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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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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6일 05시 52분 등록

 

안녕하세요? 저는 8기에 연구원을 했던 권윤정입니다. 2012년에 연구원을 공부했으니까요, 올해 수료 9년차입니다. 내년이면 10년이고요. 10년만에는 졸업을 해보려고 이 프로젝트의 페이스 메이커와 함께 뛰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시험에 한 번에 붙은 적이 없습니다. 의무교육시절 후에는 한번에 졸업한 적도 거의 없고요. 대학은 재수해서 들어갔고, 중간에 휴학을 여러해 했어요. 그때는 어학연수나 해외여행이 일상화되기 전이고, 게다가 여학생의 휴학복학이 흔치않을 때라, 남들이 뭐했냐 물을 때면군대갔다 왔다고 둘러대곤 했습니다. 여군 다녀오면 남동생은 군대 안 가도 된다는데 진짜냐는 질문도 받았고요. 그런가요?

 

교사임용시험은 3번 만에 붙었나, 한 번은 120명 뽑는 1차에 붙고 2차 실기에서 떨어졌지요. 실기로 음미체 시험이 있었어요. 아니 음악수업을 하지도 않는 특수교사에게 웬 풍금 반주랍니까? 그 이후 그런 2차 실기시험은 없어졌고요.

 

결혼은 40대에 했고, 아이는 3년 만에 수많은 시험관시술을 지나서 만났습니다. 시험관이 최고로 장수생입니다. 16차까지 했으니까요. 아이 다행히 하나 낳았습니다. 지금 5살이예요. 그래도 연구원 10년차를 넘기기 전에 첫 책을 출산해야겠다는 소망 여전히 가슴 속에 품고 있고, 구본형 사부님과의 약속 잊지 않고 있습니다. , 장수사를 읊어보니, 장수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들어가고, 졸업하고, 교사도 되었고, 엄마도 되었네요. 갈짓 자 행보였으나 길 끝에 도달 하긴 했네요. 그런 된 것 같고요.

 

11글 챌린지는 마음편지에서 힐끗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걸 내가 도전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순전히 새벽의 꿈 때문입니다. , 저는 꿈을 참조하는 사람입니다. , 하는 일은 공립 특수학교 교사입니다. 3월에 복직했어요. 그러고 보니 휴직도 아주 장수생이군요. 제도 안에서 제가 쓸 수 있는 휴직은 아주 딸딸 끌어썼어요. 난임휴직, 육아휴직, 자율연수휴직이요. 휴직 6년간 한 일은 아이 하나를 기다리고, 낳고, 3세까지 가정보육한 것입니다.

 

제가 드리고픈 말씀의 결론은 종종, 어니언, 희동이, 불씨, 지그미 오님, 정승훈님이 합류를 허락해주시면 저도 111챌리지 함께 하고 싶습니다. 끼워주신다면 다음주부터는 퇴고도 하고, 저의 고질병인 늘여쓰고 퇴고안하기를 고쳐가며, 분량도 3p 정도로 맞춰서 <임산부를 위한 인문학> 한꼭지씩 올려보겠습니다.

 

근데 죄송하게도 이 글은 좀 많이 길고 지루합니다. 이즈음에서 스킵하시길 권유드립니다. 혼자 지내다 보니 혼잣말이 더 늘었어요. 첫 글에서 11글 챌린지에 오게된 이번 한 주 동안의 저의 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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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목 : 집터 위를 기분 좋게 춤추듯 날다

 

아주 기분 좋은 꿈. 하늘을 날고 있다. 아주 자유롭게, 고공으로, 보통 하늘을 날 때는 땅에서 끌어당기거나 몸이 무거워 쉬 들어올려지지 않는데, 마음먹은 대로 솟구치다가 사지를 움직일 수가 있다. 속도도 내 마음대로 조절한다. 나는 높이는 약 50~100미터 상공이다. 사지를 움직일 때의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춤추듯이 난다. 허공을 춤춘다. 웃는다. 자유롭고 편안하다. 아래는 집터 같다. 집은 아직 없는 데가 한 군데, 집이 있는데 둘레가 묘들로 둘러싸인 곳이 하나. 그런데 어떤 집터는 작은 무덤들로 둘러싸여 있다. 마치 해바라기 꽃잎이 둘러싸듯이. 나는 두 군데 모두 마음에 든다. 잘 가꿔진 문중 묘지 같이 커다란 소나무들이 심어져있다. 거긴 어디일까 모르겠다. 깨고 나서도 그 기분좋은 느낌이 남았다. 누운 자리에서, 꿈꾸면서도 그 자유롭고 가벼운 느낌이 좋아서 웃었다. 집터에는 안개가 서려있고 아름답다. 언뜻 구본형사부님을 본 건지, 관련된 사람을 본 건지, 내가 생각을 한 건지, 그 순간 구본형사부님에 대한 생각이 마음에 있었다.

 

 


허공을 춤추듯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느낌이 너무 좋았습니다. 거기가 구본형사부님과 관련된 묘지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생각했습니다. 어쨎든 사부님의 흔적이든 모습이든 꿈에 보는 건 좋았습니다. 복직해서 다시 출근하면서 사부님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가방에 넣어다니면서 한 페이지라도 읽으면 마음이 정돈되고, 직장에 들어갈 때의 각오가 되었어요. 처음 읽은 것은 <필살기>고 지금 읽는 것은 <더 보스 쿨한 동행>입니다.



 

2 제목 : 구본형 사부님의 집에 초대받다

 

구본형 사부님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내가 알던 홍지동 집이 아니다. 좀 더 넓은 평지의 집이다. 아니 집이라기 보담 집터 같다. 구본형 사부님, 사모님, 해언씨가 있다. 초대받은 사람은 나와 송지현씨다. 또 다른 남자가 한 명 있는데 그는 왜 거기 있나 모르겠다. 구본형 사부님집에 우리보다 먼저 있었던 남자인지, 일하는 남자인지 우리 일행인지 나는 전혀 짐작이 안간다. 하여튼 그가 거기 있다. 나는 빨리 섹스를 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송지현씨와 나의 방이 바뀌었다. 송지현씨의 방이 좀 더 혼자서 마스터베이션하기에 좋다. 그녀의 방에는 순백색의 44사이즈(그녀는 44 사이즈다) 원피스가 여러 벌(3) 걸려있다. 앞으로는 프릴이 많이 달려있고, 허리에도 주름이 잡혀 있다. 멋지다기 보담 내 취향이다. 방 구경을 하는데도 자꾸만 귀찮게 아까 남자가 나를 따라붙는다. 남자라고만 정체를 알겠고, 구체적인 외모나 나이는 생각이 안난다. 그냥 자꾸 눈에 자꾸 띄고, 신경이 쓰이고, 빨리 안 가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이다. 나는 그와 섹스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빨리 없어지면 그 방에서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싶다. 해언씨가 나서서 방을 바꿔주었다. 나는 하려던 걸 한다. 처음에는 잘 안되었지만 곧 대단히 즐겁고 만족스럽다. 해언씨가 말한다. 73일부터는 매일 한 꼭지씩 작업을 하라고. 해언씨가 말하는 것인지, 아님 구본형 사부님이 말하는 것인지, 아님 내가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냥 그 말이 깨달음처럼 크게 들렸다. 송지현씨의 방, 인제는 내 방이 된 곳은 구본형사부님의 홍지동집 서재처럼 뒤에 책장이 있고, 그 앞에 책상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뒤에는 하얀색 원피스가 2~3벌 책꽂이 위에 걸려 바람에 나부낀다. 송지현씨가 원피스를 놓고 갔다. 모른척 하기로 한다. 돌려주지 않겠다. 내가 가지겠다고, 그냥 거기서 바람을 타도록 걸어놓고 즐기자고 마음 먹는다. 입고 나갈 생각은 안 든다. 나는 44사이즈가 아니라 66 사이즈라서 뼈와 살을 썰고 발라내지 않는 이상 그걸 입을 수는 없다. 아니네.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면 가능하네. 안된다. 다이어트를 해서 10키로를 줄여도 44는 안된다. 낙낙한 55까지는 가능. 암튼 그 곳이 마음에 든다.

 



이 꿈이 말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인제 매일 작업을 하라는 겁니다. 절을 108배만 하더라도요. 내 안에 구본형 사부님과 그의 아내와 딸 해언, 그 모두가 있다는 말일까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영광입니다. 절두산의 추모행사에 늘 늦었던 나를 보고 사모님은 왔으니 됐다고 하셨어요. 사부님도 나에게 쟤 왔으면 다 왔다하셨고요.

 

상징과 비유가 매우 재미있습니다. 제일 재미난 것은 섹스와 마스터베이션입니다. 지금 보니 나에게 관심이 있어하는 그 남자와 어찌 잘 해보면 어떨까 싶어지는데요. 꿈속의 나는 관심이 없군요. 나는 일단 그 남자를 나의 아니무스 중 어떤 부분으로 투사해봅니다. 나의 아니무스 중 또 다른 부분은 구본형 사부님으로 상징될 겁니다. 내 안에 사부님과 닮은 부분이 이미 있다는 것은 얼마나 나를 고양시키는지요? 그러나 그것이 사실일 겁니다. 그렇게 투사해봅니다. 꿈은 묘하게도 두 가지 모두 괜찮다 하는 듯 합니다. 나의 이성적인 부분을 동원해서 내가 쓸 글을 좀 더 다듬고, 이성적인 부분을 가미하는 것도 좋겠다, 또 한편 이성적으로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요. 좀 더 이성적이고, 멋져보이는 와꾸를 가지지 않더라도 매우 여성적이고 혼잣말 같은 내 스타일 그대로도 괜찮다, 가지고 있는 스타일대로 마스터베이션하듯이 자기 만족을 위한 글쓰기를 해도 된다고요. 뭐 어떻냐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고 투사해봅니다. 그렇지요. 인제는 시작해야지요. 오래전 2012131일 눈내리는 날, 연구원 지원서를 홍지동 사부님 댁 비탈길을 걸어올라가 인편으로 내면서, 품었던 마음이 있습니다. 그건 말로 한다면, 좀 더 나다와지겠다는 의미의 자기혁명이었어요. 마감하지 못한다면, 내가 잉태한 지 오래된 것들을 하나도 출산하지 못한 채 배속에서 유산시키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자신을 미워하게 될 것 같습니다.



 

 

3 : 친정엄마가 작은 집에 대문을 2개 낸 꿈

 

친정동네에 간다. 엄마가 우리집에서 일을 한다. 그런데 진짜 우리집이 아니라 순정이네 할머니가 살던 집이다. 작지만 정남향의 길가 집. 장미, 포도덩굴, 텃밭, 강아지집, 감나무와 매실나무가 있고, 백합, 모란, 노랑 매화, 달개비꽃과 붓꽃이 심어지고, 부엌 바로 앞에 남향의 빛과 산을 보면서 나물을 씻고 운동화를 빨 수 있는 수돗가가 있는 집. 앞집의 살구나무 꽃을 마루에서 볼 수 있는 집. 우리 동네에서 내가 좋아했던 그 집.

 

특이한 것은 대문이 2군데다. 원래의 대문 자리에 대문이라기 보담 벽이 무너진? 무너뜨린 자리가 보인다. 그런데 거기도 대문이 맞고, 반대쪽에 또 대문이 있다. “엄마, 왜 대문이 2개예요?” 의아해서 묻는다. 문이 2개니 어쩐지 정신이 사납고 집이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오른쪽의 문이 원래 있었던 문이라고 한다. 엄마가 부끄러워하면서 새로 만들어진 대문(실제는 원래 대문 자리) 자리를 가리려고 노력한다. 가마솥이 올려진, 불 때는 화덕으로 가리고, 꽃 화분 2~3개를 옮겨서 가린다. 화분의 꽃이 무엇인지는 생각이 안난다. 색깔이 알록달록하고, 꽃크기가 작았던 것 같고, 포기의 크기도 높지 않다. 그냥 동네 할머니들이 집에서 키움직한 그런 소박한 꽃. 새로 만든 대문 자리 앞도 3거리고, 원래의 대문자리, 그러나 나에게는 낯선 자리에 있는 문 앞에도 골목의 3거리가 펼쳐져 있다. ‘작은 집에서 문이 2개나 필요해?’ 내 생각은 그랬다. 대문의 자리는 있지만 실제로 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열려진 상태다.

 



이 꿈은 대문을 2개 내라는 걸로 보이네요. 새로 낸 대문 앞에 엄마가 가마솥을 올리는 아궁이소박한 꽃화분2~3개 놓아, 대문 아닌 척 하는 것도 재미난 비유고요. 지금은 마치 문 없는 집에 고립된 은둔자 같은 나의 상태에서 작은 집에 대문을 2개 내는 건 지나치다싶을 만큼 문을 내라고, 내 집 밖으로 나가라고 꿈이 말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비유인 삼거리로 통하는 문을 내라고 유혹합니다. 그 삼거리는 어딜까요? 어딘가 우물가로, 나와 코드가 맞는 이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나가라는 말 같군요. 두 개의 대문을 내서 삼거리로 나간다면 그 대문은 무엇일까요? 하나는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11글 챌린지의 꿈벗 연구원 그룹을 향해서일 겁니다. 또 하나는 어디일까요? 그것은 둘 중 하나입니다. 오소희씨의 언니공동체에서 하는 저녁글쓰기 모임, 또는 쓸님과 매실님, 블로그에서만 만났지만, <기획된 가족><모성애의 발명><사랑는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이라는 제목의 책을 함께 읽는 온라인 오프라인 병행하는 여성만의 독서토론 모임입니다. 쓸님이 같이 하자고 제안해주었어요. 후자가 더 끌리는군요. 오소희씨의 언니공동체 자체에 대한 끌림은 있지만요, 변경연의 연구원을 경험한 나로서는 또다른 글쓰기 모임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아요.




 

200704_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도시락 2개 싸는 꿈

 

: 음식으로 도시락을 싸고 있다. 2개의 도시락을 싼다. 매번 2개의 도시락을 싸온 느낌이다. 음식은 종류나 한국식인지 서양식인지는 모르겠고, 한 그릇음식이다. 과일을 싸기도 하고, 다른 간편 음식을 싸기도 한다. 이쁜 캐릭터가 그려진 주황색 타원형 도시락에다(예전 벤또같은 알미늄이 아니라, 나무 같기도 하고 플라스틱 같기도하다, 내 예전 벤또보다 좀 높이가 높다) 싼 후에는 투명 비닐봉지로 한 번 싸서 묶어 완성해 내놓는다. 바로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가면 된다. 누굴 위한 도시락인지 모르겠다. 바쁘긴 대단히 바쁘다. 쌀 수 있는 음식의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푸다닥거리면 도시락이 싸지고, 그완성은 나에게 풍요로운 느낌을 준다. 마지막은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도시락을 싼다. 공중전화박스는 주황색에서 빨간색이고, 옛날에 동전을 넣고 걸던 다이얼 식 전화다. 마침 이번에는 1개만 싼다. 역시나 여건은 안 좋았지만 나는 무사히 도시락을 싸는데 성공했고, 도시락은 충실하고 근사했고, 나에게 뭔가 뿌듯함을 주었다.

 

 

이 주의 꿈들이 재미가 있어서 인제 본격적으로 키워드를 잡아서 투사를 해봅니다.

 


도시락

 

꿈에 나오는 음식이 영적인 자양분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면요. 2개의 도시락을 싸는 것은 영적인 자양분이 될 것을 도시락처럼 완결된 형태, 퇴고가 잘 된 1개의 꼭지글을 창작하는 것으로 투사해봅니다. 나는 금요일에 출근 지상철에서 아직 집에 있는 해언씨에게 느닺없는 안부전화를 걸었어요. 출근하고 급한 일을 끈 뒤에는 바로 구본형 변경연 홈페이지의 연구원 칼럼에 올려진 분들의 글을 읽었어요. 어제 꿈으로 보자면 다음 주부터 거기에 참여할까 싶어서요. 뭐 어떻습니까? 드러난 의식의 세계는 빙산의 10%이고, 나머지는 90%의 모름, 또는 가능성의 영역이라는데요. 그런데 오늘 2개의 도시락을 반복해서 싼다는 꿈을 꾸고 보니 한 주에 2개의 칼럼을 올리는 속도로 작업을 하면 어떨까 싶어지는 겁니다. 완성된 원고의 형태로 말입니다. 일단 20개 완성된 원고가 만들어지면 나는 그걸 출판사에 보내 볼 겁니다. 첫 번째로 작업할 것은 문요한 선생님과 같이 했던 ‘2019 출간 프로젝트에서 먼저 내라는 <임산부를 위한 인문학>이 될 겁니다. 그동안 이것에 시간을 낼 수가 없었어요. 나는 201910월까지 16차 시험관을 했으니까요. 그리고 지난했던 집 누수 2번째 리모델링을 마치고 이사들어간 것은 20201월 말이었어요. 20203월에 복직했고, 편도 1시간 40, 왕복 3시간 반의 장거리출퇴근을 시작했어요. 코로나 와중이었지만 한 학기를 적응에 보냈어요. 꿈들이 한 주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것은, 인제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적응한 듯 보인다, 2020년의 하반기 7월이 시작되었으니 인제는 출간에 시간과 에너지를 내라는 의미로 보이는군요.

 

만약에 내가 글을 쓴다면 내가 꿈꾸는 것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구본형사부님처럼 매일매일 새벽 4시부터 6시를 정진의 시간으로 삼는 거요. 기도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 가장 맑은 시간이 새벽 인시, 3~5, 또는 3시반부터 5시반이라고 합니다. 가장 맑고 힘찬 호랑이의 시간인 인시에 씌어지는 글은 아침에 읽어도 되는 글, 지금 내가 사부님의 책 한 페이지라도 읽고 일터로 나가면 든든해지는 것처럼 살아가는 힘을 줄지도 모릅니다. 이미 108배에서 300배 정진을 마친 후가 글쓰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유는 나는 민달팽이처럼 취약한 사람이라 나를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일, ‘어린 왕자가 소혹성B숫자 어드메서 매일 하던 가장 중요한 일, 바오밥나무의 뿌리를 자르고 화산을 청소하는 일에 비유되는 걸 해야하는 사람이니까요. 절 하자면 무릎온찜질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러자면 2:45에 일어나서 출가수행자처럼 새벽 3시기도를 마친후 새벽 4시부터는 글쓰기를 2시간 한 후에 출근하는 거구나 일정을 가늠해봅니다. 일어나는 시간에 따라서 300배가 될수도 있고, 108배가 될 수도 있고요. 2:45에 일어나 3시부터 4시 한 시간 동안 자기정비를 하고, 4시부터 62시간 글을 쓰고, 6시부터 30분간 아이 먹을 음식을 장만한 후에 6:40~50 사이에 출근해야 지각을 면합니다. 슬라이딩 세입. 하지만 가장 창조적이고 나에게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 내가 푸다닥거리며 싸는 도시락은, 내가 가장 아름답고 고양된 상태이므로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고요하고 편안하면서도 힘있거나 간결한 글이 될 것이므로 그걸 임산부가 읽게 될 겁니다. 이 도시락 싸기가 올 하반기에 내가 할 일 이구나.

 



바쁘고 자원이 없음

 

그런데 매우 바쁘고 자원이 없다고 느낀다고 했어요. 당연하지요. 하루 3시간 반의 출퇴근을 하면서, 전일제 직업을 가지고, 디스크 치료를 받으며, 5살짜리 유아를 키우는 워킹맘의 정진이니까요. 그래도 꿈은 어찌어찌 간당간당 너는 해낼 수가 있다고, 그 결과가 매우 만족스럽고 뿌듯하고, 또한 누군가에게 집밥 도시락이 될 거라고 합니다.

 

공중전화박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빨강 공중전화기.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29pixel, 세로 130pixel

 

하필 저렇게 생긴 공중전화박스 앞에서 도시락을 싸는 이유는 뭘까요? 꿈이 허투루, 괜히 저런 상징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듯 합니다. 공중전화박스는 빨간색이고, 옛날에 동전을 넣고 걸던 다이얼 식 전화입니다. 찾아보니1980년대에 나온 것이군요. 일단 꿈이 이유가 있어서 저걸 등장시켰다고, 반드시 이유가 있을 거라는 관점에서 보니, 아마도 핸드폰 중독을 조심하라는 말로 들리네요.

 

나는 핸펀 중독입니다. 출퇴근시간에 꾸준히 책을 읽는다면 하루 1시간 이상 읽을 수 있는데 나는 웹써핑으로 킬링 타임할 뿐입니다. 집에서도 유투브를 본다고 시간을 낭비하고요. 나의 가장 큰 시간도둑이 바로 핸드폰입니다. 스마트폰. 그러니 꿈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 원고를 매주 2개씩 쓸 동안에는 니 핸드폰은 동전을 넣는 다이얼 식 공중전화다 생각하라고요. 꼭 필요한 통화만 하라고요.

 

또 하나는 이 공중전화는 가게 같은데 매달려있다가, 주인이 관리하는 것이거든요. 공중전화 박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영국 같은 곳의 빨강 박스는 2층버스와 함께 관광명물이 되었다고 읽었어요. 아이를 가진 기혼의 워킹맘이 자기 시간을 낸 방식 자체가 언젠가는 나같은 처지의 사람 한 사람에게는 관광명물 그러니까 방법 자체를 알려줄 경험이 될 수도 있겠지요. .

 

저것이 빨강색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어요. 빨강은 나에게 생기, 생명력, 에너지, 열정이렇게 투사되곤 하는 색이거든요. 나는 이 색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이미 내 안에 빨강이, 열정이, 많은 화력이 있다고 보입니다. 나 자신을 활활 태우는 작업이 될 겁니다. 그것이 누군가, 특히나 내가 가장 관심있어 하는 주제인 생명을 위한 봉사’, 임산부를 위한 자양분이 된다면 나는 정말로 행복할 겁니다.

 




 

200703_무너진 적이 있다는 집의 엄마

 

: 엄마가 벽에 나무가 대어진 집의 바닥을 물로 청소하고 있다. 집은 마치 장난감처럼 아래는 직육면체이고, 위는 뽀족한 삼각뿔이다. 네모난 창문이 뚫려있다. 지붕과 벽의 비율이 거의 1:1이다. 뾰족하다는 느낌. 집의 안은 다 비어있고 그냥 시멘트 색이다. 그런데 기초공사는 다 되어있다. 집 짓기 전에 바닥을 깊게 파서 뭔가를 묻고 다시 덮은 상태. 그리고 벽과 지붕의 기본 골조는 올려져 있다. 리모델링을 해본 경험에 의하면 이정도 공정이라면, 철거 끝났고 방한재 보완까지 끝난 상태 정도? 집의 기초공사한 내부 어딘가, 창문쪽 아래 바닥이 무너지고 있다. 엄마가 말한다. “이전에도 한 번 집이 무너진 적이 있어. 지금처럼.” 나는 그 말을 듣고 너무 놀랬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우리집이 무너진 적이 있다는 그 시절이 언제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엄마쪽 어딘가가 무너졌었다고, 아래로 와르르 부서졌었다고 엄마가 말한다. 집을 들여다보니 이건 진짜 사람이 사는 집이라기 보담 허울만 집이다. 그냥 집 짓기 전에 건축학과 학생들이 모형집을 지어보는 그런 것.

 

 



11글 챌린지의 첫 글을 올리려고 꿈들을 배열하다가, 문득 아하가 일어났습니다. 이 꿈도 주중에 꾸었던 것이에요. 알지 못하던 이 꿈의 의미가 같은 맥락으로 투사가 되는군요. 연거푸 엄마꿈을 꾸고서 걱정이 되어서, 나는 친정엄마의 건강을 걱정해서 매일 전화를 했었어요. 그런데 저 집은 내 집이거나 나로군요. 저 안의 친정엄마는 바로 엄마인 나로군요. 기초공사는 했었다는 내 집은 버려진 채 세월만 보내고 있었군요. 공사중단된 집이 얼마나 흉물스러운지 알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쓰레기죠. 그리고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어김없이 낫으로 잘라버립니다. 나에게 시간이 얼마 없나 봅니다. 나는 연구원을 지원할 때 빈집인 내 집을 살만한 집으로 가꾸겠다는 말씀을 드렸었어요. 사부님이 갑상선 수술을 마치고 오셨던 날은 크리스마스 즈음이었어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목도리를 8기연구원들이 같이 드리면서 쓴 카드에도 문태준 시인의 빈집이라는 시를 썼던 기억이 있어요.

 

내가 쓰려는 책은(, 이 말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모두 나의 삶과 관련이 있습니다. 내가 재미있어 하는 주제는 신화와 꿈’ (낮에 꾸는 꿈, 밤에 꾸는 꿈 모두) 그리고 여성입니다. 2012년에 연구원 과정을 마치고, 2013년에 읽은 책은 구본형사부님의 전작주의였어요. 뜻밖의 거대한 사건을 만났으니까요. 애초에 내가 하려던 것은 결혼 밀착 신화 읽기이런 주제였어요. 나는 연구원을 하면서 만난 사람과 1년간 쓰리잡으로 직장, 연구원, 연애를 뛰었어요. 2013년 사부님 소천 한 주 전에 결혼식을 했어요. 연구원을 마치고 대들었던 것은 결혼에 적응하는 주제였네요. 신화가 통과의례 중인 사람에게 주는 지혜를 가지고 실제로 적응해보려고요. 결혼은 태어남, 사춘기의례, 죽음과 함께 매우 중요한 통과의례일 거고요. 그러다 난임휴직을 하고 2년간 했던 것은 난임이었어요. 다른 것은 읽지도 집중하지도 못했고요. 그 난임터널을 이미 엄마의 마음으로 건너가기 위해 아직 잉태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었어요. 요행히 아이를 만났을 때는 태교에 집중했어요. 연구원 시절, 그리고 다행히 휴직을 한 덕분에, 10기 연구원의 오프수업을 따라다니면서 연구원 책을 다시 읽을 기회가 있었어요. 그 책들을 다시 읽었어요. 40주면 4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데 우리 아이는 39주에 태어나서, 결국에는 조리원과 백일까지 40번째 책을 읽었어요. 아이가 태어나니 너무 바빴어요. 나는 아이가 자면 나 먹고 자고 씻기 바빴어요. 아이 만 36개월까지는 만 3세까지 엄마가 키우려는 신념을 지닌 아기엄마들의 그룹에 기대어 지냈어요. <난임><태교 또는 임산부를 위한 인문학><3세까지 엄마가 직접 기르려는 이들의 이야기>도 모두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서 빠져나가고 지나가버릴 주제들입니다. 내 삶은 계속 흘러갈 거고, 그때의 관심 주제가 변해갈 거니까요. 만약에 이 주제에 대해 말할 사람으로 하늘이 나를 선택하고 지원해오셨다면, 하늘은 또 다른 이를 불러서 이 주제를 맡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가 다섯 살인 된 올해, 내년 정도가 그것에 대한 기록을 남길 데드라인이 아닐까 싶어지는군요. 책을 쓰는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내 마음의 집의 리모델링이겠어요. 언제나 내가 꿈꾸어온 것은 인가에 살아보는 것이었어요. 소박한 내 집을 가지고, 윤기나게 매만져 살고 싶었어요. 지붕도 새지 않고, 방도 따스하고, 찬 바람도 들지 않고, 꽃과 나무도 심어져 있는 곳, 그리고 거기서 새로 갓 지은 밥, 된장찌개 끓여 밥상을 차려, 하하호호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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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타나서 꿈이야기 혼잣말을 마구 하게 되어 송구합니다. , 지하철에서, 서울역 앞에서 혼잣말 하던 사람이 된 느낌이군요. 반갑습니다! 저 좀 꼭 끼워주세요






IP *.120.2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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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6 13:30:18 *.247.149.239

와...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콩두님의 글을 매주 읽을 수 있다니 너무 기쁠 것 같아요! 카톡으로 단톡방 초대 드렸어요! 확인 되시면 가입 부탁드려요!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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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8 07:28:57 *.70.220.99

콩두선배님, 환영합니다^^

글이 많이 기네요...ㅎㅎ 

A4 2장으로 압축해주시기 바랍니다. 

농담입니다 ㅋ

앞으로 좋은 글 함께 쓰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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