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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7일 23시 03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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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주일의 휴가를 냈습니다. 매일 창틀에 방석을 깔고 앉아 햇빛을 받으며 꽃을 구경하고 새소리를 들으며 『월든』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월든』의 구절을 떠올리면 부산한 기쁨으로 짹짹거리는 작은 새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고 『월든』을 떠올리면 더 이상 누워있기가 어렵습니다. 어서 나의 새로운 날을 시작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월든』은 헨리 소로우가 2년 반 동안월든이란 이름을 가진 숲에서 보낸 경험을 적은 책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소로우의 삶의 방식이 본인조차 지속 가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끌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2년의 숲 속 생활이 그를 완전히 변화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만을 남기고 삶이 아닌 것은 뒤집어 엎어버리는 실험이었습니다. 모든 소리를 차단시키고 오직 자신의 목소리만 남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소로우가 실험을 통해 정신적인 도약을 이뤄냈다면 기간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 보기 위해 숲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하루 중에 삶이 아닌 것은 도려내고 진짜 삶을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죽음을 맞이했을 때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죽음이 아닌 삶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을 '진정한 나의 길을 가는 시간'으로 정의했습니다. 소로우는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 이웃의 길이 아닌 자기 자신의 고유한 길을 조심스럽게 찾아내어 가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려면 내게 들리는 목소리 중 어떤 것이 나의 목소리인지 가려내야 합니다. 많은 경우 저는 제 것인 줄 알았던 욕망과 열정이 사실은 다른 사람, 더 크게는 사회와 시대의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곤 했습니다. 개인이 사회와 시대의 요구에 편승하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하게 마련인데, 이 안정감에는 내 삶을 살아나간다는 충족감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때때로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삶은 하루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작 하루 중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 이럴 때 이 삶이 내 삶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하루를 일부라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나의 무늬로 수놓아진 아름다운 테피스트리 같은 순간들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려면, 그 시간은 온전히 나 다운 것으로만 가득 채워져 있어 내가 기꺼이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싶은시간이어야 할 것입니다.


부모님이 홍지동 산 속에 있던 주택으로 이사를 결심하신 것은 제가 중학생 때의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사는 곳이 변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고, 이사 갈 동네가 왜 하필이면 홍지동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월든』을 읽으면서 이사갈 곳이 홍지동일 수밖에 없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사고는 사는 곳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습니다. 당시 20년간 직장인으로 살았고, 이제 막 자신이 주도하는 삶으로 들어간 아빠에게는 자신만의 삶을 실험하고 적용해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과 자연이 가까이에 있고, 문명과 너무 멀지 않지만 독자적인 삶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그 곳을 떠나고 나서야 저는 중학생 때 있던 이사 뒤의 의도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치 하나의 작품을 만들 듯, 하루와 생각 구석구석을 나의 의도대로 기획하는 것이 변화경영의 핵심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로 산다는 목적을 위해 하루를 내 방식으로 사는 것,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들을 소거하는 것. 이것은 단순하지만 묵직합니다. 동시에 새처럼 자유롭고 아름답습니다.


저는 제게 행복감을 주는 일들을 적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모으고, 글을 씁니다. 틈날 때 혼자 발길 가는 대로 거리를 걷습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많이 웃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힘을 빼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IP *.187.14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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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8 00:25:23 *.105.8.109

많이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시다.

그래야 내가 언제 웃고 즐거워하는지 알테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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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8 13:16:32 *.103.3.17

"마치 하나의 작품을 만들 듯하루와 생각 구석구석을 나의 의도대로 기획하는 것이 변화경영의 핵심"


동의합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줄일수 있는 방법이 꼭 자기자신만 바꿔서 되는 일은 아닐겁니다. 자고 먹고 쓰는 환경을 기획하고 바꾸고 경영하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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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4 17:59:20 *.158.120.236

인간의 사고는 사는 곳에 따라서 영향을 받습니다. 

네~~ 공감합니다. 사는 곳에 따라 몸도 마음도 달라지니까요. 

남이 아닌. 남의 시선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내가 아닌 것. 

나로 살기 위해, 하루를 내 방식으로 사는 것

새처럼 자유롭고 아름답게 살아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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