 어니언 2020.07.06 930
5144 걷기와 맑은 날씨 [2] 희동이 2020.07.05 925
» 오쌤의 수업풍경- 발목 잡힌 영어 날개 달다 [3] 지그미 오 2020.07.05 963
5142 인생은 험난한 항해다 VS Life is so cool [3] 불씨 2020.07.05 1095
5141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의 상상 세계 file [2] 정승훈 2020.07.04 1165
5140 1주1글챌린지_아이와함께하는삷_06 [1] 굿민 2020.06.29 953
5139 난 짐승이오. 짐승에게는 자유가 있어야지. [3] 어니언 2020.06.29 914
5138 코로나 이후의 직장 풍경 [2] 희동이 2020.06.28 970
5137 인생은 B와 D사이의 C [1] 불씨 2020.06.27 928
5136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느낄 때 [1] 정승훈 2020.06.25 963
5135 서평 -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3] 종종걸음 2020.06.22 1028
5134 『행복의 정복』_행복이 당신 곁에 머물게 하라 [6] 어니언 2020.06.22 989
5133 답하지 못한 질문들 [3] 희동이 2020.06.21 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