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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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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5일 11시 53분 등록

지하철에 한국화를 그려보자

 

 

없는 듯 하면서도 있고, 있는 듯 하면서도 없는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밤에 보는 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혹자는 마누라!!’라고 강한 어조로 말하겠지만 그것 역시 아니다. ‘밤에 보는 꽃도 낮과 마찬가지로 어둠과 함께 화려하다. ‘마누라는 없어서도 안되며 있는 듯해서는 더더욱 안되는, 항상 생각나고 노상 아름다운 존재 아닌가. (전적으로 개인적 견해임)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채색을 하지 않은 수묵화는 한국화의 절정 아닌가. 흰 비단에 먹의 농담으로만 표현한 절제미는 아름다움 그 너머의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우리는 그것을 흑백의 절묘한 조화요, 여백의 미라고 말한다. 단조로우면서 지루하지 않다. 꾸미지 않았는데 찬연하다. 비움으로 담백하며 흥취가 돋는다.

 

오전 8시 반이 가까워진 시간, 지하철 2호선 9-3번 플랫폼, 만원의 지하철.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아마도) 같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나에게 있어 하루를 시작하는 나만의 의례. 그날도(5/31) 어김없이 나만의 의식을 행하며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평소와 다름 없는 이 공간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을 보았다.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 있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출근시간이라는 특수성으로 무장하여 비움을 허락하지 않았던 그 공간이 비어 있었다.

 

그것은 한 폭의 아름다운 한국화였다. 비어 있는 좌석은 흰 비단이었고 사람들은 수묵이었다. 한동안 그 여백의 미를 음미했다. 인위적인 상황임에도 자연스러웠고 사람들의 무표정에서 흥취가 돋는 것 같았다. 기교를 부리지 않아 담백했고 바쁜 시간임에도 여유롭고 안정감이 있었다. 미술관에 전시된 한국화에도 뒤지지 않는 수작이었다. 이 아름다운 작품을 그린 사람은 유명한 화백도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였다.

 

대한민국 지하철에는 정부의 정책운영에 따라 임산부 배려석이 마련되어 있다. 전체 좌석의 4~5% 수준이라고 한다. 이 수치가 적절한지 아닌지 내가 판단 할 수는 없다. 이 제도에 대해서도 논란이 참 많다. ‘비워 둬야 한다앉아 있다 양보하면 된다가 그것이다. 무엇이 정답일까? 한 쪽은 염려와 걱정의 시선으로, 다른 한 쪽은 효율적 측면으로 맞선다. 둘다 맞는 말이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비워 둬야 한다는 것이다. 임산부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육체적인 부분은 말 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부분이다. 임산부 배려석에 누군가 앉아 있을 때 비켜 달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임산부 배려석이 있기에 일반석에서 배려 받기도 눈치 보인다. 노약자석은 말 할 것도 없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스트레스만 쌓인다.

 

배려는 양보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양보는 사양이다. 사양은 받지 않는 것이며 거절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임산부를 진정으로 배려한다면 그 자리를 스스로 사양하고 비워 둬야 한다는 말이다. 제도의 모순해결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 논란에 대한 논의와 개선은 위정자들에게 맡기자. 우리의 몫은 그 제도의 참뜻과 의도를 파악하여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는 예술작품을 보면 감탄을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감정을 공감하고 진실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예술작품은 각자마다 다를 수 있다. 한국화일수도 있고, 춤일수도 있다. 자연일수도 있고 일상의 사소한 것일수도 있다. 일상의 사소함이 마음속에서 공명하면 우리는 ! 예술이다!’라고 탄복하지 않는가.

 

오늘부터 지하철 안에 예술작품 하나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비워진 자리를 음미하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에 감격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멋들어진 한국화의 화백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배려와 양보가 자연스러운 예술이 되는 그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소망하며, 오늘도 지하철에 오른다.

IP *.146.8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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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11:58:09 *.124.22.184

마감 시간의 여유도 가져 봐~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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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13:00:51 *.146.87.22

이상하게 압박감이 있어야 써지는 고약한 심보는 뭐죠?ㅋㅋ

네 알겠습니다!! 점점 습관을 들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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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12:39:25 *.226.22.184

'오전 8시 반이 가까워진 시간' 그때 뭐하는지 경주가서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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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13:02:02 *.146.87.22

ㅎㅎㅎ 그냥 집에서 나와서 모교의 도서관으로 가는 겁니다.

정말 별거 없어요 ㅋㅋ 도착하면 9시10~15분 정도 되면 그 때부터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그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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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13:06:15 *.226.22.184

제목으로 봤을때 지하철에서 go스톱치는 줄 알았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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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5 13:18:17 *.146.87.22

ㅎㅎㅎㅎ 역시!!! 그건 생각못했는데... 창의성은 형님 못따라 갈꺼 같아요 ㅋㅋ

여백의 미를 나타내고 했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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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6 23:53:48 *.18.218.234

비어 있는 임산부석에서 여백의 미를 보고 거기에서 한국화를 연상하다니.

그리고 한국적인 情, 양보.  뭔가 멋진 흐름이네.

성한씨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갖고도 책 한권 나오겠다. 일전엔 콩나물 시루 ㅋ


(개인적으로는 3번째 단락이 첫 단락으로 시작되면 더 좋았겠단 생각이 들긴 했는데,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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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9 13:21:58 *.146.87.46

ㅎㅎ 지하철에서 사색을 많이 하다보니 ㅋ


3번 째 단락 올리니깐 더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조금 더 매끄럽게 쓸 수 있도록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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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7 00:44:01 *.222.255.24

똑같이 지하철을 타고 임산부석을 보면서도 왜 아저씨가 저기 앉아있는거야 라며 짜증이 나는 나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기서 한국화의 여백의 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고, 

'지하철의 한국화'라는 제목을 보고, 혹시 지하철 벽에 한국화를 그린 광고를 봤나 라고 생각하는 나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 스톱을 떠올리시는 분이 있네요. ㅋㅋ

관점도 사고도 달라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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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9 13:27:45 *.146.87.46

많아요 참 재미있습니다^^

고 스톱에서 빵!!

그런데 내부를 한국화로 인테리어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중의적 의미로 한국畵로 한국化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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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8 10:59:33 *.216.233.131

임산부나 노약자를 보면 양보하는게 당연하거늘 이렇게 자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네요. 이렇게 지하철 자리가 비어있을때가 아름다워 보일수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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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9 13:24:20 *.146.87.46

동감합니다.ㅜㅜ  오히려 이런 자리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더 씁쓸한 현실이죠;;

양보를 강조하면 양보가 없는 사회라는 의미라서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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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8 20:38:58 *.44.162.136

지하철 시리즈 ~ 좋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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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9 13:24:49 *.146.87.46

ㅎㅎㅎ 지하철 시리즈는 이번으로 종료할까 합니다 ㅋㅋ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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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2 08:20:25 *.75.253.254

차를 가지고 다니다 보니, 어딘가로 이동 할 때 나만의 공간 속에서만 이동하다 보니, 특별한 일상을 마주할 기회가 적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가끔 서울을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면, 사람들도 보고,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면서 가끔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데, 잡아 두지 않으니 다 그냥 흘려버렸던 것들 같아요.

 

형이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상념들을 모이면 사람들이 많은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될 것 같아 좋네요^___^)

꾸준히 아껴쓰고 더 많이 자극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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