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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5일 00시 06분 등록

(2012년 10월 26일에 올라온 마음편지의 전문입니다. 이에 대한 글은 차주 글로 올리겠습니다.)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나간 이유가 있다.
만나는 사람을 지배하려 하거나
열광적인 찬사를 얻으려고 할 때
행복은 당신 곁을 떠나간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려 하거나
사랑했다 생각한 만큼 되돌려 받기를 원할 때
행복은 당신을 떠나간다.
 
좋은 책에도 지루한 부분이 있고
위대한 삶에도 지루한 시기가 있게 마련이다.
권태가 두려워 더 많은 자극을 찾게 될 때
갈망이 심해 심신을 황폐하게 한다.
약간의 권태를 견디지 못할 때 행복은 당신 곁을 떠나간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경쟁'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성공을 위한 경쟁'이라 불러야 한다.
누구도 내일 아침을 굶을까봐 걱정하기보다는
옆사람에게 뒤처질까봐 두려워한다.
친구가 경쟁자가 될 때 행복은 당신을 떠나간다.
 
이름을 알리고 싶어 화랑을 세울때 조차
그림을 고르는 일은 전문가를 시킨다.
그림을 감상하는데서 오는 즐거움이 아니라
다른 돈 많은 사람이 그 그림을 가질 수 없게 하는데서 즐거움을 찾을 때
행복은 당신을 떠나간다.
 
예전에는 문학과 미술과 음악을 이해하면서 즐기는 것이 행복이었다.
요즘은 책을 읽지 않는다.
성공을 위한 경쟁에서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행복이 당신을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물어야 한다.
교육은 즐겁게 사는 법을 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단순하지만 누를길 없는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알 수 없는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열정들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으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이제 늙어 종말에 가까워서야
비로소 그대를 알게 되었다.
그대를 알게 되면서
나는 희열과 평온을 모두 찾았다.
안식도 알게 되었다.
그토록 오랜 외로움의 끝에
나는 인생과 사랑이 어떤 것인 아노라 말할 수 있다.
이제 잠들게 되면
아무 미련없이 편히 자련다.
 
 나는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읽으며, 내 마음에 그윽한 공명을 만들어 낸 글귀들을 모아 이렇게 하나의 시처럼 배열해 두었습니다. 98년의 긴 삶이 하나의 테피스트리처럼 때로는 붉게 때로는 은은하게 때로는 나른하게 펼쳐져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풍광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삶의 오후가 되어 나무의 삶을 바라는 내 가지 위에 때로는 산들바람이 춤추듯 지나고, 때때로 푸른 하늘로 뻗은 가지에 흰구름 한가로이 걸려 있기를 바랍니다. 이윽고 저녁이 되어 가끔 달이 걸리고, 밤이 깊어져 별이 여럿 걸려 반짝이기를 바랍니다. 그때 내 삶이 조용히 눈을 감으면 나 역시 아무 미련없이 편히 자겠지요. 좋은 죽음이 그 끝을 지키는 좋은 삶을 살고 싶은 지극히 아름다운 가을날입니다. 그대 행복하시기를. 행복이 그대를 떠나가지 않기를.
IP *.187.14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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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5 09:16:04 *.52.17.234

요즘 배우고 있는 내용과 너무 비슷해서 놀랐어요. 읽어봐야겠어요.

혹 러셀의 글 귀들 공유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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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7 15:11:06 *.247.149.239

본문 말씀이신가요? 네 그러셔도 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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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7 15:24:03 *.247.149.239

아, 그런데 제가 묶은 것은 아니니 출처는 밝혀주시면 좋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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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8 19:52:10 *.210.132.101

네. 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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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5 10:34:39 *.158.120.236

처음 러셀을 읽었을 때가 생각나네요.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알 수 없는 연민으로

낯설었지만. 뭔가 가슴 깊이 와 닿은 이 세 문장 다시 만나니 반갑네요. 

조금씩 러셀에게 스며들어가는 시간을 되돌어보는 기회.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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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7 15:14:57 *.247.149.239

마자요. 저런 세 가지로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니.. 놀라운데..?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저도 있어요. 내 안에 있는 것도 그렇게 단단하고 아름다운가? 하는 의문이 마음에 남습니다. 다음 글도 러셀에 대해서 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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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5 15:58:09 *.118.70.149

연구원 수업 시절이 방울방울 떠오르는 러셀의 글귀네... 참 좋다.  러셀은 그냥 정답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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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7 15:11:58 *.247.149.239

마자요. 저도 이 아빠의 독서시 덕분에 행복의 정복 읽어봤는데, 자서전에서 느꼈던 그 명쾌함 그러면서도 젠틀함 그대로 묻어있어서 참 즐겁게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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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5 19:51:45 *.103.3.17

어디서 본 듯 했는데, 러셀이였군요!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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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7 15:12:22 *.247.149.239

네! 이번주에 독서시에서 파생한 글을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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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1 19:39:43 *.105.8.109
"권태가 두려워 더 많은 자극을 찾게 될 때 갈망이 심해 심신을 황폐하게 한다.
약간의 권태를 견디지 못할 때 행복은 당신 곁을 떠나간다."

저도 권태를 매우 힘들어해요. 그래서 매년 두 번 변화를 꿈꾸는 시간을 갖죠.
5월과 11월이 그래요. 그래서 이 시간이 힘들어요.
그래도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삶에 몰입할 수 있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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