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굿민
  • 조회 수 960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20년 6월 14일 14시 59분 등록
  1주1글챌린지 시작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번째 글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아빠와 아들 이야기” 입니다. 딸 둘인 제가 아들을 주제로 잡으니 의아해 하시는분도 있으시겠지만, 아들은 다름아닌 ‘저’입니다. 며칠전 아버지와 함께 점심을 단둘이서 먹을 일이 있었는데 그때 있었던 일과 둘째딸과 자전거 산책하면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서 이번주 글쓰기의 주제를 “아빠(아이들에게는 제가 아빠)와 아들(아버지에게는 제가 아들) 이야기”로 생각해 두었습니다.

  어머니 무릎인공관절수술 후 병원에 계시다가 퇴원하는 날, 아버지와 함께 퇴원수속 하기위해 조퇴를 하고 부모님 집으로 갔습니다. 병원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퇴원수속 하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집에 도착하니 아버지께서 “날이 더우니 집에서 먹고 가자”고 하셨고, 저는 날이 더우니 시원한 에어컨 있는 식당에서 아버지 좋아하셨던 추어탕 먹고 가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만들었던 맛있는 찌개도 있고 또 비빔면 재료도 준비 해 놓았으니 집에서 먹고 가자고 하셔서 할수 없이 그렇게 하기로 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찌개 먹을래? 비빔면 먹을래?”라고 물어보셔서 “찌개에 밥 먹을께요”라고 했습니다. 비빔면이 먹고 싶었지만 아침에 찌개 드셨을 아버지 생각해서 제가 찌개와 밥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찌개가 알고보니 ‘오리고기찌개' 라고 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고기 라서 그러면 비빔면하고 찌개하고 나눠먹자고 말씀드렸는데, 아버지께서는 그냥 너 혼자 비빔면 먹으라고, 아버지는 맛있는 찌개 먹는다고 하셨습니다.  같이 드시자고 해도 계속 비빔면은 저만 먹으라고 하셔서, 더 이상 말씀드려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것 같아서 메뉴는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기로 생각하고, 점심 준비를 같이 하려고 주방으로 갔는데, 아버지께서 혼자서 하신다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찌개를 데우는 일도, 비빔면 면을 삶는 일도,, 모두 혼자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 병원에 계신지 이제 2주 지났는데, 아버지께서 “비빔면 몇번 해먹 었는데 나 잘 한다. 그리고 오리고기 처음으로 찌개에 넣었는데 엄청 맛있다”라고 하시면서 자꾸 저보고 아무것도 하지말라고 하셔서,, 사실 이런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식사 준비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거실에서 앉아 있었습니다. 

  드디어 데워진 찌개와 비빔면이 식탁에 올려지고 저는 같이 나눠 먹을려고 접시를 두개 준비했더니 아버지께서 “비빔면 너 혼자 다 먹으라, 나는 찌개가 맛있어서 먹을테니”라고 하시면서 한사코 접시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시면서 “너 줄려고 비빔면에 넣을 달걀도 삶아두었고, 오이와 당근도 썰어서 넣었다”고 하시면서 저보고 혼자 다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80세가 다 되신 아버지께서 손수 만든 비빔면(정성이 가득한, 삶은계란, 오이, 당근 그리고 집 고추장 첨가)을 반백살인 아들이 혼자서 다 먹어야 하니 마음이 행복하기도 하고, 아버지께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아마도 아버지께서는 찌개든지 비빔면이든지 아들이 선택하지 않은 음식을 드실려고 하셨을것입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아이들이 먹을 식사를 준비하는 아빠인 저도 그랬었거든요. 아이들이 먹지 않는 음식을 먹는 제 모습이 생각 났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아이들이 맛있게 먹으면 아빠인 저는 자연스럽게 그 음식으로의 수저의 횟수가 줄어들고 아이들이 먹지 않는 음식으로 옮겨가는,, 세상의 모든 엄마아빠들처럼요.

  수술하고 입원했던 병원에서 퇴원수속을 밟은 후에 바로 근처의 인공관절 재활전문 병원으로 가서  입원수속 하면서 있었던 일입니다. 아들인 제가 듣기에는 하시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병원내에서 하셔서 그만 저도 모르게 “아버지, 그런 이야기 하지마세요. 자꾸 그런 이야기 하실려면 밖에 나가 계셔요”라고요. ㅠㅠ. 아버지께서는 재활병원 입원하기전 여러가기 검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그리고 불필요하다고 병원이 돈 벌려고 하는 일이라고 이야기 하셔서요. 어르신들은 당연히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병원로비에서 그것도 근처에 병원직원이 있는데 그렇게 말씀하셔서, 제가 그만 아버지께 안해도 될 말을 했습니다. 후회를 했지만 이미 상황이 벌어진 뒤였습니다. 이후 별다른 일은 없이 입원 과정 잘 마치고 아버지 댁으로 모셔드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저녁, 평상시와 같이 둘째딸과 자전거산책(저는 걸어서 산책)을 나갔습니다. 제가 걸어서 산책하는 이유가 둘째딸 자전거 타는게 아직 혼자서 완벽하지 않아서입니다. 중학생처럼 보이는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앞에서 달려오다가 우리들 앞에서 갑자기 방향전환해서 가는것입니다. 천천히 와서 우리들 뒤쪽으로 지나가도 충분하였는데 굳이 달려와서 앞으로 쌩 지나갈려다가 한발 늦어서 못지나가고 우리 앞에서 갑자기 멈췄던것입니다. 천천히 다니면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공터인데, 어찌나 화가 나든지 지나가는 아이에게 한마디 했습니다.”야, 부딪힐뻔 했잖아. 천천히 다녀라” 그런데, 둘째 아이가 갑자기 “아빠, 제빨 쫌 그냥 조용히 있어.아무말 하지 말고” 그래서 제가 “아니, 너랑 부딪힐뻔해서 아빠가 놀라서 말 한거야” 라고 말을 하니 아이는 “아니, 그래도 안들리게 조용히 이야기 하든지 아니면 말을 하지 말든지”라고 말해서 제가 “들리게 해야지, 아빠는 들으라고 한 이야기야” 하지만 아이는 자전거 탄 학생에게 그렇게 말한 아빠가 창피한 모양입니다. 집으로 오는 길 내내 아이는 저에게 다짐을 받고 싶었나 봅니다. 아빠에게 부탁한다고, 제발 좀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좀 조용히 지나가라고,, 저는 할수없이 약속을 했습니다.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다음에는 절대로 그러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겠다고,, 저는 그 당시에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 못했습니다. 

  재활병원에서 여러 검사에 불만인 아버지를 이해 못하는 아들의 마음, 위험한 일을 초래한 자전거 탄 중학생에게 조심하라고 말하는 아빠를 이해 못하는 딸의 마음, 이 두 마음은 같은 마음일까?

 둘째딸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형식적으로라도 따를 수 밖에 없는 저(아빠)를 생각하면서, 아들에게 싫은 소리 듣고 조용히 계셨던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딸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저(아빠)와 아들(저)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아버지는 어쩌면 같은 마음일까요? 그리고, 딸이 그당시에 왜 그렇게 말 했는지를 지금은 이해하려고 하는 아빠인 저 처럼 아버지께서도 아들인 제가 그당시에 왜 그렇게 말했는지 지금은 이해하셨을것 같습니다. 아마도 아버지께서 저를 바라보는 마음처럼 저도 딸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나 봅니다. 그리고 언젠가 먼 미래에 저희 딸들도 자신들의 아이들을 보면서 아빠엄마를 떠올리겠죠?
IP *.215.153.2

프로필 이미지
2020.06.14 17:33:00 *.158.120.236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는 모른다'는 말처럼, 저도 굿민님처럼 딸에게 들은 말이 있습니다. 

"엄마, 제발 아줌마처럼 그러지 마"라는 말을 듣고 쇼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떤 행동을 한 제가 딸에게는 부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굿민님이 아버님께 하신 말씀이나. 따님이 굿민님께 했던 말들은

자신을 다시 볼 수 있게 하는 거울인 듯 합니다.

저도 그런 일이 있고난 후, 딸 앞에서 말이니 행동을 할 때,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더군요.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20.06.15 19:34:27 *.103.3.17

자식으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 저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게 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20.06.21 19:20:37 *.105.8.109

예전에는 저도 좀 그랬던 것같아요. 물론 요즘은 부모님 말씀하실 때 거들면 거들었지 말리지는 않지만요.

왜 그랬을까요? 생각해보면 자신의 세상이 있고 그 세상의 주인노릇 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 세상이 겹칠 때 누가 주인이 되기 보단 더 큰 세상으로 어울려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32 '나'에 대한 단상 [3] 불씨 2020.06.21 924
5131 1주1글챌린지_아이와함께하는삶_05 [8] 굿민 2020.06.21 889
5130 먹이 사슬을 뛰어넘는 우정 file [3] 정승훈 2020.06.18 931
5129 이토록 위험한 닭발 [3] 종종걸음 2020.06.15 911
5128 행복이 당신을 떠나갈 때 [11] 어니언 2020.06.15 912
5127 끝나지 않은 여행을 위해 [8] 희동이 2020.06.14 927
5126 오쌤의 수업풍경- 공부보다는 다른 것을 하게 해주세요. [8] 지그미 오 2020.06.14 898
» 1주1글챌린지_아이와함께하는삶_04 [3] 굿민 2020.06.14 960
5124 모든 나뭇조각은 진짜 [3] 불씨 2020.06.14 903
5123 판타지 그림책을 아시나요? file [5] 정승훈 2020.06.12 1048
5122 뭉근하게 오래, 비프스튜 [6] 종종걸음 2020.06.08 901
5121 망부석 [4] 희동이 2020.06.07 942
5120 나의 의도대로 사는 삶_월든 file [3] 어니언 2020.06.07 919
5119 오쌤의 수업풍경-꼬마 디다가 이긴 이유 [6] 지그미 오 2020.06.07 1022
5118 나에게 돌아가는 길 [2] 불씨 2020.06.07 954
5117 1주1글챌린지_아이와함께하는삶_03 [6] 굿민 2020.06.07 930
5116 슈렉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는 아름다움의 기준 file [4] 정승훈 2020.06.05 1054
5115 갈비탕으로 알아줘요 [7] 종종걸음 2020.05.31 936
5114 1주1글챌린지_아이와함께하는삶_02 [11] 굿민 2020.05.31 933
5113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실험(독서시) [6] 어니언 2020.05.31 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