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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gum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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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3일 07시 52분 등록

#25. 군 문제 개선을 위한 제언

나는 사회전문가도 아니요 인권전문가는 더더욱 아니다. 그냥 단지 군 생활을 좀 오래한 현역 군인에 불과하다. 병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얘기해 본적이 별로 없었다. 변명에 불과하지만 사실 병사들과 진지한 얘기를 나눌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나름 그들 속에 깊숙이 들어가 얘기도 해보고 고민도 들어주고 싶었으나, 언제나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다 보면 시간을 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단지 병사들 상호간에 폭행이나 따돌림 같은 사건이 수면위로 불거졌을 때만 관심을 기울였고 그 이후에 사건이 잠잠해지면 언제나 문제없었다는 듯이 암묵적으로 동의를 하고 쌓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 할 일도 제대로 못해서 허덕이는데 어떻게 병사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이런 군 내부 문제는 다음에 얘기하기로 하자’(아직까지 이런 부분은 솔직히 부담스럽다.)

내가 생각하는 군 내 폭력은 우선 병사들간의 문제가 제일 크다. 그 다음으로는 간부 즉 장교와 부사관들의 문제이다. 먼저 병사들간의 문제를 살펴보자. 내가 태어난 시기인 1975년 전후를 기준으로 해서 적어도 한 가정에 적어봐야 2명 이었고 웬만하면 3명 이상의 아이들이 있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핵가족이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나는 10살 아들과 6살난 딸이 있다. 첫째 아이를 낳고 우리는 주말 부부와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솔직히 아이를 더 낳는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말은 안했지만 서로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다행히 집사람의 큰 결심 덕분에 둘째를 낳았다. 낳고 나서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들만 있었다면 물론 우리 생활은 지금보다 더 편안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딸아이가 주는 효과(?)는 그야말로 값어치를 따질 수는 없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요즘 가정의 대부분은 하나 아니면 둘이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다.(한 아이만 있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 아이가 1명이 있는 것과 2명이 있는 것은 차이가 크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아이들 서로간에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외벌이 가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젊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기에, 그리고 자녀들 때문에 일을 포기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혼자 있는 아이들은 보다 많은 시간을 가정이 아닌 방과후 학교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대부분 아이들은 요즘 기본적으로 30평형대의 집에서, 그리고 자기 방이 있는 환경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출발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즉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들로 키워지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여러가지 갈등을 많이 겪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예로 들자면 하루에 수십 번씩은 싸우고, 서로 놀리고 울고불고 난리다. 따끔하게 야단을 쳐보지만 그때 뿐이고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다시 그들만의 전쟁은 시작된다. 나는 이것이 시시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장난감 하나라도 서로 가지기 위해 갈등을 겪어 본 아이와 오로지 자기 장난감만 있고 그것에 대해 누구랑 같이 나눠서 해본다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은 아이가 군대에 왔을 때는 큰 차이로 다가올 것으로 생각된다. 어렸을 때의 경험이 성인에게는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한, 우리 아이들은 군대에 오기 전까지 자기만의 공간이 없었던 적이 없을 것이다. 자기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나만 보더라도 이제는 혼자가 아닌 타인과 같은 공간을 쓰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출장을 가더라도 예전에는 같은 방에서 자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제는 서로 각각 방을 쓰지 않고는 굉장히 불편하다. 그것은 당연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뭘 하더라도 내 자신보다도 남을 생각해야 하는 배려 때문일 것이다. 듣고 싶은 음악을 듣지 못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싶어도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는 사람들의 생각까지 고려하는 등 나보다는 타인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환경에 놓이게 됨으로써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요즘 내무실은 예전처럼 계급별로 쓰지 않는다.(물론 일부 군에서는 아직 그렇게 쓰는 곳도 있다.) 즉 한 내무실에 병장부터 이병까지 같이 쓰는 시스템이 아니라 같은 기수나 그 기수와 가장 근접한 인원별로 내무실을 사용한다. 그러니까 요즘 병사들도 내무실에 들어가면 예전에 고참 선임들이 즐비하게 있는 답답하고 스트레스 가득한 내무실이 아니다. 이러한 개선으로 그들에게 부담을 줄여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엄청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한 내무실에 10명 내외의 인원들이 같이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많은 것들이 생각날 것이다. 그런 사람들과 2년을 같이 사용한다고 하면 크고 작은 내적, 외적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조용하게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애는 TV를 틀어놓고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같이 쓰는 공간에서 자기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는 없다. 생각해봐라. 남자들 10명이 있는 공간에서 얼마나 다툼이 일어날만한 소지가 많은지 말이다. 사소한 감정싸움이 내부에 하나씩 하나씩 쌓이다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때 무너지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참 쉽지 않은 문제이다.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은 21내무실로 개선하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11실이 좋겠지만 예산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21실이 그나마 적절한 수준일 것이다. 실제로 미군도 21실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병사들 간에 갈등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다음으로는 인성교육의 문제이다. 이 방안은 사실 제안하고도 쑥쓰럽긴 하다. 어떻게 보면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지만 실제로 행하는 것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가정, 학교에서의 제대로 된 인성교육만 제대로 된다면 학교 및 군 에서의 폭력은 대폭 감소할 것이다. 집사람이 선생님이지만 인성교육은 따로 수업시간이 없다고 한다. 학폭관련 교육도 1년에 고작 6번이라고 하니 제대로 된 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봐야한다. 그냥 아이들 스스로에게 맡겨진 셈이다. 나는 초, , 고등학교에 인성교육을 포함한 철학수업을 꼭 넣고 싶다. 이런 시간을 통해 인간에 대한 공부와 성찰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0년을 조금 넘게 살아보니 철학만큼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육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교육의 내실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나 군에서 아픔없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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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5 11:59:09 *.75.253.245

'군대'라는 하나의 큰 주제를 잡고, 이러 보고 저리 보며 글을 써 가는 것이 부러워요.. ^^


폴 세잔이었나요? 40년 동안 사과 하나만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그림을 그리다 보니 대가가 되었다고 하네요. 저도 저 만의 주제 하나를 꽉 잡고 이러 저리 돌려 가려 가지고 노는 창조적인 낭비를 하고 싶네요 ㅎㅎ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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