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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8일 08시 37분 등록
** 이 글은 지난주 금요일에(7월3일) 작성되었지만, 미처 올리지 못한 글입니다. 글 중간에 시점 이야기가 언급되어서 미리 알려드립니다.

1주1글챌린지 1차도전기간인 6주차를 마쳐서 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사실 1차까지만 하고 잠시 쉴려고 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저의 글쓰기 주제와 내용이 사실은 좀 시시콜콜한 이야기라서 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이와 함께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나쁘다는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웬지 좀 깊은 사색의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흥미로워 할 내용도 딱히 아니라서요. 아직 아이가 어린 경우의 부모님들께는 제 이야기가 그나마 조금은 흥미로울 수 있지만,  이미 겪으신 부모님들에게는 별다른 흥미가 없을듯 합니다. 모든게 그렇듯이 그때는 힘들거나 행복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냥 지나갈일 이었던처럼요.

요즘 큰아이와의 관계가 조금은 소원합니다. 최근들어 큰애와 작은애의 말다툼이 집에서 점점 늘어나는데 그럴때면 저도 모르게 큰아이보다는 작은아이 편을 드는가 봅니다(저는 편든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빠가 보기에는 7살이나 어린 동생과 말다툼하고 있는 큰 애를 보니 많이 안타까워서 이기도 하고, 또 큰애가 친구들에게 하는것처럼 동생을 대하는것 같아서 제가 늘 하는말이 “네 동생은 너보다 7살이나 어린데 어찌 네 친구들에게 바라는것처럼 너에게 말하라고 이야기 하느냐?” 입니다. 어제는 큰애가 저녁에 학원 다녀와서 “중간고사 시험 끝난지 이제 겨우 1주일 지났는데, 다시 공부하기 싫다고” 라고 말해서 아내와 저는 거의 동시에 “그냥 쉬어라, 좀 쉬고 나중에 다시 공부해라”라고 하니 큰아이는 “이제 기말시험이 고작 28일 남았다고. 얼마 안남았다고 ㅠㅠ”. 큰아이가 공부와 시험에서 받는 압박감이 심하나 봅니다. 시험이 28일, 4주나 남았는데, 그리고 이제 겨우 중간고사 마치고 일주일 쉬었는데,, 벌써부터 기말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큰가 봅니다. 아마도 학원에서 받는 수업과 문제풀이 등이 밀리기 시작하나 봅니다. 아이가 학원에 안다니면 좋겠는데, 이건 그냥 저의 관점에서만 그렇고 아내와 아이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ㅠ ㅠ 아뭏든 큰아이와 다시 관계회복을 해야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냥 늘 평소처럼 대해주기입니다. 큰애와 작은애의 사소한 말다툼으로 제가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 하더라도 다음날 아침되면 또 다시 아빠의 역할로 돌아갑니다. 관계회복의 첫 걸음은 빠른 일상으로의 귀환,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것..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이 큰아이가 받고 있을 성적과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대처에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대로 저희집 육아는 아내와 제가 함께 해 나가고 있습니다. 직장이 멀리 떨어져있는 저는 아침 출근을 조금 일찍 출발합니다. 아내와 함께 먹을 아침빵과 커피를 준비해서 같이 먹다가 저는 아이들 깨우고(요즘 큰애가 온라인수업중이라서 늦게 일어납니다) 아침인사 한 후 먼저 회사로 출근하고, 직장이 집에서 가까운 아내는 둘째 아이 챙기고 함께 집을 나서서 출근합니다. 퇴근은 거의 비슷하게 또는 아내가 늦게 도착합니다. 멀리서 오지만 정시 퇴근을 하는 제가 보통 조금 더 일찍 도착합니다. 도착하면 둘째 아이와 산책을 나갑니다. 산책하는동안 아내가 도착해서 아침/점심 먹은것 설겆이 하고 저녁 준비 시작하면 저희가 산책에서 돌아오는 편이고요. 어저께 산책에서 있었던 일을 적을려고 하는데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ㅠ ㅠ

코로나 때문에 외식을 마음껏 할 수 없어서 요즘 포장을 많이 해와서 집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그저께는 갈비탕이 생각나서 갈비탕 단골식당에 둘째아이와 산책길에 들러서 주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포장하는 동안 동네골목투어를 잠시 하였습니다. 퇴근시간 이후라서 동네가 시끌벅쩍 하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족은 외식을 거의 하지 않지만 투어를 해보니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저녁식사와 술자리를 가지고 있었고, 군데군데 가족으로 보이는 아이들과 엄마아빠가 식당 한쪽 구석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때문에 나름 그래도 조심하면서 식사를 하는듯 보였습니다. 어느 식당 앞에 한 남자(약 30~40대)가 전화기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 거립니다. 키는 175~180 센티미터 정도였고, 면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짧은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바로 옆 식당에서 나와서 담배 피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나갈때 (우리와 거리는 3~4미터 정도)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것이 영 수상쩍게 보였답니다. 그리고는 우리가 지나갈때(최단거리 였을때, 약 3미터) 아주 조그맣게 떨리듯이 말을 했습니다. 전화기에 다가 “저,,그럼,,얼마인가요?” 저는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덩치도 산 만한 사람이 그리고 분위기상 그렇게 말할 얼굴 인상도 아닌 사람이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하니 딱 떠오른게 “마약 구매 중” 이것밖에는 떠오른게 없더군요. 얼굴도 약간 시커먼 편 이라서 더욱 더,, ㄷ ㄷ 그리고는 지나쳤답니다. 아이와 손 잡고 가다가 뒤로 돌아볼 수도 없엇고 그렇다고 가던 길 멈추고 돌아갈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상한 그 사람을 지나치고, 우리끼리 이야기해도 괜찮을 정도로 멀어지자, 둘째 아이가 놀랄 만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빠, 저 사람 폴더폰 사용하던데, 수상해. 왜 그렇게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목소리도 작게 말하는지? 그리고 요즘 폴더폰 누가 사용해? 더군다나 어른이,,” 순간 저는 그 사람의 목소리와 말한 내용 그리고 아이가 이야기한 폴더폰이 겹쳐서 떠올랐습니다. 인상과 말하는 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 하는걸로 봐서 폭력범이나 살인범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웬지 자꾸 어두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둘째 아이가 “아빠, 저런 사람 혼자 가다가 만나면 잘 피해야 하는데,, 언니와 엄마가 걱정이다. 언니와 엄마는 자세히 안보고 다녀서 저런 사람을 갑작스럽게 딱 마주칠까 걱정된다”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리고는 “폴더폰도 조그맣게 이쁘고 귀여운것도 많은데, 저 사람은 엄청 긴 폴더폰을 들고 있네”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무래도 그냥 가기엔 찝찝해서(아이와 함께 다닐때는 가급적 시비 붙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늘 말과 행동을 조심합니다. 이전에 챌린지글에 적은 것 처럼), 다시 돌아갔습니다. 다행히(?) 그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다행인 이유는 제가 혼자 있은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있었기때문에 아이 안전을 위해서는 다시 돌아가면 안되었는데,,저도 모르게 그런 실수를 저질렀네요. 아마도 돌아간 이유가 그 남자가 조금만 더 수상한 행동을 했으면 경찰에 신고할려고 했었거든요. 그 자리에서가 아니라(아이때문에) 집에 돌아간뒤에 시간, 장소, 인상착의 정도만 신고해도 주변에 cctv 가 있어서 그날 만약에 그 근처에서 무슨일 발생했을때 수사에 도움은 될것 같아서요.

집에 돌아온 둘째아이는 조금전에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무용담처럼 이야기 했었습니다. 그렇게 그날의 헤프닝은 끝이 났습니다. 사실 몇년전에 그 근처로 성범죄자가 이사를 와서 법무부에서 알림장이 와서 그 근처 지날때는 늘 기억이 났었습니다. 어쩌면 그날의 일이 아무런 일도 아닌데 저와 둘째아이가 벌인 호들갑일수도 있겠지만, 그날의 일을 계기로 조금 더 적극적인 시민으로써의 역할을 하면서 이나라의 민주시민으로 살아갈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가지 사건들이 뉴스에 오르내려서 걱정이 되었는데, 걱정만 하지말고 앞으로는 실행도 함께 해나가는 그런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빠가 조용히 살기를 바라는것 같아요. 나대지 말고, 나서지 말고, 그냥 지나가는 아빠로 살기를,, 아마도 동네가 좁은 곳이라서 그런것 같아요. 보통 초등학교 친구가 중학교 3년까지는 거의 같은 학교에서 다니다보니,, ㅠ ㅠ 
IP *.111.17.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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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8 11:10:29 *.247.149.239

앗ㅋㅋ 작은 무용담이 하나 생겼네요. 무섭게 생기신 분이지만 의외로 당근마켓 유니콘 인형 거래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대체 거래 품목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상상놀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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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4 03:56:41 *.120.24.231

 

둘째가 아빠와 1:1로 산책을 가는 시간이 거의 매일 있다는 점이 특별하네요. 참 좋겠어요. 아빠와 딸 모두에게요. 이 시간이 이어지면 좋겠다 싶고요. 한편 나는 우리 아이와 저런 시간 가지고 있나, 없으면 문화로 만들어봐야겠다 싶어요. 1:1의 사소하면서도 특별한 시간을 매일.

 

저는 맞벌이 엄마의 입장이므로, 아침에 남편 출근한 후, 고등학생과 초등학생 아이들을 챙겨 먹이고, 학교 잘 가나 지켜보며 내 출근준비를 하고, 설거지는 담궈둔 후 뛰어나갔다가, 퇴근해서는, 설거지를 하고, 저녁밥을 짓는 분의 뒷모습에도 눈이 갑니다. 그분은 아침식사를 하고 가시나 이런 것도 궁금하고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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